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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장시간 노동][근로 시간][피로 사회] 혼술남녀 고 이한빛 피디님, 과로 없는 세상으로 가셨기를

by 노지재배 2017.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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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 사회, 피로 사회... 한국 노동 현실의 암울함을 나타내 주는 말입니다. 한국의 장시간 노동 현실은 누구나가 아는 문제지만, 제대로 해결된 적 역시 없습니다.


해마다 OECD 지표에서 한국이 1등을 놓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장시간 근로 관행이죠. 복지나 휴가를 비롯한 여가는 항상 꼴찌를 차지하면서 이 장시간 노동 관행은 절대 1, 2위권을 놓지 않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입니다. 장시간 근로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오히려 꼴찌를 맴돌고 있죠.



2015년 한국의 근로자 1인당 근로 시간은 총 2,285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았습니다. 2위는 2,228시간을 차지한 멕시코, 그리고 3위는 2,042시간의 그리스였습니다. 세계 1위의 노동 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한 국회의원이 복지를 향상시키면 국민이 나태해진다는 발언을 했다는 게 참 웃기네요. 그리고 국민이 나태해지고 포퓰리즘으로 망했다는 그리스가 세계 3위의 노동 강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참 아이러니합니다. 노동 강도가 곧 생산성과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준다고 봐야 하겠죠.


여기에는 성장 중심, 선 성장 후 분배라는 산업화 시기의 경제성장 구호가 지금까지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는 점, 재벌 중심으로 왜곡된 한국 경제의 부조리가 중소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과도한 노동 강도를 요구하게 만들었다는 점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혼술남녀>라는 씨제이 이앤엠(CJ E&M)의 tvn 드라마 조연출을 맡았던 젊은 피디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또 전해졌네요.


씨제이 이앤엠  tvn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을 맡았던 고 이한빛 피디는 고된 노동환경과 폭력적인 사내 분위기에 끝내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고 합니다. 이는 고 이한빛 씨의 동생인 이한솔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이한솔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즐거움의 '끝'이 없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대기업 CJ, 그들이 사원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형의 죽음에 대해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에 따르면 고 이한빛 피디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과도한 노동과 지나친 모욕에 시달리고 인사 불이익을 당하는 등의 어려움 끝에 결국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고 이한빛 피디는 지난해 10월 26일, <혼술남녀> 종방 이튿날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합니다. 


당시 <혼술남녀>는 작품의 완성도가 낮다는 이유로 첫 방송 직전 계약직 다수가 정리해고를 당했고, 이 때문에 짧아진 촬영 기간에 과도한 노동 강도를 버텨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온갖 잡무와 비인간적인 처사 속에 시달리던 한 젊은이가 결국 죽음을 택하게 된 것이죠.


고 이한빛 피디가 남긴 녹음파일과 카톡 대화 내용 등에는 수시로 가해지는 온갖 비난과 욕이 가득하다고 하는데요.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져, 동생분을 비롯한 유가족분들의 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고 이한빛 피디님도 더 이상 과도한 노동과 비인간적인 처사가 없는 편안한 곳에서 안도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글을 접할 때마다 IMF 이후 점차 힘들어진 취업 속에 청년 백수의 아픔을 겪거나, 과도한 노동 강도에도 쉽게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직장인들의 애환에 마음이 아픕니다.






이런 부조리한 노동 환경이 만연한 사회다 보니 주변에서도 과로사한 사례들을 한두 번쯤은 겪어 본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 역시도 대학교 후배, 사촌 형, 형의 지인, 제 처의 지인 등 많은 사람들의 과로사 사례를 지켜봐 왔습니다.


형의 지인은 근무처 화장실에서 뇌졸중으로 인한 과로사로 발견됐고, 제 아내의 지인은 퇴근 후 잠자리에서 심장마비를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제 대학교 후배는 고 이한빛 피디와 마찬가지로 한 케이블 티브 방송국에서 조연출로 일하다 과도한 노동 강도 속에 발생한 뇌졸중으로 젊은 생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특히나 드라마나 가요와 같이 한류 열풍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고, 수출액에서 드라마는 8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 이한빛 피디의 동생인 이한솔 씨는 "찬란한 영광 속에, 다수의 비정규직 그리고 정규직을 향한 착취가 용인되며 수익구조를 유지하고 있었다"면서 젊은이들의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는 우리 한류 드라마 제작 현장을 꼬집고 "가장 약하고 말단인 사람들(특히 청년들)의 희생과 상처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형의 죽음이 낱낱이 드러냈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청년유니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17개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씨제이 이앤엠에 '회사 측의 책임 인정 및 공개사과', '공개적인 진상규명 및 관련자 문책',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고 하는데요. 아무쪼록 다시는 이런 슬픈 일이 대한민국에 발생하지 않도록 과도한 노동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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