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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법정 소설] 경쾌한 법정 소설, 미스 함무라비

by 노지재배 2017.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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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책은 《미스 함무라비》다. 


이 책은 글 쓰는 판사로 알려진 문유석 판사의 소설로, 2016년 말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2015년 봄부터 2016년 3월까지, 20차례 한겨레에 연재했던 소설을 한데 모은 것으로, 에피소드식으로 진행되는 소설의 중간중간 우리나라 법원과 판사들의 업무 및 일상생활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특히나 현직 판사 중에서도 글 잘 쓰기로 알려진 문유석 판사가 집필해 법정에서의 재판과 소송 과정에 대한 사실적 묘사가 돋보인다.


홍보 문구는 "현직 부장판사 문유석이 써내려 간 법정 활극!"이라고 돼 있다. 그러나 작품을 읽어 보면 사실 법정 활극까지는 아니고 소소한 법정 이야기라고 정의할 수 있을 듯하다. 이 작품의 장점은 사실 소설적인 또는 극적인 재미나 스릴러, 활극 같은 액션 등 역동적인 느낌이 잘 드러난다기보다는 현직 판사가 직접 들여다본 우리의 법정 풍경을 소설의 형식을 빌려 알기 쉽게 전달해준다는 데에서 더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소설은 서울중앙지법 44부에서 펼쳐지는 법정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44부의 부장판사는 권력 추종이나 출세 전략과는 거리가 먼 마이웨이 판사이자, 욱하는 성질에 가끔 법정에서 막말을 해대는 한세상 부장판사다. 그리고 한 부장판사와 합의부를 구성하는 배석판사로는 임바른 판사와 박차오름 판사가 있다.


소설은 초짜 판사인 박차오름 판사가 서울중앙지법 44부에 배정받으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특히, 박차오름 판사는 첫 출근길부터 지하철 여성 성추행범의 사타구니에 니킥을 날리는가 하면 초미니에 스틸레토 힐로 법원에 출근하고, 법원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는 할머니의 사연에 함께 울기도 하는 등 불의를 참지 못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같은 성격을 지녔다. 



소설에는 서울중앙지법 44부 합의부의 중심으로서 젊은 판사들에게 불의에 맞서고 약자 편에서만 서려고 하는 것이 때로는 잘못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세상의 이치를 가르쳐주고 싶어 하는 한세상 부장판사와 열혈 초임 판사인 박차오름 판사와의 갈등이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박차오름 판사와 한세상 부장판사 사이에서 갈등 조정자 역할을 하면서도 때로는 박차오름 판사 편에서 한세상 부장판사에 맞서기도 하는 임바른 판사의 이야기가 각각의 에피소드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소설은 법정과 판사의 의미, 법과 판결의 한계 다시 말해 정의와 법이 가지는 한계, 사람일 수밖에 없는 판사가 내리는 판결의 무흠결성에 대한 의문 등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전관예우의 문제도 있고, 피고에게 충분한 동정을 느낄 수밖에 없음에도 피고에 불리한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는 판결 사례에 대한 이야기 등도 등장한다.


전체적으로는 소설적으로 매우 재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작가가 현직 판사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짜임새 있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글을 잘 쓰는 현직 판사가 쓴 소설인 만큼 법정과 판사를 둘러싼 현실적인 이야기를 잘 풀어내고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현직 판사가 고민하는 법과 정의, 우리나라 법원과 판결 제도에 관해 살펴보고 싶거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법정 라이트 노블을 원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일독을 권한다.




특히, 문 판사는 매체를 통해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이라는 칼럼 글을 게재한 걸로도 유명세를 얻었다.


다음은 문유석 판사가 썼던 칼럼인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 중 일부다. 참고하시기 바란다.



"


저녁 회식하지 마라. 젊은 직원들도 밥 먹고 술 먹을 돈 있다. 친구도 있다. 없는 건 당신이 뺏고 있는 시간뿐이다. 할 얘기 있으면 업무시간에 해라. 괜히 술잔 주며 ‘우리가 남이가’ 하지 마라. 남이다. 존중해라. 밥 먹으면서 소화 안 되게 ‘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자유롭게들 해 봐’ 하지 마라. 자유로운 관계 아닌 거 서로 알잖나. 


(...)


술자리에서 여직원을 은근슬쩍 만지고는 술 핑계 대지 마라. 취해서 사장 뺨 때린 전과가 있다면 인정한다. 굳이 미모의 직원 집에 데려다준다고 나서지 마라. 요즘 카카오택시 잘만 온다. 부하 여직원의 상사에 대한 의례적 미소를 곡해하지 마라. 그게 정 어려우면 도깨비 공유 이동욱을 유심히 본 후 욕실로 들어가 거울을 보는 요법을 추천한다. 내 인생에 이런 감정이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용기 내지 마라. 제발, 제발 용기 내지 마라.


‘내가 누군 줄 알아’ 하지 마라. 자아는 스스로 탐구해라. ‘우리 때는 말이야’ 하지 마라. 당신 때였으니까 그 학점 그 스펙으로 취업한 거다. (...) 아프니까 갱년기다. 무엇보다 아직 아무것도 망칠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라. 하려면 이미 뭔가를 망치고 있는 이들에게 해라. 꼰대질은, 꼰대들에게.


"



■ 저자


문유석 


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소년 시절, 좋아하는 책만 잔뜩 쌓아놓고 섬에서 혼자 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책 읽기를 좋아했다. 1997년부터 판사로 일했으며 판사의 일을 통해 비로소 사람과 세상을 배우고 있다고 여긴다. 책벌레 기질 탓인지 글쓰기를 좋아해 다양한 재판을 경험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틈나는 대로 글로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개인주의자 선언》과 《판사유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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