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틀린 맞춤법' 마흔두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은 제가 MBC 뉴스에서 틀린 사이시옷 맞춤법 사례를 가져왔습니다. 문제가 되는 캡처 사진 위에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표시를 해 놓았으니 주의해서 살펴보시면 됩니다.
오늘 가져온 부분은 미국 중간선거 결과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제가 캡처를 해놓고 며칠이 지나서 이미 좀 지나버린 뉴스이기는 하네요. 이 블로그 목적은 시사성이 아니라 띄어쓰기, 맞춤법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국 하원 중간선거에서는 사실 민주당이 선전하면서 예상과는 달리 공화당이 박빙 승리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이와 관련한 뉴스에서 MBC가 상원 선거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가운데,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을 때 흔히들 사용하는 표현인 '안개속/안갯속'을 쓰면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답부터 말씀드리면 이것은 '안개속'이 아니라, '안갯속'이 맞습니다. 흔히 자주 틀리는 비슷한 사이시옷 용법인데, '안개속(X)/안갯속(O)'과 함께 자주 틀리는 사이시옷 용법 가운데는 '장미빛(X)/장밋빛(O)'도 있습니다.
'안개속'이 아니라 '안갯속'인 이유는 사이시옷 현상 때문입니다. 자세한 사이시옷 현상 관련 내용은 아래 규정과 해설을 참고하시고, 여기서는 '안갯속'에 집중해서 설명하겠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사이시옷은 사잇소리 현상이 나타났을 때 쓰는 ‘ㅅ’을 뜻하는 말입니다. 사이시옷 현상은 두 단어 또는 형태소가 결합하여 만든 복합명사(합성명사)의 두 요소 사이에 삽입되는 '시옷' 소리 또는 사잇소리 현상을 말합니다.
사잇소리 현상은 1) 순우리말 또는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 가운데 앞말이 모음으로 끝날 때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 2)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거나 3)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것 따위에 받치어 적습니다. 차례대로 ‘아랫방’, ‘아랫니’, ‘나뭇잎’ 따위가 있습니다.
특히, 사이시옷은 규칙이 많고 복잡한 데다 헷갈리는 경우가 많아 자주들 틀리는 맞춤법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으로 자주 쓰이는 말들은 아예 외워두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때도 많습니다. 위의 '장밋빛', '안갯속' 같은 경우가 그렇고, 6개만 인정하는 두 음절 한자어 합성어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자, 그러면 '안개속'은 왜 '안갯속'으로 써야 맞을까요? '안갯속'은 사이시옷 현상 중 1)순우리말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에 해당합니다. 더불어 1-1)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입니다. 즉, 우리말인 '안개'와 '속'이 만났는데 이 사이에 사잇소리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를 발음해 보니 안갯속[안ː개쏙/안ː갣쏙]으로 발음이 됐고, 이러한 사잇소리를 나타내 주기 위해 '안갯속'으로 표기하는 것입니다.
같이 언급한 '장밋빛'의 경우는 순우리말과 한자어 합성어의 경우입니다. 1)순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이며, 1-1)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경우이죠. 즉, 한자어인 '장미(薔薇)'와 우리말 '빛'이 만났는데 이때 사잇소리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를 발음해 보니 장미빛[장미삗/장믿삗]으로 발음이 됐고, 이러한 사잇소리를 나타내 주기 위해 '장밋빛'으로 표기합니다.
아래에 사이시옷 규정과 해설을 덧붙여 드립니다만, 전부 다 외우고 하나하나 단어에 적용한다는 건 어렵고 지난한 일입니다. 자주 사용하는 단어만이라도 틀리지 않도록 눈에 익혀 두고, 헷갈릴 경우는 사전과 한글 맞춤법 검사기를 통해 바로잡아가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듯합니다.
다만, 국고 지원을 받는 유수 언론사나 오피니언을 이끄는 중앙 신문들에서마저 뉴스 자막이나 신문 지면에 이렇게 한글맞춤법을 틀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은 큰 문제입니다. 케이컬처니 케이팝이니 세계적으로 문화 대국을 꿈꾸고 있는 이때, 우리말 사용과 보급에 더욱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글 맞춤법 사이시옷 규정
사이시옷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받치어 적는다.
1. 순우리말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1)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
고랫재 귓밥 나룻배 나뭇가지 냇가 댓가지 뒷갈망 맷돌 머릿기름 모깃불 못자리 바닷가 뱃길 볏가리 부싯돌 선짓국 쇳조각 아랫집 우렁잇속 잇자국 잿더미 조갯살 찻집 쳇바퀴 킷값 핏대 햇볕 혓바늘
(2)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는 것
멧나물 아랫니 텃마당 아랫마을 뒷머리 잇몸 깻묵 냇물 빗물
(3)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것
도리깻열 뒷윷 두렛일 뒷일 뒷입맛 베갯잇 욧잇 깻잎 나뭇잎 댓잎
2.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1)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
귓병 머릿방 뱃병 봇둑 사잣밥 샛강 아랫방 자릿세 전셋집 찻잔 찻종 촛국 콧병 탯줄 텃세 핏기 햇수 횟가루 횟배
(2)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는 것
곗날 제삿날 훗날 툇마루 양칫물
(3)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것
가욋일 사삿일 예삿일 훗일
3. 두 음절로 된 다음 한자어(6개만 인정)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
■사이시옷 규정 해설
우선, 사이시옷은 합성어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따라서 합성어가 아닌 단일어나 파생어에서는 사이시옷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해님’은 명사 ‘해’에 접미사 ‘-님’이 결합한 파생어이므로 ‘햇님’이 아닌 ‘해님’이 표준어입니다. 이와는 달리 합성어 ‘햇빛’에는 사이시옷이 들어갑니다. 독립적인 명사인 해+빛이 만나는 합성어이기 때문에 이때 사이시옷을 적습니다.
특히, 합성어이면서 다음과 같은 음운론적 현상(사이시옷 현상)이 나타나야 합니다.
1.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경우
바다+가→[바다까]→바닷가
2.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는 경우
코+날→[콘날]→콧날
비+물→[빈물]→빗물
3.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경우
예사+일→[예ː산닐]→예삿일
예를 들어 ‘위’는 ‘길, 물’과 결합할 때는 사이시옷이 들어가서 ‘윗길, 윗물’이 되지만 ‘턱, 쪽’과 결합할 때는 사이시옷 현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위턱, 위쪽’으로 씁니다. 사이시옷 현상이 없어서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 ‘ㄴ’ 소리가 덧나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넷줄[그ː네쭐/그ː넫쭐]’은 위의 조건을 충족하여서 사이시옷이 들어가는 데 비해 ‘가로줄[가로줄]’, ‘세로줄[세ː로줄]’은 위의 조건에 해당하지 않아 사이시옷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세 번째로는, 위 두 가지 요건과 더불어 합성어를 이루는 구성 요소 중에서 적어도 하나는 고유어이어야 하고 구성 요소 중에 외래어도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수(個數)’, ‘초점(焦點)’, ‘기차간(汽車間)’, ‘전세방(傳貰房)’은 ‘갯수’, ‘촛점’, ‘기찻간’, ‘전셋방’으로 잘못 쓰는 일이 많지만 이 합성어들에는 고유어가 없기 때문에 사이시옷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또한 ‘오렌지빛, 피자집’과 같은 경우는 ‘오렌지’, ‘피자’라는 외래어가 있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쓰지 않습니다.
이와는 달리 아래의 예들은 조항에 따라 사이시옷이 들어가는 예들입니다.
값: 절댓값[절때깝/절땓깝], 덩칫값[덩치깝/덩칟깝], 죗값[죄ː깝/줻ː깝]
길: 등굣길[등교낄/등굗낄], 혼삿길[혼사낄/혼삳낄], 고갯길[고개낄/고갣낄]
집: 맥줏집[맥쭈찝/맥쭏찝], 횟집[회ː찝/휃ː찝], 부잣집[부ː자찝/부ː잗찝]
빛: 장밋빛[장미삗/장믿삗], 보랏빛[보라삗/보랃삗] 햇빛[해삗/핻삗]
말: 혼잣말[혼잔말], 시쳇말[시첸말], 노랫말[노랜말]
국: 만둣국[만두꾹/만둗꾹], 고깃국[고기꾹/고긷꾹], 북엇국[부거꾹/부걷꾹]
특히, 한자어만으로 이루어진 합성어에는 규정에서 제시한 두 음절 단어 6개(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에만 사이시옷이 들어갑니다. 그 외의 한자어에는 사이시옷 발음이 나타나더라도 사이시옷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경우 모두 사이시옷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외과(外科) 이비인후과(耳鼻咽喉科) 국어과(國語科) 장미과(薔薇科)
다만, ‘장미과’와 마찬가지로 생물 분류학상의 단위인 ‘과(科)’가 결합한 말이라도, 앞에 고유어가 오는 ‘고양잇과’, ‘소나뭇과’와 같은 경우는 사이시옷이 들어갑니다. 고유어 ‘고양이, 소나무’와 한자어 ‘과’가 결합한 합성어이기 때문입니다.
고양잇과[고양이꽈/고양읻꽈] 멸칫과[멸치꽈/멸칟꽈] 소나뭇과[소나무꽈/소나묻꽈] 가짓과[가지꽈/가짇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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