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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8일째 매미][소설][영화][드라마] 납치범을 엄마로 아는 아이

by 노지재배 2017.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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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째 매미]는 일본 소설로, 드라마와 영화화까지 된 작품이다.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었는데 소설도 영화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영화에는 연기 잘하고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노우에 마오가 납치된 주인공 역할로 나온다.

  순간적인 실수로 불륜 상대였던 유부남의 갓난아기를 납치한 한 여인이, 그 아이를 친자식처럼 사랑으로 키웠다. 그리고 네 살 만에 진짜 가정으로 돌아온 아이는 성년이 되어서도 부모와 자신의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 결국 납치범이자 또 다른 의미의 엄마였던 여자처럼 불륜남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는 내용이 커다란 줄거리다.

  작품은 1장과 2장으로 구성돼 각각 기와코의 시점과 20년 후 에리나의 시점으로 구성돼 있다. 소설은 원래 요미우리 신문에 연재됐다.

 

 

-줄거리


  유부남과의 불륜과 임신중절로 임신할 수 없는 몸이 된 기와코가 불륜 상대의 아내가 낳은 아이를 납치해 딸처럼 기른다. 결국, 아이는 친무모에게 돌아오지만 보통의 가족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가족. 납치범을 또 하나의 엄마로 가진 기억과 상처. 세상과 가정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는 그 자신도 유부남과의 불륜으로 임신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납치됐던 당시, 납치범이자 엄마와 머물렀던 엔젤홈이라는 공동체에서 함께 자랐던 지구사라는 친구. 일종의 여자들만 사는 종교 공동체에서 자라면서, 납치됐던 에리카와는 또 다른 상처를 지닌 지구사는 에리카에게 단순한 가족이 아니더라도 뱃속의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설득한다.

 

8일째 매미
국내도서
저자 : 가쿠타 미츠요 / 장점숙역
출판 : media2.0(미디어2.0) 200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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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미는 오랫동안 땅 속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어."
  남자아이의 누나인 듯한 여자아이가 동생을 가르치는 듯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이거 죽은 거야? 가오루가 불안한 듯 나를 올려다봤다.
  "이건 죽은 게 아니야. 땅 속에서 나와 옷을 벗은 거야." 나는 이 아이가 죽는다는 말을 언제 배웠을까 생각하면서 대답했다. "가오루, 하나, 집에 가자."
  "그래도 금방 죽는다니께."
  여자아이가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누군가에게 매미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다. 땅 속에서 7년을 보내다가 밖으로 나온 지 7일 만에 죽어 버린다는 매미의 일생에 관해.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나도 처음 들었을 때는 충격을 받았다. 그토록 오랜 세월을 기다렸는데 어째서 그렇게 짧은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걸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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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미 얘기 들은 적 있어요?" 차가운 캔을 손바닥으로 조몰락거리며 지구사에게 물었다. 지구사가 나를 봤다. "땅속에서 몇 년이나 살던 매미가 땅 위로 나오자마자 죽어 버린다는 거 알았을 때, 깜짝 놀라지 않았어요?"
  "갑자기 뭐 얘기야?"
  "3일이었나, 7일이었나.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땅속에 그렇게 오랫동안 있었는데 태어나자마자 죽는다니 너무하다고 어렸을 때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나는 내 앞을 가로막듯이 서 있는 어두컴컴한 나무들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 공원 옆을 자전거로 지날 때마다 매미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가끔씩 자전거를 세우고 환한 햇살에 눈부셔하며 나무 속에서 매미의 모습을 찾곤 했다. 어디서 울고 있는지 좀처럼 찾을 수 없었지만.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다른 매미들도 모두 7일 만에 죽는다면 특별히 슬플 것도 없다고. 어차피 다 똑같잖아요. 왜 이렇게 빨리 죽어야 하냐며 의문을 가질 것도 없잖아요. 그런데 만약에 7일 만에 죽기로 돼 있는데도 죽지 않은 매미가 있다며, 친구들은 모두 죽었는데도 자기만 살아남았다면...."3분의 1 정도 남은 맥주를 바닥에 쏟아 버렸다. 액체가 희미한 소리를 내며 땅속으로 스며든다. "그게 더 슬플 거예요."
  지구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번 눈을 들어 어둠 속에 잠긴 나무들을 응시했다. 여름에 미처 죽지 못한 매미가 조용히 숨을 죽이고 나무줄기에 달라붙어 있을 것만 같았다. 살아남게 된 것을 들키지 않도록 절대 울지 않으리라, 마음먹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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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에 있는 어른은 모두 엄마였어. 좋은 사람도 있었고 싫은 사람도 있었지만, 전부 엄마였어. 보통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한 사람밖에 없는데 나는 그렇게 많은 엄마가 있었던 적이 있어. 그러니까 네가 아이를 낳으면 나도 둘째 엄마가 돼서 틀림없이 너를 도울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어. 남자를 좋아해 본 적도, 사랑받아 본 적도 없지만 나도 틀림없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지구사는 말을 멈추더니 크게 심호흡을 하고 중얼거렸다. "나,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헤아리면서 사는 거, 더 이상 싫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나를 껴안듯이 내 배에 옆얼굴을 대고 있는 지구사의 코트 위로 눈물이 뚝 떨어지는 것을 보고서야 나는 내가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웅크리고 있는 지구사의 코트가 마치 빗방울을 흡수하는 아스팔트처럼 방울지며 젖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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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우리, 죽을 수 없었던 매미 이야기한 적 있지? 기억 나> 7일 만에 죽은 매미보다도 8일째 살아남은 매미가 더 불쌍하다고, 네가 그랬잖아. 나도 줄곧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구사는 조용히 말을 잇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지도 몰라. 8일째에도 살아 있는 매미는 다른 매미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으니까. 어쩌면 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눈을 꼭 감아야 할 만큼 가혹한 일들만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지난가을 공원에서 지구사랑 울려다 본 나무들이 떠올랐다. 어둠 속으로 뻗어 있던 나무에서 숨을 죽이고 붙어 있을 매미를 찾던 일이 떠올랐다. 그러자 갑자기 그 여자 노노미야 기와코도 지금 이 순간 어딘가에서 8일째의 마지막 몇 시간을 살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그리고 아빠 엄마가 그렇게 하고 있듯이.
  "무슨 소리가 들려요?" 내가 물었다.
  "심장 소리가 들리기는 하는데, 네 심장 소린지 아기 심장 소린지 모르겠네."
  지구사가 자못 심각하게 말했다. 내 배에 귀를 대고 있는 지구사의 모습이 마치 빗속에 있는 것처럼 아련해졌다. 흐느끼고 훌쩍거리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나는 지구사가 한 말을 수없이 반추했다.
  네 심장 소린지 아기 심장 소린지 모르겠네.
  나도 뱃속의 아기도 똑같이 심장이 뛰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나도 지구사처럼 내 배에 귀를 대고 듣고 싶다. 아기가 살아 있는 소리를. 내가 살아 있는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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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곧 도노쇼 항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지구사가 남은 김밥을 서둘러 먹고 쓰레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울고 있던 아이의 웃음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뱃속 아기의 부드러운 발길질을 느끼다가 나는 17년 전 항구에서 노노미야 기와코가 외쳤던 말을 똑똑히 기억해 낸다.
  그 아이, 아직, 아침을, 안 먹었어요.
  자신이 체포되는 순간에도, 이젠 모든 것이 마지막인 순간에도, 그 여자는 내 아침밥 따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 여자는 어쩜 그렇게 바보였을까.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서 와락 끌어안더니 내가 오줌을 싸니까 깜짝 놀라 밀쳐 버린 아키야마 에쓰코도, 노노미야 기와코도 똑같이 엄마였음을 나는 깨달았다.
  앞쪽을 바라보자 도노쇼 항이 보인다. 낯선 어른들의 손에 끌려온 어린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곰 그림이 그려진 파란색 티셔츠, 청바지에 분홍색 운동화를 신고 두려움에 떨며 서 있다.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혼자 남겨진 것을 깨닫고 당혹스러워하며 겁에 질려, 울음이 나올 것만 같지만 울지도 못하고 이를 악물어 입을 굳게 다문 경직된 얼굴. 아이의 모습이 천천히 어른의 모습으로 변한다. 나. 내가 그 얼굴 그대로 성장하여 거기에 있다. 처음으로 나는 거울이 없는 곳에서 내 얼굴을 똑똑히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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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가쿠타 미쓰요

  저서 (총 80권)2005년 『대안의 그녀』로 135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평론가들에게 ‘어느 하나 버릴 작품이 없는 작가’라는 극찬을 받은 작가로, 수준 높고 다양한 작품 세계를 선보이며 문학성과 대중성까지 동시에 인정받아 현재 일본문학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여성작가이다.1967년 가나가와 현에서 태어나 아동문학작가가 되기 위해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 문예과를 지망했고 대학 재학 중이었던 1988년에 사이카와 안이라는 필명으로 아동 소설을 발표, 코발트 노벨 대상을 수상하였다. 1990년 형제이자 연인이기도 한 의사 가족의 행복과 붕괴를 그린 『행복한 유희』로 가이엔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하였다. 1996년 『조는 밤의 UFO』로 노마 문예 신인상, 1998년 『나는 너의 오빠』로 쓰보타 조지 문학상, 1999년 『납치여행』으로 제46회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후지TV상, 2003년 『공중정원』으로 부인공론 문예상, 2006년 『록 음악 어머니』로 제32회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2007년 『8일째의 매미』로 제2회 중앙공론 문예상을 수상하며 문학적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국내에 발표된 작품으로는 『납치여행』 『틴에이지』 『내일은 멀리 갈 거야』 『그녀의 메뉴첩』 『공중정원』 『대안의 그녀』 『전학생 모임』 등이 있다.

 

역자 장점숙

  한국외대 일본어과를 졸업하고 미쓰이 은행에 근무했다. 현재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12 별자리 러브스토리』 『독살의 세계사』 『학교 담을 넘은 수학』 『비상식적 성공법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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