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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6월 항쟁][민주화] 대한민국의 힘, 100도씨

by 노지재배 2020.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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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는 책은 최규석 작가의 『100도씨』다.

『송곳』으로 유명한 최규석 작가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나 아픈 곳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소중한 만화가다. 

100도씨, 최두석 작가



『100도씨』는 6월 민주항쟁을 극화한 작품이다. 민주화운동의 정점으로 기억되는 1987년 6월 항쟁 시기의 어두웠던 시대상과 이를 극복하고 대통령 직선제 등 민주주의를 쟁취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만화를 보다 보면 영화 『1987』도 자주 떠오른다. 같은 소재를 놓고 만들어진 작품이다 보니 비슷한 느낌이나 장면이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도 책도 대중성과 감동을 함께 잡았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100℃
국내도서
저자 : 최규석(Choe, Gyu-seok)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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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도씨』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다 감방에 갇힌 영호 학생은 운동권 사람들의 열정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정말 이길 수 있는 건지, 끝이 있긴 있는 건지 회의가 든다고 말한다. 이때 같이 갇혀 있던 선생님 한 분은 이렇게 말한다. "물은 100도씨가 되면 끓는다네. 그래서 온도계를 넣어보면 불을 얼마나 더 때야 할지, 언제쯤 끝날지 알 수가 있지. 하지만 사람의 온도는 알 수가 없어. 지금 몇 도인지 얼마나 더 불을 때야 하는지. 그래서 불을 때다가 지레 겁을 먹기도 하고 원래 안 끓는 거야 하며 포기를 하지. 하지만 사람도 100도씨가 되면 분명히 끓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네." 바로 여기에서 작품 제목인 『100도씨』가 나온다. 

 



그러나 영호 학생은 "그래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지 않냐"면서 "선생님은 어떻게 수십 년을 버텨내셨습니까?"라고 묻는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나라고 흔들리지 않았겠나. 다만 그럴 때마다 지금이 99도다... 그렇게 믿어야지. 99도에서 그만두면 너무 아깝잖아. 허허허."

몇 년 사이 촛불항쟁으로 떠들썩했던 광화문, 조국 사태로 시끄러웠던 광화문과 서초역 주변도 1987년의 서울역과 시청 앞처럼 들끓었다. 

99도가 넘으면 끓어오르는 이 땅의 사람들. 우리 사회는, 우리 역사는 언제나 100도를 넘기는 사람들의 희생으로 움직여온 증기기관이었는지 모른다. 

 




■저자

최규석

최규석은 1977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상명대 만화학과를 졸업했다. 1998년 서울문화사 신인만화공모전으로 데뷔했다. 대표작으로 『송곳』 『지금은 없는 이야기』 『울기엔 좀 애매한』 『대한민국 원주민』 『습지생태보고서』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등이 있다. 서울 국제만화애니메이션축제 단편상, 대한민국 만화대상 우수상, 부천만화대상 대상, 한국출판문화상 아동청소년 부문 대상, 오늘의 우리만화상,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책 속으로 

"
결국 군부독재에 끓어오른 대한민국 사람들은 끝도 없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밤이 돼도 돌아갈 줄 몰랐다. 잡아가도 잡아가도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뛰쳐나와 소용이 없었다.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은 창문으로 휴지면 손수건을 던져주고. 상인들은 팔아야 할 것들을 시위 군중들에게 잔뜩 퍼다 줬다. 보름이 지나도 사람들은 멈출 줄 모르고 전국을 뒤덮었던 최루탄은 그만 바닥이 났다. 6월 29일 마침내 전두환 정권은 노태우를 내세워 항복 선언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흘린 피와 눈물과 빼앗긴 젊음과 생명들. 우리는 그것의 대가로 지금의 민주주의를 누린다.

"







최두석 작가는 책 끄트머리에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얻어낸 민주주의는 '백지 한 장'이라고.

각자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백지 한 장이지만, 조금만 함부로 대하거나 잠시 한눈 팔면 쉽게 더러워지고 찢길 수 있는.  

그럼에도 그것 없이는 꿈꿀 수 없는 약하면서도 "소중한 백지 한 장" 같은 것이 민주주의가 아니겠냐고.


"

소중한 백지 한 장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통받던 이는 고통이 사라지길 바랐고
누울 곳 없던 이는 보금자리를 바랐고
차별받던 이는 고른 대접을...

그렇게 각자의 꿈을 꾸었겠지만

우리가 얻어낸 것은 단지 백지 한 장이었습니다. 

조금만 함부로 대하면 구겨져 쓰레기가 될 수도 있고
잠시만 한눈을 팔면 누군가가 낙서를 해버릴 수도 있지만

그것 없이는 꿈꿀 수 없는 약하면서도 소중한 그런 백지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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