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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사회][인문] 불합리한 세상을 깨달아라, 《부들부들 청년》

by 노지재배 2017.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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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책은 《부들부들 청년》이다.


출판사는 <후마니타스>로, 저자는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이다. 본래 경향신문 지면에 나갔던 특별취재 기사를 모으고 보충해 책을 꾸렸다. <막막했고 두려웠고 답답했다 그리고 분노했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은 청년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청년 팔이'를 부르짖는 '청알못' 한국 사회를 위해 이 시대 한국 청년들의 웃프면서도 처절한 현실을 짚고 있다.





이생망, 지옥비, ㅇㅈ, 월 3백, 사축, 쌍봉형 가난 등은 《부들부들 청년》이 우리 사회의 청년 문제를 위해 꺼내놓는 단어들이다. 11.2퍼센트, 21 대 1, 5명 중 3명, 15개월, 8명 등도 있다. 


11.2퍼센트는 2017년 4월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며, 21 대 1은 2017년 6월 15일 행정자치부 지방직 9급 공무원(서울시 제외) 경쟁률이다. 또한, 2015년 8월 기준으로 청년층의 64퍼센트, 즉 5명 중 3명은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그나마 평균 11개월간 준비해 취직한 이들 한국의 청년 10명 중 6명은 15개월 만에 첫 일자리를 그만두고 있다. 끝으로 8명, 2015년 한 해 동안 3,013명의 청년이 자신의 생을 파괴했다. 20·30대 사망 원인 1위가 바로 자살이다. 통계대로라면 오늘도 청년 8명이 목숨을 끊었을 것이다.


책은 한국 사회의 분배 불평등과 이에 따라 더욱 커지고 있는 계층 간 소득 격차, 그리고 힘없이 소외되고 있는 취약 계층의 사다리 그 맨 끝에 바로 청년이 위치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청알못' 사회가 인서울 4년제나 4년제 대학생들의 진학과 취업 문제에 머무는 동안 우리 사회에서 청년 문제로 제대로 거론조차 되지 모하고 있는 고졸과 전문대 출신 청년들의 시각과 현실을 짚은 점은 참신한 시도로 평가된다.


더불어 책에서는 한국 사회의 청년 문제뿐만 아니라 대만과 일본, 독일과 스페인 등의 청년 문제와 이에 대한 해결책도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 한국 사회의 청년 이야기뿐만 아니라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나라들의 청년들 이야기와 이들이 찾은 해결책까지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책은 또 청년 정치를 짚으면서 청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보다는 섣부른 미봉책에 그치고 있는 한국 정치 사회의 '청년 팔이'를 지적한다. 





청년들의 정치 참여와 사회 문제 해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결국 고단한 현실과 소외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사회 전반의 관심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숙의'와 '토론'을 통한 민주주의를 배워나가는 독일 등 서구권의 20, 30대 정치인들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40대 국회의원이 젊은 피 취급을 받는 한국 사회에서 청년 문제가 왜 이슈 몰이와 정치권의 홍보에만 이용당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청년 문제를 해결하고, 올바른 대처 방안을 마련하려면 사회 각계각층이 우리 사회의 미래인 청년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년들 역시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애로사항을 알리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나마 탄핵 정국으로 정치 참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지난 대선은 이러한 기대를 높일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었다고 본다. 19대 대선에서 투표권을 처음 행사한 19살 유권자와 20대 청년들의 투표율은 76.2%로 18대 대선(69%)보다 7.2% 포인트나 상승한 바 있다. 30대 투표율(74.2%)도 18대 대선(70%)보다 4.2% 포인트 올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대선 당시 20대 전반(20~24살·57.9%), 20대 후반(25~29살·55.2%) 투표율이 60%를 넘지 않은 것과 견줘도 크게 증가한 바 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 대선에서 20대 전반(32.9%)과 20대 후반(24.2%)의 투표율은 매우 낮았다. 


이처럼 청년들의 정치 참여와 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결국 우리 사회의 청년 문제 해결 과정도 한 단계 더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다.


청년 문제에 관심이 있거나 청년 문제의 해결을 바라는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무슨 일이든 그 해결은 문제를 제대로 짚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는 법이다.






■ 저자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 목차


프롤로그 7


1부 보통의 청년

이생망 15

똥통 23

사축 39

찍퇴 47

청년 팔이 59

쌍봉형 가난 67

지·옥·비 81

월 3백 93

ㅇㅈ 107

다시, 청년 119


2부 다른 나라의 청년들

일본 : 우리의 미래를 마음대로 결정하지 말라 127

타이완 : 청년, 귀신 섬을 흔들다 143

스페인·독일 : 우리가 외치면 공약이 된다 161


3부 한국의 청년 정치

장그래는 구고신을 찾지 않는다 183

한국 정치에 청년은 없다 201

‘청년법’을 만들 때다 215


취재를 마치고 230

에필로그 236


 


■ 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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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1천만 원대의 학비, 스펙 경쟁, 취업난, 저임금, 치솟는 주거비. 그리고 통계대로라면 오늘도 청년 여덟 명이 목숨을 끊었을 것이다. 2015년 한 해 동안 3,013명의 청년이 자신의 생을 파괴했다. 20·3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청년을 소재로 한 보도는 2016년에만 29만여 건이 쏟아졌다. 클릭 몇 번이면 이 사회의 모순이 응축된 그들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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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명 중 네 명이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생은 망했다." 내세나 환생을 꿈꾸는 사람들이 쓸 법한 말을 청년들이 자주 입에 담는다. 줄여서 '이생망'이라 부른다. 청년 1천 명에게 '이생망을 생각해 본 적 있는가?'라고 묻자 413명(41.3퍼센트)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  같은 응답은 취업 준비생에게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취업 준비생 가운데 54.2퍼센트).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번 생이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자리가 청년 문제의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했다. 임금노동자의 40.8퍼센트 역시 '이생망'을 떠올린 적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주로 한국 직장의 '강한 노동 강도'와 '저임금' 문제를 지적했다. 특근을 밥 먹듯 하는 젊은 노동자의 임금으로는 평범한 삶을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기업 직장인들 역시 '내 집 마련과 '결혼'을 앞두고 월급이 적다고 느꼈다.

대학생들은 그래도 아직 '노력'하면 되리라는 희망을 품었다. 다시 태어나면 게으름을 버리고 계획적으로 살겠다는 답이 많았다. 하지만 취업 준비생 그룹부터는 '다음 생에 더 노력하는 삶을 살겠다'는 답이 확연히 줄고, 국적이나 학벌을 바꾸고 싶어 했다. 여성들은 더 많이 '이생망'을 토로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들은 최고의 스펙으로 '남성'을 꼽기도 했다. 다음 생에 성을 바꾸고 싶다는 사람의 86.4퍼센트는 여성이었다.



곱씹을수록 슬픈 '농담 아닌 농담'


한국 청년들은 '헬조선', '흙수저'처럼 자신이 놓인 처지를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희화화하는 데 능하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이처럼 그들이 일상에서 가볍게 던지고 받는 말들로 시작하고 싶었다. '눈앞의 벽이 높고 길이 안 보일 때' 쓰는 웃픈(웃기지만 슬픈) 농담 '이생망'에 대한 질문이 설문지에 들어간 이유다. 그렇지만 설문 분석 결과는 이들이 느끼는 우울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청년들 가운데 대학생들은 '이생망'을 농담으로 많이 사용한다고 답했다(대학생 278명 가운데 168명, 죽 60.4퍼센트가 그렇게 답했다). 대학생 이 모씨(24세)는 '시험 기간에 이번 생은 망했다.'는 말을 많이 쓴다."면서도, "주변에서는 '자살각'(관세를 보니 자살해야 할 것 같다)이나 '한강 수온 체크'(투신자살에 앞서 한강물 온도를 재봐야 한다) 같은 말을 더 많이 쓰기는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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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2월 7~27일 「경향신문』이 한국 청년(20-34세) 1천 명(대학생 278명, 취업준비생 121명, 대기업 직장인 107명, 중소기업 직장인 220명, 공무원·전문직·자영업자·대학원생 등 기타 274명)을 대상의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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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학적 열패감에 빠진 청춘들


취업 준비생 김 모 씨(27세)는 "취직할 가망이 안 보일 때 망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꾸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니 그냥 나는 인간이 문제인가 싶다"고 말했다. 김 모 씨(26세)는 '좋아서 하는 야근이 왜 문제나?'고 묻는 직장에 다닌다. 그 역시 출생부터 망했다. 이 시대, 이 장소에 태어난 것 자체가 내 탓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청년들은 사회구조적 문제로 힘들어하면서도 '자기 탓'을 많이 했다. 설문 조사에 응한 청년들은 인생이 '망한' 이유(복수 응답)를 우선 '본인의 문제'(64.6퍼센트)로 돌렸다. '사회 전반의 문제'(58.4퍼센트), '직장 문제'(73퍼센트)는 그다음이었다. '이생망'이라는 표현이 주로 취업난, 노동환경, 학벌·학력, 집안 소득 등 구조적인 문제와 관련해 쓰이는 현실과 모순된 반응이다.

'잉여 사회의 저자 최태섭 씨는 "청년들에게는 어떤 쪽으로도 희망이 없고, 같이 힘을 합쳐서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은 '구조가 안 변해서 힘들다"고 사고하기 힘들기 때문에, 내 잘못으로 망했다고 여기게 된다."며 "그 결과 노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싫어하면서도 (노력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스무 살이 되는 것이 두려운 이들


"우리도 청년인가요?" 2015년 12월 전국에서 고등학교·전문대학·지방대학교 졸업생들을 만났을 때 접한 말이다. "미래요? 잘 모르겠어요. 그냥 갑갑해요." 대한민국의 청년 문제가 '인 서울' 대졸자나 취업 준비생에만 맞춰져 있다고 보는 '청년 밖의 청년들'은 깊은 무력감과 소외감에 절어 있었다.

2015년 12월 지방 도시 특성화고의 3학년 한 반을 찾았을 때 학생들은 "여기는 똥통"이라고 부르고, "(세상에 나가는 스무 살이 되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이 학급 스물여덟 명 가운데 열네 명은 취업했다. 취업을 했다지만, 공장에서 3개월간 현장 실습을 하고 계약을 연장할지 결정하는 불안정한 사회 진출이다. 네 명은 전문대로 진학하고, 네 명은 군대나 다른 일거리를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여섯 명은 새해에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학생들은 '빵집 운영하는 부모'를 금수저라고 불렀다. 취업한 청년도, 길을

정하지 못한 청년도 "노답"(답이 없다)이라며 서로를 가리켰다.



헬 뭐요? 헬조선요?헬 뭐요? 헬조선요? 그게 뭔데요?



스마트폰은 있지만 고된 하루를 살며 뉴스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지 않는다는 이들은 '헬조선'이 뭐냐고 되물었다. 대도시·대졸 청년들이 힘들 때 내뱉는 비관까지도 그들에게는 낮선 '특권'이었다. 조성빈 씨(가명, 19세)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지방 도시의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회사에 취업했다. 하루 열두 시간 일하고 한 달에 120만원을 번다. 일이 끝나고 기숙사에 오면 녹초가 돼 잠든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만, 통화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고 노래만 들을 뿐, 뉴스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지 않는다는 조 씨는 현실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다고 했다. '헬조선'은 '헬'hel과 '조선'을 합쳐, 살기 힘든 현실을 빗댄 신조어다. 지옥 같은 한국을 떠난다는 '탈조선'이라는 말도있다. 이 말도, 저 말도 모른다고 했다.

 그게 뭔데요?



스마트폰은 있지만 고된 하루를 살며 뉴스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지 않는다는 이들은 '헬조선'이 뭐냐고 되물었다. 대도시·대졸 청년들이 힘들 때 내뱉는 비관까지도 그들에게는 낯선 '특권'이었다. 조성빈 씨(가명, 19세)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지방 도시의 발광다이오드 LED  전구 회사에 취업했다. 하루 열두 시간 일하고 한 달에 120만 원을 번다. 일이 끝나고 기숙사에 오면 녹초가 돼 잠든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만, 통화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고 노래만 들을 뿐, 뉴스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지 않는다는 조 씨는 현실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다고 했다. '헬조선'은 '헬'hel과 '조선'을 합쳐, 살기 힘든 현실을 빗댄 신조어다. 지옥 같은 한국을 떠난다는 '탈조선'이라는 말도 있다. 이 말도, 저 말도 모른다고 했다.



청년요? 저는 아니에요.



밴드 공연 기획을 하는 임희애 씨(23세)는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고졸 검정고시 출신인 그는 구청에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 교육을 신청하러 갔다가 낙담했다. 고졸은 지원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들을 수 있는 수업도 강사는 수강생을 대졸자로 상정하고 진행했다. 학번, 전공, 캠퍼스 이야기가 나왔고 임씨는 그럴 때마다 소외감을 느꼈다. 임 씨는 "뉴스에 나오는 대기업 일자리 감소니 하는 문제에 전혀 공감하기 어렵다"며 "인턴이나 자기소개서는 저하고는 먼 얘긴데 허구한 날 이런 얘기만 나온다"고 했다. 



서울 밖에도 청년이 있다


서울은 한국 사회의 모든 자원을 빨아들이는 도시다. 전체 인구의 20퍼센트가 서울에 산다. 경기도·인천을 합한 수도권에는 남한 인구의 49퍼센트가 모여 있다. 수도권의 이 힘은 사회 진출을 앞둔 청년층에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 20~34세 청년의 53퍼센트가 수도권에 있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머무는 젊은이들까지 감안하면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국토의 88퍼센트를 차지하는 비수도권에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청년들이 살고 있다. 부산에 사는 박 모 씨(25세)가 지역 청년 다수의 호소와 갈증일 것이라며 전한 말은 "서울에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남겨졌다는 느낌이 든다."였다. 인구가 줄어드니 안 그래도 낙후된 지역 경제는 더 침체되고, 그럴수록 더 많은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지역 공동화 '와 청년 문제는 맞물려 있다. 특히 대학 입시와 취업은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휩쓸려 들어가는 주요 고리다. 떠난 청년도, 남은 청년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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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대학을 다니는 장동현 씨(25세)의 말에서 문화 기반이 부족한 지방의 현실이 잘 드러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간한 『2016 문예연감』(2017/02/01)을 보면 2015년 전국에서 이뤄진 예술 활동 3만3,103건 가운데 52.4퍼센트(1만7,364건)가 수도권에서 진행됐다.

사회적인 안전판을 바라봐도 서울과 지방의 차이는 분명하다. 서울에서는 알바노조 등을 중심으로 편의점, 커피 전문점의 사업주들에게 최저임금 준수를 압박하는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지방 청년들에게는 남의 이야기다.

제주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경준 씨(가명, 30세)는 "후배가 아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시간당 6천 원을 받고 있는데 문제 제기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인구 규모가 작은 지역에서는 업주와 알바생이 "몇 다리 건너 아는 사람들"이다. '신고'를 하려 해도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청년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의 활동이 필요하지만, 지방에는 그런 단체도 별로 없거니와 참여율도 저조하다.

전북에서 자란 김주혜 씨(가명, 30세)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치적인 힘으로 모을 단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기껏 서울 와도, 월세·등록금 벌이에 알바 전전


구가연 씨(가명, 22세)는 고향인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문화 콘텐츠 기업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 월 60만 원을 받는데, 그중 30만 원을 방세로 낸다. 구 씨는 "그래도 서울에는 부산보다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구 씨는 "부산에는 인턴으로 경험을 쌓을 곳도 마땅치 않다."며 "서울의 집세 부담이 만만치는 않다."고 했다. 지역을 떠나 찾아간 서울에서 '이주 난민'이 됨에 따라 치러야 할 비용이 점점 늘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수도권으로의 과집중은 고향을 떠난 청년도 고달프게 한다. 서울의 높은 사립대 등록금과 주거 비용을 감당하느라 '서울 토박이'들보다 더 거친 삶과 경쟁에 뛰어드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월세와 등록금을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에 치여, 정작 스펙 관리나 인턴 경험은 꿈도 못 꾸고 취업 문턱에서 좌절하는 청년들 가운데 상당수가 지역 출신이다. 이희영 씨(가명, 34세)는 제주에서 자라 서울에서 대학과 취업 문턱을 넘었다. 그는 "일자리와 문화생활 등의 조건이 비슷했다면 아마 살던 곳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립대 등록금과 자취 비용을 대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방'을 옮기느라 이삿짐 싸기에 도가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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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 년 전 농노보다 오래 일하는 한국인


청년 직장인은 긴 노동시간에 절망한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15년 기준 2,113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최상위다. 영국 경제학자 그레고리 클라크(Gregory Clark)는 중세 농노의 노동시간을 1,620시간으로 추산했다. 한국인의 평균 노동시간이 1천 년 전 농노보다 훨씬 많은 셈이다.


(...)


실제로 오후 5시에 퇴근하면 곧잘 "일이 없느냐?"는 팀장의 지청구를 듣는다. 김 씨는 약속이 있어도 오후 7시까지는 자리를 지킨다.

상사 눈치를 보느라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면 '기러기 아빠'들에게 붙들리기 일쑤다. 선배들은 술을 마시지 않고는 밤을 견딜 수 없는 사람들처럼 매일 술을 마셨다. 개인 술 상대보다 더 힘든 것은 회식이었다. 김 씨의 주량은 소주 반 병이지만, 회식 때는 두세 병도 따라 마셨다. 중간에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뛰어가 게워 내고는 했다.

야근과 술에 치이며 직장은 '개미굴'이 됐다. 어떤 일을 할지 스스로 정할 수는 없지만, 여왕개미가 시키는 일은 뭐든 군말 없이 해내야 한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글로벌 기업에 취업했다는 자부심은 6년간의 직장 생활 동안 산산이 부서졌다. 신입사원 합숙 연수에서 했던 카드섹션과 율동 영상을 명절에 모인 일가친척에게 보여 주며 자랑했던 일은 곱씹을 때마다 이불을 차게 만든다. "열심히 하면 나중에 임원이 될 수도 있으니 참아."라는 말이 최상의 격려였다. 김 씨는 임원 명단에 이름 올리는 꿈을 접고,  주말마다 토익 스피킹 책을 뒤적거리며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찍퇴(찍어서 퇴직)보다는 낫다."고 자조하는 그들의 선택지는 참거나, 제 발로 떠나는 것이다. 평균 11개월간 준비해 한국의 청년 열 명 가운데 여섯 명이 15개월 만에 첫 일자리를 그만두고 있다. 긴 노동과 저임금에 몸서리치고 사람으로 대우받고 키워 준다는 믿음도 없기 때문이다. '행복의 첫걸음'이라고 여겼던 일터에서 사표를 품고 사는 청년들이 묻고 있다.



나는 사람인가요, 사축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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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퇴


희망퇴직은 '원해서 회사를 나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를 거부하는 직원들을 작업장에서 빼 대기 발령을 내린 뒤 '찍어서 퇴직'시키기도 한다.



"너 없어도 회사는 돌아간다"


이 모 씨(31세)는 첫 직장에서 "조직 생활에 안 맞는 사람'이었다고 자가 진단했다. 6개월의 '허니문'이 끝난 뒤로는 혼나기에 바빴다. 주말을 앞두고 팀장은 "쉬면서 한 번 봐."라며 서류철을 건넸다. 이 씨는 말 그대로 쉬면서 서류를 봤지만 돌아온 월요일, 팀장은 서류 내용을 꼬치꼬치 물었다. 답변하지 못한 이 씨에게 팀장은 "진짜 쉬면서 봤냐?"라며 역정을 냈다. 그때부터 팀장은 이 씨를 "야!"라고 불렀다.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모든 것을 대비할 수는 없었다. 팀장과 함께 외근을 나간 날, 이 씨는 주차비로 낼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혼났다. 그다음 날에는 천 원권을 준비해 외근을 나갔지만 공영 주차장이 어디 있는지 알아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질책을 들었다. 자신감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일할 기회를 준 데 감사하며 첫 월급으로 사장 선물도 샀던 그는 한 해가 지나기도 전 사표를  만지작거렸다. 선배들은 틀날 때마다 지침을 내렸다. "메일이든 메신저든 확인했으면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해라.", "전화받을 때는 친절한 톤과 초등학생 톤을 구분해라.", "인사할 때는 감정을 티 내지 마라." 이 씨의 일거수일투족이 첨삭되었다. 이 씨는 열심히 자신을 교정했지만, 팀장은 "네가 하면 문제 생길 수 있다"며 중요한 일은 두고 부수적인 일만 맡겼다. 이 씨는 18개월 만에 첫 직장을 그만뒀다.

청년 직장인의 퇴사에는 노동시간 못지않게 한국 특유의 기업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 『사표의 이유』를 쓴 이영롱 씨는 "청년 세대는 기성세대가 짜 놓은 비합리적이고 전근대적인 직장 문화와 불화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소하게는 점심식사 고르는 것부터 퇴근 눈치 보기, 강제적 회식, 문제 제기하면 질타받고 능력보다는 연줄과 사내 정치가 앞서는 것"을 예로 들며 "합리성과 부당함에 대한 감각을 가진 청년 세대가 보기에 직장은 수직적이고 꽉 막힌 곳'이라고 말했다.

인격의 모멸감을 견뎌 내며 얻을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대가가 적다는 점도 청년들의 신세 한탄을 돋운다. 최 모 씨(29세)는 '물가는 계속 오르는 데 연봉은 동결되거나 물가상승률을 못  따라간다."며 "돈을 모을 수 없으니 2년 전 입사할 때나 지금이나 미래는 여전히 백지상태"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들이 발 딛고 선 직장은 불안정하기만 하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고 고용 불안정은 일상이 됐다.

김 모 씨(30세)는 자신이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얼마 전 김 씨의 상사들은 한 명씩 차례로 3개월간 무급 휴가를 받았다. 사장은 '좋은 제도'라고 했지만 선정 기준도 없었다. 무급 휴가는 반강제적으로 이뤄졌다. 한 상사는 가족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무급휴가 중 퇴직금 일부를 정산해 매달 자신의 계좌에 입금했다. 상사들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아무 일 없이 돌아갔다. 김 씨는 "너희가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 주는 실험 같았다."며 "누구라도 찍어 낼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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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청년 비율


한국노동연구원은 2015년 8월 기준 임금 근로자로 신규 채용(근속 기간 3개월 미만)된 15~29세 청년의 64퍼센트가 비정규직이라고 밝혔다. 2009년보다 10퍼센트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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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비정규직·신입 누구에게나 깜깜한 미래


2013년 12월 22일 오후 6시 인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두산 인프라코어 생산직 직원 김동현 씨(가명, 20대)는 한 달간 마음 졸이며 살았다고 했다. 그는 한 달 전 회사에서 통지한 스물한  명의 대기 발령 명단에 들어갔다. 희망퇴직에 불응한 것이 이유였다. 희망퇴직은 '원해서 회사를 나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회사는 거부하는 직원들을 작업장에서 빼 대기 발령을 내렸다.

회사는 교육이라면서 A4 용지 3~5장 분량의 회고록을 쓰거나 명상을 하게 했다. 교육 중에는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게 했다. 경조사 외에는 연차휴가도 금지했다. '인권침해'라는 반발이 커질 즈음, 1~2년 차 신입사원과 여직원까지 희망퇴직 명단에 들어간 사실이 외부에 알려졌다. 여론이 들끓었다.



처음에는 소문이었어요.



2015년 초 직원들 사이에 '회사가 정리 해고 절차를 밟을 것 같다.', '이미 노동청에도 신고했다.', '곧 매각된다.'는 이야기가 들았다. '설마 그럴 리가.' 하면서도 가슴이 쿵쾅거렸다. 소문은 곧 현실이 됐다. 2월에 희망퇴직이 시작됐다. "지금 희망퇴직 신 청하면 위로금이라도 받지, 나중에는 그것도 없을 테니 잘 생각해 봐요.", "내년에 회사 사정이 안 좋을 것 같고,  지금 희망퇴직하는 것이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에게는 더 이득일 거예요." 말이 개별 면담이지, '너 나가지 않을래?'라는 회유와 압박이었다.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는 사람들은 두세 번씩 면담했다. "당장 눈앞에 있는 돈이라도 받고 나가자."며 자진해 퇴직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나 나간다. 잘 있어라." 눈시울이 붉어진 채 작별인사만 짧게 주고받고 선배들은 줄줄이 회사를 떠났다.

"내가 왜 희망퇴직을 해야 되나고, 내가 뭣 때문에......." 형들은 이야기를 나누다 서럽게 울었다. 그 옆에서 김 씨도 덩달아 울었다. 희망퇴직 권고는 곧 30대와 20대까지 내려왔다. '어떻게 해야 되지?' 머릿속은 백지처럼 하얘졌고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 봐도 감정은 울컥했다. '억장이 무너지더군요." 남들이 하던 말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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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도 비정규직으로 뽑다 보니 현장에서 정규직 막내는 4~5년 차이다. "현장에는 1~2년 차 신입 사원이 없어요. 다 계약직 형태로 쓰고 있거든요. 신입사원 안 뽑은 지 3년이 넘었을 거예요." 찍퇴들은 말끝에 그들도 슬프고 눈물  나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신혼여행 갔다 오지, 왜 안 갔다 왔어?



'정규직 찍퇴'인 우병민 씨(가명, 30대)는 4개월 정도 함께 일했던 비정규직 청년이 결혼 직후에 주말 특근을 나왔을 때 깜짝 놀랐다. 정규직은 주말에 볼일 있으면 근무를 바꿀 수 있지만 비정규직은 사정이 달랐다.

"열심히 하면 정규직으로 채용해 줄게.", "자격증을 따. 그러면 정규직으로 채용해 줄게.", "정규직으로 채용되려면 특근이나 주말 근무는 되도록 빠지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비정규직에게는 항상 희망 고문이 이어졌다. 언제나 최선을 다해 일하지만, 결코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신혼이었던 그 청년도 6개월 근무를 채운 뒤 회사를 나오지 않았다. 회사는 근로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그 친구를 보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짠했어요. 천천히 해도 되는 일을 더 빨리하고, 반장이 해야 될 일도 앞서서 했어요. 정규직 되어 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 모든 것이 달랐죠. 들어올 때는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겠지만 결국 그렇게 안 되거든요. 안타까워요." 옆에서 듣던 박순현 씨는 ""미안하고 불쌍하다. 현장 관리자가 서류까지는 책임져 줄 테니 열심히 해 보라고 했는데 그 사람도 떨어지더라."라고 말했다.



사람이 미래다?


박용만 당시 두산그룹 회장은 2013년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두산 채용 설명회 현장을 직접 찾았다. 그는 '젊은 청년에게 두산이 하고 싶은 이야기'로 이름 붙인 설명회에서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의 광고 카피는 단순한 기업 광고가 아니라 두산의 경영 철학을 그대로 표현한 메시지"라며 "삶의 의미를 실현하는 행복하고 합리적인 일터가 돼야 그 조직은 건강하게 자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는 청년들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었고, 그 사이 '오너' 일가가 가져가는 배당금은 계속 늘어났다.

찍퇴 대상자들에게 회사 동료들의 문자 메시지가 왔다.



도와줄 수 없어서 미안하다. 미안해!



이문규 씨(가명, 20대)는 "저마다 사정이 있으니 이해할 수 있다,"며 "전에는 나도 잘 몰랐지만 막상 겪고 나니까 이제야 알겠다."고 말했다. 불합리하다고 느끼면서도 생계가 걸려 외면하는 사이 누군가는 그 찍퇴 명단에 오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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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들의 말과 말


"청년들이 위험한 도전을 피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명박 전 대통령)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 번 해보라. 어디 갔느냐고, 다 중동 갔다고."

(박근혜 전 대통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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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에는 적은 소득에도 만족하며 살아가는 일본 청년들을 소개하는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후루이치 노리토시, 2014)이 나와 화제가 됐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는 '달관 세대'가 등장했다. 『조선일보』는 안분지족 하는 법을 깨달은 세대라는 의미로 청년을 '달관 세대'라고 명명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유지영 씨(25세, 취업 준비생)는 "요즘 주변에서 청년 이야기를 해도 흘려듣는다."고 말했다. 어차피 변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유 씨는 "대학에 처음 왔을 때 '청년들아, 토익 책을 덮어라. 짱돌을 들어라.' 이런 말을 들었을 때 혹했다. 집회에도 여러 차례 나갔다. 정작 취업 준비생이 된 지금, 토익 책을 덮으면 취업할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쌍봉형 가난


비정규직 부모가 비정규직 자녀를, 저임금 노종자가 저임금 노동자를 낳고 있다. 정규직 임금의 평균 53.5퍼센트를 받는 비정규직의 비중은 '25세 미만'과 '60세 이상'에서 가장 높다. 쌍봉낙타처럼, 두 개의 봉우리가 솟은 형태다.



부모도 자식도 가난하다


가난한 청년 뒤에는 가난한 부모가 있다. 한국에서 가족은 정부를 대신해  '완충장치', '안전망'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자녀들이 고등교육과 취업 문턱 앞에서 헤매고 있는 지금 그 부모들 역시 돈에 쪼들리고 있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불안정한 일자리의 파도는 부모 세대를 먼저 덮쳤다. 신광영 중앙대학교 교수(사회학)에 따르면, 2001년 중산층이던 50대 남성 네 명 가운데 한 명만이 10년 뒤에도 중산층으로 남았다. 빈곤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라난 청년들은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바랄 수 없었다. 비정규직 부모가 비정규직 자녀를, 저임금 노동자가 저임금 노동자를 낳고 있다. 정규직 임금의 평균 53.5퍼센트를 받는 비정규직의 비중은 '25세 미만'과 '60세 이상'에서 가장 높다.* 쌍봉낙타처럼, 두 개의 봉우리가 솟은 형태다.

중산층으로 살아남은 중·장년들도 빈곤의 위험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노후 준비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자녀들의 교육과 취업 준비에 돈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10대 후반~20대 청년 열 명 가운데 서너 명이 1년 이하의 계약직이나 '일시적 일자리'로 첫 취업을 하는 상황에서, 가정의 지원을 받는 중산층 자녀 역시 '관찰은 일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자녀에게 부와 지위를 물려주지 못한 부모는 늙어서 자녀에게 기댈 생각도 할 수 없다.

청년들이 말하는 '흙수저'에는 고착화되어 가고 있는 '쌍봉형 가난'에 대한 절망이 내포돼 있다. 나와 가족이 풀 수 없는 답을 사회가 찾아 달라는 외침인 셈이다. 

쌍봉형 가난 현상은 꾸준히 감지된다. 신광영 교수는 2011년 소득분포 자료에서 60대 부모와 30대 자녀가 동시 빈곤을 겪고 있을 가능성을 분석했다. 고용이 안정적인(정규직 고용주 지위 등) 60대가 30대 자녀와 동시 빈곤(소득 하위 40퍼센트)을 겪고 있을 가능성은 88.7퍼센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고용이 불안정한 60대와 30대 자녀가 동시 빈곤을 겪고 있을 가능성은 21.41퍼센트 높아졌다. 부모와 청년 세대에 두 개의 '빈곤 봉우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부모 세대의 빈곤 위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면서 중산층이 급속히 무너진 것과 긴밀히 관련되어 있다. 신광영 교수가 30~50대 남성 1,594명의 2001년 경제적 지위가 2011년에 어떻게 변했는지를 추적한 결과 중산층을 유지한 30~40대는 3명 중 2명 꼴이었다. 50대의 경우에는 4명 중 1명꼴에 불과했다. 2011년 '정규직 중산층 분포'는 30대에 정점

(38.79퍼센트)을 이루다가 50대(15.91퍼센트)에 급감한다. 신 교수는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불안정한 일자리에 더 노출되어 왔음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이제 '비발 언덕'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학비·주거비·병원비가 빚으로 고스란히 불어나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운 가정이 늘고 있다. 누군가 아프기라도 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부모는 자식에게, 자식은 부모에게 서로 미안해하며 위로할 뿐이다. 일에서 희망을 찾던 시대는 끝나 가고 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비빌 언덕'이었던 가족. 이제 그런 가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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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적 지위가 있는 부모의 '돌봄'은 자녀의 '공부 머리'부터 바꾼다. 영국 런던 정경대 레온 페인스타인Lon Feinstein 교수는 인지능력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2003년 밝혀냈다. 그는 1970년생 영국 아동 가운데 생후 22개월 때 인지능력이 상위 10퍼센트 수준이던 저소득층 자녀와 인지능력 하위 10퍼센트이지만 부모의 배경이 좋은 자녀를 비교했다. 그 결과 두 그룹의 인지능력은 생후 78개월(6년 6개월) 즈음부터 역전됐다. 배경이 좋은 아동의 인지능력이 꾸준히 상승하고 저소득층 아동은 상대적으로 하락한 탓이다. 역전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는 시기는 9~10세, 즉 학교에 들어가 학업 능력을 펼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고학력'어머니의 집중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중상층 계급의 자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어머니가 고학력일수록 자녀가 사회적으로 더 인정받는 직업을 얻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종성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원과 이병훈 중앙대 교수의 논문 "부모의 사회계층이 자녀의 노동시장 성과에 미치는 효과"(2014/02)를 보면, 국제적으로 쓰이는 직업 지위 점수를  1999-2009년 각 연도의 청년층(15~34세)에 적용했을 때 어머니의 학력이 높은 사람의 점수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발견됐다. 실제로 김 씨는 "어머니는 일하느라 제 시험 점수를 챙기거나 성적에 신경 쓰라는 압박을 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학교 졸업 후 취업 전선에 뛰어든 빈곤층 가정의 자녀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빈곤층이 생계에 집중하며 자녀에 신경 쓰지 못하는 동안 명문 대학 입학이 그 잣대로 사용되던 '계급 성취 도식은 더 복잡해졌다. 이제 '이너 서클'(핵심층)은 특목중·고 네트워크다.*** 이기현 씨(가명, 34세)는 강남에서 넉넉하게 자라 유명 외고를 거쳐 고려대를 졸업했다. 증권업계 종사자답게 '네트워크' 감각이 발달한 이 씨는 "이제 대학을 넘어 유명 외고 같은 특목고 네트워크가 중요해지는 시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고등학교 후배니까 너 믿고 (금융 상품을) 산다."는 말을 자주 듣고 스스로도 "고등학교 선배에게 달라붙어 산다."고 했다.

'유학'과 '해외 체류'도 부모 경제력이 자녀의 '고급 스펙'으로 직접 연결되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김은수 씨(가명, 35세)는 중학생 시절 사업하는 아버지를 따라 말레이시아로 이민을 갔다. 그곳에서 연간 학비가 2천만 원에 달하는 국제학교를 6년간 다녔다. 김 씨는 이때 영어  실력을 쌓았고 각국의 친구를 사귀었다. 이 경험은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대기업에 취업할 때 유리하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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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은 '2016 비정규직 노동통계'(2016/12/30)에서 비정규직이 받는 임금을 정규직의 53.5퍼센트라고 밝혔다. 또한 2016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에  따르면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더 많은 연령대는 남성의 경우 20대 초반과 60대 이상이며, 여성은 20대 초반과 40대 후반 이상이다. 연령별 그래프로 나타내면 남성은 30~40대를 지점으로 하는 U자형, 여성은 20대 후반을 저점으로 하는 Y자형을 그린다. 김 선임연구위원의 이 같은 분석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16년 8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2016년 5월)에 다르면 만 15~29세 청년이 첫 취업을 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12개월이었으며 이들의 첫 일자리 가운데 22.2퍼센트는 '1년 이하의  계약직'이었고 12.5퍼센트는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은 '일시적 일자리'였다. 둘을 합하면 34.7퍼센트다.

 

***고등학교 진학도 부모의 경제력과 맞물린다. 가령 서울 지역 고등학교 1학년의 학교 유형별 가구 소득분포를 보면, 특목고생의 50.4퍼센트는 가족의 월소득이 5백만 원을 넘었고, '2백만 원 이하'를 버는 가정은 15퍼센트에 불과했다. 반면에 특성화고를 다닌 이들의 가정 중에는 2백만 원 이하를 버는 경우(57퍼센트)가 가장 많았고 5백만 원을 초과하는 가정의 비중은 4.8퍼센트에불과했다(김희삼, '사회 이동성 복원을 위한 교육정책의 방향', 『KDI Focus』 통권 제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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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비


지하방·옥탑방·비주택(비닐하우스 등)을 전전하는 청년들0l 꽉 막힌 현실을 자조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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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이름의 감옥


청년에게 집은 빈곤을 악순환시키는 고리가 됐다. 고작 잠을 잘 수 있게 해주는 주거비조차 청년들의 알바 수입 등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청년들은 더 싼 집을 구하러 6개월, 1년, 혹은 2년마다 '잠깐 누워서 쉬는 공간'을 찾아 헤매고 있다. 여름이면 찜질방이 되는 옥탑방과 벽화처럼 곰팡이가 핀 반지하를 전전하고,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방을 나눠 살아간다.

서울에 사는 청년 다섯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이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이나 '지·옥·비'(지하방·옥탑방·비주택)에 사는 주거 빈곤층이다. 창문을 시원하게 열 수도 없고, 벽에 못을 박아 액자를 걸지도 못한다. 책장을 구입해 책을 꽂고, 예쁜 화분을 가꾸는 일은 이들에게 '사치'였다. 이제 청년들에게 집은 '나만의

휴식처'가 아니다. 그들에게 집은 박탈감을 안기는 '절망'의 공간으로 받아들여졌다. 부모 세대는 물론 청년 세대에게도 집은 가난의 굴레가 되고 있는 셈이다.

2014년 국세청 통계를 보면 연간 임대료 수익은 주택 임대업자가 1조8,896억 원, 상가 임대업자는 56조2.383억 원이다.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연간 주택 임대료만, 국세청 통계보다 23.5배 많은 44조5천억 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탈세가 만연해 있었고, 월 167만  원(연 2천만 원) 이하 임대 수익은 비과세인 현실을 짚은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성인 805명에게 '월 소득 대비 임차료 비율'rent to income ratio, RIR은 얼마가 적정할지를 물어봤다. 돌아온 답은 14.9퍼센트였다(2015년 12월 기준), 소득이 1백만 원이면 14만9천 원이라고 말한 셈이다. 반면에 2016년 기준 한국인의 실제 RIR은 20퍼센트를 넘는다* 누군가에게는 돈벌이나 재산 증식의 욕망이 된 부동산이 세상을 시작하는 청년들에게는 하루하루 삶의 희망을 앗아가는 올가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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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의 보고서 '2016년 주거실태조사'(2017/04)에 따르면, 저소득층(소득 1~4분위)의 RIR은 평균 26.7퍼센트로 중소득층(5~8분위) 18,9퍼센트 고소득층(9~10분위) 20.6퍼센트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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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3백


청년들은 일반적인 기준으로 먹고살고, 저축하고, 명절 등 부모님 용돈 드리고, 학자금도 갚아 가며, 연애하고 결혼하려면 필요한 돈으로 '월 3백만 원'을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주말 잔업을 다 해도 못 받는 '인생의 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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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왜 '월 3백'을 말하나


청년들이 한 달 소득으로 3백만 원이라는 금액을 도출한 계산식은 저마다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그 이하로는 연애든 저축이든 뭔가 하나 이상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말하는 '월 3백'은 하나의 이상향인 동시에 기준이었다. 이 기준을 저버릴 수 없는 청년들은 '눈이 높아서'가 아니라 '뭔가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시간을 늦추더라도 대기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취업 준비생 김수진 씨(가명, 25세)는 2015년  한 중소기업 입사를 포기했다. 입사하면 당초  원했던 해외 영업 분야에서 일할 수 있었지만, 연봉이 마음에 걸렸다. 회사는 세후 2천만 원(월 167만 원가량)을 연봉으로 제시했다. 그간 공부하는 데 든 비용을 보상받거나 앞으로 생활을 꾸리기에 불충분하다고 느꼈다. 김 씨는 고민 끝에 취업을 늦췄다.

취직 준비를 시작한 지 1년 반이 지난 현재 김 씨는 대기업과 중견 기업 위주로 원서를 넣고 있다. 김 씨는 "단순한 의식주 해결이 아닌 저축과 연애 등을 꿈꿔 보려면 매달 250만~3백만  원은 벌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결혼하려면 저축도 더 많이 해야 하고, 직장이 멀어 자취를 하게 되면 월세도 40만~50만 원이 나갈 텐데 월 170만 원으로는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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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강사 장모 씨(32세)는 "너무 열악한  조건으로 일하다 보니 기준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면서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려면 월수입이 3백만 원 이하가 돼서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집을 구할 때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고, 아기가 생기면 따로 봐줄 사람도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직장인 김중기 씨(가명, 25세) 역시 "월급 170만 원을 벌었을 때는 통신비, 교통비, 식비, 학자금 상환 등을 제하고 나니 남는 것이 없었다."며 "수도권 기준으로 최소 240만 원은 받아야 저축, 자취, 생활비 등을 '생각이라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말하는 '월 3백'은 '내일을 꿈꾸며 안정적으로 삶을 계획해' 꾸려 갈 수 있는 기준에 가까웠다. 이는 통계로 드러난 대졸 구직자의 희망 연봉과도 어느 정도 일치한다. 대한상공회의소(2012년 기준)는 대학생 희망 연봉이 '3천5백만 원 이상(34.3퍼센트)과 2천5백만~3천만 원(21.8퍼센트)'이었다고 밝혔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대략 250만~3백만 원선이다. '월 3백'과  실제 월급 사이의 간극은 체념과 포기로 채워진다. 그것이 연애든, 결혼이든, 독립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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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3백'과 거리 먼 중소기업


이규형 씨(가명, 22세)는 중소기업 두 군데를 거쳐 최근 대기업에 취직했다. 그는 첫 번째 직장에서 주야 교대로 일하며 월 170만 원을 받았다. 통신비와 교통비, 생활비를 제하면 저축할 여력이 없었다. 이 씨는 "그나마 나는 가족과 함께 살아 월세 지출이 없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중소기업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이 씨는 "전에는 한 달을 꽉 채워 일해야만 170만 원을 겨우 받았는데, 지금은 기본급만도 150만 원에 별도 수당이 있고 분기별로 자기 계발비도 55만 원씩 나온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청년들의 기대만큼 임금을 주지 못한다. 2017년 1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 대졸 신입 근로자의 중소기업 정규직 초임 평균(임금 총액 기준)이 2,490만 원(영세기업 정규직 초임은 2,031만 원)으로 같은 기간 대기업 정규직의 4,350만 원보다 40~50퍼센트가량 낮다. 게다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나날이 심화돼, '월 3백'의 희망을 찾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안착하기 힘든 구조다.*

중소 서비스 업체에서 일하는 길 모 씨(24세)는 월 140만 원가량을 번다. 그는 "대기업에 취직해 3천만~4천만 원을 받으면 차도 사고 놀러 갈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결혼이라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기회가 온다면 대기업으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의 꿈이 실현될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즉 임금 수준이 더 나은 직장으로 상향 이직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서 첫 직장을 시작한사람이 대기업으로 옮기는 비율은 대기업이 첫 직장이었을 때의 4분의 1 수준이다. '일단 눈을 낮춰 취업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청년들의 항변이 '배부른 불만'이 아닌 셈이다. 직장인 김 모 씨(25세)는 "편의점 도시락을 살 때도 반찬 수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고, 게임 하나를 해도 가이드와 공략법을 찾는 세대가 요즘 청년"이라며 "임금격차가 이렇게 큰데, 오래 일해야 하는 직장을 어떻게 눈 낮춰 갈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수익률은 줄고, 업황業況은 불가측하고, 대기업 입맛에 맞춰야 하는 생산·서비스 비용은 늘고 있는 '벼랑 끝' 상황이라며, 얇은 월급봉투를 주고 싶지 않아도 답이 없다고 말한다. 그동안 정부는 정보가 부족해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한다고 해석해, 청년을 중소기업 일자리로 유도하는 정책(예컨대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을 펼쳐 왔다. 하지만 대기업보다 열악한 중소기업의 임금 및 노동환경의 격차를 직시하고 이를 개선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한계는 분명하다. 

이제 한국은 지구상에서 임금격차가 극심한 나라 가운데 하나 가 되었다. 2013년 기준 한국의 임금 불평등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네 번째로 높다. 2001년에는 여덟 번째였는데 10년 만에 순위가 네 칸 더 올랐다. 산업화 이후 꾸준히 감소하던 임금 불평등은 1990년대 중반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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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보고서 '한국의 노동 2016'을 보면, 2015년 3월 기준으로 3백 명 이상 사업체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월평균 408만 원을 받는다. 이 사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그 절반인 206만 원(50.6퍼센트)을 번다. 5명 미만 사업체의 정규직 노동자 역시 그와 비슷한 208만 원(51.1퍼센트)을 받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120만 원(29.4퍼센트)을 번다.



'정규직의 노조'에 불과한 현실


불평등이 커질수록 작업장 내의 연대도 희미해져 간다. 1990년대는 노동자들이 한데 뭉치기 쉬웠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영향이 이어졌다. 윤소희 씨(가명, 46세)는 1990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수도권의 스피커 제조 공장에 들어갔다. 고등학교 시절 사학 비리에 맞서 '운동'을 해본 친구들이 앞장서 노조를 조직했고 윤씨도 함께했다. 새벽같이 각 라인에 선전물을 뿌렸고 점심에는 식당에 모여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공장마다 운동장이 있어 언제든 모일 수 있었다. 노조의 힘이 강했지만 노 사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행사도 노사가 함께 준비해 진행했다. 직장 동료들끼리 사내에 만든 소모임도 활성화됐다. 잔업이 없는 수요일이면 윤씨도 풍물패에서 북을 쳤다. 그 1992년에 직장을 옮겨 구로공단의 부품 제조업체에 들어갔다. 이 공장에도 1995년 노조가 생겼다. 1996년 말 공장이 안산으로 이전하며 윤 씨와 일부 노동자들이 해고됐다. 윤 씨는 "그때는 형식적일지라도 인사위원회를 열고 재심까지 하고 나서 해고했다."며 "지금처럼 문자 메시지로 해고하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2009년 서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이영숙 씨(30세)는 2014년부터 14개월간 네 곳의 사업체를 전전했다. 제약회사 생산 정규직이 되고 싶었는데 연거푸 파견만 다녔다. 하루에 두 번만 화장 실에 갈 수 있는 것보다도 장기 계약직들이 부리는 텃세가 더 견디기 힘들었다. 쉬는 시간에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사람들은 장기직들뿐이었다. 2015년 6월 회사는 계약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이 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그는 이유라도 알고 싶어 공단 노조에 문의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조합원들의 노조이지 파견직의 노조가 아니다."라는 말뿐이었다.

한국 노동자의 연대감은 꾸준히 약화됐다. 1989년 노동자 의식조사에서 노동자들은 동료 관계에 대해 1백 점 만점에 89점 이상을 줬다. 하지만 2007년 이뤄진 조사에서는 인간관계에 대한 긍정적 답변이 42퍼센트를 넘지 못했다. 특히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29.3퍼센트로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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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소득 격차를 키로 나타낸다면?


한국에서 돈 버는 모든 사람들이 한 시간 동안 행진하는 모습을 그렸다. 그림 속 사람들의 키는 각자의 소득이고, 평균 소득자의 키를 175센티미터로 간주했다. 행진이 시작되면 1년에 2,313원을 버는 사람이 처음으로 나타난다. 키는 0.01센티미터에 불과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 뒤를 1.7센티미터, 4.6센티미터, 69센티미터인 사람들이 따른다. 행진이 시작한 지 30분이 지나도 행진자의 키는 113.8센티미터에 불과하다. 40분이 지난 뒤에야 평균키의 사람들이 나온다. 행렬이 끝나기 6분 전에는 387-634미터에 달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소득 상위 10퍼센트로 의사. 변호사·금융인 등이다. 행렬이 끝나기 10초 전에는 대기업 최고위 간부나 유명 연예인 등 키가 20미터에 육박하는 거인들이 등장한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거인의 키는 1,227미터다. 여의도 63빌딩 높이(250미터)의 다섯 배다. 당신은 이 거인의 구두 굽을 겨우 볼 수 있을 뿐이다.


*네덜란드 경제학자 얀 펜(Jan Pen)이 『소득분포』(1971)에서 시도한 '소득 행렬'을 한국에 적용했다. 행렬의 토대가 된 자료는 국세청, '통합소득 100분위(과세 미달자 포함)'(201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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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미개하다


청년들이 대화나 문자로 한국 사회를 비판할 때 자주 쓰는 단어가 있다. '미개'다. 2014년 정몽준 전 의원의 막내아들이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을 가리켜 "미개하다."고 언급한 것이 '시초'가 됐다. 통상 '미개하다'는 제국주의자들이 피식민지를 낮추어 묘사하는 데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민주주의·인권·개인·합리성에 대한 교육을 받은 오늘날의 청년 세대는 한국 사회의 불합리와 불공정, 전근대적 문화와 마주 했을 때 '미개하다.'는 말을 던진다. "역시 한국은 미개해."라는 말에서 끝난다면 변화를 이끌 힘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무엇이 어떻게 미개하며,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논하다 보면, '미개'에 대한 감정은 자조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사회에 대한 욕구로 바뀔 수 있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어떨 때 미개하다는 말을 떠올릴까? 청년들은 미개함을 느끼는 대상으로 정치, 군대를 꼽았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지위에 있는 여성에 대한 혐오도 미개의 한 축이다.

한국사회는 학교를 가나, 취직을 하나 군대 문화가 지배한다. 상사는 신이고, 손님은 왕이다. 위아래를 따지기 애매할 때는 나 이를 '깐다'. 직업에는 귀천이 있고, 갑질은 일상이다. 지하철에는 질서가 없고, 정부는 시스템이 없다. 이 톱니바퀴에 낀 채로 여성은 남성의 혐오를 응시한다. 물리적 폭력의 공포를 느끼는 것은 일상이다.



남자들은 특히 부당하다고 말을 잘 안 하는 경향이 있다. 군대에 가면 부당한 것들이 많지만, 계급에 따라 말도 꺼내지 못하게 된다.



직장인 최민철 씨(가명, 29세)가 이야기한 것처럼, 상당수의 남성 답변자들은 한국 사회의 미개함을 군대 문화와 연결해 풀이했다. 군대는 엄격한 상명하복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지시와 벌은 일상적으로 내려오지만 그것에 대한 설명은 없다. 왜 혼나야 하는지 이유를 물어보면 더 큰 불이익을 받기 십상이다.

군대와 무관해 보이는 집단에서도 군대 문화는 확대 재생산된다. 지난 2년간 군대에서 복무한 대학생 박준기 씨(가명, 25세)는 낯설게만 생각하던 군대에서 학교의 모습을 봤다. 학교에 조회와 종례가 있다면, 군대에는 아침저녁으로 점호가 있었다. 교실과 생활관에는 똑같이 태극기가 있었고, 국기에 대한 경례도 비슷했다. 수학여행 갈 때면 줄을 맞추듯, 군대에서는 오와 열을 맞췄다. 문제가 생기면 공개적인 장소에서 더 높은 사람에게 모욕을 받는 것은 다를 바 없었다.

의사 김우성 씨(가명, 31세)는 대학교 1학년 때 파마를 했다가 운동장을 한 시간 동안 뛰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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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법을 제안하는 이유


부의 대물림이 '괜찮은 일자리'를 잡을 기회까지 좌우하는 현실은 옳은가. 최저임금 수준의 박봉을 받고, 야근과 주말 근무에 시달리며, 결혼과 미래를 포기하는 삶은 지속 가능한가. 71퍼센트에 불과한 인서울 4년제 대학 진학자에

치우친 청년 담론은 문제가 없는가. 수도권 밖 지역에서 태어났으니 차별을 감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가.

나이, 성별, 지역, 학력, 재산, 성적 지향, 신체 조건이 다르다는 이유로 청년들이 차별받고,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를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 청년들의 행복추구권을 바로 세우는 작업을 하려면 다시 정치와 정책의 영역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청년 문제는 비상 대책이 필요할 만큼 심각해졌다. 빠르고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청년법'을 만들자는 청년들의 제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42개 정책에 약 10조 원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체계 없이 산발적·단기적으로 집행될뿐더러, 그 안에서 청년의 삶과 권리에 대한 원칙과 정신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전국에서 만난 청년과 청년 단체의 요구, 현재까지 진행된 청년법 논의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청년 권리 헌장을 만들었다. 헌장에는 청년이 '자유롭고 존엄한 권리와 의무를 지닌 주체'임을 가장 먼저 명시했다. 청년은 노동력이나 내수 시장을 키울 소비자 정도의 '도구적 존재'로 호명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청년은 그 자체로 인간답게 살 권리를 지닌 존재다. 우라기 만난 청년들은 사회가 자신에게 씌운 경쟁의 틀 속에서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자 발버둥치고 있었다. 세상의 잣대로부터 벗어날 자유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그들에게서 보았다.

아울러 "모든 청년은 나이, 성별, 성적 지향, 재산, 인종, 지역, 신체 조건 등에 의하여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는다."라는 문구에 기존 청년 담론에서 배제된 청년들의 권리까지 담고자 했다. 고등학교·전문대 졸업자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4년제 대학 졸업자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일찍 사회에 진출해 저임금·불안정 노동 현장을 전전하고 있다. 해당 연령대의 절반 규모이지만 4년제 대학 졸업자들에 비하면 정책에서 소외돼 있는 편이다.

헌장에 담긴 '적정 임금'은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원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결과다.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과 같은 노동3권을 되새겨, 기업의 힘이 노동자들을 짓밟는 현실에 맞서 청년이 저항할 권리를 지니고 있음을 부각하고자 했다.

청년법은 이 같은 청년 권리 현장의 정신을 담아 만들어져야 한다. 청년 활동가들과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법을 만들려면 '청년 컨트를 타워'를 세우고 체계적인 정책 로드맵을 짜야한다고 지적한다. 적정 예산을 편성하고 조기 집행해야 청년 문제를 푸는 전환점을 앞당길 수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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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노동


청년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핵심 축은 '노동문제'였다. 다수의 청년들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저임금 일자리를 잡아 아근과 주말 근무를 반복해 겨우 생활비를 벌고 있다. 여가 시간은 없고 저축조차 힘겨워했다. 만약 청년법을 제정한다면 청년들의 '인간답게 살 권리'를 위해 노동·소득·안전망에 관한 정책 수립이 동반돼야 한다.

우선 질 낮은 '비정규직'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정규직의 54퍼센트에 불과한 임금을 받으며 고용 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는 곧 청년 문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15~29세 청년 5명 중 3명 (64퍼센트)이 비정규 직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2007년(541퍼센트)보다 10퍼센트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비정규직 고용은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급속도로 증가했다. 형태도 복잡해졌다. 최근에는 '직접 고용 비정규직(계약직)'뿐만 아니라 사내하청, 파견, 용역 등 '간접 고용 비정규직' 문제도 확산되고 있다.

저임금·불안정 노동이 보편화되면서 '임금 없는 성장' 현상도 나타났다. 2000~2014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4퍼센트였지만 노동자 1인당 인상률은 1.4퍼센트(한국은행 국민소득 통계)에 불과했다. 이처럼 오랫동안 모순이 퇴적된 노동 현장의 사다리 맨 끝에 청년들이 매달려 있는 셈이다. 청년들이 자신을 '사축'이라고 자조하는 흐름은 권위주의적 직장문화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노동자가 쉽게 버려질 수 있는 값싼 소모품 취급을 받는 것과 관계가 깊다.

불법적인 비정규직 활용마저 관행처럼 뿌리내리고 있다. 겉으로는 하청 업체에 소속돼 있지만 실제로는 원청 업체의 지시를 받고 일하고 있다면, 위장 도급을 통한 '불법 파견' 상태로 봐야 하며, 2년 이상 근무자에 대해서는 원청 업체가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할 의무가 생긴다(2012년 8월 1일 이후부터는 즉시 고용의무가 생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10대 재벌의 사내 하청 노동자가 43만 명인데 대부분 불법 파견일 것"이라면서 "근로 감독을 법대로만 제대로 해도 괜찮은 일자리인 정규직 규

모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청년들이 '괜찮은 일자리'를 구할 기회를 늘릴 방법으로 청년 고용의무제가 거론되기도 한다. 벨기에의 '로제타 플랜'이 그 모델이다. 벨기에 정부는 청년실업이 심각하던 2000년 "종업원 50명 이상 기업'은 의무적으로 고용 인원의 3퍼센트를 청년으로 채우게 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이 기준을 지키면 건강보험료·고용보험료를 깎아 줬고, 그렇지 않으면 미채용 인원 1인당 하루 3천 벨기에프랑(약 9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기업에 지원만 하는 식으로는 청년 고용이 제대로 늘지 않는다는 것이, 최악으로 치닫는 청년 실업률로 드러났다."면서 "벨기에의 로제타 플랜처럼 지원과 제재(벌금) 조치를 동시에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고용의무제가 단기 처방이라면, 근본적인 처방은 고용 비중이 큰 중소기업의 일자리에서 찾아야 한다. 핵심은 임금을 끌어올리는 데 있다. 1980년대만 해도 대기업(3백 명 이상 고용) 정규직 임금의 90퍼센트까지 육박했던 중소기업 정규직 임금은, 2016년 6월 기준으로 52.7퍼센트에 불과하다[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2017/05/26)].

중소기업이 충분한 '인건비 여력'을 갖출 수 있도록 성장하려면 대기업의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 '갑질'을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에 참여연대도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대기업으로 빨려 올라간 '초과 이익'을 중소기업이 공유하는 초과 이익 공유제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노동자의 실질임금을 인상시킬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영세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에 머무르거나 못 미친다는 점을 생각하면,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의 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아르바이트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는 청년들의 숨통을 퇴우는 방안이기도 하다. 알바노조·청년유니온 등 청년 단체에서는 2017년 현재 6,470원인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는 정책을 꾸준히 제안해 왔다.

마지막으로 노동시장에서 초래된 불평등을 완화하려면 정부가 세금을 거뒤 안전망을 강화하는 정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 특히 청년들이 만들어 낸 금수저·흙수저론은 부모의 경제력이 '양 질의 일자리'에 도전할 기회를 좌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구직 단계의 청년들이 가정환경과 관계없이 어느 정도의 '비빌 언덕'을 제공받을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청년활동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9~29세 청년 가운데 기준 중위소득의 150퍼센트 미만 가구의 미취업자 및 졸업 예정자 등을 5천 명 선발해 최대 6개월간 매월 50만 원(1년 최대 3백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2017년 6월 기준). 청년수당은 노동계에서 논의돼 온 '실업 

부조'와 맥락이 닿아 있다. 노동 소득이나, 노동 소득에 근거한 실업 급여(고용보험 가입자 대상)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구직 중 청년'도 실업 상태로 보고 안전망을 누리게 해야 한다는 것이 실업 부조의 뼈대다.

청년수당이 선별적 복지에 가깝다면,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보편적 복지다. 성남시에 거주하는 만 24세 청년에게 분기당 25만 원(연 1백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이다(2017년 6월 기준). 청년배당은 기본 소득과 닮은 점이 있다. 기본 소득 제도는 전 국민에게 일정 소득을 매달 지급해 기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재산 수준과 연령 등을 따지지 않고 모두에게 지급한다. 여기에는 일자리가 메말라 가는 '저성장' 사회에서, 노동 소득만으로는 많은 사람이 삶을 유지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② 주거


주거비는 청년들의 생계비 가운데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게 하는 핵심 이유이기도 하다. 2012년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 조사에서 서울에 사는 청년 1인 가구 가 운데 69.9퍼센트가 소득의 30퍼센트 이상을 주거비로 썼다. 저성장·저금리의 영향으로 주택 임대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급격히 전환하면서 청년 주거난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옥·비'(지하방·옥탑방·비주택)를 전전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주택정책이 자가 소유를 촉진한다는 과거의 기조에서 크게 변하 지 않는 한, 집값 급등과 소득 감소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이란 '그림의 떡'이다.

단국대학교 조명래 교수(도시계획학)는 "주거권 차원의 포괄적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주택 공급뿐만 아니라 임대차 관계, 임대료 보조, 임대주택 관리 등을 아우르는 종합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공공 임대주택은 소득 기준으로 입주자를 선정했는데 이제 세대라는 새로운 변수가 나타났다"며 현재 전체 주택 대비 5퍼센트 수준에 불과한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20퍼센트까지 높이고, 일정 비율을 젊은 세대에게 배분하는 적극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5년부터 대학생,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에게 전체 물량의 80퍼센트를 할당하는 행복주택 등 청년 대상 공공 임대 주택을 공급하고 나섰다. 하지만 34세 이하 1인 가구가 124만 가구(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이르는 데 반해 2015년에 공급된 행복주택은 847채에 불과해 사회 초년생 경쟁률이 208.5대 1까지 치솟았다.

주변 시세의 최대 80퍼센트에 이르는 공공 주택의 높은 임대료도 문제다. 2016년 3월 16일에 열린 '20대 총선 정당 서민주거정책 평가 토론회'에서 민달팽이유니온 임경지 위원장은 "이미 치솟은 토지·주택 가격을 고려할 때 공공 임대주택 임대료를 공급 원가나 시세에 맞추는 것은 청년들의 지불 능력이 아닌 시장 상황만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정부에 집중된 주택정책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과감히 이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자체가 처음부터 주민과 입주자의 요구를 반영해 맞춤형 주거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서울시가 2014년 공급한 서대문구 홍은동 '청년 협동조합 공공 주택'이 대표적이다. 거주 청년들이 스스로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주택을 관리하면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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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임대주택 공급이 늘더라도 여전히 많은 청년들은 민간 임대 시장에 남는다. 표준(공정)임대료와 임대료 상한제를 통해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임대인의 계약 갱신 청구권을 도 입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어디에 쓰이는지 알지 못한 채 내라는 대로 내야 하는 원룸 관리비의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준영 전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민간 임대 시장에서 거래되는 월세 물량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며 "임대인과 임차인이 대등한 권리를 갖도록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③ 지역 격차


지방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은 진학과 취업 시기가 오면 고향을 등진다. 2015년 기준으로 수도권 밖 광역시·도에서 20~34세 청년 4만5,826명이 순유출됐다.* 1990년대 중반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지역 대학의 위상도 이 같은 인구 이동에 영향을 미쳤다.

전국 곳곳에서 만난 청년들은 "서울과 지방 청년은 갖고 있는 꿈의 가짓수부터 다르다."며 "서울 밖에도 청년들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양한 대학 재정 지원사업을 내놨지만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을 잡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수도권 대학과 지역 대학 간 양극화만 심화시켰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이 대표적이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7,611억 원이 투입됐지만 그중 절반 이상이 수도권 대학의 몫이 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대학 평가를 통해 대학 구조조정과 재정 지원이 함께 이뤄졌다.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지역 대학들은 자발적으로, 순수 학문을 중심으로 입학 정원을 줄였지만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전국 4년제 대학의 2015년 입학 정원 감소분 8,207명 가운데 96퍼센트는 수도권 외 지역 대학에서 차지했다.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대학 평가 시 수도권과 지역 대학을 구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권역별로 나눠서 정원 감축 및 재정 지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때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은 비수도권 대학에만 5년간 1조2,400억 원을 지원해 교원 확보율과 신입생 충원율, 취업률 등의 지표에서 가시적 성과를 냈다. 하지만 지역 산업 발전과 인재의 지역 정착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지역에 따른 청년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 대학 경쟁력을 육성하는 동시에 지역 내 질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2014년 11월에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 육성법)이 시행되었다. 이 법은 공공 기관과 민간 기업이 신규 채용 인원의 일정 비율 이상을 지역 인재(지방대학 출신)로 채용하도록 노력할 것을 규정했다. 하지만 치벌 조항이 없다 보니 채용 비율도 들쑥날쑥하고, 일자리의 질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대구혁신도시에 입주한 중앙119구조본부는 지역 청년을 비정규직으로만 채용했다.

국내 산업적 지형은 수도권에 치우쳐 있어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 매출액 상위 1백대 기업 본사 중 86곳이 수도권에 있다, 2015년 기준으로, 법인세 신고 중소기업 약 47만9천 개 가

운데 수도권 기업은 약 27만5천 개로 전체의 57.4퍼센트를 차지한다.[통계청, '국세동계연보'(2016/12/28)]. 그러나 최근까지도 '투자 활성화' 명목으로 수도권에 연구·개발 지역특구를 지정하는 등 오히려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징책이 시행되어 왔다. '서울공화국, 지방 식민지' 현상을 헤곁하기 위한 지역 균형 발전은 청년 문제의 해결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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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청년의 지역별 유출입 현황(2015)에 따르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별 청년 인구의 증감은 다음과 같다. 강원(2,246명 감소), 충북(1,388명 감소), 충남(1,214명 증가), 대전(4,667명 감소), 경북(7,177명 감소), 울산(569명 증가), 대구(6,957명 감소), 부산(7,161명 감소), 경남(3,194명 감소), 제주(2,114명 증가), 전북(6,375명 감소), 광주(5,875명 감소), 전남(4,323명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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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따른 청년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 대학 경쟁력을 육성하는 동시에 지역 내 질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2014년 11월에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 육성법)이 시행되었다. 이 법은 공공 기관과 민간 기업이 신규 채용 인원의 일정 비율 이상을 지역 인재(지방대학 출신)로 채용하도록 노력할 것을 규정했다. 하지만 처벌 조항이 없다 보니 채용 비율도 들쑥날쑥하고, 일자리의 질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대구혁신도시에 입주한 중앙119구조본부는 지역 청년을 비정규직으로만 채용했다.

국내 산업적 지형은 수도권에 치우쳐 있어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 매출액 상위 1백대 기업 본사 중 86곳이 수도권에 있다, 2015년 기준으로, 법인세 신고 중소기업 약 47만9천 개 가운데 수도권 기업은 약 27만5천 개로 전체의 57.4퍼센트를 차지한다[통계청, '국세동계연보'(2016/12/28)]. 그러나 최근까지도 '투자 활성화' 명목으로 수도권에 연구·개발 지역특구를 지정하는 등 오히려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이 시행되어 왔다. '서울공화국, 지방 식민지' 현상을 해곁하기 위한 지역 균형 발전은 청년 문제의 해결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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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청년의 지역별 유출입 현황(2015)에 따르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별 청년 인구의 증감은 다음과 같다. 강원(2,246명 감소), 충북(1,388명 감소), 충남(1,214명 증가), 대전(4,667명 감소), 경북(7,177명 감소), 울산(569명 증가), 대구(6,957명 감소), 부산(7,161명 감소), 경남(3,194명 감소), 제주(2,114명 증가), 전북(6,375명 감소), 광주(5,875명 감소), 전남(4,323명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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