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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언더도그마][언더독][오버독]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by 노지재배 2017.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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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용하지만 편견에 사로잡힌, 교정교열이 무척 아쉬운 책


  책의 부제는 '강자가 말하는 약자의 본심'이다. 우리말 중 저자가 말하는 언더도그마(Underdogma)를 가장 잘 나타내 주는 말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정도로 보인다. 


  객관적인 전력이 열세여서 경기나 싸움에서 질 것 같은 사람이나 팀을 일컫는 언더독(Underdog)들을 도덕적이며 정의롭고, 선의 편으로 간주하고 이와 반대되는 힘 있는 자(Overdog)들을 악의적이며, 불공정하고, 악의 편으로 폄훼하는 현상을 언더도그마라 한다. 이것이 사실 이 책에서 가장 중심적인 내용이고, 새로운 사고의 틀로서 수용할 만한 시각이다.



  이 책에서 예로 드는 언더도그마는 테러리즘과 관련된 이슬람 세력을 두둔하는 미국의 시민단체나 9.11 테러가 음모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더불어 동성애를 반대하고 처절하게 죽이는 이슬람의 세태에도 불구하고 이슬람을 두둔하는 동성애 단체. 미국의 패권주의를 부정하거나 완화하려고 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미국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중국을 두고 대기오염 문제에서 미국을 비난하는 환경 단체, 여러 차례 우승을 차지한 강팀이라는 이유로 미움을 받은 뉴욕 양키스, 다윗과 골리앗, 판매금액이 늘어나면서 오버독으로서의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던 IBM과 애플, 포드 자동차와 일본 도요타의 사례 등이다. 또한, 오버독이면서 언더독을 자처하는 정치가들(클린턴, 힐러리, 존 케리)이나 언더독을 자처하거나 언더독 코스프레로 인기를 얻는 연예인(오프라 윈프리)과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수잔 보일) 등을 예로 들어 언더도그마의 다양한 사례와 실제 세계에서의 적용을 설명한다.


  그러나 책의 이면에는 미국 보수단체의 전략가로서, 여러 나라 보수 정치인들의 당선을 도왔던 저자의 편견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만큼 이 책의 내용 자체를 비판 없이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힘 있고 가진 자들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비도덕적이고 탐욕적이라는 악의적인 비난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나 금융위기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우리나라의 IMF 구제금융 등으로 미국과 한국을 대표로 해서 세계적으로 가난한 자와 부자의 격차가 급속도로 벌어지고 있는 사회 현상을 외면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의원이나 국내 장하성 교수가 주장하는 상위 소득자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불공정한 경제 상황과 이로 인해 자행되는 불공정한 게임(불평등한 소득 분배와 이에 따른 빈부격차 심화)에 대해 이 책은 침묵을 지킨다. 


  버니 샌더스 등의 주장에 따르면 상위 1%가 미국의 모든 자산 중에서 40%를 차지하고, 하위 80%, 열 명 중에서 여덟 명은 겨우 7%만 소유한다. 또 1976년에는 단지 9%만 차지했던 오늘날 미국 국민소득의 25%를 상위 1%가 차지한다. 지난 30년 동안 상위 1%가 미국 국민소득에서의 점유율을  세 배 가까이 더 늘린 것이다. 기업 CEO가 한 시간에 버는 돈은 평균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월급보다 많다. 1978~2013년 미국 기업 CEO의 연봉은 937%가 상승했다. 그러나 직원 실질 소득은 10.2% 상승에 그쳤다. 더욱 문제는 불과 20~30년 만에 이렇게 악화됐다는 점이다. 최근 30년, 다시 말해 레이거노믹스 이후 이처럼 대폭 불평등이 심화된 문제는 지금 미국에서 큰 이슈이다.


  국내 장하성 교수도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2016년 3월 IMF(국제통화기금) '아시아 불평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잘 사는 소득 상위 10%가 전체 가계/개인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현재 45%이며,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치이다. 즉, 한국은 상위 10%가 평균적인 서민 가정에 비해 4.5배나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싱가포르는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이 42%이고, 일본 역시 41%로 우리나라보다 낮다. 더구나 뉴질랜드는 32%, 호주 31%, 말레이시아 22%와 비교하면 한국의 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더구나 한국의 이런 불평등 심화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근래 20~30년 사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어찌 보면 언더독이 자신의 힘으로 오버독이 될 수 없는 불공정한 사회 체제가 굳어져 있다는 것 자체가, 언더도그마 이전의 근본적인 문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러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흔히 말하듯 개천에서 용 나기는 이미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 버린 지금의 한국 사회고, 미국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의 세계 경제 상황이다. 이러한 사회에서의 언더도그마는 오히려 불평등과 불공정을 조금은 덜어 줄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마치 바둑에서 상수가 하수를 위해 바둑돌 몇 점을 양보하는 접바둑이 존재하고, 당구에서 자기의 실력대로 당구 점수(다마수)를 놓고 게임을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 교정교열이 너무나 아쉬운 책


  덧붙여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면 독서 중에 정말 짜증이 나는 경우가 교정교열이 엉망인 책을 대할 때다. 바로 이 책이 그랬다. 이러한 책들의 공통점은 보통 번역서라는 점. 매끄럽지 못한 번역은 우선 이러한 교정교열 부족이 낳은 책을 접할 때의 첫 번째 짜증이다. 더불어 저자의 주석뿐만 아니라 적절한 편저자 주석을 통해 원본 저서에 대한 이해를 돕는 바람직한 번역서와는 거리가 멀게 번역자나 편집자조차 이해했을까 싶은 내용을 그냥 번역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책들이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실수다. 그리고 번역서가 아니더라도 뒤로 갈수록 교정교열의 힘이 달리고 잘못된 문장이나 오자와 탈자, 첨자가 수두룩하게 나오는 것도 불충실한 교정교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실수다. 실제 이 책 역시 뒤로 갈수록 독서를 포기하고 던져버리고 싶을 만큼 수많은 교정교열 실수가, 독서의 즐거움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을 만큼 남발되고 있어 커다란 실망을 느꼈다.


 


-저자


마이클 프렐


  미국 보수단체 티파티 패이트리어츠의 전략가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등 여러 나라 보수 정치인들의 당선을 도왔다. 달라이 라마, 토크쇼 진행자 닥터 필, 중국 반체제 단체, 유대인 단체와 함께 일했고, 정치광고 분야의 아카데미상이라고 할 수 있는 폴리상을 탔다. 정치활동 이전에는 고급 나이트클럽 및 식당을 운영했고, 제작한 음반이 벨기에에서 유명가수 퍼프 대디의 앨범보다 판매 순위가 앞서기도 했다. 현재 광고 마케팅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는 「세계일보」에 ‘中 패권 야심을 키워준 美(2011년 2월 6일)’와 ‘미국을 두려워 않는 아랍(2011년 9월 16일)’이란 제목으로 저자의 칼럼이 실렸다. 




-역자


박수민


  공군사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고 텍사스 샌앤젤로에 있는 미 공군 정보학교에서 국제정보 운영과정을 수료했다. 공군 정보장교로서 10년이 조금 넘는 군 생활을 하면서 공군 및 정보본부 예하부대에서 정책담당관, 대북정보분석관, 정보교관실장 등을 역임했다. 2011년 소령 전역 후 출판도시 파주에서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창헌류를 수련하는 무도인이기도 하다. 관심 분야는 정치, 인물, 근현대사이다. 옮긴 책으로는 나치 독일 사회 역사서 『히틀러가 바꾼 세계』, 제2차 세계대전 독일 국방군사 『제3제국』, 미국 보수정치 사상서 『언더도그마』, 로버트 케네디가 쓴 쿠바 미사일 위기 회고록 『13일(Thirteen Days)』, 그 외에 『가짜 전쟁』 등이 있다. 




-목차



part 1 언더도그마의 뿌리 


01. 우리의 판단 기준이 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언더도그마란? | 첫 번째 특성 : 합리적인 사고는 무시하고 사실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 두 번째 특성 : 언더도그마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 세 번째 특성 : 언더도그마는 학습할 수 없고 공모나 교류로 확산되지도 않는다 | 네 번째 특성 :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언더도그마적 존재가 아니다. 


02. 언더도그마가 우리의 생사를 결정한다 

언더도그마가 멈춘 날 | 1단계 : 미국을 언더도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 2단계 : 언더도그 옹호하기 | 약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 | 나는 왜 뉴욕 양키스를 싫어하나? | 언더도그마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03.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방법, 언더도그마 

환경오염 보고서마저 언더도그 편 | 살인 메커니즘 | 행실이 나쁜 군인에 대한 상반된 대중 반응 | 두 장벽의 두 가지 이야기 | 종교보다 중요한 언더도그마 


04. 태초에 언더도그마가 있었다? 

언더도그로서의 다윗과 골리앗 | 약해서 착하고 강해서 나쁘다? | 진정한 진보주의의 뿌리 


05. 모든 권력과 싸우는 언더도그마 

언더도그마의 시작, 미국의 학생운동 | 1960년대에 언더도그마가 생긴 이유 | 오버도그와 언더도그의 가면 | 언더도그마주의자인 지도자들 


06. 유엔, 제도화된 언더도그마 

언더도그마 제1요소: 약자는 힘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선하고 고결하다 | 언더도그마 제2요소: 강자는 힘이 세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part 2 우리 주변의 언더도그마 


07.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 

오버도그를 끌어내리려는 열망 | 이웃이 부유할수록 나는 덜 행복하다 | 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 | 작은 권력 투쟁이 이루어지는 곳, 직장 | 나, 우리 그리고 언더도그마 


08. 우리가 사는 세계를 조작할 수 있을까? 

힘센 오버도그를 향한 음모론 | 개인주의 성향이 짙을수록 음모론에 취약하다 


09. 변화된 광고 카피 

회사 창립 초기의 어려움을 대중이 좋아하는 이유 | 통할 수밖에 없는 언더도그마주의자 게임 | 클수록 나쁘다? | 언더도그마 누그러뜨리기 | 언더도그마 껴안기 


10. 정치가들이여, 언더도그 타이틀을 달아라! 

정치적 언더도그마가 효과가 있는 이유 | 정치적 언더도그마가 작동하는 방법 | 정치적 언더도그의 선거 운동 


part 3 세계무대에서의 언더도그마 


11. 인간, 지구상에서 가장 큰 해충? 

인간은 사회적인 생명체다 | 당신은 지구상에 어떤 존재인가? 


12. 언더도그마가 부추긴 최악의 경제 상황 

약자를 위한답시고 펼친 일들 | 세계 금융의 사상누각, 정부가 운영하는 자유 시장 자본주의에 있다 | 더 많은 권력을 챙긴 정부 | 동정심을 자극해 권력을 차지하다 


13. 힘의 이동이 가능한가? 

유용한 바보들 vs 꼭두각시 조종자들 | 중국과 이슬람 세계의 반격 | 유용한 바보 언더도그마주의자들 


14. 당신에게는 공감 능력이 있는가? 

공감 능력을 소유한 자만이 언더도그마 영향을 받는다 | 공감 능력이 없는 자들의 형태 | 언더도그마에 대한 대응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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