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노래처럼》은 사람들이 보통 멀게만 느끼기 쉬운 시를 대중가요에 빗대 쉽게 설명하면서도 시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핵심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책에는 저자가 대중가요와 함께 비교하거나 떠올린 58편의 시가 소개됐다. 책에 언급된 시인과 대중가요 아티스트도 고은, 신경림, 이재무, 김수영, 서정주, 맹문재, 이윤학, 함민복, 조용필, 김태원, 아이유, 이소라, DJ DOC, 십센치, 넬 등 폭넓고 다양하다.
저자는 우리가 어떤 노래는 가사가 마음에 들어서, 어떤 노래는 멜로디가 마음에 들어서 좋아할 수 있듯이 시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어떤 시는 리듬 때문에, 어떤 시는 의미 때문에 좋아할 수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시 전체가 아니라 단지 몇 구절 때문에 그 시를 좋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시를 노래처럼 감상하면서 유의할 다섯 가지를 기억해 두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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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시는 소리 내어 읽어야 한다.
둘째, 노래의 1절, 2절, 후렴과 같은 부분을 시에서도 찾아보라.
셋째, 내 얘기인 듯 들리는 노래가 있는 것처럼, 시를 읽을 때도 화자의 입장이 돼 보라.
넷째, 노래를 듣다 보면 인상 깊은 부분이 있는 것처럼, 시에서도 그런 부분을 찾아보라.
다섯째,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가 다양한 것처럼, 시가 좋은 이유도 다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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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통 시를 어렵게 느끼거나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저자는 시와의 첫 만남이 잘못된 데서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를 끼울 수 없다. 우리나라의 입시 위주로 정해진 답만을 유도하는 방법의 시 공부가, 사람들이 대중가요를 즐기듯 시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빼앗고 시에서 사람들이 멀어지게 만들었다는 게 저자의 평가다.
저자는 풀이 과정이 달라도 답은 하나가 되는 수학과 달리 시는 해석 방법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런 면을 무시하고 하나의 답만을 강요하기 때문에 일찍이 시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게 만들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다만, 그 나름의 해석에는 시를 어떤 관점에서 보았는지가 설명돼 있어야 한다. 만약 그러한 설명도 없이 자신의 해석이 옳다고 우긴다면, 그것이 적절한 해석인지 누구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를 노래처럼 즐기라'고 말하는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가 말하는 적절한 해석이 무엇인지, 또 그러한 적절한 해석을 위한 도구들과 방법, 틀에든 어떠한 것들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조용필이나 DJ DOC, 아이유와 같은 대중가요 아티스트와 함께 언급된 58편의 시가 바로 그러한 길라잡이 역할을 해준다.
모방론, 표현론, 효용론, 존재론, 화자, 어조, 은유, 환유, 상징, 아이러니, 역설, 객관적 상관물....
시나 문학 작품과 관련한 다양한 해석을 위한 관점이나 방법과 관련한 용어들이다.
이 책에 모두 소개돼 있고, 올바른 시 해석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지만 하나도 몰라도 상관없다. 그저 아무런 준비 없이 대중가요를 즐기는 사람들처럼 이 책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고은, 신경림, 이재무, 김수영, 서정주, 맹문재, 이윤학, 함민복.... 대중가요와 함께 실린 다양한 시인들의 시를 그저 따라 읽기만 하면 된다.
이처럼 《시는 노래처럼》을 따라 읽다 보면 저자가 대중가요에 빗대 설명하고 있는 시와 위의 문학 용어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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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 현대시를 전공했다. 정지용 시에 나타난 자연 인식 연구로 석사학위를, 백석 시에 나타난 음식의 의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너무나 익숙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작은 것들, 근대의 물결 속에 묻혀버린 우리 것들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백석의 맛》, 《에로 그로 넌센스 ― 근대적 자극의 탄생》, 《이상 문학 연구의 새로운 지평》(공저) 등의 책을 펴냈고. 서울대학교. KAIST 등을 거쳐 지금은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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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시와 닮은 것들
첫 실패는 첫 깨달음이다
시는 수학과 다릅니다
시는 사진과 비슷합니다
시는 노래를 닮았습니다/ 밥의 힘, 시의 힘
2장 그들이 ‘카레’를 발견해낸 것처럼
강아지가 사람을 발견하다/ 마법사가 된 시인
열매에 관해 처음으로 묻다
평행선에 얽힌 두 개의 진실
3장 서정시는 아이유다
백배 더 맛있게 사과를 먹는 법
‘아이유’가 된 시인/ ‘아이유’의 신화와 역사
먹어서, 번져서 ‘아이유’ 되기
4장 시와 감정, 99퍼센트의 초콜릿
속으로 흘리는 눈물이 더 슬프다
미안하다, 밥만 잘 먹더라/ 욕설과 예술의 경계
99퍼센트 절망의 맛
5장 줏대가 아니라 잣대가 필요하다
읽기 두려운 시들/ 다양한 해석의 함정
시대에 짓눌린 풀, 시대를 잘못 만난 강
잣대가 있어야 줏대가 생긴다
6장 은유는 심장도 춤추게 한다
희망이 모자란 세상은 없었다
비유가 필요한 까닭/은유는 수수께끼다
은유는 힘이 세다
7장 실패한 사랑은 환유를 남긴다
몸값과 마음 값/ 사랑이 쉽게 잊히지 않는 까닭
내 것이 아닌 삶들/ 은유적 삶과 환유적 삶
8장 DJ DOC와 운율을
새것이 없으므로 새로워질 수 있다
랩을 알면 운율이 보인다
운율이 만들어내는 효과
자연의 리듬을 닮은 운율
9장 나는 화자다
긍정 속에서만 새 길이 열린다
시인과 화자가 다른 이유
길을 선택할 때는 신중하게
10장 목소리에도 ‘느낌 있다’
빛이 있다는 것은 어둠도 있다는 것
가수가 되려면 톤(tone)이 좋아야 한다는데
내게 하는 말, 네게 하는 말/너의 목소리가 들려
11장 다방 커피와 아메리카노
곡선으로 날고 직선으로 추락한다
‘이미지 메이킹’하는 시인
이미지를 떠올리면 주제가 보인다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이미지
12장 ‘19’와 상징들
앞으로 가는 뒷걸음질
상징의 효과와 상징 비틀기
저울이 상징하는 어떤 삶
13장 엇나갈 수밖에 없는 말들
집, 룸, 홈의 차이
바나나 먹으면 나한테 반하나
짜장면이 싫다던 어머니의 발톱
반어를 만들어내는 사랑
14장 역설, 모순 너머의 진실
채송화처럼 납작하게 운다는 것
진실을 말하는 또 다른 방식
아름다운 것들의 진실/ 가을에 발견하는 진실
15장 달빛으로 말하기
기다림이 남아 있는 곳
김태원이 시적인 까닭
말하는 대신 보여주리라/ 꽃으로 말하는 슬픔
16장 밥 먹듯이 즐기는 시와 노래
젊음은 달관하지 않는 것이다
십 대들이 시와 노래에 민감한 이유
시와 노래는 밥이다/위대하고 거룩한 밥과 시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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