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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사축일기 - "수고했어 오늘도~" 지친 퇴근길의 당신에게

by 노지재배 2016.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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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사축일기>를 보면 옥상달빛의 이 노래가 생각난다. 책 내용이 마치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 노래처럼, '갑'들의 횡포 속에 오늘도 하루를 무사히 넘긴 '을'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와 같기 때문이다.

아무도 오늘 하루를 버텨낸 당신의 슬픈, 힘든 직장생활을 알아주지 않는 바로 그 순간, 이 책이 당신의 어깨를 토닥여주리라 믿는다.

사축(社畜)이란 '회사의 가축처럼 일하는 직장인'이라는 뜻이다. 일본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이 단어는 주인에게 길든 가축처럼, 직장인은 회사에 길들었다는 자조를 담고 있다.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사축'이라는 말이 퍼지기 시작했고, 동화 형식을 빌려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사축동화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사축일기>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일터에서 겪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짧은 형식 속에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직장인의 애환을 풍자한 부분이나 술자리 뒷담화처럼 즐거운 책 내용의 위트와 개그 소재가 웃음을 연발하게 하지만, 바로 그 이야기가 책을 읽고 있는 직장인인 나와 내 친구, 어머니, 아버지를 비롯한 내 주변 사람들의 실제 생활이라는 점을 깨닫는 순간, 이 책은 곧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처절한 현실을 담은 웃픈(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백서라는 씁쓸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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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백수

저자는 1987년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백수'라는 이름은 한양대 학부 시절 정민 교수가 천방지축으로 날뛰던 그에게 "저 녀석 마치 공무도하가에 나오는 백수광부 같구나."라고 말한 데서 따왔다고 한다. 2008년 계간 <시와 세계>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며, 2010년 EP 앨범 《노래, 강을 건너다》로 데뷔한 싱어송라이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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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의 7대 불가사의


1 월급이 적을수록 업무량이 많다.

2 일을 빨리하면 퇴근이 늦어진다.

3 일을 못하면서 회사 생활이 편하다.

4 일을 너무 잘하면 욕을 먹는다.

5 그 높은 경쟁률을 뚫고 쟤가 입사를 했다.

6 저 인간이 팀장이고

7 저 인간이 부장이다.

 

 

-도시락을 싸다가


사장한테 깨진 부장은 팀장한테 지랄이고

부장한테 깨진 팀장은 대리한테 지랄이고

팀장한테 깨진 대리는 나한테 지랄인데

대리한테 깨진 난 왜 엄마한테 지랄일까


도시락통에 엄마가 보내주신 무말랭이를 담다가

어제 엄마 전화를 그따위로 받은

내가 너무 미워진다.

 

 

-메르스 MERS


"선생님, 제가 이상하게 입맛이 없구요
열도 좀 나는 것 같고 몸도 쑤시구요
기운도 없고 우울하고 소화도 안됩니다."

"MERS입니다."

"메르스요?"

"Monday. Everybody wants to Return to Saturday, 주말이 되면 다시 나을 겁니다."

 

 

-롤모델


야근보다

박봉보다

주말 근무보다

회식보다

접대보다

더 회사에 다니기 싫은 순간은


이 회사에는 도저히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만한

사람이 없다는 걸

문득 깨달을 때.

 

 

-김 부장의 사정


이번 달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이유는

요즘 것들이 해이해서

평일 회식을 두 시까지 달려야 하는 이유

요즘 것들이 해이해서

오늘 사장실에서 깨지고 돌아온 이유

요즘 것들이 해이해서

그리고 그 다음 날 신입사원이 화장실에서 토를 한 이유

요즘 것들이 해이해서

화장실에 휴지가 채워져 있지 않은 이유

요즘 것들이 해이해서

커피믹스가 떨어진 이유

요즘 것들이 해이해서

복사기가 고장 난 이유

요즘 것들이 해이해서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고 달이 지구 주위를 돌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물가는 오르고 월급은 안 오르고 출퇴근길 강변북로는 늘 막히는 이유

요즘 것들이 해이해서

 

 

-어린 왕자와 신입사원의 별


"거기서 뭇엇을 하고 있나요?"

어린 왕자가 신입사원에게 말했어요.

신입사원은 서류 한 무더기와 유에스비가 꽂힌 컴퓨터를 앞에 놓고 앉아 있었어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지."

신입사원이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어요.

"일을 왜 하나요?"

"대출금을 갚기 위해서야."

어린 왕자는 어쩐지 측은한 생각이 들어서 물었어요.

"왜 대출을 했나요?"

신입사원이 고개를 떨어뜨리며 고백했어요.

"대학교 학비가 부족했기 때문이야."

"왜 대학을 나왔는데요?"

어린 왕자는 그를 도와주고 싶었어요.

"회사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야!"

신입사원은 말을 끝내고 입을 꼭 다물어버렸어요.

어린 왕자는 당황해서 그 별을 떠났어요.

 

 

-이상적인 미래


"나 사원 때는 인마."

김영택 부장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원은 사원 시절의 김영택

김영택 부장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대리는 대리 시절의 김영택

김영택 부장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과장은 과장 시절의 김영택

김영택 부장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차장은 차장 시절의 김영택

 

그런데 김영택 부장은 행복해 보이지 않아.

 

필사적으로 김영택 부장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원이 되고

필사적으로 김영택 부장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대리를 지나

필사적으로 김영택 부장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과장을 거쳐

필사적으로 김영택 부장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차장이 되어도

나는 끽해야 김영택 부장 정도 되어 있겠지.

 

 

-주니어


나보다 한 살 많은 '주니어'.

대리로 입사해서 벌써 부장에 오른 그가 달고 사는 말은

 

"왜 안 돼요? 하면 되지 않나?"

 

그래 너는 할 때마다 다 됐겠지."

차기 대표님 만세. 금수저 만세.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에 대한 고찰

[표1] 가는 말과 오는 말의 관계: 사원 간의 경우

 

 

 

[표2] 가는 말과 오는 말의 관계: 거래처에 대한 요청의 경우

 

 

 

[표3] 가는 말과 오는 말의 관계: 신입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

 

 

 

[표4] 가는 말과 오는 말의 관계: 부장이 개그를 친 경우

 

 

 

[표5] 가는 말과 오는 말의 관계: 매출 보고서 제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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