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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굶어죽기 십상이다(요즘 세상, 무슨 일을 하든 이야기를 못 만들면)

by 노지재배 2016.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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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에 선정된 책이란다.

책의 저자가 두 명으로 브랜딩 마케터와 시나리오 작가가 공동으로 썼다.

주로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의 시나리오 저자가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중간중간 브랜딩 마케터인 공동 저자가 마케팅 측면에서의 스토리텔링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하는 방식이다.

소설,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광고, 디자인, 테마파크 등 스토리가 장르를 바꾸어 가면서 다양하게 창작되고 문화와 산업 전반에서 소비되고 있는 이 시대에 스토리텔링의 의미와 힘에 대해 적절한 설명을 하고 있는 유용한 책이다.

 

 

책의 서문에 책의 내용이 잘 소개돼 있다.


이야기는 산업입니다.
작은 한 줄의 이야기가 영화도 되고 뮤지컬도 되고 테마파크도 만듭니다.
또한 누군가의 인생을 좌우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국가의 이미지도 이야기로 만들어 홍보합니다.
장사하는 사람들도 이야기로 물건을 팔고 있습니다. (...)

당신의 이야기를 만드세요.
회사의 운명이 바뀌고 당신의 미래가 희뜩 뒤집힐 겁니다.
이 책은 이야기 만드는 방법에 대한 책입니다.
당신이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이라면? 종횡무진 막힘없는 이야기꾼이 될 것입니다.
당신이 카피라이터라면? 네, 역시 이야기가 전제되어야겠지요.
이야기꾼, 그거 뭐 별건가요?
이 지도책을 따라가시기만 하면
당신은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을 이야기꾼이 될 것입니다.



-사족
책의 내용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그러나 책의 교정/교열이 너무 엉망이다. 전반적으로 존댓말을 사용하던 책의 서술이 중간중간 아무런 연유 없이 반말로 바뀌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잘못된 글자나 틀린 맞춤법 등을 수도 없이 발견할 수 있다. 좋은 내용만큼 교정/교열에 신경을 더 썼다면 정말 좋은 책이 됐을 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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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인용


이야기를 만드는 자는 모질어야 합니다. 자신이 만든 극중 인물을 평화롭게 둬서는 안 됩니다. 극중 인물을 끊임없는 고난 속으로 몰아세워야 합니다. 그러나 감당 못 할 고난이어서는 안 됩니다. 극중 인물은 그 고난을 반드시 해결하게 해줘야 합니다. 그러고 난 뒤에 또 다른 고난을 대기시켜 둬야 합니다. 이때, 이야기를 드는 혹은 읽는 사람은 공감을 합니다. 듣는 이는 자신의 처지를 되돌아보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나 산다는 건 녹록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이야기의 문법이란 바로 이것입니다. 인생만사 고해인 거죠. 인생살이가 고난을 뚫고 나아가는 여정이듯이, 이야기도 고난의 연속을 뚫고 나가는 과정입니다. 그 모든 고난의 상황이 바로 백척간두인 거죠.

...


꽤 많은 사자성어를 늘어놓았군요. 사자성어를 많이 안다고 현학적으로 과시하려고 늘어놓은 것은 아닙니다. 위에 소개된 사자성어에는 이야기의 문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자라면 위의 사자성어들을 늘 되새김질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되새겨 보면 이야기들이 솔솔 흘러나올 것입니다. 위의 사자성어들은 이야기의 씨감자 같은 것입니다. 백척간두, 국면전환, 일촉즉발, 풍전등화, 점입가경, 설상가상, 급전직하, 사면초가, 구사일생, 진퇴양난, 누란지세.

...

우리 속담 중에 '원수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수는 인물이고 외나무다리는 공간입니다. 이 경우 원수가 미로 속의 골목길을 각자 걸어간다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겠지요. 외나무다리에서 만났으니 그때부터 긴장이 시작됩니다. 긴장이 시작된다는 건 이야기의 불꽃이 살아난다는 의미이지요. 이야기의 문법에는 몇 가지 패턴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흔히 응용되는 것이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만나게 한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를 덧붙여 줍니다.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가지 말아야 할 공간에 집어넣는다.' 네에, 그렇군요. 바로 원수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형국입니다. 문제는 바로 공간이지요. '원수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는 이야기의 문법에서 금과옥조와 같은 속담이네요. 이 속담 하나만으로 숱한 이야기는 꽃을 피울 수 있겠지요. 이렇듯 이야기의 문법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

여러분들이 잘 기억해 두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인물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야기의 또 다른 주인공은 공간입니다. 또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시간일 경우도 많습니다. (...)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간이 이야기의 주인공일 경우는 그중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여러 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인간, 공간, 시간, 이 삼간 트리오 형제들 모두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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