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부끄러운 일이 있다. 바로 사회지도층의 성추행 사건과 병역 면제 사건이다.
오늘은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회장의 20대 여직원 성추행 사건이 도마에 올랐다.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인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회장이 20대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최근 고소를 당했다.
최 회장의 회사 20대 여직원인 A 씨가 최근 최 회장을 고소했다. 이 여직원의 주장에 따르면 6월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음식점에서 같이 식사를 하던 최 회장이 자신을 끌어안는 등 강제로 신체 접촉을 했으며, 식사를 마친 뒤 인근 호텔로 데려가려 했다는 것이다. 호텔 앞 폐쇄회로 TV 영상에 담긴 A 씨는 최 회장과 함께 호텔로 들어섰다가 이내 호텔을 혼자 나와 뒤쫓아오는 최 회장을 뿌리치고 택시를 이용해 경찰서로 도망쳤다. 이 과정에서 여직원은 호텔에 들어가면서 지나친 3명의 여성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여직원이 탄 택시에 함께 타려던 최 회장을 뿌리치고 경찰서로 향할 수 있었다. 이 3명의 여성들은 최 회장과 함께 호텔로 향하는 여직원의 모습이 무언가 강제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듯해 이를 돕게 됐다고 진술했다.
최호식 회장은 현재 격려 차원에서 단둘이 식사와 술을 마신 건 맞지만 신체적인 접촉은 없었으며, 여직원이 머리가 어지럽다고 해서 호텔 방을 잡아주려고 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사건의 진상은 고소가 진행되면서 밝혀지겠으나, 현재 네티즌들은 이를 다루는 기사나 유튜브 영상 등을 각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호식이 두 마리 치킨 불매 운동 움직임 등도 일어나고 있다.
사실 우리 사회지도층의 성추행 사건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신승남 전직 검찰 총장의 캐디 성추행 사건, 박희태 전직 국회의장의 성추행 사건, 당시 제주도 현직 지검장이었던 김수창 지검장의 공연 음란 사건에 윤창중 청와대 비서관의 성추행 사건까지 있었다. 여기에 무슨무슨 대학교 교수의 제자, 조교, 후배 교수, 대학원생 성추행은 또 단골 메뉴다.
이들은 모두 공적, 또는 사적인 자리에서 권력과 부를 누리며,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소위 지도층이라 불리는 이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일으키는 이러한 범죄는 사회적으로나 교육적으로 미치는 파장이 너무나 크며, 사회에 속한 구성원으로서 개개인들도 부끄러움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사실 사회지도층이란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지적도 없지는 않다. 사회를 지도해 나가는 계층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미개한 사회나 우둔한 민중을 전제로 한 표현이 되기 때문에 민주주의 사회의 국가 원칙에 맞지 않는 표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른바 사회지도층이란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공적으로나 사적인 영역에서 상대적인 권리와 부를 누리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일반 시민들이 그들에게 거는 기대를 저버리는 수준을 넘어, 일종의 범죄 행위를 저질렀을 때 각 사회 구성원들이 느끼는 분노와 수치심은 보통의 사회 구성원의 범죄 행위를 대하는 태도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소위 범죄라고 할 수 있는 행위는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갑질', '금수저' 논란에서 보듯이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 준수보다는, 부정적인 행태가 더 많이 부각돼 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초기 로마 시대 왕과 귀족들이 보인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된 용어다. 이처럼 도덕적 의무를 다하려는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은 국민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커다란 원동력이 된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소위 '내로남불'처럼 사회지도층으로서의 권력과 부는 그것대로 누리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도덕적 의무에는 둔감한 우리 사회지도층의 모습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더구나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에서 나아가 유전면제 무전입대(有錢免除 無錢入隊)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낼 만큼 대물림되고 있는 우리 사회 고위층의 병역 면제는 그야말로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 초기 내각의 장관과 자녀들의 병연 면제율은 국민 평균 면제율보다 5배가 높았다. 국회의원들의 자녀들도 병역을 피하는 사례가 일반인보다 두드러지게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참모총장 출신의 국회의원도 손자 2명이 모두 외국 영주권을 지녀 면제되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고 하니 더 말해 무엇할까 싶다.
또 <시사기획 쌈>이 추적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 현대 등 7대 재벌가의 병역의무 대상자 175명 중에 병역이행 여부가 확인된 147명 중 48명은 병역이 면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이러한 불합리함과 불평등 속에 괴로운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새 정부에서는 이러한 폐단들이 제대로 고쳐졌으면 하는 기대를 걸어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대통령 선거 유세 기간에 외쳤던 구호를 다시 한번 외쳤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 말이 무엇보다 뜨겁게 가슴에 새겨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새 정부와 함께 사회지도층의 성추행과 같은 낯 뜨거운 범죄와 병역 면제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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