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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세계사][옷] 옷을 통해 살펴본 재미있는 세계사 《옷장 속의 세계사》

by 노지재배 2017.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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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살펴볼 책은 《옷장 속의 세계사》이다. 


《옷장 속의 세계사》는 선생님인 저자가 자기 아이들에게 옷장 속의 옷들을 세계사의 여러 사건이나 장면들과 연관 지어 세계사를 흥미롭게 들려주는 재미있는 책이다.


옷장 속의 세계사




창비청소년문고에서 나온 이 책은 실제 자기 자녀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어체로 책이 진행되고 있어, 자녀들에게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옷들을 통해 자상하고 차분하게 세계사를 들려주는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옷장 속의 세계사》는 저자의 전작인 《식탁 위의 세계사》, 후속작인 《지붕 밑의 세계사》를 잇는 책이다. 이 세 책으로 저자는 일종의 '의식주의 세계사'를 완성했다. 《옷장 속의 세계사》를 읽고 난 후 느낌은 저자의 전작과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부풀게 했다. 전작인 《식탁 위의 세계사》는 제2회 창비청소년도서상을 수상한 책이다. 더불어 후속작인 《지붕 밑의 세계사》 역시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우리의 의식주를 통해 세계사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쉬운 역사 탐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됐다.


《옷장 속의 세계사》에서 세계사와 연관 지어 다루고 있는 옷들은 청바지, 비단, 벨벳, 검은 옷, 트렌치코트, 마녀의 옷, 바틱, 스타킹, 비키니, 넥타이와 양복 등이다.


이 중에는 세계사의 한 장면 또는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옷들도 있지만 중요 세계사의 변두리, 또는 배경으로 등장하는 옷들도 있다. 사실 옷장을 통해 세계사를 알아본다는 것은, 자칫 무리스러울 수 있는 이야기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세계사를 쉽게 풀어본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독특한 접근법이지만, 옷장 속의 옷 하나하나가 꼭 세계사의 중요 사건과 연관이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등장하고 있는 모든 옷들이 꼭 세계사 속의 사건과 곧바로 들어맞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은 세계사의 중요 사건이나 배경에 그 근원을 두고 있는 옷들을 다루고 있어, 저자의 저술 방식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옷장 속의 세계사 비키니 섬




그중에서도 특히 쉽게 수긍이 가는 옷들은 청바지, 비단, 트렌치코트, 스타킹, 비키니 등이다. 이 옷들은 모두 세계사의 주요 장면과 역사 속의 의미를 담고 있거나,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는 옷들이다.


청바지는 포티나이너스(49ers, Forty-niners)가 등장하는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골드러시를, 트렌치코트는 제1차 세계대전 속 참호전의 비참함을, 비키니 수영복은 인류에게 대재앙이 된 핵실험으로 파괴된 아름다운 산호초 섬을, 스타킹은 합성섬유 등 획기적인 화학제품의 발명으로 생겨난 인류사회의 변화를, 그리고 비단은 비단길Silk Road로 잘 알려진 비단과 향신료 보석, 종이 등등 동서양을 관통하는 중요한 무역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 외에도 잔다르크의 바지나 인도네시아의 바틱은 또 중세시대의 마녀사냥의 잔혹함과 동티모르의 독립을 둘러싼 제국주의의 식민지 정책과 약소민족의 독립을 억압하는 강대국들의 탐욕 이야기로 무리 없이 흘러간다.


우리 일상생활 속 쉽게 접할 수 있는 옷들을 통해 자상하고 차분한 구어체로 세계사를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그만큼 무리 없고 친근하게 재미있는 세계사를 독자의 눈앞에 펼쳐놓는다. 책 중간중간 이해를 돕는 50여 컷의 사진 자료도 많은 도움이 된다.


세계사나 역사를 지루해하는 아이들이나, 세계사를 무겁지 않게 들여다보고 싶은 어른들, 아이에게 흥미로운 역사를 들려주고 싶은 부모, 우리가 입는 옷과 옷감들이 어떻게 세계사 속에서 나름의 이야기를 풀어놓는지 궁금한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 저자


이영숙 


1967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 명덕외국어고등학교와 필리핀 사우스빌 국제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다. 지은 책으로 제2회 창비청소년도서상을 수상한 《식탁 위의 세계사》가 있다. 




■ 목차


청바지- 금광을 찾아서!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시' 

비단- 실크로드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벨벳- 짧았던 프라하의 봄과 부드럽게 이룩한 벨벳 혁명 

검은 옷- 블랙 마니아 펠리페 2세, "검은 옷만 입어라" 크롬웰 

트렌치코트- 전쟁의 참호에서 피어난 멋 

마녀의 옷- 잔 다르크가 마녀라고? 

바틱- 인도네시아 인들의 삶과 함께하는 염색 옷감 

스타킹- 합성 섬유의 왕, 나일론 

비키니- 비키니가 섬 이름? 핵 실험의 진원지! 

넥타이와 양복- 말더듬이 왕 조지 6세, 양복 입은 황태자 히로히토




■ 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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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조금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옷감마다 의복 종류마다 세계사의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청바지에는 미국 서부 개척기의 역사가 배어 있고, 트렌치코트에는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비단은 동서양 문물을 교류하게 만든 중요한 옷감이지요. 이것 말고도 나일론 스타킹이나 비키니 수영복도 굉장한 역사적 사건과 관련이 있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늘 뭔가를 입고 있잖아요? 지금 우리가 걸친 옷이 세계사의 여러 쟁점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아마 옷을 대하는 눈길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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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흔하게, 가장 많이 입는 옷이 청바지 아닐까 싶어. 종류나 형태도 엄청나게 다양해져서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입는 옷이 되었지.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늘 검은 터틀넥에다. '리바이스 501'이라는 청바지를 입고 발표한 것도 유명하잖아. 그런데 이 청바지가 원래는 작업복으로 만들어졌다는 거, 알고 있니? 맨 처음 청바지가 생겨난 때의 이야기를 들려줄까 해. 19세기 중엽,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가 보자. 청바지가 만들어지던 현장으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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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은 일상적으로 입는 옷감은 아니지만 특유의 감촉과 광택 때문에 특별한 날에 입으면 그야말로 빛을 발하는 것 같아. 그래서 옛날부터 동서양의 귀족들이 비단을 참 좋아했지. 얼마나 이 옷감이 갖고 싶었으면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머나먼 길이 다 생겼겠니? 비단길, 실크로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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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벳 혁명'은 1989년 11월 17일부터 12월 29일까지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비폭력 혁명을 일컫는 말이야. 1993년에 체코와 슬로바키아 두 나라로 분리되었지만 당시에는 연방제를 택한 하나의 나라였지. 어쨌든 벨벳 혁명이라니. 생소하지? 보통 혁명이라는 말을 들으면 피와 희생을 감수하면서 기존 세력을 뒤엎는 비장한 느낌이 들잖아. 그런데 1989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났던 혁명은 마치 벨벳처럼 부드럽고 매끈하게 이루어졌거든. 그래서 이런 이름이 붙었어. 과정은 부드러웠지만 이 혁명으로 체코슬로바키아의 공산 정권이 끝내 무너졌지. 벨벳 혁명은 동유럽 민주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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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치(Trench)는 바로 '참호'라는 뜻이야. 참호란 전투 중 적의 공격에 대비해서 만드는 방어 시설인데, 구덩이를 죽 이어 파 놓았다고 생각하면 돼. 트렌치코트는 참호 전투를 할 때 입던 옷, 그러니까 군인을 위한 전투용 복장이었던 거야.

이 옷이 만들어진 건 제1차 세계 대전 때였어. 하지만 트렌치코트에 사용되는 옷감은 그보다 먼저 만들어졌지. 1856년 영국의 햄프셔에서 포목상을 연 청년 토머스 버버리는 당시 영국 사람들이 입던 고무 비옷을 대체할 새 옷감을 개발하려고 연구를 시작했대, 비 오는 날 고무 비옷이라니, 정말 갑갑했을 것 같지 않니? 아무튼 버버리는 숱한 실패 끝에 1888년 새로운 옷감을 만드는 데 성공해. '개버딘'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옷감은 방수 가공된 면실을 촘촘히 짜서 천을 만든 다음 그 위에 다시 방수 가공을 한 것인데, 얇고 가벼운 데다 공기는 통하면서도 습기는 배어들지 않아서 크게 인기를 모았어, 이 새로운 옷감은 탐험가들과 비행사들도 선호했지. 1911년 최초로 남극점에 닿은 노르웨이의 탐험가 로알 아문센도 개버딘 소재의 텐트와 방한복을 입고 극지방을 여행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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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중에서 가장 유명한 예는 아마 잔 다르크(Jeanne d'Arc) 사건일 거야. 열일곱의 나이에 병졸을 이끌고 전투에 나섰던 농부의 딸 잔 다르크 얘기는 많이 들어 알고 있지? 잔 다르크는 전쟁터에서 싸워 본 일도 전혀 없고 군대 근처에 가 본 적도 없었지만, 프랑스군의 지휘를 맡아 매우 불리했던 백년전쟁의 전세를 바꿔 놓은 신기한 소녀야.


(...)


잔 다르크는 영국에서 종교 재판을 받게 됐어. 영국 법정은 잔 다르크에게 이단 혐의를 물었지. 기록에 따르면 그때 받은 여러 죄목 가운데 '여자가 바지를 입고 다녔다.'라는 항목이 있대. 당시 여자들은 치마만 입을 수 있었는데 잔 다르크가 갑옷과 바지를 입었던 것을 두고 남성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는 식으로 몰아붙였던 거야. 또한 잔 다르크가 경험한 신의 계시 역시 사제를 거치지 않고는 받을 수 없는 것이라며 이단으로 몰아세웠어. 악마의 힘을 이용해 영국을 패하게 만들었다면서 말이야.

하지만 잔 다르크가 화형을 기다릴 때 600명이나 되는 증인 중 누구도 잔 다르크에게 불리한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해. 법정에서 감사로 나선 사제들 40명 가운데 39명이 그녀의 무죄를 주장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대다수 사람들은 그녀가 마녀라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은 듯해. 하지만 교회 법정은 민심을 아랑곳 않고 그녀를 이단자이자 마녀로 단정해서 유죄 판결을 내렸지. 결국 잔 다르크는 1431년 5월 30일 루앙에서 말뚝에 묶인 채 화형에 처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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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틱은 인도네시아의 전통 섬유 공예 기법으로 만드는 천이야. 문양이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덕에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작물로 이름이 높아. 발리 섬을 비롯한 여러 관광지가 개발되면서 세계에 널리 퍼졌고, 200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했어.


(...)


인도네시아의 역사 가운데 너희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한 가지 더 있어. 식민 통치의 피해자였던 네덜란드가 가해자가 되었던 것처럼, 인도네시아도 그런 행보를 되풀이했거든. 암본 섬 이야기에서 보았듯이 인도네시아는 독립을 이룬 이후에 주변의 섬들을 닥치는 대로 병합하려 들었어. 물론 실패하기도 했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는 보르네오 섬 가운데 사바 주와 사라왁 주를 말레이시아에 넘겨야 했고, 브루나이도 독립국으로 남겨 둬야 했어. 그러나 대다수의 섬들은 인도네시아에 병합되었는데, 1975년 인도네시아로 합쳐진 동티모르도 마찬가지야.

제국주의 시절 강대국들의 치열한 싸움 탓에 티모르 섬은 둘로 갈라졌어. 동쪽은 포르투갈의 식민지로, 서쪽은 네덜란드의 식민지로 분리되어 살아온 거야. 서로 다른 집단에 의해 둘로 나뉜 채 오랜 세월이 흐르다 보니, 티모르 섬의 동쪽과 서쪽은 사뭇 다른 지역으로 변했지. 종교도 언어도 달라졌어. 티모르 섬 서쪽은 주로 이슬람교를 믿지만 동쪽 지역은 포르투갈의 영향으로 가톨릭이 전파되었고, 언어도 동티모르에서는 티모르 고유의 언어인 테툼어 혹은 포르투갈어를 쓰고 있어.

심지어 인종도 달라. 아시아에 속하니까 다 같은 황인종이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자, 지도를 펼쳐 놓고 인도네시아 주변을 둘러보자. 동티모르 지역은 인도네시아의 중심부인 수마트라나 보르네오 섬으로부터 동남쪽으로 한참 떨어진 곳에 있지. 그래서 인종도 바로 옆의 뉴기니 섬과 더 유사해. 아프리카 기니 만의 사람들과 생김새가 비슷하다고 해서 '뉴기니'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뉴기니 섬사람들의 피부색은 대부분 어두운 갈색이거든, 그런 인종을 '멜라네시아인'이라고 하는데, 멜라네시아라는 말도 그리스어로 '검은 섬'이라는 뜻이야. 피부에 주근깨나 기미 같은 걸 앉게 만드는 멜라닌 색소를 떠올리면 그 뜻을 이해하기 쉬울 거야. 동티모르의 인종은 뉴기니 섬의 멜라네시아 인과 유사해서 피부색이 검은 경우가 많아.

이처럼 티모르 섬의 동쪽과 서쪽은 종교, 언어, 인종이 제각기 달랐어. 게다가 빈부 격차 같은 경제적 문제, 정치적 세력 다툼까지 더해져 두 지역이 원활하게 섞이기란 쉽지 않았지.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로 병합되기에는 애초부터 무리가 있었던 거야. 그런데도 인도네시아는 무력을 앞세워 1976년 동티모르를 27번째 주로 편입시키고 말았어. 그러고는 공포 정치로 동티모를 탄압하고 다스리려 했지. 인도네시아 정부가 워낙 철저한 폐쇄 정책을 펼친 탓에 이런 탄압은 국제 사회에 잘 알려지지도 않았어. 


(...)


그러다 인도네시아의 만행이 마침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어. 1991년, 인도네시아 군대가 동티모르 군중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2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사실이 밝혀졌거든. 마침 현장에 있던 영국 요크셔 방송국의 카메라 기자가 당시 상황을 몰래 녹화했던 거야. 동티모르에서 벌어진 그 사건을 '산타크루즈 대학살'이라고 부른단다. 국제 사회는 경약을 금치 못했어. 


(...)


동티모르는 이후 2002년 5월 20일, '티모르레스테 민주 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독립을 선언하게 돼. 오래도록 염원하던 독립을 이룬 이 나라의 초대 대통령 자리는 독립운동의 영웅인 샤나나 구스망에게 맡겨졌어. 동티모르는 '21세기 최초의 독립 국가'라는 영예를 얻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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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5월 15일은 역사적인 날이야. 여성용 나일론 스타킹이 최초로 미국 전 지역에 판매된 날이거든. 당시 스타킹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백화점 앞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대. 실크 스타킹보다도 비싼 가격이었는데도 스타킹 수십만 켤레가 금세 동났고, 어렵사리 스타킹을 구한 여인들은 그 자리에서 스타킹을 신어 보느라 야단법석이었다고 해. '역사적인 날' 하면 전쟁이 터지거나 혁명이 일어나거나 왕이 바뀌거나 하는 정치적인 사건을 주로 떠올리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입고 쓰는 물건들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야말로 역사적인 일 아니겠니? 나일론 제품이 나오기 전과 후를 비교해서 우리들의 의생활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생각해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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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최초의 비키니는 1946년에 만들어졌어. 프랑스의 발명가이자 디자이너인 루이 레아르가 파격적인 스타일의 여성용 수영복을 고안해 냈지. 그는 이 수영복의 이름을 정하지 못해서 고민하던 차에 얼마 전 있었던 미군의 공개 핵 실험을 떠올렸어. 남태평양의 비키니 섬에서 그런 무서운 실험을 하는 바람에 온 세상의 이목이 그 섬에 쏠려 있었거든. 그래서 섬의 이름을 수영복 상표로 삼았던 거야. 그에 앞서서 자크 앵이라는 라이벌 디자이너가 작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원자라는 뜻의 '아톰(Atom)'이라는 이름을 단 수영복을 내놓기도 했으니, '비키니'가 좀 더 은유적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 이후 비키니는 수영복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지게 되었지.

비키니는 처음 발표됐을 때는 과감한 노출 때문에 로마 교황청에서 부도덕한 옷이라며 비난받았대, 모델들조차 그 옷을 입기 꺼려해서 결국 파리의 한 스트립 댄서가 파리의 몰리토 수영장에 입고 나와 처음으로 비키니를 선보였다고 해. 오늘날에는 여름 해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말이야. 세상 참 많이 변했지?

수영복 이름의 유래가 된 비키니 섬은 태평양의 랄리크 열도에 속해 있는데, 산호초가 고리 모양으로 둥그렇게 바다 위로 솟아 나와 만들어진 섬이야. '랄리크'는 현지어로 일몰이라는 뜻이고, '비키니'는 코코넛이라는 뜻이래. 이름마저 평화롭지? 비키니 섬처럼 산호초로 이루어진 섬을 '환초'라고 불러. 랄리크 열도에는 비키니, 나무, 에본 등등 크고 작은 섬들이 있는데 하나같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지.

그런데 1946년 7월부터 1958년까지, 이 아름다운 곳에서 원자 폭탄 실험이 23차례나 이루어졌어. 그래서 비키니 섬의 바다 밑에는 그때의 실험에 동원되었던 항공모함과 비행기의 잔해가 가라앉아 있지.

비키니 섬이 무인도였느냐고? 아니었어, 처음에는. 167명의 주민이 버젓이 살던 섬이었어. 하지만 섬 주민들은 1946년 3월 5일 고향을 떠나 이웃 산호섬으로 쫓겨 가야 했지. 미군이 비키니 사람들에게 '인류의 이익을 위해' 이주하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야.


(...)


비키니 섬에 살던 사람들을 쫓아내고 나서, 폭탄을 떨어뜨리기 사흘 전에 이 섬으로 동물들을 끌고 왔대. 염소며 돼지, 기니피그 등 수백 마리의 동물들이 원폭 표적이 되는 함대의 일부 선박에 실렸다는 거야. (...)

그런데 실험의 대상이 된 것은 동물들만이 아니었어. 교차로 작전(Operation Crossroads, 비키니 섬 핵실험 작전명)에 참여한 군인들은 방사능의 위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폭발 직후 방사능 수치가 위험 수준에 다다를 때까지 최대한 폭발 지점에 가깝게 다가가라는 명령을 받은 경우도 있었대. 무려 버섯구름의 궤적을 따라 이동하라고 명령받은 비행기도 있었다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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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니 섬은 인간의 폭력성과 잔혹성을 보여 주는 역사적 증거라는 이유로 2010년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어. 인류의 무분별한 핵 경쟁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보여 주는 슬픈 유산인 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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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야기] - [닦달][닥달] 뉴스가 틀린 맞춤법(12) = 닦달/닥달

[글 이야기] - [자주 틀리는 일상어/맞춤법] (2) 염두에/염두해, 그제야/그제서야

[글 이야기] - 뉴스가 틀린 맞춤법(11) = 눈에 띄다/눈에 띠다

[글 이야기] - [렬/률][열/율][맞춤법][띄어쓰기] 뉴스가 틀린 맞춤법(10) = 렬/률, 열/율

[글 이야기] - 뉴스가 틀린 맞춤법(9) = ~로서 ~로써

[글 이야기] - [자주 틀리는 일상어/맞춤법] 내가 아시는 분?

[글 이야기] - 뉴스가 틀린 맞춤법(8) = 이따가? 있다가?

[글 이야기] - 뉴스가 틀린 맞춤법(7) = 내노라하는? 내로라하는?

[글 이야기] - 뉴스가 틀린 맞춤법(6) = 알파고에게? 알파고에?

[글 이야기] - 뉴스가 틀린 맞춤법(5) = '갈 데까지 가다'와 '갈 때까지 가다'

[글 이야기] - 뉴스가 틀린 맞춤법(4) = '더우기'와 '일찌기'

[글 이야기] - 뉴스가 틀린 맞춤법(3) = '들어나다'와 '드러나다'

[글 이야기] - 뉴스가 틀린 맞춤법(2) = '던지'와 '든지'

[글 이야기] - 뉴스가 틀린 맞춤법(1) = 잘못된 '지'의 띄어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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