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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마크 트웨인][허클베리 핀의 모험] 톰 소여와 함께 잊을 수 없는 악동 《허클베리 핀의 모험》

by 노지재배 2018.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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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는 책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다.


미국 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크 트웨인이 쓴 아동 모험 소설로, 《전작인 톰 소여의 모험》과 함께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작품이다. 


리뷰하는 책은 〈민음사〉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 중 한 권이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헤밍웨이는 "모든 미국 문학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부터 나온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며, 윌리엄 포크너도 "마크 트웨인은 미국 문학의 아버지이다."라고 말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마크 트웨인의 필명(筆名)을 세계에 떨치게 해 준 《톰 소여의 모험》과 함께 대표작품으로 꼽히는 소설로, 미국의 국민 문학인 '미시시피 삼부작' 중 하나이다.  미시시피 삼부작은 《톰 소여의 모험》, 《미시시피 강에서의 생활》,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이어진다. 《톰 소여의 모험》은 앞선 리뷰가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마크 트웨인][톰 소여의 모험] 미워할 수 없는 영원한 악동 《톰 소여의 모험》



특히, 마크 트웨인의 미국식 구어체 영어로 쓰인 《톰 소여의 모험》과 함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은 미국적인 작품, 미국의 국민문학이라는 반열에 오르게 됐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는 가식적인 어른들의 모습과 위선으로 가득한 사회, 그리고 이와는 달리 순진무구하고 엉뚱 발랄한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 등의 동심의 세계가 잘 대비되고 있다. 특히, 이 작품들은 만담가로 활동할 만큼 풍부했던 마크 트웨인의 입담, 필담이 탁월한 구어체 영어로 펼쳐지면서 미국 문학의 기원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발표 당시에는 미국 문단을 지배하고 있던 영국 문학의 전통인 고전적 문어체 영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점잖지 못하다는 비난 속에 평단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심지어 '금서'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특히,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는 허클베리 핀이 '차라리 지옥에 가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당시의 청교도적 교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작품이 많은 비난과 핍박을 받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작품 속에서 허클베리 핀이 이처럼 '지옥에 가겠다'고 말하는 이유는 자기와 함께 모험을 헤쳐 나왔던 도망친 노예 '짐'을 고발하거나, 또는 주인에게 돌려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클베리 핀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진보적으로 노예 신분인 짐을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대하고, 자신은 가족을 그리워하고 찾고 싶어 하는 도망친 노예 짐을 위해 '천국(도망친 노예를 주인에게 돌려보내는 올바른 일을 함으로써 갈 수 있는 세계)'보다는 차라리 '지옥'을 택하겠다고 되뇐다.


이런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허클베리 핀은 당시 흔하게 검둥이로 불린 미국 사회의 흑인 노예 제도나 허풍쟁이, 사기꾼, 좀도둑이 흔했던 미국 개척 시대의 거칠고 삭막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순박하고 올곧은 마음을 키워가는 순수한 동심을 간직하고 있는 소년이다.


물론, 허클베리 핀은 부랑아와 같은 아버지 밑에서 자라 그 자신도 담배로 소일하고 제대로 씻지 않는 등 사회의 규칙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회의 격식과 양식에는 소양이 많이 떨어지기는 해도 이 작품 속에서 허클베리 핀은 어린 소년으로서의 동심과 인간에 대한 동정심, 잘못된 행동에 대한 뉘우침, 약자에 대한 선의, 약자를 괴롭히는 강자나 약자를 속이는 악한에 대한 증오심 등을 두루 보여주며 악한이나 악할 수도 있는 세계에 대적하는 선한 주인공의 역할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사기꾼 왕과 공작이 아버지를 여읜 소녀 가장들의 재산을 빼앗으려 할 때 위험을 무릅쓰고 이를 저지하는 허클베리 핀의 모습에서도 잘 드러난다.


또한, 작품 속에서 허클베리 핀과 흑인 노예 짐, 그리고 톰 소여가 나누는 여러 대화는 압권이다. 말썽꾸러기 톰 소여와 불행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올곧은 마음가짐을 가진 허클베리 핀, 그리고 도망친 노예이지만 마음씨가 따뜻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짐. 이들의 대화를 통해 마크 트웨인은 어린 시절 흔히 무지개를 따라다니며 모험을 꿈꾸던 때 묻지 않은 우리들 동심의 세계를 잘 그려내고 있다.  


특히, 도망친 노예라는 사실이 발각되어 갇혀 버린 짐을 구하기 위해 톰과 허클베리 핀이 펼치는 구출 작전은 아슬아슬하면서도 배꼽이 빠질 만큼 재미있는 이 소설의 백미다. 이들은 모험을 위해 하루 이틀이면 구할 수 있는 짐을 며칠씩 묶여 두게 하고, 도망친 노예의 탈출을 37년이 걸린 장기간의 탈출이나 몰락한 왕가 일족의 탈출 등과 동급으로 격상시키는 허풍을 일삼는다. 이 과정에서 도망친 노예에 불과햏던 짐은 톰에 의해 국사범(國事犯, 국가나 국가 권력을 침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불법행위. 또는 그런 행위를 저지른 사람)으로 둔갑하기까지 한다.


더구나 이들은 자신들이 파놓은 구덩이로 이미 짐이 갇힌 곳을 왔다 갔다 하며, 짐이 쇠사슬로 묶여 있는 침대 다리를 들어 올려서 짐을 구할 수 있음에도 톰이 구상하는 대로 하나의 장대한 탈출기를 완성하기 위해 몇 날 며칠씩 탈옥에 소요되거나 고된 감옥생활을 의미하는 물건들을 들여놓고 나르는 등의 일에 열중한다. 심지어는 탈옥 전에 짐이 갇혀 있을 때의 어려움을 적기 위한 바위(숫돌)를 옮겨오는 과정에서는 탈옥의 대상인 짐이 이들을 돕기도 한다. 바위를 옮기는 데 지친 톰과 허클베리 핀은 이미 자신들이 파놓은 구덩이를 통해 짐을 데리고 나와 다시 짐이 갇혔던 곳으로 바위를 옮겨 가고 그곳에서 탈옥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벌이기도 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동심의 세계가 그리운 어른들이나 톰과 허클베리 핀처럼 학교를 빼먹고 숲과 강을 자유롭게 누비고 싶지만 오늘도 학교로,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두루두루 일독을 권한다.





■저자


마크 트웨인


본명은 새뮤얼 클레멘스(Samuel Langhorne Clemens)이다. 미주리주에서 가난한 개척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4세 때 가족을 따라 미시시피 강가의 해니벌로 이사 왔으며, 12세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그 후 인쇄소의 견습공이 되어 일을 배우고, 각지를 전전했다. 1857년 미시시피강의 수로 안내인이 되었는데, 해니벌로 이사한 뒤부터 이 시기까지의 생활과 경험은 후일 작품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의 필명인 마크 트웨인은 강의 뱃사람 용어로 안전수역을 나타내는 '두 길'(한 길은 6피트)을 뜻한다. 1861년에 남북전쟁이 터져 수로 안내인 일자리를 잃고 남군에 들어갔으나 2주일 만에 빠져나와, 관리로서 네바다주로 부임하는 형 오라이언이 권하는 대로 서부행 마차여행에 동행했다. 그 후 광산 기사와 신문기자로 일하다가, 만담과 만문(漫文)의 명수 아테머스 워드를 알게 되었고, 또 작가인 F.B.하트와도 사귀었다. 처녀 단편집 《캘리베러스군(郡)의 명물 뛰어오르는 개구리The Celebrated Jumping Frog of Calaveras County》를 1867년에 출판하게 되고, 야성적이며 대범한 유머로 명성을 얻었다. 또한 유럽과 성지를 도는 관광여행단에 참가해 여행기를 신문에 연재했다가, 귀국한 후에 다시 정리해 《철부지의 해외 여행기The Innocents Abroad》(1869)를 출판했다. 이 책에서 역사가 짧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으로서 그는 유럽의 역사와 예술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그것을 모른다고 해서 스스로를 낮출 필요는 전혀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마크 트웨인은 다른 어떤 미국 작가보다도 적극적으로 문학의 힘을 발견했고, 미국적 장면과 모국어의 가능성을 발견한 작가다. 헤밍웨이도 "모든 미국 문학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부터 나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역자


김욱동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미시시피 대학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뉴욕 주립대학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세계의 문학』에 [언어와 이데올로기-바흐친의 언어이론]을 발표하며 등단했고, 하버드와 듀크 대학 등에서 교환교수를 역임했다. 이후 교수이자 저술가, 번역가, 평론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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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마침내 우리들은 잠자리에서 일어나 그 악당들이 난파선에서 훔쳐낸 물건을 하나하나 살펴보았습니다. 장화랑 담요랑 옷가지랑 그 밖의 갖가지 물건, 또 많은 책과 소형 망원경이 한 개 시거 담배가 세 상자나 나왔습니다.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이렇게 부자가 되어 보긴 난생처음이었요. 시거 담배는 최상품이었습니다 우리들은 오후 내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숲 속에서 얘기나 하고 쉬었으며, 나는 책을 읽기도 하면서 아주 즐겁 보냈습니다. 나는 짐에게 난파선에서 겪은 일과 나룻배 얘기를 들려주었지요. 이런 종류의 일이야말로 모험이라는 것이라고 했더니, 짐은 모험은 이제 딱 질색이라고 했습니다. 짐이 하는 말이, 내가 상갑판실로 들어가고 자신은 뗏목을 타려고 뒤쪽으로 엉금엉금 기어갔을 때 뗏목이 없어진 것을 알고는 거의 죽을 뻔했다는 겁니다.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이젠 끝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지요. 만약 누군가가 건져주지 않으면 물에 빠져 죽고 말 테고, 누군가가 건져준다 해도 건져준 사람이 상금을 타고 자기를 왓츤 아주머니 댁으로 보낼 게 아니겠느냐는 거지요. 그러면 왓츤 아주머니는 자기를 남부 지방으로 팔아버릴 게 뻔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정말로 짐의 말이 옳았습니다. 짐이 하는 말은 대체로 늘 옳았습니다. 짐은 검둥이 치고 비상한 머리를 갖고 있었지요.

나는 짐에게 왕이니, 공작이니, 백작이니 그 밖의 것에 관해, 또 이 사람들이 얼마나 옷을 화려하게 차려 입고 멋을 부리며 서로를 〈미스터〉라고 부르지 않고 〈폐하니〉, 〈각하〉니, 〈대감〉이니 하고 부른다는 것을 꽤 자세히 읽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짐은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놀라며 재미있어했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난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당께. 솔로몬 왕 말고는 아직껏 그런 사람 얘길 들은 적이 별로 없응께. 트럼프 짝에 나오는 왕까지 그 안에 넣지 않는다면 말이제. 왕은 월급을 얼마나 받능가?」 

「월급을 받는다고? 원한다면야 한 달에 일천 달러라도 받겠지, 얼마든지 갖고 싶은 대로 가질 수 있어, 무엇이든 다 자기 거니까 말야」 

「그거 근사하구먼? 그런데 말이제 헉, 그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능가?」

「아무 일도 하는 게 없어! 글쎄, 짐 말하는 것 좀 보시지. 그 사람들은 그냥 가만히들 앉아만 있을 뿐이라구」 

「설마 그럴 리가―그게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그 사람들은 그냥 앉아 있을 뿐이라니까 그러네. 물론 전쟁이 있을 때엔 다르지만 그때엔 전쟁에 나가는 거야, 그렇지 않을 때에는 그저 빈둥거리기만 하구, 아니면 매사냥―그저 매사냥이나 하면서 탁탁하고 침이나―쉿! 방금 무슨 소리가 나지 않았어?」 

우리들은 뛰어나가 주위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하류 저 멀리 곶을 돌아서 이쪽으로 오고 있는 증기선의 타륜 소리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있던 곳으로 다시 돌아왔지요. 

「정말이야」 나는 말을 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을 때에는 왕은 의회에 가서 소동을 일으키지. 자기 마음대로 말을 잘 듣지 않으면 그들의 모가지를 쌍둥 잘라버리는 거야. 하지만 대개는 왕들은 늘 후궁 주위를 돌아다니는 거야」 

「어디를 돌아다닌다구?」 

「후궁 말이야」 

「후궁이 뭔데?」 

「자기 마누라들을 둬두는 데 말야. 짐은 아직 후궁이 뭔지도 모르는 거야? 솔로몬 왕도 하나 있었는데, 마누라가 백만 명이 나 되었어」 

「아, 정말 그랬었지―깜빡 잊었었당께. 후궁이란 기숙사일 거제, 보나 마나 애들 방은 무척이나 시끄러울 것일 테구먼. 게다가 부인네들은 꽤나 말다툼을 벌일 거구. 그런데도 사람들은 솔로몬 왕이 이 세상에서 가장 어진 왕이라는 말을 했쌌제, 난 암만해도 믿어지지 않는당께. 무엇땀시 그러냐고? 어진 양반이 그런 난장판 같은 데서 어떻게 배겨낼 수가 있겠느냔 말이여? 참말로―어림도 없는 소리제. 어진 사람이라면 차라리 보일러 공장을 세울 거구먼. 그러문 쉬고 싶을 때에 보일러 공장 문을 닫아버리면 될 테니까 말이제」

「하지만 솔로몬 왕은 어쨌든 가장 어진 사람이었어. 과부댁이 자기 입으로 직접 나에게 그런 말을 했으니까」 「과부댁이 무슨 말을 했건 콧방귀도 뀌지 않제. 솔로몬 왕이 어질긴 어디가 어질어. 빌어먹을 그 사람을 난 이제껏 본 적이 없어. 어린애를 두 쪽으로 쌍둥 잘라버리려고 했던 얘기를 일고 있능가?」 

「알고 말고, 과부댁한테서 모두 들었지」

「그렇데두!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가 이 세상에 또 어디 있능가? 많이두 말고 조금만 생각해 보란 말이제. 저기 있는 나무 그루터기 있잖아―저게 그 여자 중 하나라고 치잔 말씀이야. 여기 네가 있구―너를 다른 여자라구 치구. 난 솔로몬이제. 여기 있는 일 달러짜리가 어린에구. 너희들이 이 어린애가 자기 애라고 다툰단 말이랑께. 그럼 난 어떻게 하면 좋제? 난 말이야 이 이웃사람들 사이로 돌아다니면서 이 일 달러짜리가 누구 것인지를 캐물어 가지고 온전한 채 그 주인한테 넘겨줄 게 아닌감?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이렇게 할 거랑께. 그렇지만 내사 그렇지 않거든―나는 이 일 달러 짜리를 둘로 짝 찢어가지고 그 절반은 너에게 주고 나머지 절반은 다른 여자에게 준단 말씀이제. 솔로몬이 바로 어린애를 가지고 이렇게 하려고 했단 말이랑께. 내가 어디 물어보겠는데, 그 절반짜리가 무슨 소용이 있능가?―그것 가지고서는 아무것도 살 수 없을 게 아니냐 말이 제. 어린애 절반이 무슨 쓸모가 있냐는 말이여 그런 반쪽 애 백만 명이 있은들 무엇에다 쓰겠능가」 

「하지만 짐, 짐은 요점을 놓치고 있어―제기랄, 요점을 놓쳐도 한참 놓치고 있단 말야」 

「누가? 나 말여? 요점 같은 소리 집어치우랑께. 이래 봬도 사리분별 정도는 알고 있는 나랑께. 그 솔로몬이 한 짓은 분별이 있는 사람이 하는 짓은 아니제. 재판은 반쪽짜리 애에 관한 것이 아니구 완전한 애에 관한 거였지. 온전한 애에 관한 재판을 반쪽짜리 애로 처리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작자는, 비가 오셔도 비 한 방울 피하지 못할 위인이랑께. 헉, 나한테 솔로몬 얘기 같은 건 아예 꺼내지도 말랑께. 내사 그 사람에 대해선 손바닥 들여다보듯 빤히 알고 있으니까 말이제」「그러니까 짐은 요점을 놓치고 있다는 거야」

「요점 같은 소리 하지 말랑께 그러네! 내사 알고 있는 건 알 고 있다고 생각헝께. 정말이지, 요점이라는 건 좀 더 멀리―좀 더 깊은 데 있는 거제. 그건 솔로몬이 자라난 방식과 관련이 있당께. 가령 그저 자식이 하나나 둘밖에 없는 사람을 생각해 보란 말이제. 그 사람이 자식을 헤프게 하겠냔 말이여? 물론 그렇게는 못하제. 그렇게 할 수 없고 말고. 애를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을 테니까. 그렇지. 하지만 애새끼가 오백만 명쯤 되어 집안을 온통 뛰어 돌아다니는 사람의 경우라면 얘기는 달라지는 거제. 이런 작자는 애들을 고양이를 잘라내 듯이 두 동강이로 쌍둥 쌍둥 잘라 버려도 아무렇지 않거든. 얼마든지 있으니까 말이지. 솔로몬에게는 애새끼 하나둘쯤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이랑께」

난 이런 검둥이는 난생처음이었습니다. 어떤 생각이 일단 떠오르면 다시는 생각을 바꿀 줄 모 는 겁니다. 솔로몬 얘기에 이렇게 덤벼대는 검둥이는 지금껏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왕들 이야기를 꺼내어 솔로몬 이야기는 그만두기로 했지요. 옛날에 프랑스에서 단두대에 목이 잘린 루이 16세 이야 기를 꺼냈습니다. 나중에 왕이 되게 되었는데 붙잡혀 감옥에 들어가 거기서 죽고 말았다는 그 나이 어린 황태자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지요.

「가엾은 애구먼」 

「하지만 감옥에서 탈옥하여 미국으로 도망 왔다는 사람도 있어」

「그건 참 잘됐군! 하지만 꽤 심심할 게구먼―여긴 왕이란 게 없지 않능가 말야, 헉? 」

「없고 말고」 

「그럼 일자리도 없을 게 아니야. 무슨 일을 할 것이라고 하등가?」 

「그야 나두 모를 일이지. 경찰이 되는 자도 있고, 사람들에 프랑스 말을 가르치는 사람도 있구」

「뭐라고, 헉, 프랑스 사람들은 우리와 똑같이 말하지 않능가?」 

「다르고 말고, 짐. 짐은 아마 프랑스 사람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모할 걸―단 한마디도 말야」

「저런, 이렇게 딱한 일이! 어째서 그렇당가?」 

「그건 나두 몰라. 좌우간 그래, 난 그 프랑스 사람의 쑤알라쑤알라 하는 말을 책에서 몇 마디 배운 적이 있지. 만약 누군가가 짐에게 와서 〈폴리―부―프란지〉 하고 말한다면, 짐은 무슨 말이라고 생각하겠어?」    

「생각은 무슨 생각인가. 붙잡아 그놈 대갈통을 깨뜨려놓고 말 것다. 물론 그 사람이 백인이 아니 라면 말이제, 그게 검둥이라면 나를 그렇게 부르면 절대 용서 안 할 거구먼」 

「제기랄. 그건 절대 짐을 욕하는 게 아냐. 프랑스 말을 할 줄 아느냐고 물어본 것뿐이란 말야」

「그럼 왜 그렇게 말하지 않느냐 말이여?」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거지. 그게 프랑스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니까」 

「하여튼, 그거 되게 웃기는 놈의 말이로구먼. 그러니 난 이젠 더 이상 그런 소린 듣기 싫당께, 그런 말에는 아무런 뜻이 없제」 

「이봐, 짐. 고양이가 우리 인간들처럼 똑같이 말해?」 

「못 하지 고양이는 그렇게 못 해」 

「그럼 소는?」 

「소도 못 해」 

「고양이는 소처럼 말해, 또 소는 고양이처럼 말하구?」 

「아니」

「고양이와 소가 서로 다르게 말하는 건 당연하고도 옳은 일이겠지?」 

「그야 두말하면 잔소리이제」 

「그렇다면, 고양이나 소가 우리 사람들과 다르게 말하는 것도 당연하고도 옳은 일이 아니냔 말야」

「그야 물론 그렇지」 

「그렇다면, 프랑스 사람이 우리 미국 사람들과 다르게 말하는 것이 어째서 당연하지 않고 옳지 않느냐 말야. 자, 어서 대답 좀 해봐」 

「헉, 고양이가 뭐 사람이 당가? 」 

「그야 아니지」 

「그렇다면, 고양이가 사람처럼 말할 까닭이 없잖능가. 소는 사람이랑가?―아니면 소는 고양이랑가? 」 

「어느 쪽도 아니지」 

「그렇다면, 고양이는 사람이나 소처럼 말할 까닭이 없지 않느냐 말이 제. 프랑스 사람은 사람이 당가?」 

「물론 사람이지」 

「그럼 됐네 그려! 빌어먹을, 도대체 왜 프랑스 사람들은 사람처럼 말하지 않는 거란 말이랑가? 이걸 대답해 보란 말이랑께!」 

더 이상 얘기를 해봐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습니다―검둥이에게 토론을 가르친다는 것은 소 귀에다 경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그만 입을 다물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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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장


(…) 톰은 조금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이렇게 말했지요.

「이 일 모두가 너무 쉬워서 거북스럽단 말씀이야. 그래서 어려운 계획을 세우기가 무척 힘든 거야. 마취제를 써야 할 감시인도 없고―그렇지, 감시인이 하나쯤은 있어야 해. 수면제를 먹여야 할 개 한 마리도 없으니, 짐은 십 피트의 쇠사슬로 침대 다리에 한쪽 발이 묶여 있을 뿐이야. 침대를 쳐들어 쇠사슬을 풀면 그걸로 그만일 테구. 그리고 사일러스 아저씨는 모든 사람을 다 믿고는 열쇠를 그 호박대가리 검둥이에게 주어 버리고 그 녀석을 감시할 사람도 보내지 않거든. 짐은 벌써 먼 옛날에 그 구멍으로 도망칠 수도 있었단 말야. 하지만 십 피트의 쇠사슬을 발에다 달고 뺑소니쳐 봤자 무슨 쓸모가 있겠나. 헉, 제기랄. 세상에 이렇게 싱거운 일이 어디 있담. 그러니까 이쪽에서 모든 어려운 일을 생각해 내서 하지 않으면 안 돼. 어쩔 수 없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 한단 말야. 어쨌든 이거 하나만은 확실해―결국 난관이니 위험을 제공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자들이 그걸 제공해 주지 않는다면, 이쪽에서 머리를 짜내 많은 난관과 위험을 무릅쓰고 그 사나이를 구출 야만 그만큼 명예로운 일이 되는 거야. 저 하나만 보라구. 사실 엄밀히 험하다는 시늉을 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 글쎄, 마음만 내키면 횃불 행렬로도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어. 한데 생각해 보니 기회가 있는 대로 먼저 무언가 톱을 만들어낼 물건을 찾아야만 하겠다」

「톱은 어디다 쓰려구?」 

「쇠사슬을 벗기기 위해 짐의 침대 다리를 잘라 내야 할 게 아냐?」 

「아니, 지금 방금 넌 침대를 쳐들어 쇠사슬을 풀겠다고 하지 않았니?」

「헉 핀, 넌 그래 역시 못 말리겠구나. 그저 한다는 게 유치원식 일밖엔 생각해 내지 않는단 말야. 대관절 넌 책이라는 걸 읽어본 적이 있니?ㅡ트렌트 남작이라든지, 카사노바라든지, 벤베누토 첼레니라든지, 앙리 4세라든지 하는 그런 영웅들 얘기를 하나도 읽어본 일이 없느냐 말이야? 그런 할망구 같은 식으로 죄수를 구출했다는 얘기를 난 들어본 적이 없이. 정말이야! 최고 권위자들이 하는 식이라면, 침대 다리를 둘로 썰어서 감쪽같이 그대로 해놓고는 톱밥은 눈에 띄지 않도록 전부 깨끗이 삼켜버리고 제아무리 고양이 같은 눈을 가진 하인도 다리가 잘려나간 흔적을 보지 못하고 다리가 완전하다고 생각하도록 그 자른 장소 주위에다 진흙과 기름을 발라두는 거야. 그러고 나서 준비가 모두 끝나는 날 그 다리를 걷어차면 침대는 꽈당하고 쓰러지고 쇠사슬은 풀리고 말아 자유의 몸이 되는 거란 말이다. 다만 밧줄 사다리를 흉벽에다 걸치고 그걸 타고 기어 내려가 해자(垓字) 속에서 다리를 부러뜨리기만 하면 돼―왜냐 하면 밧줄 사다리는 길이가 십구 피트나 모자라니까 그렇지―그러면 그곳에는 심복 부하가 발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가 너를 쳐들어 안장 위에다 던져주면 넌 말을 몰아 고향인 랑귀독이니 나바레니 그 밖의 아무 데라도 가기만 하면 된단 말씀이야. 헉, 어때 멋지지. 이 오두막집에도 연못이 하나 있으면 근사할 텐데 말이야. 짐을 탈출시키는 날 밤 시간이 있다면 어디 해자를 하나 파볼까」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했지요.

「오두막 땅 밑으로 짐을 몰래 탈출시키는 데 해자는 무슨 해자가 필요해?」

그러나 톰은 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습니다. 내가 있는 것도 그 밖의 모든 것도 다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팔에다 턱을 괴고는 깊이 생각에 젖어 있었지요. 곧 톰은 한숨을 내쉬고는 머리를 가로저었습니다. 다시 한번 한숨을 쉬더니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아냐, 그것으로 안 돼―그럴 필요가 없어」

「무엇 때문에?」

「뭐긴 질의 다리를 잘라 버리는 거 말이야」 하고 그가 말했습니다.

「아니 얘가!」 하고 내가 말했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겠다. 그렇다면 대관절 무엇 때문에 짐의 다리를 자르겠다는 거야?」

「그건 말이야, 가장 훌륭한 어떤 권력자 중에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지. 그 사람들은 아무리 해도 쇠사슬이 풀어지지 않자 손을 자르고는 도망친 거야. 다리라면 더 좋지. 하지만 그것만큼은 그만둬야 해. 이 경우에는 그럴 필요가 없어. 게다가 짐은 검둥이니까 그 이유도, 또 유럽에선 그게 관습으로 돼 있다는 것도 알 까닭이 없을 테고 하니까. 그러니까 그것은 그만두기로 하자. 하지만 요것 하나만큼은 할 수 있지―밧줄 사다리를 갖도록 하는 거야. 우리들이 침대 시트를 찢어 아주 쉽게 밧줄 사다리를 만들 수 있지. 그것을 파이 속에 넣어서 들여보내면 되지 않아. 대개 그렇게들 하는 거야. 난 그보다 더 지독한 파이를 먹어본 적도 있는데 뭐」

「어이, 톰 소여, 넌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는 거야」 하고 내가 말했습니다. 「짐에겐 밧줄 사다리가 필요 없어」

「밧줄 사다리는 꼭 필요해. 너야말로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면 가만있으라구. 짐한테는 꼭 밧줄 사다리가 필요하다니까. 다들 그래」

「대관절 어디에 쓰려구?」

「어디에 쓰냐구? 침대 속에 그것을 감출 수 있겠지, 안 그래? 다른 사람들도 다들 그렇게 하거든, 그러니까 짐도 그렇게 하는 거야. 헉, 너는 하나도 규정대로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구나. 늘 새로운 것만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애. 설령 짐이 그 밧줄 사다리 가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어때? 밧줄 사다리는 도망친 다음에도 침대 속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 단서가 될 게 아니겠어? 그리고 사람들에게 단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물론 단서가 있기를 바라지. 그런데도 단서를 남겨놓지 않는다는 거야? 그러면 꽤나 난처하게 되지 않겠냔 말이야! 나는 그런 소리 들어본 적 없어」

「응 그래」 하고 내가 말했지요. 「그게 규정에 있고 그가 그것을 가져야 한다면 좋아. 그럼 짐이 그걸 갖도록 하지 뭐, 나도 규정에 어긋나는 일을 하고 싶진 않으니까, 하지만 톰 소여, 아직 문제가 하나 있어―만약 우리들이 짐의 밧줄 사다리를 만들려고 침대 시트를 찢는다면 그 때문에 샐리 아줌마와 문제가 생길 게 틀림없어. 그래서 말인데 말이야, 히코리 나무껍질 사다리는 돈이 들지도 않고, 헛되게 버리는 것도 없는 데다가 네가 만들려는 헝겊 사다리 못지않게 파이 속에 틀어넣을 수도 있고 밀짚 이불잇에 감출 수도 있을 게 아니냐 말이야. 게다가 또 짐으로 치면 경험이 없으니까 아무 거라도 상관 안 할―」

「쯧, 헉, 너두 참. 내가 너처럼 무식하다면 난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을 거야―정말이야. 국사범(國事犯)이 히코리 껍질 사다리를 타고 도망쳤다는 얘기를 난 아직껏 들어본 적이 없어. 그거 참으로 웃기는 얘기다―」

「그럼 좋아, 톰. 너 좋을 대로 해. 헌데 만약 네가 내 충고를 받아들인다면 말이야, 나더러 빨랫줄에서 침대 시트를 하나 빌려오라고 하는 게 좋겠어」 

그거 좋다고 톰이 말했습니다. 그러더니 톰은 또 다른 생각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그가 이렇게 말했지요. 

「셔츠도 한 장 빌려오렴」

「셔츠는 뭘 하려구?」

「짐더러 거기다 일기를 쓰게 하려구」

「일기는 무 슨 얼어 죽을 일기야―짐이 무슨 글씨를 쓸 줄 안다고―」

「쓸 줄 모른다고 하더라도―헌 백랍 스푼이나 헌 철통 부스러기로 짐에게 펜을 만들어 주면, 셔츠에다 그걸로 표시할 수는 있잖아? ―」

「뭘 그래, 톰. 거위 깃털 하나만 뽑으면 그보다 몇 배 좋은 펜을 만들어줄 수 있을 텐데, 게다가 빨리 만들 수도 있구」

「펜을 만들도록 깃털을 빼라고 어떤 놈의 거위가 죄수가 들어 있는 지하실 주위를 날아다녀, 이 바보 멍텅구리야. 죄수라는 건 손이 닿는 곳에 있는 헌 놋쇠 촛대니 그런 따위 아주 단단하고 부러질 염려가 없는 가장 귀찮은 물건으로 펜을 만드는 법이야. 그걸 뾰족하게 갈아내는 데 몇 주일씩 몇 달씩이나 걸리거든. 벽에다 갈아서 뾰족하게 만들어야 하니까 말이지. 만약 손 안에 들어왔다 하더라도 죄수라면 거위 깃털을 쓰려고 하지 않아. 규정 대로의 방법이 아니니까」

「그럼 잉크는 무엇으로 만들어 준담?」

「대부분의 죄수는 쇠녹에다 눈물로 잉크를 만들지만, 이건 흔해빠진 방법으로 여자들이나 하는 짓이야. 최고의 권위자는 자기 피를 사용하는 거야. 짐은 그렇게 할 수 있어, 그리고 자기가 어디에 갇혀 있는지 짧고도 흔해 삐진 소식을 온세계에 알리고 싶다면, 양철 접시 아래에다 포크로 써서 창 밖으로 던져버리는 거야. 〈철가면〉은 언제나 그렇게 했어. 그거야말로 멋들어진 방법이지」

「짐에게 어디 양철 접시가 있어야 말이지. 먹을 것을 냄비에 다 넣어서 갖다 주니까 말이야」

「헉, 그런 건 아무려면 어때, 우리들이 양철 접시를 넣어주면 되잖아」

「접시에다 쓴 짐의 글씨를 읽어낼 사람이 어디 있어야 말이지」

「헉, 그런 건 아무려면 어떠니. 짐이 해야 할 일은 접시에다 글씨를 써서 밖으로 내던지는 것뿐이야. 그 글씨를 읽을 능력이 있을 필요는 없어, 죄수가 양철 접시니 다른 뭐에다 쓴 글씨는 절반은 아무도 읽어내지 못하는데 뭐」

「그럼, 왜 접시를 낭비하는 거야? 」

「빌어먹을, 그건 죄수의 접시가 아니란 말이다」

「접시 주인이 있을 게 아냐?」

「그래 있다 치자, 그게 어떻다는 거야? 그게 누구의 접시건 죄수가 뭐 그런 거에다 마음을 쓸―」 여기서 톰은 잠시 말을 멈추었습니다. 아침 식사를 알리는 나팔 소리가 들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숲을 빠져나와 집으로 달려갔지요.

오전 중에 나는 빨랫줄에서 침대 시트랑 흰 셔츠를 한 장씩 슬쩍 빌렸습니다. 헌 주머니를 하나 찾아 거기다 이 물건들을 집어넣었고, 숲으로 들어가 도깨비불을 주워서 이것도 주머니 속에 넣었습니다. 아빠가 늘 그렇게 불렀기 때문에 나도 그런 짓을 〈빌린다〉고 하지요. 그러나 톰은 그것은 빌리는 것이 아니라 훔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톰은 우리들은 죄수의 대표자이고, 죄수라고 하는 것은 무엇을 손 안에 넣기만 하면 그만이지 그 수단과 방법은 문제가 아니며, 또 아무도 죄수를 탓할 권리도 없다고 했습니다. 죄수가 탈출하는 데 필요한 물건을 훔치는 것은 죄가 안 된다고 톰은 말했지요. 그럴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 들이 죄수를 대표하고 있는 한 여기 있는 물건 중에서 우리 들이 조금이라도 탈옥에 필요로 하는 물건은 무엇이나 다 훔칠 권리가 있다는 거지요. 만일 우리들이 죄수가 아니라면 이야기는 전혀 다르며, 죄수도 아닌데 훔치는 것은 비열한 인간이나 하는 짓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손에 닿는 물건은 뭣이고 다 훔치기로 했지요. 그러나 어느 날 내가 검둥이 밭에서 수박을 훔쳐 가지고 와 먹었더니 톰은 펄펄 뛰며 마구 화를 냈습니다. 그 까닭은 말하지 말고 검둥이에게 10센트 은화 한 닢을 갖다 주고 오도록 했습니다. 톰의 말로는 우리들은 죄수의 대표자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만 훔친다는 겁니다. 내가 수박이 필요해서 훔쳤노라고 그랬더니, 톰은 탈옥시키는 데 수박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하며 그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만일 내가 그 속에다 칼을 감추어, 집사를 죽이도록 그것을 몰래 짐에게 들여보내는 데 수박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괜찮다고 했지요. 그래서 나는 여기서 그만두어 버렸습니다. 수박을 훔칠 때마다 앉아서 그렇게 자질구레한 구별을 일일이 생각해야 한다면, 죄수를 대표해서 무슨 이익이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요.

그날 아침 집안 식구들이 모두 일을 시작하여 누구 하나 마당에 얼씬 안 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서야 톰은 내가 점 떨어진 곳에 서서 감시를 하는 동안 예의 그 주머니를 오두막에 잇대 지은 헛간으로 운반해 갔습니다. 마침내 톰이 밖으로 나왔고, 우리들은 장작 더미 있는 데로 가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톰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도구 외엔 만사가 잘 되었어. 도구도 문제없이 구할 수 있을 거야」

「도구라니?」 하고 내가 물었습니다.

「그래, 연장 말이야」

「무엇하는 연장인데? 」

「무엇 하긴, 땅을 파는 데 필요하지. 설마 우리가 이빨로 물어뜯어서 짐을 탈출시킬 순 없겠지, 안 그래?」

「저기 있는 저 못 쓰게 된 헌 곡괭이로도 검둥이 하나쯤은 능히 파낼 수 있지 않을까?」

톰은 이쪽이 울고 싶을 만큼 동정 어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헉 핀, 넌 죄수가 땅을 파서 탈옥하는 데 곡괭이니 삽이니 여러 현대적인 편리한 장비를 옷장 속에다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니? 너한테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말이야―만약 너한테 분별력이 있다면 말인데―모처럼 영웅이 된다 해도 그래 가지고서는 아무 소용이 없지 않겠어? 차라리 열쇠를 빌려주어 당장에 해치우는 게 더 낫지. 곡괭이와 삽이라고―그런 건 왕이라도 마련해 주지 않을 걸」

「그렇다면 말이야」 하고 내가 말했습니다. 「곡괭이와 삽이 필요 없다면 무엇이 필요하다는 거지?」

「칼집에 든 칼 두 자루지 뭐야!」

「그것으로 저 오두막집 밑바닥을 파낸다는 거야?」

「물론이지」

「쯧, 톰.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아무리 바보 같다고 해도 상관없어. 그게 올바른 방식이니까―그리고 규정이기도 하고, 내가   본 중에서 그 방법밖에는 없고, 난 이런 얘기를 쓴 책이라면 안 읽어본 것이 없어. 반드시 칼집에 든 칼로 파게 되어 있지―게다가 내 말 잘 들어, 흙을 파는 게 아냐. 대개 단단한 바위를 파내는 거야. 몇 주일씩이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간이 걸리는 거야 이봐, 마르세이유 항구에 있는 디프 성(城) 지하 감옥에 갇혀 있던 죄수 하나를 보란 말이다. 이 사람도 이런 식으로 구멍을 파고 탈옥한 거야,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알아?」

「모르겠는 걸」

「자, 어디 한번 알아 춰 봐」

「모른대두, 한 달 반?」

「무려 삼십칠 년이야ㅡ그리고 나와보니 중국이더란 말이야, 바로 그런 식이야. 이 요새 아래도 단단한 암반이었으면 좋겠다.」

「중국에는 짐이 아는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을 텐데」

「그래서 그게 어떻다는 거야? 그 다른 친구도 그랬지. 헌데 너는 늘 옆길로 새고 말거든. 왜 요점에 매달리지 못하느냔 말이야」

「좋아ㅡ그가 나오기만 한다면, 어디로 나오든 난 상관없어, 짐도 상관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실해ㅡ짐은 너무 나이가 들어 칼집에 든 칼로 땅을 파고 나올 순 없을 거야. 그때까지 버틸 수 없을 테니까 말이야」

「천만에, 지탱할 수 있고 말고. 설마 하니 흙을 파내는 데 수십 년이나 걸리리라고 생각하진 않을 테지?」

「그럼 얼마나 걸릴까?」

「글쎄, 사일러스 이모부가 뉴올리언스에서 소식을 듣게 되는 것도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까, 우리가 시간을 너무 바치다가는 위험해. 이모부는 짐이 뉴올리언스에서 도망쳐 온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테지. 그러면 다음에 할 일은 짐을 광고에 내거나 그 비슷한 것을 하실 테지. 그러니까 우리는 짐을 파내는 데 마음대로 시간을 바칠 순 없단 말씀이야. 사실은 한 이 년쯤은 시간을 바쳐야만 하겠지만 어디 그렇게 할 수 있어야지. 앞일이 너무도 불안하니까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 즉 우린 되도록 빨리 파고 또 판 다음 우리 자신에게 삼십칠 년이 걸린 것으로 치면 되잖아. 그렇게 해놓고서 경보가 있자마자 짐을 납치해 가지고 그만 도망쳐 버리는 거야. 옳지,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그건 일리 있는 말이군 그래」 하고 내가 말했지요. 「그렇게 걸린 걸로 해놔도 돈 한 푼 드는 것도 아닐 테고, 또 조금도 귀찮지 않고 필요하다면 백오십 년 걸린 것으로 해 둬도 나는 상관없어. 일단 그렇게 익숙해진 다음엔 조금도 힘들지 않을 테고. 자, 그럼 이제 당장 가서 칼집에 든 칼을 몇 자루 훔쳐올게」

「세 자루 훔쳐와」 하고 톰이 말했습니다.

「톱을 만드는 데 한 자루 더 필요하니까」

「톰, 이런 말을 해도 규정에서 벗어나거나 신앙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면 말인데」 하고 내가 말했지요. 「훈제실 뒤쪽 비막이 벽판자 아래에 낡고 녹슨 톱 하나가 있던데」

이 말에 톰은 지치고 맥 빠진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헉, 소 귀에 경 읽기로구나. 너한테는 아무것도 가르쳐줄 수 없으니, 칼이나 어서 훔쳐와―세 자루다」 그래서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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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장


그날 밤 모든 집안 식구들이 잠들어 버린 것을 알자 우리들은 피뢰침을 타고 내려와 오두막에 잇대어 지은 헛간으로 들어가 문을 꼭 닫고는 도깨비불을 한 덩어리 수북이 꺼내놓고는 일에 착수했습니다. 밑통나무의 한복판을 따라 4, 5피트가량 걸치적거리는 물건을 모두 치워버렸지요. 톰의 말에 따르면 이제 우리는 짐의 침대 뒤쪽에 있으며, 바로 그 밑을 파내려 갈 것이고, 다 끝난 다음에도 오두막 안에서도 거기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알아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짐의 이불이 땅에 닿을 만큼 늘어져 있으니 그 구멍을 보려면 이불을 쳐들고 그 아래를 들여다봐야만 하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그래서 우리들은 칼집에 든 칼로 거의 한밤중이 될 때까지 열심히 팠지요. 그랬더니 몸은 그만 녹초가 되어버렸고, 손에는 물집이 잡히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도 별반 파 들어간 것 같지 가 않았지요. 드디어 내가 이렇게 입을 열었습니다. 

「톰 소여, 이건 삼십칠 년이 걸리는 일이 아니라 삼십팔 년이 걸리는 일이다」 

톰은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숨을 쉬더니 곧 파던 일을 멈추고는 꽤나 오랫동안 생각에 젖어 있었지요. 그러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헉, 소용없어. 이래 가지고는 도무지 안 되겠는 걸. 우리들이 죄수라면 이걸로두 좋아, 몇 년이 걸려도 상관없고 서둘 필요도 없으니까. 감시원이 교대할 때 파는 것이니 매일마다 몇 분 동안만 일할 뿐이지. 그러니까 손에 물집이 생길 리도 없지. 그러고는 몇 해고 간에 계속 파내려 갈 수도 있고, 옳은 방법으로 규정에 맞게 할 수 있는 거야. 그러나 우린 어디 그럴 수가 있어야 말이지, 우물쭈물할 틈이 없이 단번에 해치워야지. 한 시가 급해. 만일 또 하룻밤을 이런 꼴로 보내야 한다면, 물집이 없어지려면 일주일은 쉬어야 할 거야―그보다 더 일찍은 칼집에 든 칼에 손도 대지 못할 걸」

「톰, 그럼 어떡하면 좋지?」

「이렇게 하면 돼. 그건 옳은 일도 아니고 또 도덕에 닿지 않는 일이라서 난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지만 말이야ㅡ그러나 방법이라곤 그거 하나밖에는 없어. 곡괭이로 짐을 파내고서는 칼집에 든 칼로 판 것으로 치잔 말씀이야」

「이제서야 옳은 말을 하는군!」 하고 내가 말했습니다. 「톰 소여, 네 머리는 점점 좋아지는구나」 내가 계속 말을 이었지요. 「도덕에 닿건 말건 땅을 파는 데는 곡괭이가 제일이야. 나로 말하면, 도덕이니 나발이니 하는 소리는 눈곱만큼도 상관하지 않아. 검둥이며 수박이며 주일학교 책을 훔치려고 할 때는, 훔치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 어떤 방법으로 훔치는가는 따지지 않거든. 내가 원하는 건 내 검둥이거나, 내가 원하는 건 수박이거나 또 내가 원하는 건 주일학교 책이란 말이야. 그래서 곡괭이가 제일 편리한 물건이라면, 난 그 곡괭이로 검둥이니 수박이니 주일학교 책이니를 파낼 뿐이야. 권위자들이 그것을 두고 뭐라고 생각하든 그 따위는 내 알 바가 아니거든」

「한데 말이다」 하고 톰이 말했습니다.

「이런 경우 곡괭이를 칼이라 하고 사용하는 데에는 변명의 여지가 있지. 그렇지 않구선 난 찬성도 안 하고 또 가만히 서서 규칙을 어기는 것을 보고 있지 않을 거다―옳은 건 어디까지 옳은 것이고 그른 건 어디까지나 그른 것이고, 무식해서 그보다 나은 방법을 모른다면 얘기가 다르지만 사람이란 무릇 그릇된 짓을 해서는 안 되니까 말이지. 너라면 곡괭이로 짐을 파내고도 칼집에 든 칼을 사용한 것처럼 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야. 너에겐 그 이상의 지혜가 없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세상 일을 더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칼집에 든 칼을 이리 줘」

톰은 자기 것을 옆에다 놓고 있었지만 나는 내 것을 집어서 그에게 주었습니다. 그러자 톰은 그것을 내동댕이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칼집에 든 칼을 이리 줘」

나는 대관절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몰랐습니다―그러나 곧 생각이 났지요. 나는 헌 연장 속을 뒤져서 곡괭이를 찾아 그것을 톰에게 주었습니다. 톰은 그것을 받고는 파기 시작할 뿐 한 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지요.

톰은 늘 이렇게 까다로웠습니다. 또 원리 원칙에 철저한 편이었구요. 그러고 나서 나는 삽을 들고 파헤쳤고 그다음 우리는 곡괭이와 삽을 서로 번갈아가며 야단법석을 떨었습니다. 반 시간쯤 일에 열중했지만 그 이상은 더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상당히 큰 구멍을 파냈지요. 이층으로 올라가 창 밖을 내다보니 톰이 있는 힘을 다해 피뢰침을 기어오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톰은 두 손이 너무도 아팠으므로 창문까지 기어오를 수 없었습니다. 마침내 톰이 입을 열었습니다.

「안 돼. 못 올라가겠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무슨 좋은 생각이 없니?」 

「있지」 하고 내가 말했지요. 「하지만 정식 방법이라곤 생각하지 않아. 계단으로 올라오는 거야. 그리고 그 계단이 피뢰침이라고 해두면 될 것 아니겠어!」 

톰은 내가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다음날 톰은 짐에게 펜을 만들어주기 위해 백랍 스푼 하나와 놋쇠 촛대 하나, 그리고 수지(樹脂) 양초 여섯 개를 훔쳤습니다. 나는 검둥이 오두막집 근처를 배회하며 기회를 노려 양철 접시 세 개를 훔쳐냈지요. 톰은 셋으로는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짐이 내던진 접시는 창구 아래에 피어 있는 국화 풀이나 흰꽃독말풀 같은 잡초 속으로 떨어질 테니 아무 눈에도 띄지 않게 되고, 그렇게 되면 우리들은 그걸 다시 가져다 짐에게 쓰도록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지요. 그래서 톰은 만족해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그런 물건들을 짐에게 건네주느냐 하는 거야」

「그 구멍으로 가지고 들어가면 되잖아?」 하고 내가 말했지요. 「구멍을 다 파내거든 말이야」

톰은 경멸하는 듯한 표정으로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은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는 궁리를 했습니다. 마침내 톰은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지만 아직 어느 것으로 할지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다고 했지요. 이 일을 우선 짐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날 밤 열 시가 조금 지나서 우리들은 피뢰침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서 양초를 하나 들고 창구 밑에서 귀를 기울였습니다. 짐은 코를 골며 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양초를 안으로 던졌지만 짐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지요. 다음 우리들은 곡괭이와 삽을 들고 일에 착수했고, 두 시간 반쯤 걸려 일을 모두 마쳤습니다. 우리들은 짐의 침대 아래로 기어들어가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 손을 더듬어 양초를 찾아 불을 붙였습니다. 잠시 짐의 앞에 서서 보니 짐이 기운차고 건강하게 보였지요.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짐을 깨웠습니다. 우리들을 보고서 짐은 너무도 기쁜 나머지 눈물을 글썽글썽거리며 〈귀염둥이〉니 그 밖에 생각해 낼 수 있는 애칭으로 우리를 불러댔습니다. 그러고는 어서 빨리 다리의 쇠사슬을 잘라버릴 끝을 찾아달라고 한 시라도 머뭇거리지 않고 내빼겠다고 애원했지요. 그러나 톰은 그것이 규정에 맞지 않다고 말하고는, 앉아서 우리들의 계획을 낱낱이 짐에게 털어놓았습니다. 또 무슨 경보가 있을 때마다 즉시 그 계획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말하고, 틀림없이 도망칠 수 있게 해줄 테니 조금도 걱정 말고 있으라고 거듭 당부했지요. 그래서 짐도 좋다고 했고, 우리들은 거기 앉아서 잠시 옛날 얘기로 꽃을 피웠습니다. 그러고 나서 톰은 여러 가지 일을 물어보았지요. 짐이 사일러스 아저씨가 기도를 하러 매일마다 아니면 이틀에 한 번씩은 꼭꼭 와주고, 샐리 아주머니도 짐이 불편한 곳은 없는지, 먹을 것은 충분한지 살피러 오며, 두 사람 다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하다고 말하자 톰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겠어. 그들을 시켜 물건을 전하도록 해야겠군」

「그런 짓은 제발 그만둬. 그런 바보 같은 소리 들어본 적이 없어」 하고 내가 말했지만, 톰은 내 말 같은 건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그저 자기 얘기만 계속 지껄여댔습니다. 일단 계획을 세우면 그는 늘 이런 식으로 해나갔지요. 

그래서 우리들은 짐에게 먹을 것을 갖다 주는 검둥이 냇에게 밧줄 사다리가 든 파이와 그 밖의 큰 물건들을 몰래 들여보내겠다든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놀라서는 안 된다든지, 냇에게 그런 물건들을 여는 것을 보여서는 안 된다든지, 우리들이 조그마한 물건을 아저씨의 윗저고리 주머니 속에다 넣어둘 테니 그것을 훔쳐내야 한다든지, 기회 있는 대로 아줌마 앞치마 끝에다 매놓거나 앞치마 주머니에다 넣어두거나 할 테니 그것도 훔쳐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물건이 무엇무엇이며, 무엇에다 쓸 물건인지도 설명했지요. 그다음 어떻게 자기 피로 셔츠에다 일기를 쓰는지 따위를 가르쳐주었습니다. 톰은 짐에게 낱낱이 일러주었습니다. 짐은 그 얘기의 대부분이 이치에 닿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들이 백인이니까 자기보다는 똑똑할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그는 만족해했고 시키는 대로 그렇게 하마고 했습니다.


(…)


다음 날 아침 우리들은 장작 더미 있는 데로 가서, 놋쇠 촛대를 알맞은 길이로 잘라 그것을 톰의 백랍 스푼과 함께 주머니 속에 넣었습니다. 그다음 우리들은 검둥이 오두막집으로 가서 내가 냇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동안 톰이 짐의 냄비 속에 들어 있는 옥수수빵 한복판에다 알맞게 다른 촛대 토막을 보기 좋게 틀어넣었지요. 그러고 나서 우리들은 그 결과를 보러 냇을 따라 함께 갔는데, 정말로 멋지게 되었습니다. 짐이 빵을 덥석 물어뜯다가 이빨을 송두리째 모두 부러뜨릴 뻔했습니다. 일이 이보다 더 멋지게 되기도 어렵다고 톰이 말했지요. 짐은 흔히 빵 속에 섞여 있는 돌멩이나 그와 비슷한 어떤 것인 척했습니다. 그 후로는 우선 포크로 서너 군데 쿡쿡 찔러보고 난 다음이 아니면 절대로 무엇이든지 깨물지 않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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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장


(…)「한데 톰 도련님, 나한테는 문장 같은 것이 없잖어유. 여기 있는 이 헌 셔츠밖에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당께유. 게다가 이 셔츠에다 일기를 써야 된당께유」

「짐, 아직도 내 말을 못 알아듣는군. 문장이라는 건 다른 거야!」

「글쎄」 하고 내가 말했지요. 「짐이 문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은 옳아, 정말로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걸 누가 모르나」 하고 톰이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나가기 전에는 문장을 가질 필요가 있어, 왜냐하면 짐은 규정에 따라 탈옥하는 거니까, 그리고 그래야만 그의 기록에는 흠집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기 때문이야」 

그리하여 짐은 놋쇠 촛대를, 나는 숟가락을 벽돌 조각에 같면서 펜을 만드는 동안 톰은 문장을 생각해 내느라 고심했습니다. 마침내 톰은 어느 것으로 결정짓기 어려울 만큼 멋진 것들이 수없이 머리에 떠올랐지만, 그중에서 고르고 싶은 것 하나가 머리에 떠올랐다고 했지요. 그러고는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방패꼴 위 오른쪽 하단에 황금색 사선(斜線) 하나를 긋고, 그 한복판에 짙은 자홍색 성(聖) 앤드류 십자가를 놓고, 일반 의장(意匠)은 머리를 쳐들고 옹크리고 앉아 있는 개로 하자. 개의 발 밑에는 노예 신분을 상징하는 쇠사슬을 요철(凹凸)형으로 배열하고, 톱니 모양의 상단은 녹색 산형(山形)으로 하자. 하늘색 바탕에는 세 줄로 된 나선형 줄을 넣고, 깊이 파낸 톱니 띠에는 태점(胎點) 몇 개가 앞발을 쳐들고 있는 것을 집어넣자. 식장(飾章)은 도망친 검둥이 노예가 왼쪽으로 굽은 막대기에 따리를 어깨 위에 걸머메고 있는 도안을 흑색으로 표시하자. 그리고 적선(赤線) 두 개가 떠받들고 있는 건 너와 나야. 표어는 〈마지 오레 프레타, 미노레 아토〉구. 어느 책에서 따온 거야―서둘면 서둘수록 느려진다는 뜻이야」

「젠장」 하고 내가 말했지요. 「하지만 그 나머지는 무슨 뜻이야?」

「우린 그런 거 걱정할 시간이 없어」 하고 톰이 말했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하고 내가 말했습니다. 「하여튼 조금은 가르쳐줘야 하잖아, 〈한복판〉이란 어디를 두고 말하는 거지?」

「한복판이라―한복판이라―너 같은 건 한복판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없어. 짐이 그것을 만들 때 그 만드는 방법을 그에게 가르쳐줄 거야」

「쳇, 톰」 하고 내가 말했지요. 「가르쳐 줘도 상관없지 않아? 〈왼쪽으로 굽은 막대기〉란 또 뭐지?」

「아 나도 몰라. 하지만 어쨌든 짐에게 필요한 거야. 귀족은 다 그렇게 한단 말이야」

톰은 언제나 이러한 식이었습니다. 무엇을 남에게 설명하기 싫으면, 죽어도 설명해 주려고 하지 않지요. 일주일을 끈덕지게 졸라도 매한가지입니다.

톰은 문장(紋章)에 관한 일을 모두 결정지었으므로, 그다음은 그 일의 나머지 부분, 즉 슬픈 문구를 지어내는 일을 마저 끝내기 시작했습니다―다른 사람들처럼 짐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톰은 여러 개를 지어 그것을 종이 위에 다 써놓고는 하나씩 하나씩 읽어 나갔지요.


1 이곳에서 포로의 심장이 터졌도다.

2 이곳에서 세상과 친구한테 버림받은 가련한 죄수, 스스로 슬픈 생애를 애태우고 있도다.

3 이곳에서 37년간의 고독한 유폐(幽閉) 후 외로운 마음이 상심하고, 피로한 영혼은 안식을 찾았도다

4 이곳에서 37년간의 쓰라린 유폐 후 고귀한 이방인, 루이 14세의 사생아는 집도 없고 벗도 없이 사라졌도다.


이것을 읽는 톰의 목소리는 떨렸고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습니다. 그것을 다 읽고 났을 때, 모두가 다 그럴듯했기 때문에 그는 짐에게 어느 것을 벽에다 써놓게 해야 좋을지 전혀 결심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그 전부를 쓰게 하자고 했지요. 이렇게 많은 것을 짐은 못으로 통나무에 다 쓰려면 아마 1년은 족히 걸리게 될 것이며, 더구나 자기는 어떻게 글씨를 써야 하는지 전혀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톰은 자신이 대충 잡아줄 테니 그 위를 그대로 그리기만 하면 된다고 했지요. 곧 톰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통나무 가지고는 안 되겠다. 지하 토굴에는 통나무 벽이 없거든 바위에다 글씨를 새기지 않으면 안 되겠어. 바위를 가져오기로 하자」 

짐은 바위 쪽이 통나무보다도 더 고약하다고 말했습니다. 그 문구들을 바위에다 새기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니까 영원히 탈출할 수 없을 게 아니겠냐고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러나 톰은 짐에게 헉더러 도와주게 할 것이라고 했지요. 그러고 나서 톰은 나와 짐이 펜을 얼마나 준비했는지 돌아보았습니다. 그것은 정말로 지독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귀찮은 일로, 그 때문에 내 손에는 상처가 나을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거의 진척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지요. 톰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옳지, 좋은 수가 있다. 문장(紋章)을 그려 넣고 슬픈 문구를 새기려면 바위가 필요한데, 이 바위로 일석이조(一石二鳥) 구실을 할 수 있거든. 저기 목재소에 굉장히 큰 숫돌이 있는데, 그놈을 훔쳐다가 거기다가 여러 가지 것을 새기고, 동시에 그것을 이용하여 펜과 톱을 갈면 될 게 아냐?」

그 생각은 만만한 생각이 아니었고, 또 그 숫돌도 만만하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놈과 한번 겨루어보려고 했습니다. 아직 한밤중이 안 되었지만 짐을 일하도록 혼자 남겨두고 톰과 나는 둘이서 목재소로 가서 숫돌을 훔쳐내어 그것을 집까지 굴려 가지고 오리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었지요. 때로는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이놈은 계속 쓰러졌으며, 쓰러질 때마다 하마터면 그 밑에 깔려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이러다가는 이 일을 끝낼 때까지 꼭 둘 중의 하나는 골로 가고야 말 거라고 톰이 말했습니다.

우리들은 반쯤 굴려왔지만 그만 녹초가 되고 말아 온몸이 땀으로 멱을 감을 지경이 되고 말았지요. 이런 상태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짐을 데리고 오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그래서 짐은 침대를 들어, 침대 다리에서 쇠사슬을 끌러 그것을 목 주위에다 칭칭 감고는, 우리들이 파낸 구멍으로 기어 나와 숫돌 있는 데로 왔고, 톰의 감독 아래 짐과 내가 달라붙어 그 숫돌을 손쉽게 굴려왔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사람을 부리는 데는 톰을 당해 낼 자가 없었지요. 톰은 무슨 일에도 그 방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만든 구멍은 꽤 큰 것이었지만 숫돌을 들여 넣기에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짐이 곡괭이를 집어 들고 곧 구멍을 넓혔습니다. 그러고 나서 톰은 그 돌 위에다 못으로 문장과 문구를 썼고, 짐에게 못을 끌로 삼고 오두막에 잇대 지은 헛간의 쓰레기 더미에서 찾아낸 쇠꼬치를 망치로 삼아 문장과 문구를 돌 위에다 새기게 했지요. 남은 양초가 모두 타버릴 때까지 계속해서 파다가 양초가 꺼지면 잠자리로 들어가되 숫돌은 밀짚 이불 밑에다 감추고 그 위에서 자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들은 짐이 쇠사슬을 또다시 침대 다리에다 끼도록 도와주었고, 그다음에야 우리들도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지요.

그러나 톰은 무슨 생각이 났던지 이렇게 물었습니다.

「짐 여기 거미는 없나?」

「도련님, 없당께유. 다행히도 한 마리도 없지라우, 톰 도련님」

「옳지 그럼, 좀 몇 마리 잡아다 주지」

「아니, 이게 무슨 말이당까. 난 그런 거 소용없당께유. 거미라면 딱 질색이랑께유. 차라리 방울뱀이 더 낫지라우」

톰은 한 1, 2분 동안 생각하더니 다시 이렇게 입을 열었습니다. 

「그거 좋은 생각이야. 그런 건 전에도 그랬을 것 같애. 필경 있었을 거야. 이유가 닿아. 음, 그거 아주 멋들어진 생각인데 그래. 그런데 어디다 기른다?」

「톰 도련님, 뭘 기른다구요?」

「뭐긴 뭐야, 방울뱀이지」

「톰 도련님, 아니 그게 또 무슨 말씀이여유! 만일 여기에 방울뱀이 들어온다면, 난 대같통으로 저 통나무 벽을 부수고 도망칠 거구먼유!」

「짐, 뭘 그리 무서워해. 조금만 지나면 무서워하지 않게 될 걸 가지구. 길들일 수 있을 테니까」

「길들인다구유!」

「그래―누워 떡 먹기야. 짐승이라고 하는 건 어느 거나 다 친절하게 귀여워해 주기만 하면 고맙게 생각하는 법이야. 귀여워해 주는 사람에겐 해를 끼치려곤 안 하지. 어느 책에든지 다 그렇게 씌어 있어, 어디 한번 해봐―그게 내 부탁이야. 한 이삼 일만 어디 시험 삼아 해보라구. 곧 길들일 수 있을 테고, 이 짐에게 단짝이 되어 그만 떨어지지 않고 같이 잠을 자게 될 거야. 그렇게 되는 날에는 짐과 일 분도 떨어져 있으려고 하지 않을걸. 짐의 목을 친친 감거나 대가리를 짐의 입 속에다 처넣게까지 해줄 거야」

「톰 도련님, 제발―그런 소리 제발 그만두랑께유! 도저히 참을 수 없시유! 방울뱀이 대가리를 제 입 속에다 처넣는다구유―호의로 그렇게 하는 거라구유? 언제까지 기다려도 내 쪽에서 그런 부탁은 영 안 할 거랑께유. 더군다나 난 방울뱀과 같이 자는 건 딱 질색이지라우.」 

「짐 그렇게 바보같이 굴지 마. 죄수란 건 뭣이건 말 못 하는 애완동물 하나쯤은 길러야 하는 거야. 게다가 만일 어느 누구도 전에 방울뱀을 길러본 사람이 없다면, 짐이 제일 먼저 해보 는 것이니 목숨을 살리기 위해 생각할 수 있는 어떤 방법보다도 그만큼 더 큰 명예를 얻게 되는 거라구」

「이봐요, 톰 도련님, 난 그런 명예는 싫당께유. 뱀에게 이 목을 물리게 된다면, 어디 명예구 나발이구 무슨 소용이 있당가유? 정말이지 난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지라우」

「젠장, 한번 시험해 볼 수도 없겠어? 어디 한번 시험 삼아 해 봤으면 좋겠는데 말이야―만의 하나 잘 안 되면 그만둬도 괜찮아」 

「한데 이놈이 그 방울뱀을 시험하고 있는 동안 나를 물으면, 만사가 다 끝장이랑께유. 톰 도련님, 난 무리한 일만 아니면 대개는 자진해서 하는 펀이지만, 도련님과 헉이 이놈더러 방울뱀을 가져다 길들이라고 한다면 난 기필코 이곳을 떠나고 말 거랑께유」

「그렇다면 됐어. 짐이 정 그렇게까지 고집불통이라면 그만둬 버리면 될 거 아냐. 줄무늬뱀이나 몇 마리 잡아가지고 올 테니, 짐은 그 꼬리에다 방울을 달아서 그걸 방울뱀이라고 하면 돼. 되잖아. 그러면 될 거야」

「톰 도련님, 그거라면 할 수 있당께유. 그렇지마는 그놈도 없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지 모르겠시유. 죄수가 된다는 게 이렇게 까다롭고 귀찮은 줄은 예전엔 몰랐당께유」

「글쎄, 정식대로 하자면 늘 그런 법이야. 이곳에는 쥐가 있는가?」

「없지라우. 한 마리도 본 적이 없당께유」

「그럼, 쥐도 몇 마리 갖다 주기로 하지」

「톰 도련님, 난 쥐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당께유. 쥐처럼 그렇게 지긋지긋한 놈도 없구만유. 잠을 잘고 하면 방해를 해쌌지 않나 몸 위로 돌아다니지를 않나, 발을 깨물지를 않나. 싫구만유, 꼭 길러야만 한다면, 줄무늬뱀은 괜찮지만 쥐는 싫당께유. 쥐는 아무 쓸모가 없지라우」

「한데 짐, 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길러야만 하는 거야. 모두들 그렇게 해. 그러니까 쥐 얘기 가지고 이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마. 쥐와 같이 살지 않은 죄수란 이제껏 한 사람도 없었어. 그런 예가 없단 말씀이야. 죄수들은 쥐를 길들여 기르고, 귀여워하고, 재롱을 가르치고, 그렇게 하면 파리처럼 바싹 사람들에게 정이 붙게 되는 거야. 한데 짐은 쥐에게 음악을 들려주어야 해. 뭐든 좋으니 악기를 하나 가지고 있는 것 없나?」 

「엉성한 빗과 종이 한 장과 구금(口琴) 말고는 가진 게 없지라우. 그렇지만 쥐는 구금 같은 건 재미나 하지 않을 거구먼유」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아무 음악이라도 상관없어. 구금이라면 쥐에겐 안성맞춤이야. 짐승치고 음악 싫어하는 놈이 없거든―감옥에선 쥐들은 음악이라면 사족을 못 써. 특히 비통한 음악을 좋아하거든. 비통한 음악처럼 좋아하는 건 없지. 헌데 구금 말고는 그런 음악을 얻을 수 없고, 비통한 음악은 늘 쥐들에게 흥미를 끈단 말씀이야. 쥐들이 짐한테 무슨 일이 있나 하고 보러 올 거야. 옳지, 짐은 이제 됐어. 준비는 이것으로 충분해, 짐은 밤마다 자기 전과 아침 일찍이 침대 위에 앉아서 구금을 타란 말이야. 〈마지막 고리가 끊어졌나니〉를 켜란 말이야―그 노래를 켜면 다른 무엇보다도 빨리 쥐를 모을 수 있지. 이 분가량만 켜보란 말이야. 그러면 쥐니 뱀이니 거미니 할 것 없이 모두 짐을 걱정하며 모여들 테니까. 그리고 죽 짐의 주위를 둘러싸고는 참으로 멋진 시간을 갖게 될 거란 말씀이야」

「톰 도련님, 물론 동물들은 그러겠지요. 하지만 이 짐은 어떻게 되는 거냥께유? 제기랄, 그걸 잘 모르겠지라우. 하지만 꼭 해야만 한다면 난 그렇게 하겠구먼유. 짐승놈들도 즐거워하고, 집안에서도 귀찮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게 좋겠당께유」 

톰은 그 밖에 무엇이 더 없을까 하고 잠시 궁리를 하더니 곧 이렇게 말했지요.

「아―한 가지 잊어버린 게 있구나. 짐, 이곳에서 꽃을 기를 수 있을까?」

「톰 도련님, 잘 모르겠지만 하자면 할 수 있겠지라우. 하지만 이곳은 지독히 어둡고, 게다가 또 나한테는 꽃 같은 건 아무 소용이 없지라우. 지독히 귀찮을 거구먼유」

「어쨌든 한번 해보는 거야. 꽃을 기른 죄수들도 있으니까」

「톰 도련님, 저 커다란 고양이 꼬리 같이 생긴 현삼화라면, 이곳에서도 자랄지도 모르겠구먼유. 하지만 노력을 들인 그 절반의 보람도 없을 거랑께유」

「그렇게 생각하지 마. 조그만 걸 하나 갖다 줄 테니 저 구석에다 기르는 거야. 그리고 그것을 현삼화라고 해서는 안 돼. 피치올라라고 하는 거야―감옥에선 그렇게 부르는 게 어울리는 이름이니까. 짐의 눈물로 물을 주는 거야!」

「하지만 톰 도련님, 샘물이 얼마든지 있잖어유」

「샘물은 소용없어. 짐의 눈물로 물을 주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죄수란 언제나 그렇게 하는 법이거든」

「도련님, 다른 사람이 현삼화를 눈물로 기르고 있는 동안 난 샘물로 그 배나 빠르게 기를 수가 있당께유」

「그런 게 아냐, 짐은 꼭 눈물로만 길러야 하는 거야」

「톰 도련님, 나한테 걸리면 말라죽을 거랑께유. 꼭 그렇게 될 거구만유. 난 눈물을 흘리는 일이 별로 없으니까 말이유」

여기서 톰은 그만 말문이 콱 막히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고는 짐이 양파를 가지고 고생을 해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침에 검둥이 오두막 집에 가서 짐의 커피 주전자 속에다 몰래 양파 하나를 넣어두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짐은 「차라리 그것보다는 담배를 그 속에다 넣어주면 좋겠구먼유」 하고 말하고는 그것에 대해 몹시도 투덜댔지요. 또 현삼화를 기르고 구금을 쥐에게 들려주고, 뱀이니 거미니 따위를 귀여워하며 기르는 일이며, 더구나 펜이니 문구니 일기니 따위의 일은 지금까지 해온 어떤 일보다도 죄수가 된 것이 귀찮고 괴로워 책임이 무겁다고 투덜대는 겁니다. 그러자 톰도 더 이상은 참을래야 참을 수 없게 되어, 짐더러 이 세상의 어떤 죄수도 여태껏 가져보지 못한 명성을 떨치기에 좋은 기회가 얻어걸렸는데도, 그것도 모르고 모처럼의 기회를 헛되이 버리려 한다고 닦달했지요. 그래서 짐도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앞으로 다시는 그런 불평을 늘어놓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들은 집으로 잠을 자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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