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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마크 트웨인][톰 소여의 모험] 미워할 수 없는 영원한 악동 《톰 소여의 모험》

by 노지재배 2018.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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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는 책은 《톰 소여의 모험》이다.


미국 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크 트웨인이 쓴 아동 모험 소설로, 원작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등으로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품이다. 후속작인 《허클베리핀의 모험》도 마찬가지다. 


리뷰하는 책은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다. 


톰 소여의 모험




헤밍웨이는 "모든 미국 문학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부터 나온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며, 윌리엄 포크너도 "마크 트웨인은 미국 문학의 아버지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톰 소여의 모험》은 마크 트웨인의 필명(筆名)을 세계에 떨치게 해 준 대표작품으로, 미국의 국민 문학인 '미시시피 삼부작'의 시작이다. 미시시피 삼부작은 《톰 소여의 모험》, 《미시시피 강에서의 생활》,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이어진다.


이 작품들은 가식적인 어른들의 모습과 위선으로 가득한 사회, 그리고 이와는 달리 순진무구하고 엉뚱 발랄한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 등의 동심의 세계가 잘 대비되고 있다. 여기에 만담가로 활동하기까지 할 만큼 풍부했던 마크 트웨인의 입담, 필담이 탁월한 구어체 영어로 펼쳐지면서 미국 문학의 기원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발표 당시에는 미국 문단을 지배하고 있던 영국 문학의 전통인 고전적 문어체 영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점잖지 못하다는 비난 속에 평단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심지어 '금서'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그러나 사대부나 사용하던 '한문'만이 대접받던 조선시대에 아녀자나 하층민이나 쓰던 '언문'이라고 냉대받던 '훈민정음'이 마치 오늘날 세계 속의 자랑스러운 '한글'로 대접받게 됐듯이, 냉철한 역사의 심판을 거쳐 결국 마크 트웨인의 미국식 구어체 영어로 쓰인 《톰 소여의 모험》 등은 미국적인 작품, 미국의 국민문학이라는 반열에 오르게 됐다.


《톰 소여의 모험》은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이 사마귀를 떼거나 잃어버린 공깃돌을 찾게 해준다는 미신을 좇아 숲을 휘젓고 다니며 펼치는 동심의 세계와, 어른들의 탐욕이 빚은 살인 그리고 누명이라는 아귀다툼 속에서 인과응보처럼 살인자 인디언 조가 초라하고 배고픈 죽음을 맞게 된다는 이야기의 큰 줄기가 함께 펼쳐진다.

 


《톰 소여의 모험》이 지닌 매력으로는 살인과 누명, 인과응보 등의 서사적인 이야기의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지만 이 작품을 더욱 재미있고 풍부하게 하게 만들고 있는 요소를 이야기할 때 순진하고 티 없이 맑지만 장난꾸러기인 톰과 매력적이고 모범생인 소녀 베키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톰과 허클베리 핀 등 어린 소년들의 허무맹랑하고 황당무계한 상상이나 놀이 등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이모가 시킨 벌로 집 담장에 페인트칠을 하던 톰이 기지를 발휘해 페인트칠을 마치 즐거운 놀이처럼 만드는 장면은 《톰 소여의 모험》의 백미로 자주 언급되는 부분이다. 톰은 이렇게 페인트칠을 즐거운 놀이처럼 보이게 만들어 동네 아이들이 오히려 톰에게 구슬 등 각종 장난감을 바치고 한두 번씩 페인트칠을 하게 해달라고 조르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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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은 종일 친구들과 빈둥거리며 신나게 놀았다. 그사이 울타리는 무려 세 번이나 칠이 입혀졌다! 칠이 동났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마을의 남자아이들 모두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을 터였다.

톰은 산다는 게 어쨌든 그렇게 허무하지만은 않다고 혼자 중얼거렸다. 이번 일로 톰은 스스로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인간의 행동을 둘러싼 아주 큰 법칙을 발견했다. 즉 어른이든 아이든 뭔가를 애타게 원하게 하려면 그게 뭐든 간에 쉽사리 손에 넣을 수 없게 하면 된다는 것을. 만약 그가 이 책의 저자처럼 위대하고 현명한 철학자였다면 일은 누가 됐든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고, 놀이는 꼭 하지는 않아도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지금쯤 깨달았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어째서 인조 꽃을 만들거나 디딜방아를 돌리는 것은 일이고, 볼링공을 굴리거나 몽블랑 산에 오르는 것은 그저 재미 삼아 하는 오락인지를 이해했을 것이다. 영국에는 많은 돈을 치러야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는 이유로 여름에 말 네 마리가 끄는 여객 마차를 매일같이 20, 30마일이나 타고 다니는 부자 신사들이 꽤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마차를 타고 다니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면 그것은 일이 될 테고, 그러면 부자 신사들은 당장 그 일을 그만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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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톰 소여의 모험》에서는 어린 소년의 눈을 통해 주일학교 교장이나 교회 목사의 허례허식, 학교 교사의 권위적인 태도, 부유층의 교양과 예절 등 인간사회의 위선과 가식을 비꼬기도 하는데 이 역시 마크 트웨인의 익살과 기지 넘치는 필치로 재미있게 그려지고 있다.


어린 시절 동심의 세계가 그리운 어른들이나 톰과 허클베리 핀처럼 학교를 빼먹고 숲과 강을 자유롭게 누비고 싶지만 오늘도 학교로,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두루두루 일독을 권한다.




■저자


마크 트웨인


본명은 새뮤얼 클레멘스(Samuel Langhorne Clemens)이다. 미주리주에서 가난한 개척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4세 때 가족을 따라 미시시피 강가의 해니벌로 이사 왔으며, 12세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그 후 인쇄소의 견습공이 되어 일을 배우고, 각지를 전전했다. 1857년 미시시피강의 수로 안내인이 되었는데, 해니벌로 이사한 뒤부터 이 시기까지의 생활과 경험은 후일 작품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의 필명인 마크 트웨인은 강의 뱃사람 용어로 안전수역을 나타내는 '두 길'(한 길은 6피트)을 뜻한다. 1861년에 남북전쟁이 터져 수로 안내인 일자리를 잃고 남군에 들어갔으나 2주일 만에 빠져나와, 관리로서 네바다주로 부임하는 형 오라이언이 권하는 대로 서부행 마차여행에 동행했다. 그 후 광산 기사와 신문기자로 일하다가, 만담과 만문(漫文)의 명수 아테머스 워드를 알게 되었고, 또 작가인 F.B.하트와도 사귀었다. 처녀 단편집 《캘리베러스군(郡)의 명물 뛰어오르는 개구리The Celebrated Jumping Frog of Calaveras County》를 1867년에 출판하게 되고, 야성적이며 대범한 유머로 명성을 얻었다. 또한 유럽과 성지를 도는 관광여행단에 참가해 여행기를 신문에 연재했다가, 귀국한 후에 다시 정리해 《철부지의 해외 여행기The Innocents Abroad》(1869)를 출판했다. 이 책에서 역사가 짧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으로서 그는 유럽의 역사와 예술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그것을 모른다고 해서 스스로를 낮출 필요는 전혀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마크 트웨인은 다른 어떤 미국 작가보다도 적극적으로 문학의 힘을 발견했고, 미국적 장면과 모국어의 가능성을 발견한 작가다. 헤밍웨이도 "모든 미국 문학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부터 나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역자


강미경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인문교양, 비즈니스, 문예 등 영어권의 다양한 양서들을 번역 소개하고 있다.






■목차


머리말 7 

1 토오옴, 이 녀석/폴리 이모의 결심/연습하는 톰/거리의 결투/도둑 귀가 13 

2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전략상 중요한 순간/순진하게 속아 넘어간 아이들 25 

3 대장 톰/승리와 상/우울한 행복/의무와 태만 34 

4 머릿속의 곡예/주일 학교 참석/주일 학교 교장 선생님/‘으스대기’/명사가 된 톰 43 

5 있으나 마나 하지 않은 목사님/교회에서/절정 57 

6 자가 진단/치과 치료/한밤중의 주문/마녀와 악마/조심스러운 접근/행복한 시간 65 

7 조약 체결/때 이른 수업/실수 82 

8 톰, 진로를 정하다/옛 장면의 재연 91 

9 엄숙한 상황/심각한 문제들/인디언 조의 설명 99 

10 진지한 맹세/두려움이 후회를 가져오다/정신적인 벌 109 

11 머프 포터, 제 발로 나타나다/갈등에 빠진 톰의 양심 119 

12 톰, 아량을 베풀다/마음이 약해진 폴리 이모 126 

13 어린 해적들/약속 장소로/모닥불 앞에서 피운 이야기꽃 134 

14 야영 생활/일대 사건/톰, 야영지를 몰래 빠져나가다 145 

15 톰, 정찰에 나서다/상황 파악/야영지에 돌아와 알리다 154 

16 신나는 하루/톰, 비밀을 털어놓다/해적들, 교훈을 얻다/한밤중의 놀라운 사건/인디언 전투 161 

17 없어진 영웅들에 대한 추억/톰이 말한 비밀의 요점 175 

18 신문 대상이 된 톰의 생각/놀라운 꿈/생기를 잃은 베키 대처/톰, 질투심에 사로잡히다/검은 복수 181 

19 톰, 진실을 털어놓다 194 

20 궁지에 몰린 베키/톰의 고결함이 드러나다 198 

21 아이들의 웅변/숙녀들의 작문/기나긴 환상/아이들, 복수에 성공하다 206 

22 여지없이 무너진 톰의 기대/천벌을 기다리다 217 

23 머프 아저씨의 친구들/법정에 선 머프 포터/머프 포터, 누명을 벗다 222 

24 마을의 영웅이 된 톰/영광의 낮과 공포의 밤/인디언 조를 추격해 232 

25 왕과 다이아몬드에 대해/보물을 찾아서/송장과 유령 235 

26 유령의 집/잠든 유령들/금궤/사나운 운수 246 

27 가라앉은 의심/어린 탐정들 259 

28 2호 찾기/허크, 보초를 서다 264 

29 소풍/인디언 조의 뒤를 밟는 허크/‘복수’의 실체/과부 아줌마를 도와 269 

30 웰치먼 노인의 보고/궁지에 빠진 허크/돌고 도는 이야기/새로운 사건/희망이 절망으로 280 

31 탐험/곤경이 시작되다/동굴에서 길을 잃다/완전한 암흑/발견되긴 했지만 구조되지는 못하다 294 

32 톰, 탈출 이야기를 떠벌리다/안전지대에 갇힌 톰의 적 307 

33 인디언 조의 운명/허크와 톰, 각자 알고 있는 것을 맞춰 보다/동굴 탐험/유령으로부터의 방어책/‘무지무지 아늑한 장소’/더글러스 아줌마 집에서의 환영식 312 

34 비밀 누설/실패로 끝나고 만 웰치먼 노인의 깜짝 발표 327 

35 새로운 질서/가엾은 허크/새로운 모험을 계획하다 332 

맺음말 340 


해설 | 흥미진진한 모험담에 담긴 순수한 동심의 세계 341 

마크 트웨인 연보 349






■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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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톰의 열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날 세워놓은 신나는 계획이 생각나면서 슬픔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조금 있으면 한가로운 아이들이 재미있는 놀이를 찾아 여길 지나다가 내가 일하는 걸 보고 한바탕 놀려댈 테지. 이런 생각이 들자 톰은 속에서 불덩이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전 재산을 꺼내 살펴보았다. 장난감 나부랭이, 대리석 공깃돌, 자질구레한 잡동사니. 아주 잠깐은 일꾼을 살 수 있을지 몰라도 30분이나마 완전히 자유를 사려면 어림도 없었다. 그래서 톰은 펼쳐놓은 물건들을 주머니에 도로 집어넣고 아이들을 사려던 생각을 접었다. 그런데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이 암담한  순간에 기가 막힌 영감이 번쩍 떠올랐다. 이보다 더 훌륭하고 번득이는 생각은 없을 듯했다.

톰은 붓을 집어 들고 조용히 일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벤 로저스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톰은 아이들 중에서도 벤에게 놀림을 받는 걸 무엇보다 끔찍이 여기고 있었다. 벤은 삼단뛰기를 하듯 펄쩍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마음이 기대로 부풀어 날아갈 듯 가볍다는 증거였다. 벤은 사과를 우적우적 씹어 먹는 사이사이 가락까지 길게 붙여가며 뚜-우 고함을 내지르더니 이어서 묵직하게 울리는 소리로 연신 땡땡땡, 땡땡땡 시끄럽게 외쳐댔다. 아마도 증기선 흉내를 내는 모양이었다. 벤은 가까이 다가올수록 점점 속도를 늦추었다. 그러더니 길 한가운데에 접어들자 오른쪽으로 몸을 잔뜩 기울이고는 육중하게 발을 쿵쿵 굴리며 한 바퀴 돌았다. 벤은 '빅 미주리' 호를 흉내 내며 스스로를 흘수가 9피트인 배라고 여기고 있었다. 거기다 선장과 기관실의 종 역할까지 혼자 도맡다 보니 최상갑판에 서서 명령을 내리는 동시에 그 명령을 수행하느라 몹시 분주했다.

"정지, 정지! 땡땡땡!" 배가 거의 정지 상태에 들어가자 벤은 인도 쪽으로 천천히 붙어 섰다.

"후진! 땡땡땡!" 벤은 팔을 똑바로 펴서 옆구리에 갖다 붙였다.

"이제 우현으로! 땡땡땡! 츄! 츄우우! 츄!” 그러면서 오른손으로 위풍당당하게 원을 그렸는데, 40피트짜리 외륜을 나타내는 동작이었다.

"다시 좌현으로! 땡땡땡! 츄츄츄!" 이번에는 왼손으로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우현 정지! 땡땡땡! 좌현 정지 우현 전진! 정지! 서서히 바깥쪽으로 회전! 땡땡땡! 츄우우! 닻줄 꺼내! 어서! 자, 이제 닻줄을 풀어라! 거기 지금 뭐 하는 건가! 닻줄 고리를 그 말뚝에 감으란 말이다! 그 상태로 대기하라. 이제 정지! 기관이 멈췄습니다. 선장님! 땡땡땡! 쉿! 쉿! 쉿!"(보일러 검수기를 들여다보는 시늉을 하면서.)

톰은 증기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칠을 해나갔다. 벤이 그 모습을 잠시 눈여겨보다 불쑥 내뱉었다.

"꼼짝없이 잡혔구나! 맞지?" 

아무 대답이 없었다. 톰은 화가라도 된 듯한 눈길로 방금 칠한 곳을 찬찬히 살피더니 다시 슬쩍 붓질을 하고는 아까처럼 결과가 어떤지 살폈다. 벤이 옆으로 바짝 다가와 섰다. 톰은 사과 때문에 입에 침이 고였지만 묵묵히 칠만 했다. 벤이 말했다.

"이봐, 친구, 너 일해야 하냐?" 톰은 그제야 홱 돌아섰다.

"이라. 이게 누구야, 벤이잖아! 난 온 줄도 몰랐네!" 

"있지, 나 멱 감으러 갈 건데 같이 안 갈래? 하긴 넌 일해야 하는구나 그렇지? 뻔하지 뭐!" 

톰은 잠시 벤을 빤히 쳐다보고 나서 말했다.

"뭐가 일이라는 건데?" 

"이게 일이지. 그럼 이 니야?" 

톰은 다시 칠을 하기 시작하면서 지나가는 투로 맞받았다. "글쎄.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어쨌든 이게 이 톰 소여한테 딱 맞는 다 이 말씀이지." 

"뭐, 헛소리 마. 설마 이런 일이 좋으려고?" 

그사이에도 붓은 계속 움직였다.

"좋냐고? 글쎄, 좋아하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냐? 야, 애들이 울타리를 칠할 기회가 날이면 날마다 있는 줄 아냐?" 

마지막 그 한마디에 상황이 새롭게 불붙었다. 벤은 사과를 베어 물던 입놀림을 뚝 멈췄다. 톰은 우아하게 앞뒤로 붓을 놀리고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결과를 살피더니 여기저기 덧칠을 하고 나서 다시 결과를 살폈다. 그 옆에서 벤은 톰의 동작 하나하나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점점 흥미를 느끼며 깊이 빠져들었다. 마침내 벤이 입을 열었다.

"야, 톰, 나도 좀 칠해보자."

톰은 잠시 생각하다가 막 그러라고 하려던 찰나에 마음을 바꿔먹었다. “아니, 안 돼.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벤, 너도 알잖아. 폴리 이모가 이 울타리에 관해서라면 얼마나 까다롭게 구는지, 너도 보다시피 길가에 바로 붙어 있잖아. 뒤쪽 울타리만 같아도 나나 이모나 그렇게 신경 쓰지 않을 거야. 이모가 울타리에 워낙 신경을 쓰니까 아주 조심해서 칠하지 않으면 안 돼. 이걸 제대로 칠할 수 있는 애는 천 명에 하나, 아니 2천 명에 하나도 될까 말까 할걸." 

"말도 안 돼.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 아 그러지 말고 한 번만 칠하게 해주라 딱 한 번만, 어? 내가 너라면 칠하게 해주겠다, 톰." 

"벤, 나도 정말 그러고 싶어. 하지만 폴리 이모 때문에…… 있지. 짐도 칠하고 싶어 했는데 이모가 안 된다고 했거든. 시드도 하고 싶어 했지만 이모가 허락하지 않았어. 그래서 할 수 없이 내가 이렇게 나선 거잖아. 이제 알겠지? 네가 손댔다가 이 울타리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야, 걱정 붙들어 매. 조심, 또 조심할 테니까. 그러니까 하게 해주라. 자, 이 사과 속 너 줄게. "

"좋아, 그럼…… 아니, 벤, 안 되겠어. 아무래도 불안해서……"

"이거 너 다 먹어!" 

톰은 겉으로는 마지못해 하며 붓을 내려놓았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조금 전 수명을 다한 증기선?'빅 미주리' 호가 뙤약볕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동안 은퇴한 화가는 근처 그늘에 놓인 통 위에 걸터앉아 다리를 건들거리는 가운데 사과를 와삭와삭 베어 먹으며 순진한 아이들을 꾀어들일 계획을 짰다. 아이들이 시도 때도 없이 지나다녔기 때문에 노릴 대상은 무한정 널려 있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놀려주려고 왔다가 결국 칠장이로 전락했다. 벤이 지쳐 나가떨어질 무렵 톰은 말끔하게 수선한 연을 받고 빌리 피셔에게 다음 기회를 넘겼다. 빌리 피셔가 퇴장하자 조니 밀러가 죽은 쥐와 쥐를 매달 아 돌릴 수 있는 끈을 주고 그다음 기회를 사들였다. 이런 식으로 몇 시간이 흘렀다. 반나절이 지나자 아침까지만 해도 가난에 찌들었던 소년은 온데간데없고 톰은 말 그대로 한밑천 두둑하게 챙겼다. 앞서 말한 물건들 말고도 말한 물건들 말고도 공깃돌 열두 개, 구금(口琴) 일부, 안이 투명하게 비치는 푸른색 유리병 조각, 줄을 잡아당겼다 놓으면 그 탄력으로 목표물을 쏘아 맞히는 얼레 대포, 아무것도 열지 못하는 열쇠, 분필 동강, 유리병 마개, 양철 병정, 올챙이 두 마리, 폭죽 여섯 개, 외눈박이 고양이 새끼, 놋쇠 문고리, (개 없는) 개 목걸이, 칼 손잡이, 오렌지 껍질 네 조각, 망가진 창틀이 새로 톰의 재산 목록에 올랐다.

톰은 종일 친구들과 빈둥거리며 신나게 놀았다. 그사이 울타리는 무려 세 번이나 칠이 입혀졌다! 칠이 동났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마을의 남자아이들 모두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을 터였다.

톰은 산다는 게 어쨌든 그렇게 허무하지만은 않다고 혼자 중얼거렸다. 이번 일로 톰은 스스로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인간의 행동을 둘러싼 아주 큰 법칙을 발견했다. 즉 어른이든 아이든 뭔가를 애타게 원하게 하려면 그게 뭐든 간에 쉽사리 손에 넣을 수 없게 하면 된다는 것을. 만약 그가 이 책의 저자처럼 위대하고 현명한 철학자였다면 일은 누가 됐든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고, 놀이는 꼭 하지는 않아도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지금쯤 깨달았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어째서 인조 꽃을 만들거나 디딜방아를 돌리는 것은 일이고, 볼링공을 굴리거나 몽블랑 산에 오르는 것은 그저 재미 삼아 하는 오락인지를 이해했을 것이다. 영국에는 많은 돈을 치러야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는 이유로 여름에 말 네 마리가 끄는 여객 마차를 매일같이 20, 30마일이나 타고 다니는 부자 신사들이 꽤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마차를 타고 다니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면 그것은 일이 될 테고, 그러면 부자 신사들은 당장 그 일을 그만둘 것이다.

소년은 자신의 신상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를 잠시 곰곰이 되짚어본 뒤 보고하러 본부로 발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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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나와. 오늘은 왜 또 지각했지?" 

막 거짓말을 피난처로 삼으려는 순간 기다란 두 갈래 금발이 눈에 들어오면서 톰은 마치 전기에라도 닿은 듯 사랑의 전율이 온몸을 지르르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더욱이 소녀의 옆자리는 교실에서 유일하게 비어 있는 자리였다. 톰은 주저 없이 말했다.

"허클베리 핀과 얘기하다 늦었습니다!" 

선생님은 맥박이 멎기라도 한 듯 꼼짝도 않고 멍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여기저기서 웅얼대던 자습 소리도 뚝 그쳤다. 학생들은 도무지 생각이라고는 없는 이 아이가 제정신이 아닌가 보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선생님이 말문을 열었다.

"뭘…… 뭘 했다고?" 

"허클베리 핀과 얘기하다 늦었습니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토머스 소여, 내 살다 살다 이렇게 놀라운 고백은 처음 들어보는구나. 그저 자막대기로 손바닥이나 맞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저고리 벗이라." 

선생님은 팔이 욱신거리고 쌓아놓은 회초리가 눈에 띄게 줄어들 때까지 팔을 휘둘렀다. 그러고 나서 명령이 뒤따랐다.

"네 이 녀석, 가서 여학생 자리에 앉아! 그리고 이번 일 새겨두고."

숨죽여 킥킥대는 소리가 교실에 퍼지자 소년은 무안해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실은 미지의 우상에 대한 경의의 마음과 뜻밖의 크나큰 행 운에 황송해서 몸 둘 바를 몰랐기 때문이다. 톰이 소나무 걸상 머리에 엉거주춤 앉자 소녀는 고개를 홱 돌리면서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여기저기서 팔꿈치를 쿡쿡 찌르고 눈을 찡긋거리며 속닥였지만 톰은 길고 나지막한 책상에 팔을 올려놓은 채 가만히 앉아 책을 보는 척했다.

관심 어린 눈길이 점차 걷히면서 낮게 중얼대는 익숙한 자습 소리가 따분한 공기 위에 또다시 내려앉았다. 곧이어 소년은 소녀를 흘끔흘끔 훔쳐보기 시작했다. 소녀는 이를 눈치채고 입을 삐죽이더니 고개를 돌려버렸다. 1분쯤 지났을까, 소녀가 조심스럽게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복숭아 한 개가 앞에 놓여 있었다. 소녀는 복숭아를 와락 밀쳐냈고, 톰은 슬며시 다시 갖다 놓았다. 소녀는 다시 밀쳤지만 아까보다 덜 노기등등했다. 톰은 참을성 있게 복숭아를 제자리에 다시 갖다 놓았다. 그러자 소녀는 이번에는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톰은 석판에다 "그거 니 먹어, 난 더 있어"라고 휘갈겨 썼다. 소녀는 톰이 쓴 글을 흘긋 쳐다보기만 할 뿐 이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소년은 왼손으로 가리고 석판에다 뭔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소녀는 처음에는 짐짓 관심 없는 척했지만 곧이어 알 듯 말 듯 신호를 보내면서 호기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소년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계속 그림을 그렸다. 소녀가 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보는 것도 아니게 슬그머니 쳐다보았지만 톰은 일절 아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마침내 소녀가 항복하고 머뭇거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좀 보여 줘."

톰은 가리고 있던 손을 치우고 양쪽에 박공벽이 있고 굴뚝에서 소용돌이 모양의 연기를 뿜어내는 음침한 분위기의 집 그림을 살짝 보이 주었다. 이제 소녀는 거기에 완전히 사로잡힌 채 다른 건 모두 잊어버렸다. 그림이 완성되자 소녀는 잠시 들여다보더니 이렇게 속삭였다.

"멋지다 사람도 그려봐." 

부탁대로 화가는 앞마당에 남자 한 명을 세웠다. 배에 화물을 싣고 부리는 기중기처럼 우뚝 솟은 그 남자는 집을 성큼 다 넘고도 남을 듯했지만 소녀는 꼬투리를 잡지 않았다. 도리어 그 괴물에 만족하고 소곤댔다.

"굉장하다. 이제 내가 지나가는 걸 그려봐."

톰은 모태 시계 몸통, 보름달 얼굴, 지푸라기 다리에 이어 손가락을 펼치고 커다란 부채를 들고 있는 팥을 그렸다. 소녀가 말했다.

"정말 근사하다. 나도 그림을 잘 그리면 좋을 텐데."

"쉬워. 내가 가르쳐줄게." 톰이 속삭였다.

"어, 정말? 언제?" 

"점심때. 밥 먹으러 집에 갈 거니?" 

"가르쳐준다면 남을게."

"좋아, 그럼 그렇게 하는 기다. 그런데 이름이 뭐니?"

"베키 대처. 네 이름은? 아. 안다. 토마스 소여."

"그건 어른들이 야단칠 때 부르는 이름이고 착할 땐 톰이야, 그냥 톰이라고 불러, 알았지?" 

"알았어."

이제 톰은 소녀가 보지 못하게 손으로 가리고 석판에 뭔가를 끼적이기 시작했다. 소년은 이번에는 수줍게 꺼리지 않고 오히려 보여달라고 졸라댔다.

"에이,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지 않잖아."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보고 싶지 않을 텐데."

"보고 싶어. 정말 보고 싶단 말이야. 보여줘 제발." 

"말할 거지."

"아니. 말 안 해.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안 할게. "

"아무한테도? 영원히, 네가 살아 있는 한 절대로?" 

"아무한테도 절대 말 안 할게. 그러니까 보여줘."

"참 나, 보고 싶지 않을 거라는데도!" 

"네가 그렇게 나오니까 더 꼭 보고 말 거야." 

소녀는 조그만 손을 톰의 손 위에 올려놓았고, 작은 실랑이가 이어졌다. 톰은 짐짓 열심히 말리는 척했지만 조금씩 손을 치웠다. 마침내 손이 완전히 치워지고 이런 글귀가 나왔다. "난 너를 사랑해." 

"아이, 몰라!" 소녀는 톰의 손을 찰싹 때렸지만 얼굴을 붉히는 품새가, 기분이 좋은 듯 보였다.

이 중대한 순간에 소년은 자신의 귀를 슬며시 붙잡고 천천히 들어 올리는 불길한 손길을 느꼈다. 온 교실이 떠나갈 듯 낄낄거리는 가운 데 톰은 귀를 붙잡힌 채 교실을 가로질러 원래 자기 자리에 앉혀졌다.

선생님은 잠시 톰을 무섭게 쏘아보며 서 있다가 한마디 말도 없이 마침내 자신의 왕좌로 발길을 옮겼다. 톰은 비록 귀는 얼얼하게 아팠지만 마음만은 한없이 기뻤다.

교실이 잠잠해지자 톰은 공부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그러기엔 속이 너무 시끄러웠다. 읽기 시간에 자기 차례가 오자 완전히 망친 데 이어 지리 시간에는 호수는 산으로, 산은 강으로, 강은 육지로 바꾸어대면서 천지 창조 이전의 혼돈을 다시 불러왔다. 그러고 나서 쓰기 시간에는 아기도 알 만한 단어를 연거푸 틀리는 바람에 등수가 계속 내려가다 결국 꼴찌까지 떨어져 몇 달 동안 보란 듯이 달고 다니던 백랍 메달을 내놓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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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때가 돼서 오전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톰은 베키 대처에게 날아가 귓속말을 속닥였다.

"모자 쓰고 집에 가는 척하다가 모퉁이에 이르면 애들 틈에서 슬쩍 빠져나와. 그런 다음 골목을 되짚어 다시 와. 난 다른 길로 가서 똑같이 애들을 따돌릴 게."

그래서 한 아이는 학생들 한 무리와 출발했고, 또 한 아이는 또 다른 무리에 섞여 출발했다. 잠시 후 두 아이는 골목 끝에서 만났다. 둘이 다시 학교에 왔을 때는 그 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곧이어 두 아이는 석판을 앞에 놓고 나란히 앉았다. 톰이 베키의 손에 연필을 쥐여 준 뒤 그 손을 잡고 이리저리 이끌자 또다시 멋진 집 한 채가 탄생했다. 그림 그리기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자 둘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톰이 행복에 푹 젖어 말했다.

"쥐 좋아해?" 

"아니! 쥐는 딱 질색이야!" 

"그건 나도 그래, 산 쥐는 정말 싫거든. 하지만 난 죽은 쥐를 말하는 거야. 왜 줄에 매달아 머리 위로 빙빙 돌리는 쥐 있잖아." 

"그것도 싫어, 어쨌든 난 쥐는 별로야. 내가 좋아하는 건 껌이야" 

"어, 나도 그런데! 지금 껌이 있으면 좋겠다." 

"그래? 나한테 있어, 잠깐은 씹어도 되지만 꼭 돌려줘야 해." 

마음에 드는 제안이라 둘은 번갈아 껌을 씹으며 너무도 만족스러운 나머지 걸상에 대고 다리를 대롱거렸다.

"서커스에 가본 적 있어?" 톰이 물었다.

"응, 울 엄마가 말 잘 들으면 언제 또 데려가 준댔어." 

"나도 세 번인가 네 번인가 아무튼 무지 많이 가봤어. 교회는 서커스에 비하면 진짜 시시해. 서커스에는 늘 뭔가 일이 벌어지거든. 난 이다음에 커서 서커스 어릿광대가 될 거야."

"어머, 정말! 근사하겠다. 어디서나 눈에 띄고, 어릿광대들은 정말 멋지더라." 

"그래, 그렇다니까. 거기다 돈도 엄청 많이 벌어…… 벤 로저스가 그러는데, 하루에 1달러나 번대. 그런데 있지, 베키, 너 약혼해본 적 있어?" 

"그게 뭔데?" 

"왜, 결혼하기로 약속하는 거 말이야." 

"아니, 없어. "

"해볼 생각 없니?" 

"글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 

"어떻게 하는 건데?" 

"어떻게 하는 거냐고? 있지. 그건 다른 어떤 거하고도 달라. 어떤 남자애한테 그 애 말고는 아무하고도 절대 절대 절대 사귀지 않겠다고 말하기만 하면 돼. 그러고 나서 키스하면 끝이야. 누구든 할 수 있어." "키스? 키스는 왜 하는데?" 

"왜 하냐면, 그게 말이지…… 그냥, 다들 그렇게 하니까."

"다들?"

"그래,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 하는 거야, 너 내가 석판에 썼던 거 기억하니?" 

"으…… 응."

"뭐라고 썼지?" 

"말 못 해." 

"내가 말할까?"

"으…… 응…… 그렇지만 다른 때." 

"아니, 지금." 

"아니, 지금 말고…… 내…… 내일."

"으, 아니, 지금. 제발 베키…… 귀에 대고 살짝 말할게. 귀에 대고 살짝만 말한다니까. 무지 쉬워."

베키가 망설이자 톰은 침묵을 승낙으로 받아들여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귀에 입을 바싹 갖다 댄 채 더없이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러고는 덧붙였다.

"이제 너도 내 귀에 대고 말해. 똑같이." 

베키는 잠시 머뭇거리고 나서 말했다.

"그렇게 쳐다보지 말고 얼굴을 저쪽으로 돌리면 할게…… 하지만 아무 말 안 할 거지, 톰? 절대 하면 안 돼. 아무한테도 절대 말하면 안 돼…… 알았지?" 

"안 한다니까. 정말 정말 정말 안 해. 그러니까 어서 베키."

톰이 얼굴을 돌리자 베키는 수줍은 듯 머뭇머뭇 고개를 숙였다. 베키의 숨결에 톰의 곱슬머리가 들썩인다 싶은 순간 베키가 마침내 살며시 말했다. "난…… 널…… 사랑해."

그러고 나서 발딱 일어나 책상과 걸상 사이를 헤치며 요리조리 도망 다니다 뒤쫓아온 톰에게 밀려 결국 구석으로 몰리자 하얀 앞치마로 얼굴을 가렸다. 톰이 베키의 목을 붙잡고 사정했다.

"베키. 이제 다 끝났어…… 키스만 빼고. 겁내지 마…… 까짓 아무것도 아닌걸 뭐. 어서, 베키?" 그러고는 앞치마와 손을 끌어내렸다.

베키는 점차 포기하고 두 손을 내려뜨렸다. 그리고 실랑이를 벌이느라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얼굴을 얌전히 쳐들었다. 톰은 빨간 입술에 키스를 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정말 다 끝났어, 베키. 앞으로는 나 말고 누구도 사랑하면 안 되고, 나 말고 누구하고도 절대 절대 영원히 결혼하면 안 돼. 알았지?" 

"알았어. 톰 너 말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너 말고 아무하고도 결혼하지 않을게. 너도 나 말고 아무하고도 결혼하면 안 돼." 

"당연하지. 그야 두말하면 잔소리지. 그리고 앞으로 학교에 올 때든 집에 갈 때든 나랑 같이 다녀야 해. 물론 아무도 안 볼 때…… 그리고 파티에서도 넌 나를 선택하고, 난 너를 선택해야 해. 약혼한 사람들은 원래 그렇게 하니까." 

"정말 근사하다. 난 처음 듣는 얘기야."

"그럼, 얼마나 신나는데! 에이미 로런스하고 했을……" 

왕방울처럼 휘둥그레진 눈을 본 순간 톰은 아차 싶어 얼른 입을 다물었다.

"어머나, 톰! 그럼 나랑 처음 약혼하는 게 아니란 거잖아!" 

그러고 나서 소녀는 울기 시작했다. 톰이 말했다.

"제발 울지 마, 베키. 난 더 이상 그 애를 좋아하지 않아."

"아니, 넌 그 애를 좋아해. 톰…… 그건 너도 잘 알잖아." 

톰은 베키의 목에 팔을 두르려고 했지만 베키는 손길을 뿌리치고 벽 쪽으로 얼굴을 돌린 채 계속 울었다. 톰은 위로의 말을 건네며 다시 한번 시도했지만 또다시 퇴짜를 맞고 말았다. 그러자 자존심이 상해 뚜벅뚜벅 밖으로 걸어 나와버렸다. 그렇긴 했어도 불안하고 초조한 가운데 한동안 우두커니 서서 베키가 뉘우치고 자기를 찾으러 나오길 바라면서 시시때때로 문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하지만 베키는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톰은 기분이 울적해지면서 정말 잘못한 게 아닌가 싶어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새삼스레 들어가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톰은 용기를 내서 다시 들어갔다. 베키는 여전히 벽 쪽으로 얼굴을 돌린 채 구석에 기대서서 흐느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톰은 가슴이 미어졌다. 다가갔지만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그저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그러고는 잠시 후 머뭇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베키, 난 말이지…… 너 말고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아." 

아무런 대답 없이 흐느낌 소리뿐. 그러고 나서 이어지는 통사정.

"베키, 베키. 뭐라고 말 좀 해봐, 응?" 

더욱 서럽게 흐느끼는 소리. 

톰은 제일 아끼는 보물을 꺼냈다. 난로 안 장작 받침대 꼭대기에서 떼어낸 놋쇠 손잡이였다. 톰은 베키가 잘 볼 수 있도록 손잡이를 눈앞에 들이대고 말했다.

"부탁이야, 베키. 제발 이것 좀 받아주라, 응?" 

베키는 손잡이를 쳐서 바닥에 떨어뜨렸다. 결국 톰은 그 길로 교실을 나가 언덕을 넘고 넘어 저 멀리 사라져 선 그날 안으로는 다시 학교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윽고 베키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문으로 달려가 보았지만 톰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운동장으로 뛰어갔지만 거기에도 톰은 없었다. 베키는 목청이 터져라 소리쳤다.

"톰! 돌아와, 톰!" 

그러고 나서 귀를 기울여보았지만 아무 대답도 없었다. 친구가 있다면 정적과 고독뿐이었다. 베키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또다시 엉엉 울면서 자신을 책망했다. 이 무렵 학생들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베키는 슬픔을 감춘 채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안고 낯선 사람들 틈에서 슬픔을 나눌 이 하나 없이 길고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오후라는 십자가를 짊어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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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너무 짓궂었어, 베키. 정말 미안해. 앞으로는 절대 안 그럴게…… 그러니까 제발 화 풀어, 응?"

베키는 발걸음을 멈추고 경멸 어린 눈으로 톰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쓸데없이 말 붙이지 말고 조용히 있어줬으면 고맙겠네요. 토머스 소여 씨, 그쪽하고 두 번 다시는 말 섞을 일 없거든요." 

그러고는 머리를 홱 쳐들고 가버렸다. 톰은 너무 놀란 나머지 "누가 겁난대? 잘난 척하기는"이라고 대꾸할 정신조차 없었다. 그렇게 말할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결국 톰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너무 분했다. 톰은 베키가 남자애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흠씬 두들겨 패줄 텐데, 라고 생각하면서 비칠 비칠 학교 운동장으로 들어섰다. 곧이어 베키와 마주치자 톰은 지나가면서 한마디 톡 쏘아주었다. 베키도 이에 질세라 응수했고 둘의 불화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어찌나 약이 오르던지 베키는 어서 수업이 시작돼서 톰이 철자법 책을 망친 죄로 매를 맞는 꼴을 보게 되기만을 목을 빼고 기다렸다. 한순간 앨프리드 템플이 한 짓을 말해줄까 말까 망설이기도 했지만 톰이 내뱉는 참을 수 없는 욕설에 그런 생각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말았다.

가엾은 소녀 베키는 곤경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교사 도빈스 씨는 못 다 이룬 꿈을 안고 중년에 이른 남자였다. 원래는 의사가 되길 간절히 바랐지만 가난 때문에 시골 학교 교사밖에 되지 못했다. 매일 그는 암송 시간이 아닐 때마다 교탁에서 정체불명의 책을 한 권 꺼내선 흠뻑 빠져들었다. 그는 그 책을 교탁 서랍에 집어넣고 자물쇠로 잠가 열쇠를 가지고 다녔다. 학교의 개구쟁이치고 그 책을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어 안달하지 않는 아이가 없었지만 기회는 절대 오지 않았다. 남학생이고 여학생이고 할 것 없이 저마다 그 책의 성격을 두고 이런저런 의견을 내놓았지만 똑같은 의견이 하나도 없었고, 이 문제에 관한 한 사실을 확인할 길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하필 베키가 문 옆에 서 있는 교탁을 지나다 열쇠가 자물쇠에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귀중한 순간이었다. 베키는 얼른 주위를 둘러보고 자기 혼자만 있다는 걸 확인한 다음 책을 집어 들었다. 속표지에 아무개 교수의 '해부학'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암만 해도 감이 잡히지 않아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책 맨 앞쪽에 색색의 정교한 판화가, 그러니까 완전히 벌거벗은 사람 형체가 나왔다. 그 순간 책장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톰 소여가 문으로 걸어 들어와 그림을 흘끗 쳐다보았다. 베키는 얼른 책을 낚아채 덮으려다가 억세게 재수 없게도 그림이 있는 책장을 반이나 북 찢고 말았다. 베키는 책을 교탁 안에 후다닥 던져 넣고 열쇠를 돌리더니 창피하고 속상한 마음에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

"톰 소여, 넌 애가 왜 그렇게 치사하니, 사람한테 몰래 다가와서 뭐 보고 있나 엿보기나 하고." 

"네가 뭘 보고 있는지 내가 무슨 수로 알아?" 

"부끄러운 줄 좀 알아, 톰 소여. 나한테 말 걸러 온 거 내가 모를 줄 알고. 아이, 어쩜 좋아. 어쩜 좋냐고! 보나 마나 매를 맞을 텐데. 난 학 교에서 매 맞아본 적 한 번도 없단 말야." 

그러고 나서 베키는 그 작은 발을 동동 구르며 다시 말했다.

"정 치사하게 나오겠다면 안 말려!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난 각오가 돼 있으니까.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야! 미워, 미워, 미워 죽겠어!" 그러고는 다시 울음을 터뜨리며 쌩하니 교실을 나가버렸다.

톰은 뜻밖의 맹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고 가만히 서 있다가 혼자 중얼거렸다. 

"뭐 저런 신기한 바보가 다 있지? 학교에서 한 번도 맞아본 적이 없다니! 쳇, 호들갑 떨기는! 여자애들이 그렇지 뭐…… 소심하고 겁만 많아서는. 내가 뭐하러 치사하게 저런 하찮은 바보를 늙다리 도빈스한테 일러바쳐? 안 그래도 들통 날 텐데. 하지만 어떻게 될까? 늙다리 도빈스가 누가 책을 찢었냐고 묻겠지. 물론 아무도 대답하지 않을 테고. 그러면 늙다리 도빈스가 늘 하던 대로 나오겠지…… 한 사람씩 붙잡고 물어볼 거란 말이야. 그러다 그 애 차례가 되면 말하지 않아도 알아챌 테고. 여자애들은 늘 얼굴에 다 쓰여 있으니까. 여자애들은 도무지 배짱이라는 게 없거든. 혼나겠지. 글쎄, 베키 대처한테는 안된 일이지만 빠져나갈 방법이 없네." 톰은 그 문제를 가지고 좀 더 머리를 굴리다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뭐, 그 애도 내가 그런 곤경에 빠지는 꼴을 보고 싶어 하잖아…… 혼 좀 나보라지!" 

곧이어 톰은 밖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틈에 섞였다. 잠시 뒤 선생님이 와서 수업이 시작되었다. 톰은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교실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학생 자리를 흘끔흘끔 몰래 훔쳐볼 때마다 베키의 얼굴이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암만 생각해도 베키를 동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꾸만 안됐다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득의양양해야 하는데도 그 뜻에 걸맞게 온전히 기뻐할 수가 없었다. 곧이어 철자법 책을 망쳐놓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 후 한동안 톰은 자기한테 닥친 문제로 정신이 없었다. 베키는 좀 전의 충격이 안 겨준 무기력 상태에서 깨어나 수업에 열중했다. 베키는 톰이 자기는 책에 잉크를 엎지르지 않았다고 말해봐야 난관을 피해갈 수 없을 거라고 예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생각이 옳았다. 톰이 부인하면 할수록 상황은 더욱 나빠지는 듯했다. 베키는 톰이 쩔쩔매는 모습을 보면 고소할 줄 알았고, 또 고소하다고 믿으려 애썼지만 막상 그렇지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당장이라도 일어나 앨프리드 템플이 그랬다고 일러바치고픈 충동마저 일었다. 하지만 꾹 눌러 참고 계속 침묵을 지키면서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보나 마나 저 앤 내가 책을 찢었다고 고자질할 텐데 뭐. 한마디도 안 할 거야. 구해주나 봐라!" 

톰은 매를 맞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지만 하나도 속상하지 않았다. 까불대다가 자기도 모르게 철자법 책에 잉크를 쏟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형식상 항변하긴 했지만 그게 관례인지라 원칙을 지키려고 한두 번 우겨봤을 뿐이었다.

한 시간이 훌쩍 지난 가운데 선생님은 보좌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고, 교실 공기는 아이들이 웅얼대며 자습하는 소리로 나른했다. 이윽고  도빈스 씨가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하더니 교탁 서랍 자물쇠를 열고 자기 책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꺼낼지 말지 마음을 못 정하는 눈치였다. 학생들은 대부분 흐리멍덩한 눈으로 흘낏 올려다보고 말았지만 그중 두 사람은 선생님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뚫어지게 지켜보았다. 도빈스 씨는 잠시 멍하니 책을 만지작거리더니 결국 꺼내서 의자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톰은 베키를 흘낏 쳐다보았다. 표정을 보니 머리에 총이 겨누어진 채 사냥꾼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바들바들 떠는 산토끼가 따로 없었다. 그 순간 톰은 베키와 다뤘던 일을 깡그리 잊어버렸다. 빨리……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해! 지금 당장! 하지만 너무 다급한 상황이라 그런지 머리가 마비된 듯했다. 그래! 기막힌 생각이 떠 올랐어! 이대로 달려 나가 책을 낚아채선 교실 문 밖으로 무조건 튀는 거야. 하지만 한 순간 다짐이 흔들리는 바람에 기회는 날아가버리고…… 선생님이 책을 펼쳐 들었다. 놓쳐버린 그 기회를 다시 붙잡을 수만 있다면. 하지만 너무 늦어버렸어. 이제 베키를 도울 길은 없어.

톰은 이렇게 중얼거렸다. 다음 순간 선신님이 아이들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쏘아보는 눈길에 다들 눈을 내리깔았다. 그 눈길에는 아무 죄 없는 아이들까지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열을 셀 정도의 침묵이 흐르는 사이 선생님은 분노를 모아들이고 있었다. 마침내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이 책 누가 찢었지?" 

숨소리 하나 없이 조용했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침묵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선생님이 아이들 얼굴을 차례로 살피며 범죄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벤저민 로저스, 네가 찢었니?" 

부인, 또다시 짧은 침묵.

"조지프 하퍼, 너냐?" 

역시 부인. 이렇게 서서히 진행되는 고문 아래서 톰의 불안은 점점 더 커졌다. 선생님은 남학생들 줄을 빠짐없이 살피고 나서……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여학생들 쪽으로 돌아섰다.

"에이미 로런스, 너냐?" 

절레절레.

"그레이시 밀러, 너냐?" 

똑같은 반응.

"수전 하퍼, 네가 그랬니?" 

또다시 부인, 그다음 차례는 베키 대처였다. 톰은 이 상황이 한편으로는 흥분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끔찍하기도 해서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덜덜 떨고 있었다.

"레베카 대처, (톰이 흘낏 보니 베키는 공포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네가 찢었니? 아니, 내 얼굴을 봐라. (애원을 하려는지 베키의 손이 올라갔다.) 네가 이 책 찢었니?" 

한 가지 생각이 번개처럼 톰의 머리를 휙 스치고 지나갔다. 톰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제가 그랬습니다!" 

다들 당황한 표정으로 이 믿기 힘든 바보짓을 지켜보았다. 톰은 잠시 선 채로 흩어진 정신을 가다듬었다. 벌을 받으러 앞으로 걸어나갈 때 불쌍한 베키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놀라움과 감사와 흠모의 빛은 매 백 대 값은 되고도 남을 듯했다. 톰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자신의 행동이 너무나 대견스러워 도빈스 씨가 그 어느 때보다도 인정사정 두지 않고 무자비하게 매질을 하는 데도 비명 한 번 내지르지 않고 의연하게 참아냈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가 끝난 후에도 두 시간이나 남아 있으라는 잔인한 추가 명령 또한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포로 생활이 끝날 때까지 밖에서 자기를 기다리며 그 지루한 시간을 전혀 손해로 여기지 않을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톰은 잠자리에 들어 앨프리드 템플한테 복수할 계획을 세웠다. 베키가 부끄럽고 후회스럽다며 자신의 배신행위를 잊지 않고 낱낱이 털어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복수의 일념마저도 어느새 기분 좋은 생각에 자리를 내주었고, 톰은 마침내 잠에 곯아떨어졌다. 베키가 낮에 헤어지면서 했던 말이 꿈결에 귓가에서 뱅뱅 맴돌았다.

"톰, 넌 어쩜 그렇게 멋지고 의젓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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