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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졸혼][휴혼][해혼][각거] 졸혼 시대, 진정한 대안일까?

by 노지재배 2017.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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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듣게 된 새로운 말들입니다. 졸혼(卒婚) 휴혼(休婚) 해혼(解婚) 각거(各居)....


가장 익숙해 보이는 '졸혼(卒婚)'은 말 그대로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입니다. 2004년 일본에서 출간된 스기야마 유미코 작가의 《졸혼을 권함》이란 책에서 유래됐습니다. 한국어 책명은 오늘 리뷰할 《졸혼 시대 - 낡은 결혼을 졸업할 시간》입니다. 부제로 〈나와 가족이 더 행복해지는 관계 혁명〉을 달고 있습니다. 


졸혼 시대

졸혼이란 말은 국내에서도 2016년 가장 많이 검색된 신조어 7위를 차지했을 만큼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졸혼(卒婚)과 휴혼(休婚), 해혼(解婚), 각거(各居). 각거만 다를 뿐, 나머지는 모두 결혼을 의미하는 혼(婚)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혼을 꾸며주는 말이 졸업하다(졸), 쉬다(휴), 풀다(해)입니다. 무슨 뜻인지 짐작이 가시죠?  조금씩 다를 수 있는 부분이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이 말들은 모두 부부가 법적 혼인관계는 유지하나 독립적인 취미생활이나 사회생활을 유지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는 따로 떨어져 독립적으로 생활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중견배우 백일섭 씨도 방송에서 아내와 졸혼했다고 밝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백일섭 씨는 방송에서 "집을 나와 아내와 만난 지 오래됐다"면서 본인의 성격 때문에 "같이 살면서 정답게 예의를 지키며 살 수 없었기 때문에" 졸혼을 선택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들에게는 "네 엄마한테 잘 하라고 이야기한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예전 가부장적 시대를 살았던 우리 아버지들이 졸혼이니 휴혼이니 황혼 이혼이니 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물론, 졸혼은 결혼 생활을 아예 졸업한다는 의미로, 휴혼은 잠시 결혼 생활을 쉰다는 의미로 쓰여서 별거(別居)의 의미와도 가까우며, 해혼은 자녀가 모두 성장하고 출가한 뒤 부부 관계를 풀고 간섭 없이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한다는 인도의 풍습에서 왔다고도 합니다. 어찌 보면 조금씩 다르지만 전통적인 부부관계로 묶인 의무과 권리, 사회적인 함의들을 벗어나려 한다는 데에는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각거(各居)는 가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각기 따로 떨어져 산다는 뜻을 가진 말로, 별거의 다른 말 정도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인생 100세 시대, 60~70년을 살던 시절이나 그보다 더 빨리 생을 마감하던 시절의 결혼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겠죠. 게다가 현대사회는 예전 세대들이 한평생을 거쳐도 경험해보지 못할 만한 급격한 변화가 1년, 5년, 10년 사이에도 수도 없이 나타나는 급변 사회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결혼이란 제도를 둘러싼 이러한 변화 시도들이 어쩌면 당연한 흐름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졸혼을 비롯한 휴혼, 해혼, 각거 등의 단어들에는 그리 긍정적이거나 호의적인 감정이 쉽게 자라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이 말들 자체가 모두 기존 사회에서 '이혼(離婚)'으로 가기 위한 단계로 받아들여졌던 '별거(別居)'의 느낌을 희석하기 위해 쓰인 말들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습니다. 


물론, 이런 말들이 유행하게 된 이유는 예전보다 오랜 기간 혼인 관계를 유지하다 보니 전통적인 부부 관계에 변화를 주고 싶어서일 수도, 복잡다단한 현대사회 속에서 각자의 삶과 의미를 추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떨어져 살 수밖에 없는 부부들이 많아져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본인들이 원하지 않더라도 또는 적극적으로 결혼을 그만두고자 하는 의사가 없더라도, 경제적 또는 자아실현을 위한 사회적 목표 추구를 이유로 각자 또는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결혼 생활을 영위할 수밖에 없는 부부 사이에서야 굳이 이런 말들을 사용하거나 관계를 꾸며야 할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이유로 졸혼이니 해혼이니 휴혼을 말하는 부부들은 사실 둘의 관계가 이미 소원해졌음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진정 새로운 출발이 두렵거나, 자식들의 성장 과정이나 결혼 준비 등을 위해 아직 그 둘의 부부 관계가 유지돼야 할 사회적, 경제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결혼 졸혼 해혼 휴혼

이 책에도 총 여섯 쌍의 일본 부부가 등장합니다. 그러나 저자인 스기야마 유미코가 부부 모두를 인터뷰한 것은 세 쌍뿐으로, 나머지 세 쌍은 부부 중 한쪽의 이야기만을 듣고 책을 썼습니다.


몰론, 이 안에는 앞서 말했듯 부부가 복잡다단한 현대사회 속에서 각자의 삶과 의미를 추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떨어져 살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에는 굳이 졸혼이니 해혼이니 하는 말들을 갖다 붙이지 않아도 그저 자연스러운 부부 관계의 하나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런 부부들은 남편과 아내 모두가 적극적으로 결혼을 그만두고자 하는 의사가 없이 경제적 또는 자아실현을 위한 사회적 목표 추구를 이유로 각자 또는 따로 또 같이 살아야 하는 상황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책에는 또 둘의 관계가 소원해서 이미 결혼의 의미가 없음에도 단순한 관계 유지를 위해 '졸혼'과 같은 말을 사용하고 있는 부부의 모습도 보입니다. 일종의 '쇼윈도 부부'라고 부를 수 있는 모습들 말입니다. 해당 부부의 경우 책의 작가와 인터뷰한 남편이 아니라, 개인적인 쇼핑이나 여행을 즐기며 전통적인 부부 관계를 벗어나 있는 아내의 인터뷰를 했다면 사실 이 책에 실릴 수 없는 내용들이 나왔을 거라는 짐작이 갑니다. 이 아내와의 인터뷰에서는 일종의 '쇼윈도 아내'로서 나는 남편과 부부관계에서 얻지 못하는 만족을 내 개인적인 여행과 쇼핑을 통해 충족하고 있다는 정도의 내용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졸혼과 같은 말을 꺼내거나 고심하고 있는 부부들은 한 번쯤 자신이 진정으로 상대를 놓아주고 새로운 출발을 하기가 두려운 것은 아닌지, 단순히 황혼 이혼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서는 아닌지, 자기 마음속을 찬찬히 살펴보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맞벌이 증가와 사회에서의 여성의 역할 확대에 따른 가정일과 양육에서의 남편의 역할과 비중 변화는 졸혼과 황혼 이혼 등의 현상을 막는 가장 중요한 대전제라는 점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결혼 휴혼 해혼 졸혼

하지만 공평한 집안일 배분이나 경제적 관계를 넘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간의 신뢰와 응원이라고 작가는 강조합니다.  


스기야마 유미코 작가가 책에서 이야기했듯이 '집안일을 평등하게 나누는 맞벌이 가족'이라는 이상형에 많은 사람들이 전도돼 있습니다. 작가 또한 이러한 이상형에 지나치게 고정관념을 가지게 된 나머지 부부 관계에 난관을 겪게 되고 그러한 과정에서 '졸혼'이라는 대안을 생각하게도 됩니다. 그리고 꼭 절반씩은 아니지만, 서로를 위해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스기야마 유미코 작가는 이어 집안일을 평등하게 해야 한다는 지나친 고정관념이 오히려 가족 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가족이란 한 사람의 노력이나 생각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이러한 억지 노력이 가족 간의 틈을 점점 벌리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이에 작가는 서로가 원하는 일을 도와주고 지원해주는 부부의 특징으로 다음의 다섯 가지를 들었습니다. 스기야마 유미코 작가는 이를 행복한 졸혼의 조건이라고 들었지만, 이는 졸혼이니 해혼이니를 떠나 행복한 결혼의 조건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행복한 졸혼의 조건(행복한 결혼의 조건)


1. 자주 대화한다.


2. 배우자의 능력과 한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3. 인생의 특정한 시기에서 때론 상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마음을 갖는다.


4. 경제적 안정을 지향하지만 인생의 목적을 경제적 안정에 두지 않는다.


5. 더 나은 결혼 생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런 면에서 스기야마 유미코 작가가 졸혼을 언급하며 이 책을 쓴 이유도 '나와 가족이 더 행복해지는 관계 혁명'을 위해서였다는 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졸혼이든 해혼이든, 휴혼이든 부부가 서로 행복해지는 길은 바로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신뢰이니까요. 


이어 작가는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을 하거나 평생 서로에 대해 불만을 품은 채 살아가지 않으려면, 그것을 피해 '상대는 그런 사람'이라는 넓은 아량과 자상함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바로 이러한 평행선의 관계를 유지할 줄 아는 지혜가 행복한 졸혼 생활의 열쇠라는 것이죠. 이는 앞서 말했듯 행복한 졸혼 생활을 행복한 결혼 생활로 바꾸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습니다. 뭐랄까, 행복한 졸혼 생활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행복한 결혼 생활이라는 자질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작가의 마지막 조언은 이렇습니다.



■ 신뢰와 응원으로 만드는 부부 관계


1. 자신의 영역에 무리하게 상대를 끌어들이지 않는다.


2. 상대가 하고 싶은 것을 존중한다.


3. 배우자 없이도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


4. 고독에 견딜 수 있는 힘을 갖는다. 스스로 자신을 즐겁게 하는 힘을 갖는다.


5. 금전적인 부분은 서로 양해할 수 있는 범위를 지킨다.


6. 배우자에게 곤란한 일이 생기면 힘껏 도와준다.


7. 주위의 시선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한편, <MBC스페셜>에서 후지TV와 공동기획으로 7월 17일 오늘 저녁 11시 10분에 '졸혼, 해도 될까요?' 2부작을 편성 방송한다고 합니다. 우리 시대 졸혼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을 접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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