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을 못 하고 있던 SF 영화의 기대작 ‘듄(Dune)’이 10월 20일 드디어 국내 개봉됐다.
‘듄’은 ‘컨택트’와 ‘블레이드 러너 2’로 잘 알려진 드니 빌뇌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티모시 살라메, ‘스파이더맨: 홈 커밍’의 젠데이아 콜먼, ‘아쿠아맨’의 제이슨 모모아가 출연해 세계 영화 팬들을 설레게 했다.

영화 ‘듄’의 원작인 프랭크 허버트(Frank Herbert)의 역작 장편소설 ‘듄’은 ‘스파이스(Spice)’라는, 우리말로는 향신료(香辛料)로 번역되는 자원을 두고 펼쳐지는 권력 갈등을 흥미롭게 그렸다.

스파이스는 우주에서도 변방에 있는 행성 아라키스에서만 생산된다. 아라키스는 모래사막으로만 이뤄진 행성으로 이곳에서 모래벌레라는 커다란 괴물이 스파이스를 만들어낸다.

‘듄’은 우리말로 모래언덕 즉 사구(沙丘)를 뜻한다. 스파이스를 빼면 하등 이로울 게 없는 변방의 모래 행성 아라키스가 바로 ‘듄’의 가장 중요한 배경이다.
바로 이 모래 행성과 거대한 모래 괴물, 그리고 모래 괴물이 만들어내는 '스파이스'라는 경제와 권력의 구조가 그동안 세계의 수많은 SF 팬들을 사로잡아왔다.

스파이스는 일종의 음식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지적 능력을 높여주는 기능성이 있다. 책에서는 컴퓨터와 같은 과학기술이 사리진 시대, 별과 별을 오가는 우주선 항법사들이 정교한 워프(Warp) 항행에 필요한 연산을 해내기 위해 정신적 활동을 최고조로 이끌어주는 이 ‘스파이스’를 수시로 복용한다. 행성 간 이동이나 무역, 외교 등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원료 또는 연료의 기능을 이 스파이스가 맡고 있는 것이다.

프랭크 허버트는 스파이스에 관한 모티브를 18세기 유럽에서 향신료를 인도에서 구해오던 때에 나온 "향신료를 가진 자가 유럽을 지배한다"라는 말에서 얻었다고 한다. 18세기 유럽은 향신료가 많이 필요했지만, 인도와 유럽 사이의 거리가 멀어 공급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향신료는 매우 귀한 물건이었다. 단순히 향신료를 넘어 우주여행에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인 스파이스의 가치는 그 값을 따지자면 한이 없다.

그래서 작품에는 스파이스라는 자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희소성과 소유권 문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시장에 미치는 효과 등이 각 권력의 싸움을 통해 극적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이러한 자원을 둘러싼 권력 암투 과정에서 소설에는 캐치프레이즈와 같은 문구가 여러 번 등장하는데 “스파이스를 지배하는 자가 우주를 지배한다.”, “스파이스는 흘러야 한다.”와 같은 대사들이다.

그리고 폴 아트레이데스(이전 번역판에서는 아트레이드, 새로운 번역판 기준)가 신비로운 종교 권력 집단 베네게세리트의 대모에게 영적인 능력을 시험받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명대사도 유명하다.
"두려움은 정신을 죽인다. 두려움은 완전한 소멸을 초래하는 작은 죽음이다. 나는 두려움에 맞설 것이며 두려움이 나를 통과해서 지나가도록 허락할 것이다. 두려움이 지나가고 나면 나는 마음의 눈으로 그것이 지나간 길을 살펴보리라. 두려움이 사라진 곳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오직 나만이 남아 있으리라."

인공지능마저 금지된 먼 미래를 그리지만 '듄' 속 세계는 중세 시대의 귀족 가문들 간의 관계를 묘사하듯이 펼쳐진다.
주요 줄거리에 등장하는 아트레이드 가문과 하코넨 가문, 황제 가문인 코리노 가문 등이 등장하면서 각 가문의 문장(紋章)과 별을 놓고 펼치는 전쟁은 중세 시대 귀족 가문들 간의 다툼처럼 펼쳐져 중세 영화나 '왕좌의 게임'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듄'은 그동안 '스타워즈'와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그리고 방금 언급한 '왕좌의 게임' 등 여러 영화, 게임, 음악, 소설 등에 반세기에 걸쳐 수많은 영향을 준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듄'은 1965년 제정된 네뷸러상의 첫 수상작으로 선정, 휴고상(1966), 로커스 폴 상(1975, 1987, 1998) 등을 수상하며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올라 비평계와 독자들의 동시 찬사를 받았고 1984년에는 거장 데이비드 린치 감독에 의해 처음 영화화되기도 했다.

다만,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화는 제작된 대부분의 내용을 영화 상영 시간에 맞추기 위해 잘라냈고, 마지막 완성마저 감독의 손으로 마무리 짓지 못하는 등 여러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평가된다.

이어 '듄' 시리즈는 2000년에는 미니시리즈로도 제작되어 에미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1992년에는 웨스트우드의 게임 '듄'으로 제작돼 실시간 SF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세계적인 붐을 주도했으며, '스타크래프트' 탄생에 영향을 주었다고도 알려졌다.

작가 프랭크 허버트는 총 6부의 '듄 연대기'를 집필했다. 그러나 마지막 부인 '듄의 신전'이 출간되고 이듬해인 1986년 췌장암 수술 후 사망했다. 이후 듄 세계관을 집필한 그의 노트 내용을 기초로, 그의 아들인 브라이언 허버트와 다른 작가가 공동 집필한 후속 소설이 10여 편 출간됐지만, 프랭크 허버트가 집필한 6부작 전집만이 오리지널로 평가받고 있다.
이 6부작 중 이번에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는 1부를 다뤘다. 이번에 개봉한 부분은 1부의 절반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후속작에서 1부 나머지 부분이 이어질 예정이다.

처음 '듄'을 영화화했던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작품도 1부만을 다루고 있다. 나중에 드라마로 나온 작품은 1부와 3부를 다뤘던 것으로 기억한다.
너무나 방대한 작품인 만큼 보통 영화가 담을 수 있는 시간으로는 전체 작품을 담아낸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하나의 부도 한 편의 영화에 담기에는 긴 시간을 소요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이 '듄'을 영화화하려다 실패한 것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유명하고,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영화 제작을 위해 작성됐던 책자나 구상 아이디어 등은 하나의 새로운 작품을 보는 듯한 만족감을 주기도 한다.

당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영화 제작팀에 최초로 스카우트해 스토리보드를 담당했던 만화가는 이후 오토모 가즈히로와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던 위대한 프랑스 작가 뫼비우스다. 또한, 만들어지지 못한 영화 속 기괴한 미술을 담당한 이는 스위스의 천재 작가 H.R.R 기거였다. 훗날 에일리언의 창조자로 불멸의 명성을 얻게 된다. 특수효과는 에일리언의 각본가 댄 오베넌이었다.
캐스팅에도 자기 아들을 폴 아트레이데스로 점찍고 12살인 아들에게 2년간 매일 6시간씩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시킨다. 제국의 황제 역에는 유명한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를 점찍기도 했고, 폴의 아버지 레토는 킬빌로 유명한 데이비드 캐러딘이 맡았으며, 하코넨 남작 역에는 오손 웰즈까지 거론됐다. 사운드트랙으로는 당대 최고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가 합류를 결정하기도 했다.

다만, 눈이 돌아갈 정도의 캐스팅과 다재다능한 스텝들을 거느린 이 프로젝트는 결국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맞는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엎어지게 된다.
애초 12시간의 상영 시간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던 감독의 고집도 여기에 한몫했다. 하루에 단 2번밖에 상영하지 못하는 영화에 과연 누가 예산을 투자할 수 있었을까. 다만, 이 괴짜 감독이 소집했던 천부적 소질의 스텝들과 미완성 '듄'의 아이디어들은 후에 '에일리언'과 '스타워즈' 등 기라성 같은 영화들에 많은 영감과 영향을 주게 된다.

오리지널 원작 소설 '듄'의 구성은 1부 '듄', 2부 '듄의 메시아', 3부 '듄의 아이들', 4부 '듄의 신황제', 5부 듄의 이단자들', 6부 '듄의 신전'까지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예전에 각 부당 3권씩 총 18권의 '듄' 소설을 출판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개봉에 맞춰 각 부당 한 권씩의 새로운 구성으로 '듄' 신장판을 선보이기도 했다.

1부는 폴 아트레이데스가 주인공으로, 아트레이데스 가문이 황제와 하코넨 가문의 정략적인 함정에 빠져 몰살 위기에 처했다가 폴에 의해 복권하는 과정을 그렸다.
2부는 우주의 왕좌에 올라선 폴과 그의 지배에 억눌렸던 다른 정치 세력들의 새로운 음모를 담았다.
3부는 폴의 자녀인 레토와 가니마가 주인공으로, 폴의 동생이자 그들의 고모인 '알리아'와 벌이는 아트레이데스 가문 내에서의 권력 투쟁 과정을 그렸다.

4부에서는 수천 년 동안 신(神)황제로서 독재자로 군림한 레토 아트레이데스와 이에 저항하는 세력들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5부와 6부에서는 신황제 사후, 종교 집단인 베네 게세리트와 사이비 종교 집단인 명예의 어머니 사이에 벌어지는 싸움을 다루는 등 수천 년에 걸쳐 펼쳐지는 상상 속 우주 역사를 상세히 그려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5부, 구판 기준 총 15권의 '듄' 시리즈를 읽었다.

한편, '듄' 시리즈의 새로운 영화화와 함께 그래픽 노블도 새롭게 시도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도 출간된 '듄 그래픽 노블 1권'은 소설 속 1부 내용을 다 담지 못하는 분량으로 선보이고 있지만, 후속작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1부에서 캐릭터의 매력이나 등장인물의 무게와 비교해 너무나도 빠르게 죽음을 맞이하는 '던컨 아이다호'는, 사실 1부 이후에 '익스'라는 산업 및 과학 기계 집단에 의해 일종의 생체 안드로이드로 만들어져 2부와 3부, 4부, 5부 등에 걸쳐 수천 년 동안 계속해서 새로운 삶과 이전의 기억을 되풀이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아쿠아맨’의 제이슨 모모가 '던컨 아이다호' 역을 맡아 존재감에 비해 배역 비중이 너무 작은 느낌이 없지 않으나, 이번 영화가 2편으로 1부만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후속 작품들이 계속 만들어진다면 '던컨 아이다호'의 출연이 계속될 것이기에 그 비중이 단순히 작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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