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일은 될 대로 되라지. 이것이 모든 자본가와 모든 자본주의 나라의 표어이다. 그러므로 자본은 사회에 의해 강제되지 않는 한, 노동자의 건강과 수명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다."-자본론I(상)中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마르크스 경제학자인 김수행 교수가 카를 마르크스가 쓴 [자본론]의 내용을 쉽게 풀어 준 책이다.
김수행 교수는 1989년에 한국 최초로 [자본론]을 완역했다. 당시 김 교수는 ‘잡아갈 테면 잡아가라!’는 마음으로 작심하고 번역했다고 한다. 김수행 교수가 타계한 지금 이 책은 제3개역까지 진행된 2015년 개역판이 마지막 판으로 남아 있다.
이 책은 김수행 교수가 진행한 10강의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국내 최고 [자본론] 전문가답게 김 교수는 '자본론 공부' 한 권 안에서 방대한 분량의 [자본론]을 아주 쉽게 설명했다. 중간중간 삽입된 도표와 그림은 체계적인 이해를 돕고, 한국 사회의 현실과 세계 경제의 상황을 대입해 [자본론]의 현재적인 해석과 실효성을 강조했다.
한 분야를 일괄한 대가가 짚어주는 조목조목의 해석과 풍부한 사례의 제시는 마르크스나 자본론을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독자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적절하다고 느껴진다.
수구세력의 노골화한 퇴행 주의와 자본주의사회의 병폐인 공황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한 번쯤 일독을 권한다.
.
.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사회가 마치 인간사회 진화의 끝인 양, 현실 사회주의가 막을 내린 것이 마르크스 [자본론]의 실패인 양 몰아가는 우리 사회를 보면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 공부'라는 책이 얼마나 귀중한 책인지 뼈저리게 느낀다.
마르크스는 인류사회의 변화 과정이 대체로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고 말했다. 원시공산사회에서 노예사회, 봉건사회, 자본주의사회를 거쳐 새로운 사회가 도래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자본주의사회 이후에 오는 사회로 가리킨 '공산주의'는 꼭 원시공산사회 -> 노예사회 -> 봉건사회 -> 자본주의사회를 거쳐 도래하는 것은 아니다. 마르크스 자신이 밝혔듯이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 사회 속에서의 통찰로 이뤄진 것이며, 소련이나 중국, 인도 등 다른 지역에서의 인류사회 변화는 다른 단계를 거칠 수도 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인류사회의 변화 속에서 탄생하는 자본과 자본주의가 어떻게 노동에서 사람을 소외시키며, 정당하지 않은 소유의 구분으로 노동자를 탄압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어줍지 않은 리뷰보다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 공부' 일부를 옮겨본다.
"
자본가들의 배를 채워 주지 않으면 임금을 얻을 수 없는 상태에서 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자가 공장이나 회사에 출근하는 것은 '강제로 끌려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누구도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노동자가 힘껏 일하더라도 이것의 모든 성과는 자본가가 독차지하기 때문에, 노동자는 노동하기를 꺼려합니다. 이것이 이른바 '노동의 소외'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은 '하지 않아도 된다면 하고 싶지 않은 노동'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협동조합에서는 노동자들 모두가 공장의 주인이고 자기를 위해 노동하기 때문에 '자발적 손과 임기응변적 정신과 즐거운 마음으로 자기의 일을 부지런히' 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처럼 노동자계급이 노동수단과 생활수단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상태가 사라지고, 노동자계급이 노동수단과 생활수단을 자기의 것으로 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협동조합의 노동자들은 노동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고, 노동을 '희생'으로 생각하지도 않으며, 노동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실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
"
마르크스가 특히 강조한 것은 기존의 생산관계(또는 소유관계)가 생산력의 발전을 저지하거나 지체시킨다는 점입니다. 비유하면 인간의 몸(생산력)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데 옷(생산관계)은 어린 시절의 것이라서 몸이 더 성장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몸(생산력)과 옷(생산관계)의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옷(생산관계)은 그대로 두면서 몸(생산력)을 옷에 맞도록 줄이거나, 몸(생산력)에 맞도록 옷(생산관계)을 바꾸는 것입니다.
앞의 방법은 몸을 도려내서 작은 옷에 몸을 맞추는 것인데, 이것은 자본-임금노동 관계를 조금도 변화시키지 않고 생산력을 헛되게 낭비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이것은 지금과 같은 불황에서 훌륭한 생산력인 노동자들을 일자리에서 쫓아내 굶어 죽게 하는 것, 너무 많이 생산한 상품들을 강물에 흘려보내거나 창고에 넣어 썩혀 없애는 것, 훌륭한 생산요소인 기계·공장·원료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고 그냥 두는 것 등이 가장 좋은 예입니다. 자본가가 국가를 지배하지 않았더라면, 노동자와 일반 시민은 위와 같이 놀고 있는 생산요소들을 사용하여 생산물을 만들어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다른 방법인 몸(생산력)에 맞도록 옷(생산관계)을 바꾸는 방법이 노동자와 일반 시민에게 유리한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상품을 생산하는 능력이 시장의 상품 구매 능력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을 때는, 국가가 고소득층으로부터 세금을 거두어들여 저소득층에게 지원함으로써 많은 상품들을 살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만들어 놓습니다. 그렇게 하면 상품의 생산능력은 소비능력을 초과하지 않으면서 계속 증가할 수 있을 것이며, 국민 대다수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한편으로는 자본가들이 더 큰 초과이윤을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최신 기술을 대규모로 도입함으로써 생산력을 끝없이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산된 대규모의 상품들을 구매하는 시장의 확대는 매우 제한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본가는 노동자의 임금을 최저한으로 인하할 뿐 아니라 기계 도입으로 해고를 증가시키므로, 소비재에 대한 수요 증대가 제한을 받기 때문이고, 자본가 스스로도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고 소비를 줄이고 축적을 확대하기 때문이며, 자본가들의 무계획적 또는 무정부적 생산으로 말미암아 산업부문들 사이의 균형이 파괴되어 어떤 생산물은 과잉이고 어떤 생산물은 부족한 상황이 나타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생산력은 무제한적으로 증대하지만, 시장은 자본-임금노동 관계에 의거한 분배와 무정부적 생산으로 말미암아 제한되어 있으므로, 정상적인 이윤을 붙여 팔 수 없는 상품들이 창고에 대량으로 쌓이면, 은행 대출을 갚을 수 없는 기업들은 도산하게 되어 공황이 주기적으로 폭발하게 됩니다. 이런 과잉생산 공황들이 1825년 이래 그 심각성은 서로 다르지만 계속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본가들은 서로 더 많으 이윤을 얻으려고 경쟁하기 때문에, 이 과잉생산 공황을 해소하여 자본가계급 전체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지도 않았으며 어떠한 방법에 합의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것은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너무 길어서 노동자들의 건강이 나빠지고 수명이 단축됨으로써 자본가계급 모두가 손해를 본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본가들이 노동일의 단축에 합의할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경향에 대해 마르크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뒷일은 될 대로 되라지. 이것이 모든 자본가와 모든 자본주의 나라의 표어이다. 그러므로 자본은 사회에 의해 강제되지 않는 한, 노동자의 건강과 수명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다. - [자본론]I(상):361
"
"
독점 자본가들은 공장·기계·화폐 등을 독점하면서 이윤을 얻을 가능성이 없는 시기와 부문에는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이리하여 경제는 침체에 빠지고 노동자계급과 일반 대중의 생활수준은 저하합니다. 생산수단과 노동자 등 생산요소들은 충분하지만, 독점자본가들이 이윤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하여, 생산요소들을 조직해 생산을 개시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주민들이 기아선상을 헤매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노동자계급과 일반 대중이 들고일어날 소수 독점자본가의 재산을 빼앗아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를 끝장내게 됩니다.
마르크스는 단순상품생산 사회로부터 자본주의 사회가 형성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에 비해, 자본주의 사회로부터 자개연(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훨씬 짧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전자에서는 소수의 횡령자가 수많은 소경영자들을 수탈해야 하지만, 후자에서는 거대한 인민대중이 소수의 대자본가를 수탈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소수의 영주나 대토지소유자가 사회 전반에 가득한 자영농민들로부터 토지와 도구를 빼앗고 무산계급이 된 이들을 도시로 내쫓아 임금노동자가 되게 하는 데는 엄청난 폭력과 시간이 걸렸지만, 이미 주식회사에 불로소득자인 주주에게 주식을 포기하게 함으로써 대주주인 소수 독점자본가들의 재산을 빼앗는 일은 시간이 거의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
--------------------------------------------
목차
서문
[자본론]에 대하여
1 자본주의 사회는 사라지지 않을까?
인류의 경제와 사회는 계속 변화한다! │ [자본론]은 자본주의 사회가 경제적으로 어떻게 발전하는가를 이야기한다 │ 사회를 올바로 파악하는 유물사관 │ 경제 현상의 분석과 설명: 현상과 본질은 다르다
2 상품, 화폐, 자본
상품의 가치 │ 화폐 │ 노동력이라는 특수한 상품 │ 잉여가치의 원천 │ 잉여가치를 증가시키는 방법 1 - 노동시간을 연장한다 │ 잉여가치를 증가시키는 방법 2 - 노동자의 생활비를 값싸게 한다
3 노동생산성의 향상과 자본의 축적
생산력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본 자본주의 │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협업 │ 두 라면 회사 A와 B 사이의 경쟁은 ‘초과이윤’을 얻기 위한 것 │ 기계 그 자체와 자본가가 기계를 사용하는 방법 │ 자본의 축적
4 실업자의 형성과 자본-임금노동 관계의 유지
자본가는 실업자를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 실업자는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지렛대 │ 실업자 통계 │ 실업자를 제거하는 방법
5 자본주의적 축적의 역사적 경향
[자본론] 1권의 마지막 장: 33장 [근대적 식민이론] │ 인류 사회의 발전 단계 │ 자본주의 사회가 새로운 사회로 옮아가는 과정 │ 자본주의적 축적의 역사적 경향
6 자본의 유통과 자본의 가치 증식
자본의 운동 형태 │ 자본의 회전시간과 이윤율 │ 고정자본과 유동자본
7 1년 동안 생산된 상품들은 누가 구매하는가?
상품이 제값에 팔리지 않는 경우 │ 자본가들이 공급하는 1년간의 생산물은 누구에게 팔리는가? │ 확대재생산을 위해서는 연간 생산물이 어떻게 판매되어야 할까?
8 평균이윤율의 형성과 이윤율의 저하·상승 경향
산업자본의 연간이윤율 공식 │ 산업자본가들 사이의 경쟁과 평균이윤율의 형성 │ 평균이윤율의 저하 경향과 상승 경향 │ 이윤율의 저하·상승 경향과 공황
9 상업자본과 금융적 자본
역사적 분석과 논리적 분석 │ 상업자본과 상업이윤 │ 금융적 자본과 이자·배당·투기 이윤
10 토지소유가 낳는 지대
지대: 토지 사용료의 자본주의적 형태 │ 차액지대 │ 절대지대와 독점지대 │ 토지 가격과 농업의 자본주의화
보론 [자본론]이 예견한 세계대불황
참고문헌 │ 찾아보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힘이 정의다][독서][세계관]"법령과 황금률은 노예와 바보에게 차꼬를 채우느라 만든 것이다." (0) | 2017.02.17 |
---|---|
[8일째 매미][소설][영화][드라마] 납치범을 엄마로 아는 아이 (0) | 2017.02.15 |
성장에 익숙한 삶과 결별하라 - 저성장 시대 대비법 (0) | 2016.08.22 |
시는 노래처럼 - 대중가요와 함께한 58편의 시 이야기 (0) | 2016.04.09 |
풀이 좋아 - 갖고 있으면 유용한 들풀 도감 (0) | 2016.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