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 이야기

[예의주시/예의 주시] 뉴스가 틀린 맞춤법(32)='예의주시/예의 주시?

by 노지재배 2021. 8. 13.
반응형

'뉴스가 틀린 맞춤법' 서른두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은 '예의주시/예의 주시''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아래 두 가지 뉴스 중 어떤 뉴스가 올바른 표기일까요? 굵은 글씨로 표기된 '예의주시'와 '예의 주시'를 중심으로 봐 주세요. 

 

---------------------------------------------------------------------------

 



정답은 아래 뉴스에 쓰인 '예의 주시'가 올바른 표기입니다. 그러니까 위처럼 '예의주시'로 붙여 쓰면 틀린 표현이겠죠. 

'예의'와 '주시'가 각각의 의미를 가진 단어이므로 붙여 쓸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예의'와 '주시'의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

예의03 (銳意) [예ː의/예ː이] 
「명사」
어떤 일을 잘하려고 단단히 차리는 마음. ≒예정01(銳精). 
-이런 폐단을 지금 예의 개혁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없어지지 않았다.≪번역 연산군일기≫

주시04 (注視) [주ː-] 
「명사」
「1」어떤 목표물에 주의를 집중하여 봄.
-사람들의 주시를 받다/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주시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기 멋대로 행동하였다.
「2」어떤 일에 온 정신을 모아 자세히 살핌.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가 세인의 관심과 주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

---------------------------------------------------

이를 보면 어떠한 것을 집중하여 본다는 뜻의 '주시'에 어떤 일을 잘하려고 단단히 마음을 차린다는 뜻의 '예의'가 수식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곧 '예의 주시한다'라는 말은 '단단히 정신을 차리고, 집중하여 본다'라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예의'와 '주시'가 각각 뜻을 가진 단어이므로 붙여 쓸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단어와 단어는 띄어 쓰도록 한 것이 한글맞춤법이니까요.

그런데 뉴스를 검색해 보면, '예의 주시'보다는 '예의주시'로 검색되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거의 9할이 넘게 '예의주시'로 잘못 쓰이는 일이 많습니다. 

이는 일부 전문용어 등에서 명사와 명사를 붙여 쓸 수 있도록 허용한 한글맞춤법의 허용 조항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예의'와 '주시'가 만날 때에는 대부분 '예의 주시하고 있다/예의 주시하겠다"와 같은 식으로 '예의'가 '주시'를 수식하면서 '주시'는 '하다'와 만나 동사형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의'와 '주시'를 띄어 써야 의미 파악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더구나 각각의 뜻이 있는 단어를 명사라는 이유로 붙여 쓸 이유가 없습니다. 일부 전문용어나 두 개의 명사가 만나 새로운 의미를 가진 합성어를 이룰 때 명사와 명사를 붙여 쓰는 일을 허용하는 것이지, 명사라고 해서 모두 붙여 쓰라는 뜻은 아닙니다. 

사실 이러한 명사 뭉침의 경우는 띄어쓰기가 가장 애매한 경우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명사와 명사가 만나 합성어를 이룬 경우, 그래서 사전에 등재된 경우 이는 단어이므로 무조건 붙여 써야 합니다(예- 밤낮, 문밖, 성안, 월초, 월말, 큰아버지, 바늘방석 등). 그런데 단순히 명사와 명사가 만날 때와 굳어진 합성어의 경우가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 사전마다 등재되어 있는 합성어의 수가 천차만별이기까지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합성어가 아니었던 것이 합성어로 변하기도 합니다. 명사+명사 구조는 아니지만 '띄어쓰기'만 단어로 인정됐던 것이 시간이 지나자 '붙여쓰기'마저 합성어로 인정되면서 사전에 등재된 예도 있습니다. 

어느 한글학자 한 분은 이러한 문제를 국립국어원 간행물에 실으면서 실제 한글학자인 본인도 이러한 명사+명사 띄어 쓰는 문제를 사전이나 문법적 분석 틀에 기대지 않고는 판별해내기 어려울 정도라고 토로합니다. 
   
특히, 네 자로 된(또는 그 이상의) 한자어 연결 구성에서 이러한 문제가 가장 크게 나타납니다. 실제 신문 기사들을 찾아보면 신문마다, 또 기자마다, 기사마다 이러한 한자어 연결 구성에서 중구난방의 띄어 쓰기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품질 관리/품질관리, 출입 금지/출입금지, 민주 국가/민주국가, 잠재 능력/잠재능력 등과 같은 경우들입니다. 물론 문법적으로는 이러한 구성들은 모두 합성어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앞의 경우처럼 띄어 써야 합니다. 

한글학자도 머리가 아픈 문제이니 더 들어가면 답이 없습니다. 제 지식도 부족하고요. 
 
다만, 실생활에서 이러한 명사+명사, 특히 한자어 구성이 나올 때는 의미 단위로 붙여 쓰거나 띄어 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품질 관리
-'품질'을 '관리'하는 것이니, 품질 관리

출입 금지
-'출입'을 '금지'하는 것이니, 출입 금지

민주 국가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국가'이니 민주 국가

잠재 능력
-'잠재'된 '능력'이니 잠재 능력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서초역 앞 약국 점원'이라고 쓰지 '서초역앞약국점원'이라고 붙여 쓰지는 않습니다. 명사와 명사가 만날 때 의미 단위로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붙여 써야 할 곳과 띄어 쓸 곳이 보입니다. 

다만, 붙여쓰기를 허용하는 전문용어나 단체명, 학술명, 법률명 등에서는 그때그때 일반적인 띄어쓰기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 언급된 한글학자분의 글은 시정곤 교수님의 '명사 연결체의 띄어쓰기 실상과 처리 방향'입니다. '새국어생활 제12권 제1호-2002년 봄'에 '띄어쓰기 특집'으로 게재됐습니다. 글은 다음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s://www.korean.go.kr/nkview/nklife/2002_1/2002_0103.pdf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좋아요-추천 버튼 누르실 수 있습니다.  

아래는 제 블로그에 있는 다른 포스팅 중 참고하실 만한 내용을 추렸습니다.  

한번 살펴봐 주세요. 고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글 이야기 

[글 이야기] - [가능한 한/가능한한/가능한] 뉴스가 틀린 맞춤법(31)='가능한 한/가능한 빨리?

[글 이야기] - [빗다/빚다][빗어/빚어] 뉴스가 틀린 맞춤법(30)='차질을 빗을까/차질을 빚을까'

[글 이야기] - [바라/바래][같아/같애] 뉴스가 틀린 맞춤법(29)='바라/바래', '같아/같애' 찾길 바래~

[글 이야기] - [그런대로/그런데로] 뉴스가 틀린 맞춤법(26)='그런대로/그런데로'

[글 이야기] - [때문에/이(그) 때문에] 뉴스가 틀린 맞춤법(28)='때문에/이(그) 때문에'

[글 이야기] - [밀어붙이다/밀어부치다] 뉴스가 틀린 맞춤법(27)='밀어붙이다/밀어부치다'

[글 이야기] - [절래절래/절레절레] 뉴스가 틀린 맞춤법(25) =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까요, '절레절레' 흔들까요

[글 이야기] - [일본어 투][일본말 투] 일본어 투 아직 벗어나지 못하셨나요?

[글 이야기] - [새시][섀시] 창틀은 뭐라고 할까요, 샷시? 샤시? 섀시? 새시?

[글 이야기] - [사단 나다/사달 나다] 뉴스가 틀린 맞춤법(24)='사단 나다/사달 나다' 사단은 내지 마세요

[글 이야기] - [이참에/이 참에] 뉴스가 틀린 맞춤법(23)='이참에/이 참에' 이참에 제대로 알고 가자

[글 이야기] - [더더욱/더 더욱][더욱더/더욱 더] 뉴스가 틀린 맞춤법(22)='더욱'을 강조하는 부사들

[글 이야기] - [자주 틀리는 일상어/맞춤법] (3) 괄호 뒤 조사 사용법

[글 이야기] - [갖은/가진] 뉴스가 틀린 맞춤법(21)='갖은/가진' 어떤 때 쓰일까요?

[글 이야기] - [하마터면/하마트면] 뉴스가 틀린 맞춤법(20)='하마터면/하마트면' 맞는 말은?

[글 이야기] - [미미하다/미비하다] 뉴스가 틀린 맞춤법(19)='미미하다/미비하다' 무엇이 맞을까요?

[글 이야기] - [삼가/삼가다/삼가하다] 뉴스가 틀린 맞춤법(18)='삼가다/삼가하다' 무엇을 삼가야 할까?

[글 이야기] - [보다 띄어쓰기] 뉴스가 틀린 맞춤법(17) = '보다'의 띄어쓰기

[글 이야기] - [피로 회복][피로 해소] 뉴스가 틀린 맞춤법(16) = 피로를 회복한다니? 피로는 해소하거나 풀어야!

[글 이야기] - [때문에 띄어쓰기] 뉴스가 틀린 맞춤법(15) = '때문에' 띄어쓰기

[글 이야기] - [밖][밖에] 뉴스가 틀린 맞춤법(14) = 밖, 밖에 띄어쓰기

[글 이야기] - [들르다][들리다][들러][들려] 뉴스가 틀린 맞춤법(13) = 들르다/들리다, 들러/들려

[글 이야기] - [닦달][닥달] 뉴스가 틀린 맞춤법(12) = 닦달/닥달

[글 이야기] - [자주 틀리는 일상어/맞춤법] (2) 염두에/염두해, 그제야/그제서야

[글 이야기] - 뉴스가 틀린 맞춤법(11) = 눈에 띄다/눈에 띠다

[글 이야기] - [렬/률][열/율][맞춤법][띄어쓰기] 뉴스가 틀린 맞춤법(10) = 렬/률, 열/율

[글 이야기] - [국립국어원][쉼표, 마침표][잠궈/잠가] 물은 이제 꼭 ‘잠가’ 주세요

[글 이야기] - [자주 틀리는 일상어/맞춤법] 내가 아시는 분?

[글 이야기] - 뉴스가 틀린 맞춤법(9) = ~로서 ~로써

[글 이야기] - 뉴스가 틀린 맞춤법(8) = 이따가? 있다가?

[글 이야기] - 뉴스가 틀린 맞춤법(7) = 내노라하는? 내로라하는?

[글 이야기] - 뉴스가 틀린 맞춤법(6) = 알파고에게? 알파고에?

[글 이야기] - 뉴스가 틀린 맞춤법(5) = '갈 데까지 가다'와 '갈 때까지 가다'

[글 이야기] - 뉴스가 틀린 맞춤법(4) = '더우기'와 '일찌기'

[글 이야기] - 뉴스가 틀린 맞춤법(3) = '들어나다'와 '드러나다'

[글 이야기] - 뉴스가 틀린 맞춤법(2) = '던지'와 '든지'

[글 이야기] - 뉴스가 틀린 맞춤법(1) = 잘못된 '지'의 띄어쓰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