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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글쓰기][카피] 『1초에 가슴을 울려라』, 카피 전문가의 실전적 조언

by 노지재배 2020.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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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는 책은 『1초에 가슴을 울려라』 다. 부제는 「백 마디 말보다 한 줄 글로 상대를 설득시키고 싶은 당신의 글쓰기 전략」이다. 

이 책은 카피라이터, 작가, 교수 등을 거친 작가가 쓴 글답게 짧은 문장 안에서 펼칠 수 있는 갖가지 묘미를 다루고 있다.  


곧 글쓰기 책이라고는 하지만, 글쓰기 하면 흔하게 떠올리는 글감 찾기, 얼개 짜기, 서술과 서사 방법, 논증 등의 딱딱한 이야기들과는 거리가 있는 책이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현업 광고 카피라이터를 지낸 작가가 펼쳐내는 60여 가지의 기술들은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실용적이다. 글쓰기에 관심이 없는 독자들이라 하더라도 다양한 표현 기술을 쉽게 익히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1초에 가슴을 울려라
국내도서
저자 : 최병광
출판 : 헤리티지 201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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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에 가슴을 울려라



특히, 광고 카피를 오랫동안 쓴 작가의 책이어서 한 문장 한 문장의 광고 카피 안에 독자를 어떻게 설득하고, 감동을 주고, 여운을 남기는지 각 장마다 콕 집어 설명을 이어나가고 있다. 

글쓰기를 고민하는 이라면 한 번쯤 일독할 만한 책이다. 더 나아가 직접 사서 두고두고 펼쳐보며 문장을 다듬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책이라고 하겠다. 

특히, 30년간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수많은 광고를 창작한 저자다. 대표 카피로는 ‘빨래 끝(옥시)’, ‘힘 좋고 오래갑니다(로케트 배터리)’, ‘대한민국 국민은 침대과학에서 주무셔야 합니다(에이스침대)’ 등의 히트 카피를 들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역작들이다. 이런 광고 카피를 쓴 저자의 내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앞서 얘기했듯이 이 책은 광고 카피와 같은 한 문장 한 문장의 짧은 글에 글쓴이가 강조하거나 독자를 설득하거나 감동을 주는 다양한 방법을 다루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호칭을 붙이거나 대상을 한정하라, 문화나 역사 등 다양한 예시들을 이용하라, 감각을 자극하라, 비유를 하라, 감성에 호소하라, 표현 기교를 부려라 등이다. 

그러나 정리하자면 모든 작법과 작문의 법칙을 꿰뚫는 하나의 법칙이 있다면 '구체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1초에 가슴을 울릴 수 있는 문장 표현을 위해 '구체화'에 신경 쓰라는 조언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호칭을 붙이고, 대상을 한정하고, 역사나 문화, 문학 속의 예시나 인물을 활용하고, 속담이나 격언을 활용하고, 숫자를 사용하고, 반복적인 리듬을 사용하는 것 등 책에 나오는 많은 법칙들은 실상 '일반화'가 아닌 '구체화'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1초에 가슴을 울려라 CD:1
국내도서
저자 : 최병광
출판 : 석세스티브이(북리슨) 201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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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병광

최카피연구실 대표이자 목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언론홍보대학원, 청운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 프리랜스 카피라이터/컬럼니스트. 숙명여자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광운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월드컵 홍보자문/이데아 고문/상암기획 리뷰위원, (주)거손 제작위원/(주)동진프로덕션 기획위원 역임

30년간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수많은 광고를 창작했으며 ‘빨래 끝’(옥시), ‘힘 좋고 오래갑니다’(로케트밧데리), ‘대한민국 국민은 침대과학에서 주무셔야 합니다’(에이스침대) 등의 히트 카피를 제작했다. 

저서로는 『공짜 성공은 없다』『카피와 카피라이터』『광고이야기』『광고 따져보기』『가치갈등 분석』 『최카피의 네이밍 법칙』『최카피의 워딩의 법칙』등이 있다. 




■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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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02 모짜르트, 바흐, 비틀즈 그리고 너를 사랑해 

'비틀즈의 법칙' 
말과 글은 진실성이 최고. 하지만 진실 하나로는 안 되는 세상에선 그 위에 세련미라는 장치를 더해 주어야 한다.

(...) 잊으면 안 될 것이 있다. 연인의 심장에 반영구적으로 꽂혀서, 행여 훗날 내가 몇 번의 실수를 하게 되더라도 이 말 한마디를 회상시키는 것만으로 웬만한 잘못을 용서받을 수 있을 만한 효력을 발휘하려면, 약간의 응용력을 수반해야 한다는 것을, 연애 영화의 고전적 텍스트라 할 만한 '러브스토리'의 여주인공 제니의 대사는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모차르트, 바흐, 비틀스, 그리고 너를 사랑해 He Morar, Bach, Reitles and you."

이 얼마나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사랑 고백인가! 이 문장 하나로 '너'는 모차르트와 바흐, 비틀스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게 되었다. 전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그들처럼 나에게는 네가 완벽한 음악이자 예술이라는 것을 이처럼 닭살 돋지 않게 표현해 낼 수 있다면 어느 누군들 넘어오지 않을 수 있으랴. 물론 영화에서처럼 "그중에서 누구를 제일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이 되돌아온다면 알파벳 순서 정도로 가볍게 되받아쳐 줄 재치가 있어야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이미 연인의 얼굴엔 순위와 상관없는 행복의 미소가 역력한걸. 아직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 될 사랑고백을 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둘 워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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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05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베르테르의 법칙'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는 그 개념을 대표하는 단어 하나를 찾아라. 잔인하게 슬픈 사랑의 대표자인 베르테르처럼.

목련꽃이 피었다. 목련꽃은, 핀다기보다는, 부풀어 오른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입술을 내밀 듯이 뾰족하게 봉오리를 맺고 있다가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바닐라 아이스크림처럼, 하얀 목화솜처럼 둥실 부풀어 올라있다. 그런 목련꽃을 보면, 절로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부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박목월 시인의 시에,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 작곡가 김순애 선생이 곡을 붙인 '사월의 노래'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매년 목련꽃이 필 때면 많은 사람들이 즐겨 부르고 또 즐겨 듣곤 한다. 그런데 사실 이 노래 가사는 첫 행에 모든 무게중심이 있다. '편질 읽노라'에 맞춰 각운 방식으로, 피리를 부노라, 배를 타노라...... 라고 나열되어 있긴 해도, 피리나 배가 베르테르의 편지 한 장의 서정성을 따라가지 못한다. 덕분에 이 노래를 꽤나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의 다음에 이어지는 가사를 쉽게 외우지 못한다.
왜 하필 베르테르의 편지일까? 너무나 슬프고도 감동적이어서 소설이 발표됐을 당시 수많은 청춘남녀들이 주인공 베르테르처럼 권총 자살을 했다는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베르테르의 편지'가 무슨 사연을 담고 있는지를 알 것이다. 베르테르는 그가 사랑하는(그러나 다른 남자의 약혼자인!) 롯데에 관한 이야기를 편지로 자신의 절친한 친구에게 구구절절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 노래 속에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고 있는 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을 호소하는 가엾은 친구를 둔 제삼자일 수도 있고, 연모의 대상인 롯데 자신일 수도 있다. 노래 2절에선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라고 했으니 어쩌면 사랑의 열병에 빠진 당사자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는 그 직접 경험성에도 불구하고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보다 가슴에 와 닿는 감동이 훨씬 무디다. 백 마디의 긴 사연보다, 사랑의 열정적인 실패자를 대표하는 '베르테르'라는 단 한 마디의 힘이 크기 때문이다. 목련꽃 활짝 핀 4월의 서정은 즐겁고 발랄하기보다는 허전하고 애달프다. 

(...) 우리는 왜 이렇게 감정이나 생각을 대표하는 단어에 더 공감을 하는 것일까? 우리가 주로 쓰는 단어는 대개 추상어다. 추상어보다는 구체어가 더 공감을 주는 말이나 글이 된다. 그러므로 구체어로 표현을 잘하는 사람이 더 설득적인 표현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구체어 중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대상을 찾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랑을 표현하는 꽃은? 그건 장미다. 그러므로 사랑보다는 꽃이 낫고, 꽃 중에서 장미가 주로 표현되는 것이다. '난 너에게 장미꽃을 선물하고 싶어.'라고 한다면 상대방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싶다는 의미로 이해가 된다. 사랑을 표현하는 행위는 무엇이 있을까? 달콤한 키스를 떠올릴 것이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키스라는 단어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노예를 해방시킨 대통령이라면 링컨을 떠올린다. 링컨이라는 말만 들어도 그 사실을 연상한다. 또 원수 집안의 딸을 사랑하여 비극을 맞이한 주인공으로 로미오를 연상한다. 그러므로 비극적인 스토리를 나열하기보다는 로미오 한 마디로 그 모든 걸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로미오가 되었다.'라고 만해도 어떤 상황인지 가늠이 되는 것이다.
이순신, 세종대왕, 박정희, 소크라테스, 오바마 대통령, 조용필 같은 유명 인물을 활용할 수도 있고,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을 들먹일 수도 있으며, 꽃이나 동물, 지명, 음악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런 방법을 적극 활용해 보라는 것이다. 구구절절 설명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워딩이 된다. 이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기 나름대로의 사전을 만들어도 좋다. 구체적인 대상과 이의 의미를 표현한 자기만의 사전으로 만들어 두고 활용해 보라. 100개만 만들어도 훨씬 탁월한 워딩이 가능해진다.

회사를 그만두고 소크라테스의 삶을 생각했다. 
그녀가 떠나가자 나는 불현듯 선운사로 가고 싶었다. 너를 생각하며 밤마다 모차르트를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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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12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의 법칙' 
그리고 라니. 앞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무런 설명 없어도 드라마틱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 '라디오만한 영화 없고 책만한 라디오 없다'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상상력이 사람을 즐겁게 하고 끌어들이는 흡인력을 가진다. 괴테의 어머니가 어린 괴테에게 이야기의 결말을 알려주지 않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는 것은 작금의 우리 아이들 교육에도 활용해 볼 만하다. 지식보다 상상력이 아이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테니까 말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워딩을 위해서는 드라마타이즈드 Dramatized의 능력을 기르는 것이 좋다. 글에 드라마적 장치를 하면 상상력을 증폭하여 살아 있는 워딩을 할 수 있다. 제목을 만들 때에는 가능한 한 드라마타이즈드 방식을 택해라. 그것은 글의 앞뒤에 독자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단어를 집어넣는 것으로 쉽게 가능해진다. '그리고', '왜', '그 후', '마침내' 같은 단어를 활용해 볼 수 있겠다. 문장 끝에는 말줄임표나 쉼표를 넣거나 질문을 던져도 좋다. '~이다', '~라는' 종결어미를 쓰지 않고 '~하는', '~하고' 등을 활용해서 의미를 함축하거나 생략의 묘미를 시도해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면 '마침내 우리의 입술 사이에는 거리가 없어졌다.......' 그다음 상상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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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14 산 자여 따르라

'산 자의 법칙' 
점잖은 청유형보다 강한 명령형이 기분 좋게 느껴질 때도 있다. 특히, 행동하려는 사람들은 명령형에 대한 거부감을 그다지 느끼지 않는다.

(...) 이 노래(임을 위한 행진곡)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1982년에 제작된 '넋풀이- 빛의 결혼식'에 곡이 수록되면서부터이다. 광주민주화운동 때인 80년 계엄군의 총탄에 목숨을 잃은 윤상원과 노동현장에서 젊은 생명을 바친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담은 노래였다. 이 노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만, 홍콩 등의 민권운동가들 사이에서도 애창되면서 아시아의 민중 노래로 승화되었다. 
이 노래가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명령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만약 무언가를 주창하고 정의로운 행동을 요구할 때는 주저 없이 명령형을 사용하라. 명령형 워딩은 강력한 힘을 가진다. 청유형의 점잖은 표현은 행동유발의 힘이 부족하기 쉽다. 산 자여 따르십시오.' 같은 우스꽝스러운 표현이 될 수 있다. 명령형은 폭넓게 쓰일 수 있다. 샐러리맨을 상대로 한 경우 명령형이 효과적이다. 다만 명령형이 지나쳐 기분 나쁜 표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듣는 사람이, 보는 사람이 기분 좋게 응할 수 있는 명령형을 연구하라. 또 이 경우 섣불리 형용사 등 수식어를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글 힘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기분 좋은 명령형의 워딩은 의외의 효과를 발휘한다. 광고 전단이나 홈페이지 글의 제목, 혹은 애인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오늘부터 당장 시도해 보라(이 말도 명령형이다)!

(할리 데이비슨에) 오르라. 어린이들에게는 영웅이 필요하다. 
Ride, Because Children need heroes. 
- 할리 데이비슨 광고 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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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17 Enough Is Enough

'뒤집기의 법칙' 
한 단어를 반복하여 문장으로 만들어 보라. 한 문장 안에서 같은 단어를 뒤집어 다른 의미로 쓸 수 있다면 당신은 훌륭한 문장가이다.

(...) 이 워딩(Enough Is Enough,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노래)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같은 단어를 뒤집어 반복하여 더 깊은 맛을 내는 표현의 묘미다.
삶과 죽음의 무게와 윤회의 의미를 담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 영화의 타이틀은 봄에서 시작하여 다시 봄으로 돌아온 문장으로 만들었다. 겨울에서 끝났더라면 이 영화 속에 잠재된 윤회의 느낌을 살리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 제목에서 이미 영화의 주제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에 김지운 감독이 만들어 히트를 친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The Grood. The Bad, The Weird〉도 대구의 매력을 담은 제목이다. 영화 제목이 흥행에 큰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링컨의 게티즈버그에서 행한 유명한 연설문 문장도 마찬가지다.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이 말은 14세기 성경을 영어로 번역한 존 위클리프가 쓴 문장이라고 한다. 마르틴 루터 킹도 이 말을 썼으며 링컨도 이를 인용한 것이라나.
물론 같은 단어를 반복하는 것만이 대수가 아니다. 같은 무게와 의미를 가진 문장을 반복하여 그 의미를 깊게 하는 것 역시 훌륭한 워딩이 된다.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는 의미의 영어 문장을 보라. 대구의 맛이 살아 있다.

To know is one thing, to teach is another.

이런 문장을 조금만 생각하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다음의 문장을 참고 삼아 직접 만들어 보라. 이런 연습을 자꾸 하다 보면 문장력이 확 늘어난다. 장담한다.

먹는 것과 살찌는 것은 별개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만
Stop to stop
Star is star
회담을 위한 회담은 하지 않겠다. 
선택 이전의 선택 
드라마를 능가하는 드라마 
남자다운 남자가 없다.

유사하거나 같은 무게의 단어와 문장을 반복하면 이렇게 묘미가 살아 있는 워딩이 된다. 마치 맛깔나게 만들어진 요리를 대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반복적 리듬과 심오한 의미의 만남을 시도해 보라. 어쩌면 생각도 못했던 놀라운 워딩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를
- 김승희의 시 〈장미와 가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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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21 아름다운 오해

'부적적의 법칙' 
수식어와 수식을 받는 말 사이의 '적절한' 관계는 편안하지만 식상하고, '부적절한' 관계는 위험하지만 근사할 수 있다. 

(...) 그들의 관계(클린턴과 모니카 르윈스키 등)를 부적절한 관계라고 정의한 점은 묘하고 재미있는 표현이다. 맛있는 불량식품이 아이들의 미각을 사로잡듯이, 부적절한 관계라는 표현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이 문장은 이후 전 세계에서 널리 쓰이는 문장이 되기도 했다.
문장에서도 부적절한 관계가 오히려 주목을 끌고 더 큰 감명을 주기도 한다. 이 꼭지의 제목처럼 '아름다운 오해' 같은 문장은 궁금증에서 시작하여 공감으로 이어지는 힘이 강하다. 사실 아름답다는 단어와 오해라는 단어는 짝이 맞지 않는다.

(...) 헌 짚신도 짝이 있고 사람도 짝이 있듯, 형용사와 명사도 서로 어울리는 짝이 있다. 수식하는 말과 수식을 받는 말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예측 가능성이 개입된다는 뜻이다. '달콤한'이라는 형용사만 보아도 뒤에 나올 피수식어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 대충 감이 잡힌다. '어두운'이라는 수식어 뒤에 어떤 말이 따라올지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꾸며주는 말과 꾸밈을 받는 말 사이에 등식 관계가 성립되면, 별 재미가 없다. 글이 밋밋해진다. '앵두 같은'이라고 하면 더 보나나마 '입술'이 나온다는 것을 독자들은 십중팔구 알아챈다. 글을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과감히 상식을 배반할 필요가 있다. '앵두 같은' 배꼽이 될 수도 있고, 하다못해 ‘촛불 같은 입술'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오해’

독특한 허스키 보이스로 가슴을 묵직하게 눌러 대는 가수 임재범의 노래 제목이다. 채정은이라는 감각 있는 작사자의 솜씨인데, 이 제목이 그저 밋밋하게 흘러가지 않고 마음에 와서 얹히는 이유는 '아름답다'와 '오해'라는 두 단어 사이의 부등식 때문이다. '오해' 라면 '바보 같은', '부질없는', '엉뚱한'...... 이런 유의 수식어를 앞세워야 하지 않는가? '아름다운'이라면 '사랑', '꿈', '추억'...... 이 정도의 명사가 따라붙어 줘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아름다운 오해라니!
형용사와 명사 사이의 이 부적절한 관계로 말미암아, 이 노래 제목은 식상함을 벗어던지고 제목으로서의 힘을 획득한다. 이 경우, 형용사는 단순히 뒤의 명사를 수식하는 보조적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만약 영어문장을 읽듯 이 두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에 억양 표시를 하자면, 오해라는 명사에 찍히는 악센트와 아름답다는 형용사에 찍히는 악센트가 대등할 것이다. 두 단어는 서로 반대방향으로 끌어당기는 줄다리기처럼 동일한 힘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러기에 맥없이 늘어진 문장이 아니라 힘 있는 문장이 된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워딩도 이와 같은 예문이다. '결혼은 근 사한 일이다', '결혼은 행복한 일이다'가 아니라 인생 중대지사인 결혼을 두고 불경스럽게도 '미친 짓'이라고 선언해 버리는 이 과감성. 독자들이 단박 주목할 수밖에 없다.

《즐거운 불편》 소비사회를 넘어서기 위한 한 인간의 자발적 실천 기록이라는 부제가 달린 후쿠오카 켄세이의 책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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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25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도끼의 법칙' 
멋진 속담 하나 들이대는 것이 백 마디 말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 속담을 적극 활용하라.

(...)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우리는 흔히 이 속담을 친구나 연인에게 배신당했을 때 사용한다. 영어로는 Trust makes way for treachery. 신뢰는 배신을 위한 길을 만든다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런데 배신에 왜 도끼가 등장했을까? 예로부터 도끼는 생활 속에 늘 사용한 것이므로 사람들이 도끼를 잘 알 고 있었다는 데서 이 속담이 나왔을 것이다. 도끼는 편리한 도구이면서 무서운 무기도 될 수 있는 데서 이 속담의 구성이 완성되었을 것이다. 또한 도끼를 평소에 잘 관리하지 않으면 도끼가 자루에서 빠져 결국 자신을 다치게 할 수 있으니, 평소에 친구나 거래처 등을 잘 관리하라는 교훈도 담고 있다.
이것과 비슷한 속담에는 '내 밥 먹은 개가 발뒤축을 문다.', '삼 년 먹여 기른 개가 주인 발등 문다.'가 있으며 한자숙어로 호랑이를 길러서 근심을 가진다는 뜻의 '양호이환' 등이 사용된다. 도끼, 발등처럼 구체적인 표현이 역시 오래가는 말과 글이 된다.
아포리즘aphorism이라는 것이 있다. 살아가면서 얻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함축적으로 표현한 글을 말한다. 흔히 속담이나 격언 등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차이가 있다. 속담이나 격언은 널리 알려져 있는 말로서 그것을 만든 작자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아포리즘은 작자의 고유한 창작물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아포리즘이란 말이 처음 사용된 것은 히포크라테스의 책 '아포리즘'이었다. 아포리즘은 질병의 증세와 진단, 치료법과 약품에 대한 내용을 서술한 책인데, 이 책의 서두에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말이 있다. 라틴어로 '아르스 롱가 비타 브레비스 Ars longa, Vita brevis'라고 하는데 여기서 예술은 예술이 아니라 의술을 의미한다고도 한다. 이것이 맞는다는 주장이 설득적이다. 히포크라테스가 살았던 시절에는 의술은 예술과 기술이 합쳐진 분야였을 테니 말이다. 여하튼 이 말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아포리즘이다.
셰익스피어가 그의 작품에서 말한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이니라' 같은 문장이나 파스칼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라고 한 것들이 많이 알려진 아포리즘의 사례다.
현대의 광고 카피에서 아포리즘적 표현이 많이 응용되고 있다. 주로 삶의 가치나 인간의 규범 같은 것을 표현하면서 제품이 갖고 있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경우이다. 커피 광고에서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라고 하는 것이 그런 예이다. (...)

‘청바지와 정장은 동등하다', '사람을 향합니다' 같은 카피도 새로 탄생한 아포리즘적 표현이다. 한 줄의 카피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그 속에 삶의 가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있는 속담과 아포리즘을 활용하는 것도 좋고 기존의 속담이나 아포리즘과 우리 주위에 있는 사물들을 응용하여 자신만의 아포리즘을 만들어 보면 더욱 좋다. 그렇게 된다면 당신은 대단한 워딩의 창조자가 될 것이다.

내일과 다음 생 중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알 수 없다.' - 티베트 속담 
'진심이 짓는다' - 아파트 광고 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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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26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예술의 법칙' 
대립된 개념을 활용한 워딩은 강하고 명쾌하다. 명언을 만드는 비결도 그 안에 있다. 

(...) 준비만 하다가 죽기에는 인생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 버린다. 준비를 하는 것도 좋지만 그러다 보면 현재는 없고 과거와 미래만 남는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은 학생들에게 일갈한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라틴어인 이 말은 '현재를 즐겨라' 혹은 '현재에 충실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과거는 이미 지난 것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니 우선 현재에 충실하고 현재를 즐기라는 것인데, 미래를 준비하며 사는 것을 인생의 가치관으로 삼은 사람도 있고 현재를 즐기며 사는 것을 더 중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느 쪽이든 우리 인생은 짧다. 그러나 예술은 길다. 영원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모두가 예술가가 되어서 불멸의 작품을 남길 필요는 없다. 자신의 인생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보면 마음이 느긋해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처럼 대구 형식의 말은 이해가 쉽고 기억이 잘 되는 워딩이라는 것이다. 특히 대립되는 개념을 도입해서 대구로 표현하면 훌륭한 워딩을 만들 수 있다. 간단하게 생각하자. 다음 예처럼..

'기억은 짧고 메모는 길다.'

사람도 대립관계일 때 오히려 서로에게 포지셔닝을 해 주므로 둘 다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대립관계로 있었던 인물은 수없이 많다. 잘 알려진 예로 우리나라의 이순신과 원균은 유명한 대립관계로 살았다. 소설과 드라마, 영화에서도 대립관계는 스토리 흐름의 기본이다. 대립관계가 없으면 긴장감이 없고, 긴장감이 없으면 극의 구성이 성립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대립관계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작품인 햄릿의 대립 문장을 보자.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잘 알려진 이 부분은 햄릿의 갈등을 잘 표현한 명문장이다.

To be, or not to be : that is the question :
Whether 'tis nobler in the mind to suffer
The slings and arrows of outrageous fortune,
Or to take arms against a sea of troubles, 
And by opposing end them? To die : to sleep ;

물론 대립은 사람 간의 대립일 수도 있고 한 사람의 심리적 대립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특히 우리 마음속에 잠재된 가치를 갈등을 일으키는 대립관계로 구성하면 흥미롭고 설득적인 상황이 된다. (...)

노트에 상대적인 개념을 여러 가지 메모해 보라. 언젠가 그것을 활용하여 남들 앞에서 멋진 명언 한마디를 남길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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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27 Rome was not built in a day

'로마의 법칙' 
숫자를 문장에 넣어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고 의미를 강화할 수 있다.

'하루아침'이란 표현은 정말 하루아침의 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니다. 짧은 시간' 혹은 '쉽게'라는 말 대신에 구체적인 시간을 표현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작심삼일作心三日이 꼭 3일을 뜻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그것을 두고 거짓말이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시나 소설 같은 문장이나 광고 카피의 문장에서 이런 과장을 받아들인다. 포괄적인 세계를 표현하고 또 이를 받아들이는 정신능력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우리가 정신능력으로 상상할 수 있는 범주에서 이루어진 표현은 수용할 수 있다.
이렇게 약간은 과장된 혹은 축소된 시간 개념을 문장에 적극 도입하면 서술적인 표현보다 말과 글에 탄력이 생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 우리 속담
一死五利일사오리 - '하나가 죽어서 다섯 가지 이롭다.'는 말로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한자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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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31 인간은 빵으로 살 수 없다

'빵의 법칙' 
기대하고 있는 것을 과감하게 배반하라.
허를 찌르는 기가 막힌 반전이 있는 삶과 글이란 얼마나 통쾌한가.

이 말은 예수가 한 말이다. 육체적인 생명만이 아니라 정신과 영혼의 영원한 생명을 얻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

인간이 정말 빵만으로는 살 수가 없다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터일 것이다. 
프란체스코라는 사람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게 두 쪽의 빵이 있다면 그 한쪽을 히아신스로 바꾸리라.' 꽃 한 송이와 기꺼이 바꿀 수 있는 고상한 정신은 인간이 아니고서야 어떤 짐승이 가질 수 있으랴. 동물과 인간의 다른 점은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여하튼 예수의 이 말을 일본의 어느 버터 회사는 절묘하게 인용했다.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 - 예수, 오, 예스! 버터가 있어야죠!

기발한 착상이 아닐 수 없다. 예수가 말한 빵을 정말 빵으로 하여 거기에 버터를 발라먹어야 맛이 있다는 주장은 애교스러운 문장이다. 빵에다 버터를 발라야 제 맛이라는 주장을 통해 자신의 버터를 팔아먹으려는 지극히 상업적인 표현이지만 재미있다. 재치가 느껴진다. 빵에서 시작하여 고상한 정신세계를 상상하는 순간에 버터라는 전혀 다른 물질로 허를 찌른다. 입맛이 쓴 것이 아니라 통쾌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이 워딩은 맛깔스러운 표현이 되었다.
아포리즘 phonm은 속담, 격언, 명언이나 혹은 이를 만들어 내는 사람을 말한다. 아포리즘을 인용하는 것은 그것이 갖고 있는 기존의 의미를 활용하거나 반전의 묘미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순히 의미만 차용하는 것보다는 버터 회사 워딩처럼 절묘한 반전을 노리면 기가 막힌 워딩이 될 수 있다. 우선 아포리즘을 잘 알아 두는 것이 중요함은 물론이다.

오래된 폭스바겐은 결코 죽지 않는다.

폭스바겐의 광고 중에 이런 것이 있다. 폐차된 차체로 햄버거 가게를 하고 있는 사진을 보여 주고는 맥아더 장군의 말을 인용하여 이렇게 카피를 쓴 광고.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장군의 말이 이렇게 응용되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는 말은 1951년 맥아더 장군이 52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퇴임하는 자리에서 행한 연설의 한 부분이다. 이 문장은 원래 당시 웨스트포인트의 사관학교에서 유행한 곡의 가사라고 한다. 물론 원래의 가사와 맥아더 장군의 말은 그 뉘앙스가 다르지만. 이 문장이 가지는 반전의 표현이 있어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반전이 있어야 더 흥미를 가진다. 반전이 없고 맹물 같은 흐름이라면 하품을 하게 된다. 유명한 영화는 대개 멋진 반전이 있다. 그것을 우리는 원한다. 이런 심리가 워딩에서도 유용한 것이다. 길지 않은 문장의 말미에 반전이 있으면, 우리는 유쾌하게 그것을 받아들인다. 그런 워딩을 만들면 당신의 재치는 돋보이고 당신의 워딩은 설득력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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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33 월인천강月印千江

'천강의 법칙' 
숫자의 단위가 커지면 사람들은 흔히 '셀 수 없이 많은'이라고 말해 버린다. 이때 백, 천, 만의 단위를 이용하여 구체적인 숫자의 힘을 발휘해 보자.

(...) 〈용비어천가>와 함께 한글로 표기한 최고最古의 작품인 〈월인천강 지곡〉은 석가의 생애를 소설적인 구조로 서사화한 것이다. 그런데 부처의 공덕을 기린다는 의미인 '월인천강'은 원래 무슨 뜻일까? 월인천강은 '달은 천 개의 강에 비친다, 즉 달은 하나지만 모든 강에 다 비치듯이 부처는 하나지만 모든 사람의 마음에 있다'는 의미이다. 강가를 거닐면 달이 자꾸 나를 따라온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나만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다 그렇게 된다. 달은 나지만 모든 사람에게 동행이 되는 것이다. 월인천강, 절묘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이 한 줄의 말이 불교의 정신을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다.(...)
강릉에 가면 달이 다섯 개인가 여섯 개인가. 경포대에서 바라보는 달은 다섯 개라고 한다. 하나는 하늘의 달이요, 둘은 호수의 달, 셋 은 바다의 달, 넷은 술잔 속의 달, 그리고 마지막 다섯은 임의 눈에 비친 달이라고 한다. 그랬더니 어떤 이가 시비를 걸었다고, 너의 임 은 애꾸눈이냐? 눈이 두 개니 달은 여섯 개라고 했다나.(...)
여기서 '천'은 꼭 천 개의 강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강을 의미한다. 우리말에서 '백 배 낫다'고 하면 꼭 백 배가 아니다. 엄청나게 낫다는 것을 나타낸다. '온 사람'이라고 하면 모든 사람을 의미하는데, ‘온'은 백의 우리 고유어이다. 천군만마라고 하면 수많은 군사와 군마를 말한다. 천만의 말씀, 천만뜻밖 등의 말도 이와 같다. 천추의 한이라고 한다. 평생 잊지 못할 한을 말한다. 천추는 천 번의 가을, 즉 천년을 말한다. 영원한 세월을 표현한 말이다.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한 사람을 도와준다는 뜻으로 십시일반十匙日飯은 열 숟가락으로 밥 한 그릇을 만든다는 말이다. 우리말에서는 백과 천 혹은 만의 수로 많은 것을 나타내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만세!라고 소리 지르며 팔을 들고 감탄사를 외치는 것도 이 기쁨과 현재의 만족감을 만 년 동안 이어가자는 의미로 시작된 것이다. 만년을 살  수는 없지만 오래오래 누리고 싶은 마음을 마음껏 표현하는 것이다. 

칠전팔기七顚八起란 말은 꼭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일어나야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여러 번 실패해도 굽히지 않고 다시 일어날 때 쓰인다. 칠전팔기는 옛이야기에서 비롯된 고사성어는 아니고 중국에 서는 쓰이지 않는 사자성어이다. 고사성어로는 백절불요百折不橈라는 유사어가 있다. 백 번 꺾일지언정 휘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칠전팔기라는 문장은 시대에 따라 변형되기도 했다. 한때 4전5기란 말이 있었다. 1977년 11월 26일 권투선수 홍수환은 헥토르 카라스키야를 3회 KO로 이겨 WBA 주니어 페더급 획득에 성공했는데, 이 경기에서 그는 3회까지 4번의 다운을 당했으나, 포기하지 않고 결국 KO로 이겨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했다. 네 번 넘어진 후 역전의 승리를 했기에 4전5기란 말이 인구에 회자되었다. 영어에서도 과장된 숫자를 통해 많다는 뜻을 강조하는 건 마찬가지다. a thound 혹은 a thound and one이라고 하면 '수많은, 무한'이라는 의미이다. thousand thanks라고 하면 천 번 감사하다는 의미에서 '대단히 감사합니다'의 뜻으로 해석된다.
수없이 많다는 표현을 할 때는 백이나 천, 만 등의 숫자를 활용해 보라. 너무 많이 쓰면 과장이라서 공감이 줄어들므로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숫자를 잘 이용하면 워딩의 힘이 '백 배'는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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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37 광주여! 광주여!

'광주의 법칙' 
서로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을 때는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머지는 사족.

1980년 5월, 광주. 죄 없는 학생들과 시민들이 무참하게 스러져 간 그때 우리는 광주 민중 항쟁의 진실을 풍문으로만 들어야 했다. 
그 무렵 나는 서울대학교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학교 안은 술렁이고 있었다. 교문을 통과하자 내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운 공기, 그 진원지는 어디일까? 건물 벽에 붙은 현수막을 본 순간 나는 그 자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술렁임과 억눌림, 분노가 교차되는 무겁고 묘한 분위기의 진원지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현수막 위에 휘갈겨 쓴 여섯 글자.

'광주여! 광주여!'

순간 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콧등이 시큰하고 눈이 뜨거워졌다. 친구가 올 때까지 나는 그곳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누가 저 말을 찾아내었을까? 누가 광주의 아픔을 저렇게 단 두 마디로 표현해 낼 수 있었을까? 그것은 말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부르짖음이었고 흐느낌이었다.(...)

만약 광주의 아픔을 구구절절 수식을 달아 설명하는 글이었다면 이토록 순식간에 가슴을 치지는 못했을지 모른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아픔을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직 '광주여! 광주여!'라는 두 마디만으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그 어떤 수식이나 설명도 5월의 광주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때 우리 모두는 터질 것 같은 가슴으로 뱉어 낸 저 말 앞에서 다 같이 절규했던 것이다.

부연敷衍혹은 사족蛇足이라고 한다. 굳이 알고 있는 사실을 길게 늘여 쓰면 오히려 상상력을 방해하고 힘을 떨어뜨린다. 이때 수식은 쓸모없는 방해꾼에 불과하다. 치적이 지나치면 오히려 거추장스러워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전에서 오래전에 본 표어에 이런 것이 있었다. 

'산 산 산 나무 나무 나무'

이 표어는 보기만 해도 많은 산에 많은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글자가 하나의 그림을 만들고 있다. 이렇듯 공감하고 있는 사실을 짧게, 그리고 진솔하게 표현하라. 설탕을 적당히 넣은 커피가 가장 달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첨가되는 것이 많을수록 본래의 맛은 사라진다. 스스로 감정을 억재함으로써 가장 강렬하게 전달되는 메시지, 그것이 바로 한 줄의 워딩이 갖는 임팩트Impac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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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38 그대의 찬 손

'찬 손의 법칙' 
영화나 연극, 음악 등이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거기서 느끼는 드라마를 글로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로돌프가 어둠 속에서 미미의 손을 잡는 순간 '그대의 조그만 손이 왜 이다지도 차가운가?'라면서 노래를 부른다. 미미는 그의 손에서 전해지는 따스한 체온을 느끼며 살아온 이야기를 노래로 들려준다.
파바로티가 부르는 오페라 라보엠의 아리아 〈Che gerida manima그대의 찬 손〉, 푸치니가 작곡한 이 가슴 저미는 선율의 아리아를 나는 즐겨 듣는다. 하도 많이 들어 CD에 흠집이 나서 음이 튈 정 도다.(...) 이 음악은 마음이 울적할 때 들으면 가슴이 더 저려 온다. 그러나 카타르시스 효과가 있다. 음악의 힘이다.(...)

이 아리아에서 영감을 얻었을까? 《젊은 느티나무》로 유명한 소설가 강신재는 1967년 《그대의 찬 손》이라는 소설을 썼다. 그리고 그 소설을 바탕으로 하여 만든 것이 1974년에 나온 영화 〈편지〉다.(...)

'그대의 찬 손'이라는 제목을 다시 한번 보라. 그대의 손이 아니라 그대의 '찬 손'이라고 했기에 이 워딩에는 드라마가 있다. 이미 알려진 제목이나 가사를 자신의 글제로 삼으면 글의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할 수 있고 드라마를 느끼게 할 수도 있다. 좋은 워딩을 하기 위해서는 아리아도 듣고 미술작품도 알아야 하고 여러 가지 공연도 봐야 한다. 영화와는 사뭇 다른 감동을 얻을 수 있다. 좋은 공연을 자주 보라. 가슴이 풍부해야지만 글이 풍부해지지 않겠는가!
오페라 토스카의 아리아 중에는 이런 제목이 있다. 이런 문장 형식을 잘 활용하면 자신의 워딩이 된다.

'별은 빛나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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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39 You are not alone

'You의 법칙' 
같은 의미를 표현하더라도 나의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은 마음을 움직이는 열쇠다.

(...) You are not alone.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고 속삭이듯 부르는 노래. 이 부분을 나는 좋아한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고 하는 것은 내가, 우리가 너의 곁에 있다는 걸 의미한다. 주어는 너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우리가 존재한다는 걸 내포하고 있다. 

같은 내용이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표현한다면 좀 더 감동을 줄 수 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주마'가 아니고 '너는 무엇을 받을 수 있을 거야'라는 형식으로 표현해 보라. 그러면 상대방의 마음이 조금 더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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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43 돌아오는 당신이 최고의 선물

'당신의 법칙' 
워딩에 있어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상대방의 마음 밭에 씨를 뿌리면 마케팅도 연애도 저절로 성공한다. 

(...) 어느 기차역. 어여쁜 소녀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밤은 깊어가고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그러나 빨간 외투를 입은 소녀는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사랑하는 남자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왜 그는 아직 오지 않는 것일까? 혹 못 오는 것은 아닐까? 초조한 마음에 기어코 눈물이 뚝 떨 어진다.
그때 저쪽 기둥 뒤에서 청년이 나타난다. 살금살금 등 뒤로 다가와서 소녀의 눈을 가린다. 놀라는 소녀. 돌아보니 사랑하는 남자가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청년의 가슴을 통통 두드리는 소녀의 눈에는 어느덧 행복한 웃음이 넘친다. 두 연인은 뜨거운 포옹을 한다. 이때 떠오르는 한 줄의 워딩.

만나는 것이 최고. 
그리고 멘트가 흐른다. '돌아오는 당신이 최고의 선물!'이라고.

사랑하는 사람만큼 소중한 선물이 어디 있을까?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더 간절한 것이 어디 있으랴. 일본의 철도회사인 JR동해는 이 광고로 연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연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게도 큰 감동을 주었다. 마케팅에서 성공한 것은 물론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 기왕이면 열차를 타고 가고 싶도록 만든 것이다. 그래서 이 광고는 사람의 마음을 자극한 감성 마케팅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고 마음이다. 마음을 움직이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마음 심心 위에 밭 전田을 놓으면 생각 사가 된다. 마음의 밭이 생각이라는 말이다. 사람의 생각을 읽고 그 생각을 조금 앞서가는 워딩을 할 수만 있다면 뭐든지 가능하게 된다. 워딩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이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훌륭한 워딩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심리학을 공부해야 한다. 아동심리학, 청년심리학, 발달심리학, 소비심리학 등의 책을 사서 읽고 지식을 쌓는 것은 마음을 움직이는 워딩의 기초가 된다. 심리학에 관한 책들도 많이 있으니 이런 책을 읽어 두는 것이 좋다.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제어하는 원인인 동기유발motivation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과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면 더욱 설득적인 워딩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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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47 사람이 술을 마시고,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신다

'술의 법칙' 
문장의 묘한 세계로 끌고 가라. 벽창호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 술에는 '백약의 으뜸이자 백독의 도묵'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내려지기도 한다. 술은 사람 사이에 진솔한 마음의 문을 열게 해 주는 윤활유가 되지만 지나치면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서 일찍이 법화경에서도 다음과 같은 말로 술을 경계했다. 

'사람이 술을 마시고,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신다'

(...) 위의 문장은 점입가경의 묘미를 보여주고 있는데 정체하지 않는 문장 흐름을 담고 있다. 인간이나 글이 머문다면 그것은 정체뿐만 아니라 퇴보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시간은 결코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에게는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는 스탠퍼드대학의 폴 데이비드 교수와 브라이언 아서 교수가 처음으로 주장했던 개념으로서 사람은 한 번 일정한 경로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그 경로가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인식하여도 계속 그 경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사고의 관습 현상이다. 
이것 때문에 우리는 늘 다니던 직장에서 벗어나기를 두려워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못하는 것이다. 높은 산에 올라간다든지 마라톤에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정한 공간과 시간 속에 만들어 놓은 자신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 해서는 안 될 사랑은 없다고 하면서도 위험한 사랑을 회피하고 만다. 인류의 역사를 만든 사람은 모두 경로 의존성을 과감히 탈피한 존재다.(...)

경로 의존성은 점입가경의 경지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글을 읽을 때도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몰두하게 된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의 나열이나 상식에 머문다면 누가 당신의 글을 읽겠는가. 사람의 마음을 리드하는 점입가경의 매력적인 문장을 시도하라. 그러면 생각이 꽉 막힌 사람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게 될 것이다. 

생각이 행동을 만들고 행동이 운명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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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49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시저의 법칙' 
3단 논리의 문장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은 시저의 문장이다. 단순하고 강하다. 

제왕절개. 자연분만이 힘겨운 산모들에게 하는 이 수술은 로마의 정치가였던 시저 카이사르의 어머니가 배를 가르고 그를 낳았기 때문에 제왕절개라고 한다는데, 이는 속설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영어로는 시저리언 오퍼레이션cesarean Opernation이라고 하고 독일어로는 '카이저슈니트Kaiserschnitt'.(...)
시저는 여러 가지로 유명한 인물인데 B.C. 47년 9월 소아시아 젤라에서 미트리다테스대왕의 아들 파르나케스를 격파한 후 원로원에 보고를 했다. 그것이 바로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a, vici'의 세 마디였다. 시저는 또 로마로 진격할 때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유명한 말도 남겼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이 세 마디 문장에서 우리는 요점만 간단히 정리한 글솜씨를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삼단일까? 사실 알고 보면 우리의 생활이나 말, 행위 등에는 삼단 논리나 삼단 전개가 많다. 삼단의 전개라야 마음이 놓이는 우리의 습관과 관계있다. 2단이면 허전하고 4단이면 번거롭다. 
예를 들어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라고 하면 정연한 전개가 된다. 송창식의 노래 고래사냥에 보면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라는 가사가 나온다. 역시 삼단이다. 삼위일체라는 말이 있지만 이위일체라는 말은 없다. 세 번의 승부로 결정하자는 삼세판도 있다. 
3을 두 개 더하면 6이 된다. 사람의 육감을 나타내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그리고 사물을 분별하는 능력인 육감이 있는 이 감 각들이 좋은 상태, 중간 상태, 나쁜 상태의 3가지를 만나 18번뇌가 생긴다고 하니 핵심 숫자는 역시 3이다. 18번뇌는 또 정결함과 더러움으로 구분되어 36가지가 되고 다시 3과 만나 108번뇌가 생겨나는 것이다.(...)

정립鼎立이라는 말을 가끔 사용하는데, 세 개의 세력이 서 있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정鼎 자는 솥 정'으로서 발이 세 개 달린 솥을 의미한다.(...)

다리가 두 개면 서지 못하고 세 개가 되어야 비로소 설 수 있으니 안정감은 세 개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언어에서도 삼단의 전개가 많아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남을 설득하는 말과 글에서 삼단의 전개를 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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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50 Boys be ambitious

'소년의 법칙' 
호칭으로 시작하라. 무조건 관심을 끈다. 

(...) 이 문장(Boys be ambitious)에는 '소년이여'라는 것이 있어서 글의 힘이 살아나고 있다. 만약 '소년이여'라는 부분이 없든지, '인간이여' 혹은 '학생들이여' 등으로 했다면 글맛이 달라졌을 것이다. 소년이기에 야망을 가져야 할 이유를 이 문장이 스스로 갖고 있는 것이다.

왜 호명이 있으면 사람들의 관심을 더 받을까? 그건 사실 간단하다.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관심이 있는 반면 다른 사람, 다른 삶, 다른 물건, 다른 사랑, 다른 표현 등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두 문장을 보라. 어느 것이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끌까?

사이판으로 놀러 오세요.
중소기업 사장님, 사이판으로 오세요.

그냥 사이판으로 놀러 오라는 것은 아무도 안 볼 수 있다. 두 번째처럼 직위를 호명하면 중소기업 사장뿐 아니라 다른 직책을 가진 사람도 관심을 갖는다. 혹은 이런 문장도 있을 수 있다. 

남자와 헤어졌다면 이 글을 읽어 보십시오.
25살이 지나 남자와 헤어진 여성분! 우선 이걸 읽어 보세요.

첫 번째 문장은 그냥 일반적인 충고나 보통 문장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25살이 지나'라는 문장이 들어가면, 왜 스물다섯 살이 지나 헤어지면 그걸 봐야 하지? 하고 궁금증을 가지게 되면 25살보다 적든 많든 관심을 가지게 된다. '25살이 지나'라는 한정이 오히려 더 확산 효과가 있는 것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한 마리도 못 잡는다는 말은 진실이다. 모든 것을 잡으려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그러므로 말과 글의 첫 부분에 그것을 듣고 볼 사람을 호명하라. 가능하면 구체적으로 범위를 좁혀서 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그러면 이 대상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파급효과가 커진다. 
'국악인들이여! 제주도에서 만자자', '서른 살 청춘아! 사랑을 시작하라!' 등으로 표현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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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54 남자 마흔 살이면 울지 않아야 한다

'불혹의 법칙' 
40대의 나이를 왜 불혹이라고 했을까? 나이의 의미를 워딩에 담아라.

(...) 우리는 예전부터 나이에 의미를 부여했다. 15세는 지학志學으로서 학문에 뜻을 두어야 한다는 뜻이고, 20세는 약관弱冠으로서 스무 살에 관례를 치러 성인이 된다는 뜻이다. 서른은 이립而立, 즉 서른 살쯤에 가정과 사회에 기반을 닦는다는 것이며, 마흔은 불혹不惑이니 세상의 일에 혹함이 없다는 것으로 공자의 말이다.
이 정도만 해도 상당히 부담이 된다. 마흔 살에는 돈이나 미인의 유혹에도 꿈적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는데 웬걸, 나는 지금도 미녀의 유혹에는 약한 편이다. 나이가 올라갈수록 점점 더 도사의 수준에 가까워진다. 50세는 지천명知天命이니 드디어 천명을 알게 된다고 한다. 하늘의 뜻을 알아야 하는데 사실 아리송하다. 사람으로서 할 일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으로 대신할 수밖에.......
60세는 이순耳順, 이는 논어에서 이르는 것으로 모든 것이 원만하고 이해가 된다는 것이며, 70은 고희古稀라고 하여 예부터 드문 일이라고 했다. 요즘에는 70 정도는 우습게 보는 나이지만, 이 말은 두보의 곡강시에 나오는 구절에서 나온 말이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

88세는 미수米壽라고 하는데 미米를 인수분해 하면 팔십팔八十八이 된다. 그래서 생긴 말이다. 99세는 백수白壽라고 하는데 100을 나타내 는 백百에서 일一을 빼면 99, 즉 백白자가 된다. 한자를 그림으로 해 석한 것이 재미있다. 
나이에 의미를 부여해보라. 19살은 무슨 나이일까? 스물일곱은? 서른세 살은? 나이에 의미를 부여하는 워딩은 그 나이에 해당되는 사람만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 된다. 위의 한자말을 인용해도 되고, 모든 나이에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해도 된다. 단어로 표현해도 좋고 문장으로 의미를 담아도 된다.

사랑하는 스물일곱 살의 여인에게 이 음악을 바칩니다.
-최카피의 음반 광고 카피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연극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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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57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마지막의 법칙' 
마지막이라는 말 앞에서는 누구나 절박해진다. 
가치 있다고 표현하려면 마지막이라는 말을 넣는 것이 효과적이다. 

열음사 대표인 김수경 시인은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에서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없었다면 이 작품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직접 가 보았더니 거기에 정말 마지막 비상구가 있었다고!

"Last Exit to Brooklyn"

나는 그곳에 가 보질 못해서 실제 어떤 분위기인지는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말이 주는 묘한 뉘앙스를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1989년에 나온 이 영화는 울리 델리 감독의 작품으로 제니퍼 제이슨 리와 스티븐 랭이 주연을 맡아 열연했다. 해리(스티븐 랭)는 철강소 노조에서 일하면서 파업에 열성적이다. 여장남자의 파티에서 만난 한 호모에게 이끌려 위안을 받지만, 결국 공금횡령으로 쫓겨나고, 애인에게는 버림받고 집단 폭행도 당한다. 이때 마크 노플러가 만든 주제곡이 흐른다.
제니퍼 제이슨 리가 맡은 역할은 창녀 트랄라. 브루클린에서 건달과 짜고 술 취한 남자의 돈을 빼앗으며 살던 그녀는 맨해튼에서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군인을 만난다. 그러나 군인은 한국전에 참여하러 떠나고 상실감에 빠진 트랄라는 수십 명의 남자들에게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던진다.
1952년, 뉴욕의 변두리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새벽빛이 밝아오고 노동자들이 하나 둘 파업이 끝난 공장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그것이 그들이 선택하는 마지막 비상구일까? 이 영화의 제목에서 핵심은 'LAST'라는 단어다. 마지막이라는 것에서 절박함이 느껴진다.(...)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을 읽고 가슴이 먹먹한 적이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전쟁으로 인해 모국어인 프랑스어를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 학교의 마지막 수업 이야기이다. 피점령국의 슬픔과 고통을 절절하게 느끼게 해 주는 이 작품은 우리나라가 겪은 처지와 비슷하여 더욱 공감을 주었다.
양평으로 가는 길목인 미사리를 가다 보면 마지막 주유소라고 써붙인 곳이 있다. 여기서 기름을 넣지 않으면, 가다가 설 것 같은 불안감을 던진다. 양평에 가면 주유소가 없을 리가 없다. 그러나 운전하는 사람들에게 절박함을 강조하여 주유소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속셈이지만 밉지가 않다.
대기업의 광고나 홈쇼핑의 쇼 호스트들도 마지막 기회라는 말을 자주 쓴다. 알고 보면 마지막 기회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사람들은 이 말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써도 좋고  아니면 다른 표현도 좋다. 절박함을 인식하게 하는 것은 사람을 움직이는 강력한 워딩이 될 수 있다. 마지막 사랑이라는 문장이 들어간 수많은 노래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라. '너는 나의 마지막 여자야!'라는 말이 여자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도 기억하라.
가치 있는 것일수록 마지막 기회는 놓쳐서는 안 된다. 마지막 사랑이라면 더더욱 놓치지 말 일이다. 파티에서 마지막 춤을 나를 위해 남겨 달라는 호소는 그래서 와 닿는다. 많은 가수들이 부른 노래가 이것이다. 〈Save the last dance for me〉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 작가 은희경의 소설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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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58 젊은 그대 잠 깨어 오라

'그대의 법칙' 
불특정 다수에게 말하는 것보다 누군가를 구체적으로 딱 지칭해서 말해 보라, 자신의 이름이 블린 것이 아닌데도 더 많은 사람들이 들아보게 될 테니.

풀 죽은 친구의 뒷모습. 같이 걷던 친구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친구의 얼굴을 보며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거치른(거친) 들판으로 달려 가자.........." 픽 웃는 친구, 무겁던 분위기는 가벼워지고 둘 사이에 진한 우정이 흐른다. 이어서 '젊은 그대 잠 깨어 오라'라는 노래 가사가 흘러나오고.
최민식이 나오는 광고의 한 장면이다. 생명보험회사의 광고치고는 썩 괜찮은 아이디어다. 노래와 최민식의 연기가 잘 어울려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고 있다.(...)

젊은 그대는 누구인가? 몇 살을 말하는가? 실제 젊든 그렇지 않든 관계가 없다. 젊은 그대라는 말은 누구의 가슴속에나 살아 있는 젊은 시절의 꿈을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잊어버린, 아니, 포기해 버린 젊은 날의 꿈을 깨우는 노래다. 그래서인가. 잠 깨어 오라고 했다. 여기서의 잠은 망각, 포기, 체념으로 해석하자. 그래야 우리 가슴속에 남아 있는 그 작은 불씨가 잠에서 깨어 활활 다시 타오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 위딩의 매력은 '젊은 그대'라고 대상 선택을 하는 것에 있다. 그러나 젊은 그대의 대상은 2,30대의 나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젊은 패기, 용기 그리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진취적인 사람을 뜻한다. 그런 마음을 가졌다면 잠 깨어 오라는 것이다. 나이로 구분하는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당신의 마음속에 잠재한 패기와 젊음을 불러일으키는 호소다.(...)

호명을 하거나 대상을 지칭하는 워딩은 글을 더 깊이 읽게 하고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 있다. 대상은 구체적으로 지칭할 수 도 있고 어떤 특징이나 나이 등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산으로 가자'라고 하는 것보다 '도시인이여, 산으로 가자'라고 하면 훨씬 더 강해진다. '33살의 도시인이여, 산으로 가자'라고 하면 더욱 좋다. 그렇다고 33살만 산으로 가라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 자, 이런 식으로 표현해 보라.

지금 첫사랑을 하고 있는 여자들만 보세요. 
18세 이상만 씹어 주세요. - 껌 광고 카피
지금 사랑하는 사람만 입장 - 어느 카페의 입구 안내문
운전대 잡기 전까지 나는 신사였다. - 폭스바겐
NO.1을 위한 경쟁은 무의미하다. 우리는 Only 1이 될 것이다. - 기아자동차 K5 
당신이 스마트하다면 인사이트 하라. - 혼다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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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59 야채를 더 드십시오

'야채의 법칙' 
마요네즈가 아니라 마요네즈와 함께 먹는 야채를 강조하는 광고처럼, 가치 있는 변죽을 울리는 것은 워딩의 또 다른 묘미이다.

(...) 일본의 마요네즈 브랜드인 큐피 마요네즈는 이런 카피를 썼다.

야채를 더 드십시오.

오래전 난 이 카피를 보고 가슴이 덜컹하는 느낌을 받았다. 마요네즈를 만들어 파는 회사가 마요네즈를 먹으라는 것이 아니고 야채를 더 먹으라니! 야채는 여러 가지 소스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주로 마요네즈와 함께 많이 먹긴 하는데 이 점을 부각시켜 야채에 대한 소비자의 호감에 마요네즈를 결부시켜 멋진 슬로건을 만든 것이다. 
그래, 마요네즈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마요네즈와 함께 먹는 야채를 강조하면 되는구나! 그러면 사람들은 야채를 더 먹자는 것에 공감을 하고, 야채를 먹을 땐 자연스럽게 큐피를 찾게 되고, 이런 워딩은 제품 판매의 효과는 물론 기업 이미지도 좋게 만든다. 자신의 제품만 주장하는 게 아니라 공익적인 느낌이라서 누구나 호감을 가지고 받아들인다.
한 발자국만 뒤로 물러서면 보다 객관적인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사실이나 제품을 강조할 때 조금만 더 뒤로 물러서 보라. 그러면 그 주위의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가치 있는 변죽을 울리게 된다는 말이다.(...)

이런 워딩을 잘하기 위해서는 '언어의 가치 고리'를 찾는 연습을 해보라. 
이를테면 하늘 → 푸르름, 수영복 → 멋진 몸매, 라면 → 우정처럼 말이다. 
가치 있는 말꼬리 찾기 연습을 하면 사람의 머리와 가슴속에 있는 가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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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61 경주에는 힐튼이 있습니다

'경주의 법칙'
누가 먼저 대표의 자리를 차지하느냐. 경쟁이 치열할수록 이것이 중요해진다. 일단 대표, 대명사가 되고 나면 나머지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

경주에는 많은 호텔이 있다. 호텔마다 고객을 보다 많이 유치하려고 광고와 홍보 활동에 힘을 쏟는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광고는 점점 더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몇 년 전, 경주의 힐튼호텔이 역이나 공항 등에 붙일 와이드칼라 광고 아이디어를 몇 개의 광고회사를 대상으로 공개경쟁을 시켰다.
내 동생은 광고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이 친구도 힐튼호텔의 광고를 따려고 고민을 하고 또 했다. 호텔 광고라면 으레 멋진 풍경 사진에 카피 한 줄과 로고, 전화번호를 넣는 것이 상식이다. 그는 좀 다른 형태의 광고로 보다 효과적인 광고를 만들고 싶었다. 남들처럼 그럴싸한 사진에 멋있는 카피를 넣는 것을 탈피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아무런 광고안도 준비하지 않고 힐튼호텔을 찾아갔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광고회사에서는 화려한 사진 위주의 광고안을 준비해 왔다. 동생 차례가 오자 빈손으로 호텔의 경영진과 마주 앉았다. 그리고 말로 설득했다. 요지는 이랬다.
경주에는 많은 호텔이 있다. 서울이나 부산, 대구 등에서 오는 고객들은 어느 호텔로 갈지 고민을 하게 된다. 호텔은 모두 특급이고 시설도 좋고 서비스도 훌륭하다. 그런 것을 강조해 봐야 서로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이제는 경주에서 호텔 하면 어떤 호텔이 떠오르느냐가 중요하다. 경주 하면 힐튼부터 생각나도록 하겠다. 힐튼이라는  이름에는 이미 최고의 호텔로서의 이미지가 있다. 시설이나 서비스에 대해 구구절절 강조하는 것보다는 경주 호텔의 대표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 고객 유치에 더 효과적이다. 사진은 물론 나중에 멋있게 찍어서 만들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때 제시한 카피는 이것이었다.

'경주에는 힐튼이 있습니다.'

호텔 경영진은 이 카피 하나만을 보고 동생의 회사에 광고를 맡길 것을 결정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화려하고 멋지게 보이는 사진 위주의 광고안보다 이 말 한마디에 담긴 힘이 더 컸던 것인데, 그것이 바로 '대표화'의 힘이다. 경주의 호텔이라고 하면 힐튼부터 상기시킬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대표화 혹은 대명사화 전략이 유효했던 것이다.
파리라고 하면 먼저 에펠탑을 연상한다. 에펠탑은 파리의 상징이며, 파리를 대신하는 이름이다. 세계에 수많은 탑이 있지만 에펠탑만큼 그 도시를 상징하는 것은 없다. 뉴욕을 대신하는 상징은 뭐가 있을까? 월스트리트, 맨해튼 등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자유의 여신상이다. 그러면 서울은? 서울타워? 경복궁? 해태상? 서울을 대표하는 상징물은 아직 확실하게 각인되지는 않았다. 파리와 뉴욕을 힐튼호텔처럼 표현하자면 이렇다.

파리에는 에펠탑이 있습니다.
뉴욕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고 하나의 대상에서 하나의 이미지만 가지려는 욕구가 있다. 공을 다섯 개 집어던진다고 모든 공을 다 받을 수는 없다. 하나만 던져야 한다. 그래서 도시든 사람이든 하나의 이미지, 하나의 상징물, 하나의 대표되는 사물을 기억시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경주에는 불국사가 있고 수많은 왕릉이 있다. 그건 유적지라는 카테고리에 자리 잡은 이미지다. 그러면 호텔이라는 카테고리에는 무엇이 있을까? 뚜렷한 것이 없다면, 혹은 있어도 미미하다면 '경주에는 힐튼이 있습니다.'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이다. 힐튼이 가지는 호텔의 고급 이미지가 잠재되어 있는 것도 이 메시지의 설득력을 돕는다. 알다시피 힐튼은 호텔왕이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호텔 체인이다. 우리나라에도 서울, 경주 등 여러 곳의 힐튼의 이름을 가진 호텔이 있다. '경주에는 힐튼이 있습니다'는 말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적도시 경주와 힐튼의 명성이 합쳐져, 대표성과 대표성이 합쳐진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복사기 하면 제록스가 생각나고 콜라 하면 코카콜라를 먼저 떠올리는 것도 이들 브랜드가 대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이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한 분야의 대표가 되면 그다음부터는 행복해진다.
특히 상업적인 워딩에서 대표성을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브랜드가 일단 대표성을 가지게 되면 다른 것은 저절로 해결된다. 대표성의 워딩은 그래서 어려우면서도 가장 중요한 표현의 하나다.

북한산에 오실 때는 북한산 가든을 찾으세요.
노원구에는 정석학원이 있습니다.
전자랜드-용산을 대표하는 전자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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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62 대교약졸大巧若拙

'완당의 법칙' 
한자성어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교훈을 얻는다면 반은 성공한 것이다.
함축적 표현방법까지 익힐 수 있다면 100%의 성공이다.

(...) 김정희는 조선 후기의 최고 학자이자 예술가였다. 그는 학예일치 사상에 바탕을 둔 문인화풍을 정립하였는데, 문인 정신을 담은 대표작으로 〈세한도歲寒圖〉를 꼽을 수 있다. 〈세한도〉는 완당阮堂이 1844년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을 때 그린 것으로 그림의 끝부분에 자신이 직접 쓴 글을 남겼다. 사제 간의 의리를 잊지 않고 북경에서 귀한 책들을 구해다 준 제자 이상적의 인품을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하며 답례로 그려 준 그림임을 밝혀 두었다. 부러운 스승과 제자 사이가 아닐 수 없다. 
극도의 절제와 생략을 통해 문인화의 특징을 보여 주고 있는 국보 제180호 〈세한도〉는 거칠고 메마른 붓질을 통해 한 채의 집과 고목이 풍기는 스산한 분위기가 추운 겨울의 분위기를 맑고 깨끗하게 표현하고 있고, 묵의 농담, 간결한 구성 등으로 작가의 올곧은 내면세계를 보여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완당은 자신의 화풍을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고 했다. 평생 70여 개의 벼루를 닳게 했고 붓 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던 대가의 화풍이 대교약졸이라면 언뜻 이해가 안 간다. 그러나 이 말의 참뜻을 알면 그의 표현이 참으로 진솔하고 적확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대교약졸은 노자에 나오는 말이다. 훌륭한 기교는 도리어 졸렬하다는 말로 해석하지만 이는 참뜻이 아니다. 진정 교묘한 것은 자연의 법칙에 순응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된다. 그래야 완당이 스스로 밝힌 그림 세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도경과 덕경이 합쳐진 도덕경에서는 심오한 진리가 담긴 문장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도덕경의 핵심이라고 하는 문장은 바로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마치 물과 같다는 뜻으로서 노자 사상에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아니하여 세상에서 가장 으뜸가는 선이라고 이르는 말이다. 이 넉 자의 성어가 무위자연을 주장한 노자사상을 한마디로 압축한다. 한자성어의 힘이다.

우리말에는 한자가 많다. 한자로 구성된 단어 역시 우리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자를 알고 모르고는 천지 차이다. 여의도를 섬으로만 아는 것과 여의도汝矣島를 한자로 풀이할 때 '너도 섬이냐'라는 뜻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한강 가운데 있어 섬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여의도를 표현한 것이다. 예로부터 한강이 범람하면 여의도 일대가 물에 다 잠겼지만 밤섬과 여의도만이 물에 잠기지 않았으므로 사람들이 살면서 채소와 뽕나무를 키우곤 했다. 강 가운데에 있어서 하중도인데 너섬이라고도 불렸다.
한자의 함축적 의미를 제대로 알고 활용하려면 사자성어를 알아 두는 것이 가장 좋다. 사자성어는 다른 말로 고사성어라고도 하는데, 이는 이야기가 얽힌 문장이라는 뜻이다. 넉 자의 문장에 흥미롭고 지혜가 담긴 이야기가 많다. 그것을 알고 활용한다면 워딩은 더 욱 풍부한 맛을 지닐 수 있다.(...)
한자성어를 배우는 것은 인생에 대한 깊은 의미와 함축적 표현 방법을 배우는 좋은 공부이다.
지금 그대가 스무 살이 넘었고 아직 워딩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면 다음의 말을 잘 기억할 일이다.

'비육지탄髀肉之歎만 할 것이 아니라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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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65 졸업할 때 웃자

'졸업의 법칙'
입학만 생각하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치는 법, 졸업을 강조하라. 
어느 학교 나오셨습니까?

(...) 몇 년 전에 지방의 어느 대학의 광고를 맡은 적이 있다. 지방 사립대학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그 학교도 갖고 있었다. 좋아서 들어오는 학생보다 성적 때문에 할 수 없이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가 어느 대학에 들어갔느냐로 자랑스러워하기도 하고 수치스러워하기도 한다. 자녀의 적성에 맞는 대학을 찾거나 미래를 생각하기 전에 먼저 어느 대학이냐를 우선시한다.

자, 그러면 지방 사립대학인 이 학교의 장점을 뭐라고 주장하여 학 생들에게 어필할 것인가? 성적이 안 되어서 할 수 없이 대학을 선택하는 이들에게 왜 이 학교를 선택해야 하는지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무조건 좋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심리적인 공감을 불러일으켜 학교 선택의 명분을 찾아 주어야 한다.(...)

우선 시점을 이야기하자. 대학 선택은 입학이 시점이다. 이걸 바꾸자. 그러면 관점을 바꿀 수 있다. 모두가 입학할 때를 생각했지만, 나는 졸업할 때를 강조하기로 했다. 다행히 이 학교의 취업률도 높으니 말이다. 모두가 취업 걱정이 태산인데 우리 학교는 취업률이 높다는 것은 얼마나 매력적인 소구점인가. 그래서 만든 카피가 '졸업할 때 웃자'였다(음, 내가 봐도 훌륭하고 멋진 카피야!).
좋은 카피의 조건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중의 하나가 비주얼이나 스토리가 연상되는 것이라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카피를 보고 디자이너나 CF 감독이 구체적인 표현으로 제작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졸업할 때 웃자'라고 했으니 한 명의 여학생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학사모를 쓰고 웃는 장면에 이 카피를 넣으면 된다. 혹은 여러 명이 학사모를 하늘로 던지는 즐거운 장면에 카피를 써도 된다. 모두가 입학을 생각할 때 시점을 바꾸어 졸업을 이야기하는 것. 이런 워딩은 독자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맛이 있다.(...)
사람들의 상식에 창을 던져 워딩을 하면 신선한 감동을 준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다른 글을 쓰려고 해 보라. 여행사의 광고는 대개 여행 중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상식이다. 즐겁고 편리한 여행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여행을 마친 시점의 광고는 왜 안 되는가? 인도 전문 여행사로 출발하여 지금은 세계 문화탐방과 트레킹 전문 여행사를 표방하고 있는 혜초여행사에서는 모두가 여행을 하는 동안의 이야기를 할 때 여행을 마친 시점의 이야기를 강조했다. 신선한 충격이다. 다음 카피를 보라.

인도에서 돌아오는 사람의 얼굴은 부처를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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