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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에세이][자기계발] 언어의 온도, 당신의 언어는 따뜻한가

by 노지재배 2017.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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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리뷰할 책은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다.


《언어의 온도》는 따뜻하게 주변을 바라보고 음미하며 사는 법을, 조용하고 조곤조곤한 말투로 짚어주는 책이다.


언어의 온도

지치고 바쁜 일상에 빠져있다 보면 차가운 말, 지나치게 뜨거운 말로 주변을 상처 입히는 일들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는 경우가 잦아진다.


하지만 우리의 말과 글은 양날의 검이어서 상대방을 향해 휘두르면 휘두른 만큼 우리 내면으로 파고든다. 상대를 휘두르고 꺾으면 꺾을수록 자신의 감정도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반대로 온화한 말투와 사려 깊은 말을 사용하는 사람 곁에서는 주변 사람들도 잔잔한 호숫가를 거니는 아침 산책처럼 차분한 마음에 빠지게 된다.


이처럼 말과 글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일상을 살피며 겪은 의미 있는 말과 글, 따뜻한 사람들, 새기고 싶은 단어들의 어원과 유래를 통해 따뜻한 온도의 언어가 갖는 의미를 이야기한다.


흔히 우리는 말한다. 말과 글이 곧 그 사람이라고. 우리의 생각, 우리의 행동의 기본과 얼개가 곧 우리의 말이고, 우리의 글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이루는 근본인 말과 글의 의미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이유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


말과 글은 

머리에만 남겨지는 게 아닙니다. 

가슴에도 새겨집니다. 


마음 깊숙이 꽂힌 언어는 

지지 않는 꽃입니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




■ 책 속으로



"


-더 아픈 사람


언젠가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맞은편 좌석에 앉아 있는 할머니와 손자가 눈에 들어왔는데 자세히 보니 꼬마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할머니 손에는 약봉지가 들려 있었다. 병원에 다녀오는 듯했다.

할머니가 손자 이마에 손을 올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아직 열이 있네. 저녁 먹고 약 먹자."

손자는 커다란 눈을 끔뻑거리며 대꾸했다.

"네, 그럴게요. 그런데 할머니, 할머니는 내가 아픈 걸 어떻게 그리 잘 알아요?"


순간, 난 할머니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대답의 유형을 몇 가지 예상해 보았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라거나 "할머니는 다 알지" 같은 식으로 말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니었다. 내 어설픈 예상은 철저하게 빗나갔다. 할머니는 손자의 헝클어진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그게 말이지.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상처의 깊이와 넓이와 끔찍함을.


그래서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에서 자신이 겪은 것과 비슷한 상처가 보이면 남보다 재빨리 알아챈다. 상처가 남긴 흉터를 알아보는 눈이 생긴다.

그리고 아파 봤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아프지 않게 할 수도 있다. 어린 손자에게 할머니가 알려주려고 한 것도 이런 이치가 아니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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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한 번 걸어봤다


"아비다. 잘 지내? 한 번 걸어봤다...."


(...) 그냥 걸었다는 말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고 표현의 온도는 자못 따뜻하다. 그 말속에는 "안 본 지 오래됐구나. 이번 주말에 집에 들러주렴" "보고 싶구나. 사랑한다" 같은 뜻이 오롯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주변을 보면 속 깊은 자식들은 부모의 이런 속마음을 잘 헤아리는 듯하다. 그래서 그냥 한 번 걸어봤다는 부모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평소보다 더 살갑게 전화를 받는다. 전화기가 얼굴에 닿을 정도로 귀를 바짝 가져다 댄다.


거리에서 혹은 카페에서 "그냥..."으로 시작하는  문장이 청아하게 들려올 때가 많다. 퇴근길에 부모는 "그냥 걸었다"는 말로 자식에게 전화를 걸고 연인들은 서로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라며 사랑을 전한다.


"그냥"이란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만,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후자의 의미로 "그냥"이라고 입을 여는 순간

'그냥'은 정말이지 '그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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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의 존재


현실에서도 부재不在의 존재存在가 사람 마음을 뒤흔드는 경우를 더러 경험하게 된다. 몇 해 전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친구 녀석이 최근 술자리에서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며칠 뒤 식구들이 모여서 외식을 했어. 그런데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멸치볶음이 나온 거야. 그걸 보자마자 너 나 할 것 없이 일제히 눈물을 쏟았어."

"그랬구나.... 그, 그런데 왜?"

"아버지가 생전에 멸치볶음을 정말 좋아하셨거든."

"아...."

"아버지는 멸치볶음만 있으면 자리에 앉기 무섭게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곤 하셨어. 그 생각이 나서, 손을 뻗으면 만져질 것 같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자꾸만 떠올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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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과는 아프다


언젠가 정중히 사과를 건네는 사람의 표정을 들여다본 적 있다. 그는 어딘지 힘겨워 보였다. 숨을 내쉴 때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왜일까? 엉뚱한 얘기지만 영어 단어 'sorry'의 어원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안함을 의미하는 'sorry'는 '아픈' '상처'라는 뜻을 지닌 'sore'에서 유래했다. 그래서일까, 진심 어린 사과에는 '널 아프게 해서 나도 아파'라는 뉘앙스가 스며 있는 듯하다.


진짜 사과는,

아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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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자리로 밀려나는 사람들


비 오는 날, 어린 자녀와 부모가 우산을 맞잡은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면, 부모라는 존재의 역할과 숙명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자녀가 어린 경우 웬만한 부모는 아들딸이 비 맞지 않도록 우산을 자식 쪽으로 가져간다. 그러면 아이는 부모를 올려다보며 묻는다.


"아빠, 옷 젖었어?"

"아니...."


거짓말이다. 부모의 한쪽 어깨는 이미 흠뻑 젖어 있다.


자식이 세상 풍파를 겪을수록 빗줄기는 굵어지고 축축한 옷은 납처럼 무거워진다. 그러는 사이 부모는 우산 밖으로 밀려난다. 조금씩 조금씩, 어쩔 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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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전부인 사람


어느 기업에서 글쓰기 강연을 마치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벽면에 달라붙어 있는 메모판에 짧은 문장이 쓰여 있었는데, 찬찬히 읽어 내려가다 마지막 문장에서 시선이 멈췄다. 뜨끔했다. 평평한 길을 걷다가 돌연 가파른 절벽을 만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해주세요.

이곳을 청소해주시는 분들,

누군가에겐 전부인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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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찌우는 일


어머니는 응급실에서 링거 주사를 맞는 동안 핏기 없는 입술을 겨우 벌려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어느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목련(어머니)의 등에 살며시 귀를 대면 아픈 기침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았다.(...)


내 마음이 통했는지 링거를 다 맞을 무렵 어머니는 안정을 되찾았다. 한편으론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장렬하게 사그라진 링거액이 대견해 보이기도 했다.

어머니를 부축해서 병원을 나서는 순간, 링거액이 부모라는 존재를 쏙 빼닮았다고 생각했다.


뚝.

뚝.


한 방울 한 방울

자신의 몸을 소진해가며

사람을 살찌우고,

다시 일으켜 세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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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할 수 없는 문장


꽃도 그렇지 않나. 화려하게 만개한 순간보다 적당히 반쯤 피었을 때가 훨씬 더 아름다운 경우가 있다. 절정보다 더 아름다운 건 절정으로 치닫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송나라 때 시인 소옹은 이러한 이치를 멋들어지게 노래했다.

"좋은 술 마시고 은근히 취한 뒤 예쁜 꽃 보노라, 반쯤 피었을 때."


지금도 나쁘지 않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순간 우린 살아가는 동력을 얻는다. 어쩌면 계절도 감정도, 인연이란 것도 죄다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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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전


미우라 시온의 소설 〈배를 엮다〉를 원작으로 한 영화 '행복한 사전'을 봤다. 겐부쇼라는 대형 출판사에는 사전 편집부가 별도로 있다. 사내에선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다.(...)

편집부 직원들은 "돈 되는 사업에 손을 대야 한다"는 경영진의 엄포와 회유에 흔들리 않고 대도해大渡海, 즉 '큰 바다를 건너다'라고 이름 붙인 사전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매달린다.

밤낮 없는 편집 작업에 몇몇 직원이 지쳐갈 즈음, 출판사의 편집 주간이 낮은 목소리로 읊조린다.

"단어의  바다는 끝없이 넓어요. 사전은 그 너른 바다에 떠 있는 한 척의 배입니다. 인간은 사전이라는 배로 바다를 건너고 자신의 마음을 적확히 표현해줄 말을 찾습니다.  그것은 유일한 단어를 발견하는 기적입니다.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바라며 광대한 바다를 건너려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사전, 그것이 바로 '대도해'입니다.


난 영화를 보다가 이 대목에서 '단어의 바다'를 '인생의 바다'로 바꾸어 읽어도 충분히 말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태어나면 다들 자기만의 배에 오르게 된다. 가끔은 항로를 벗어나 낯선 섬에 정박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끊임없이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간다.

이유는 단 하나, 자신만의 바다를 건너기 위해서.

다만 바다를 건너는 일이 모두 똑같을 리는 없다. 저마다 하는 일과 사는 이유가 다르고, 사연이 다르고, 또 삶을 지탱하는 가치나 원칙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바다가 있다.


어떤 유형이 됐든, 깊고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을 것이다. 어떤 자세로 노를 젓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건너고 있는지 살면서 한 번쯤은 톺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 번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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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 사람만 보이는 순간


나는 '키우다'라는 동사를 좋아한다.


'키우다'는 '감정'과 은근히 잘 어울리는 단어다.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것처럼 순식간에 확 타오르는 감정도 있을 테지만 모든 감정이 그럴 리 없다.

어떤 감정은 시간과 정성에 의해 느릿느릿 키워진다.

두 사람이 마련한 은밀한 텃밭에, 두 사람만의 씨앗을 심은 뒤, 물을 주고 거름을 뿌릴 때 튼실한 감정이 찬찬히 성장한다.


감정이 키워지는 순간에는 꽤 그럴듯한 정황증거情況證據가 나타나는 법이다.

만약 밤이 밀려오는 속도가 평소와 다른 것 같고 창으로 스며드는 공기의 서늘함이 전과 다르게 느껴진다면, 누군가에게 마음을 빼앗긴 건지도 모른다.

사랑이 싹틀 때 우린 새로운 풍경이 아닌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므로....


(...)


상대를 제외한 모든 것이 뿌옇게 보이는 순간은 그야말로 예고 없이 다가온다.

어쩌면 예측이 가능한 감정은 사랑이 아닌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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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먹는 관계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하고 빵을 먹는 행위는 해석하기에 따라 그리 가볍지 않은 의미가 있다.

회사를 뜻하는 단어 컴퍼니company는 com(함께)과 pany(라틴어로 빵을 의미)가 결합한 꼴이다. 이를 '함께 빵 팔아서 돈 번 기업'으로 해석하는 사람은 없을 테지?

어려운 시기일수록 작은 빵을 나눠 먹는 돈독한 관계, 로 풀이해야 제대로 된 해석이다. 음식을 권하면서 끼니를 해결하고 일상의 고단함과 온기를 공유하는 사이 말이다. 어떤 면에선 식구食口 같은 단어와도 맥을 같이 한다.


언젠가 철학자 강신주 박사가 방송에 출연해 말했다. 그는 "한 끼를 해치워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먹는 음식은 식사가 아니라 사료에 가깝습니다"라며 식사와 사료의 개념 차이를 설명했다. 조금 과장된 얘기일 수도 있으나,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맞장구를 치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식사 때마다 마주해야 하는 직장 동료나 가족의 얼굴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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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둥지의 재료


집에 돌아와 조류 관련 서적을 뒤적였다. 일부 조류는 비바람이 부는 날을 일부러 골라 둥지를 짓는다고 했다. 바보 같아서가 아니다. 악천후에도 견딜 수 있는 튼실한 집을 짓기 위해서다. 

내가 목격한 새도 그러한 연유로 흐린 하늘을 가르며 날갯짓을 한 게 아닌가 싶다. 나뭇가지와 돌멩이뿐만 아니라 비와 바람을 둥지의 재료로 삼아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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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종종 뒤에서 걷는다


언젠가 버스를 타고 신촌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느릿느릿 걸어가는 노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젊은이들보다 확연히 느린 속도로 걷고 있었는데 두 분이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새가 꽤 묘하게 보였다.

난 유심히 지켜봤다. 키가 큰 할아버지는, 키가 작은 할머니가 두 걸음 정도 내딛는 모습을 확인한 뒤 찬찬히 한 걸음 내디뎠다. 다리를 저는 할머니를 위해 미묘한 타이밍으로 보조를 맞추는 듯했다.

노부부의 모습에 가슴 한쪽이 아릿해졌다. 별안간 나는 이런 생각에 휩싸였다. 상대보다 앞서 걸으며 손목을 끌어당기는 사랑도 가치가 있지만, 한 발 한 발 보조를 맞춰가며 뒤에서 따라가는 사랑이야말로 애틋하기 그지없다고. 아름답다고.


그래, 어떤 사랑은 한 발짝 뒤에서 상대를 염려한다.

사랑은 종종 뒤에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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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대하는 방법


극지에 사는 이누이트(에스키모)들은 분노를 현명하게 다스린다. 아니, 놓아준다. 그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무작정 걷는다고 한다. 언제까지? 분노의 감정이 스르륵 가라앉을 때까지.

그리고 충분히 멀리 왔다 싶으면 그 자리에 긴 막대기 하나를 꽂아두고 온다. 미움, 원망, 서러움으로 얽히고설킨, 누군가에게 화상을 입힐지도 모르는 지나치게 뜨거운 감정을 그곳에 남겨두고 돌아오는 것이다.


어느 책에서 이 얘기를 읽고는 내 분노가 훑고 지나간 스키드 마크를 되짚어 보았다. 가끔은 노여움을 놓아주지 못하고 붙잡으려 한 것 같아서, 그런 기억이 떠올라서 얼굴이 불그스레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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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목적


밀도 있는 여행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사랑은 변하지만 사랑했던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


한 번은 여행과 방황의 유사성에 대해 생각한 적도 있다. 둘 다 '떠나는 일'이란 점에서는 닮았다. 그러나 두 행위의 시작만 비슷할 뿐 마지막은 큰 차이가 있다. 

여행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tour'는 '순회하다' '돌다'라는 뜻의 라틴어 'tomus'에서 유래했다. 흐르는 것은 흘러 흘러 제자리로 돌아오는 속성을 지닌다. 여행길에 오른 사람은 언젠가는 여행의 출발지로 되돌아온다. 돌아갈 곳이 없다면 그건 여행이 아니라 방황인지도 모른다.

행여 여행길에서 하염없이 방황하고 있다 해도 낙담할 이유는 없다. 방황이 끝날 무렵 새로운 목적지를 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훗날 그 방황은 꽤 소중한 여행으로 기억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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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의 동의어


중학교 때 사소한 잘못으로 교무실에 불려 간 적이 있다. "선생님이 너 1층으로 오시래"라는 친구 녀석의 잘못된 높임법을 듣자마자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나는 별수 없이 내려갔다.

난 교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이를 악물었다. 제자에 대한 사랑의 구타를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섭기로 소문났던 학생부 선생님은 혼을 내기는커녕 이면지 한 장을 꺼내더니 "여기에 네 장점을 써 보자"라며 당시엔 듣기 어려웠던 청유형 문자를 구사했다.

칭찬과 지적이 적절히 혼재된 면담이 끝날 무렵, 선생님은 "너처럼 가능성이 있는 녀석이 그러면 안 된다"하셨다. 난 가능성이란 낱말이 참 듣기 좋았다. 내게 그 표현은 "아직 널 믿는다..."는 말로 들렸으니까.


당당하게 교무실을 나서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사람 보는 '눈'이란 건 상대의  단점을 들추는 능력이 아니라 장점을 발견하는 능력이라는 것과, 가능성이란 단어가 종종 믿음의 동의어로 쓰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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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보내온 편지


그러고 보면 꽃처럼 겸손한 것도 없다. 제 삶의 무게를 지탱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목을 꺾어 땅으로 투신하니 말이다.

그건 뭐라고 해야 하나. 은퇴를 저울질하던 연극배우가 마지막 무대에 올라서 방백傍白을 통해 삶을 반추하고 속마음을 표현하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제가 물러나야 할 때인 것 같아요. 다른 꽃과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려 해요. 아무튼 전 최선을 다했습니다...."


(...)


막바지 편지를 부지런히 읽어야겠다.


내려앉은 꽃잎 따라,

하나의 계절이 가고 있다.


"


 

 

■ 저자


작가 겸 출판인. 글을 쓰고 책을 만들며 살아간다. 쓸모를 다해 버려졌거나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주로 쓴다. 활자 중독자를 자처하며 서점을 배회하기 좋아한다. 퇴근길에 종종 꽃을 사서 어머니 화장대에 은밀하게 올려놓는다. 지은 책으로는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 《여전히 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에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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