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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쌍용차][정리해고] 의자놀이,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쌍용자동차 이야기

by 노지재배 2018.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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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는 책은 《의자놀이》다. 공지영 소설가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를 다룬 르포르타주로, 출판사는 휴머니스트다.


2012년에 나온 책으로, 쌍용자동차 파업과 법정관리,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자동차 기술 유출, 상하이자동차에서 인도 마힌드라사로의 매각 과정의 의문점 등을 다루고 있다.


특히 공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유서마저 남기지 않는 자살 행렬이 이어질 만큼 심각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공지영 작가가 이 책을 낸 2012년까지 22명이었던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자살은 2018년 6월, 결국 30번째 희생자까지 이어졌다. 쌍용자동차 문제는 아직도 여전히 진행 중인 우리 사회의 상처인 것이다.


의자놀이 공지영




작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자신들의 퇴직금을 보태고 일자리를 나눠 전체 고용을 지키려 했던 노동자들과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위해 장부를 조작하는 회계법인과 쌍용자동차의 아이러니를 다룬다. 그리고 법정관리를 거쳐 쌍용차가 중국 상하이차에서 인도 마힌드라로 주인이 옮겨지기까지 쌍용차 사측과 회계법인들의 짬짬이가 곧곧에서 작용했음을 지적한다. 이 과정에는 또한 국가 핵심산업이라 볼 수 있는 자동차산업의 매각과 기술유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한 진보 정부(노무현 정부)와,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과 이의제기를 귀족노조 논리와 자본의 힘으로 탄압한 보수 정권(이명박 정부)에 대한 지적도 등장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들 삶의 터전이 '자본'의 논리에 지배당할 때, 그것도 국적이나 실체마저 모호한 '자본'의 논리에 매몰될 때 벌어지는 처절하고 비참한 상황을 작가는 강조하고 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쌍용자동차와 자신들의 일터라는 생활 터전을 중국 상하이차와 인도 마힌드라라는 해외 자본에 차례로 빼앗기면서, 억울함과 울분을 어디에 호소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지 방향을 찾기 힘든 처지를 맞는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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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앞으로 우리를 고용하고 월급을 주고 해고하게 될 자본은 대개 쌍용자동차와 같은 성격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해고하는 것도 이런 자본일 것이다. 눈이 팽팽 돌 정도로 헷갈려서 대체 누가 이 회사의 주인인지도 모를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아직도 의혹에 싸여 있는 BBK를 보라, 주가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들 역시 대체 누구를 고소해야 좋을지, BBK의 주인이 누군지 아직도 모른다. 맥쿼리사를 보라. 인천공항을 매각한다는데 그걸 맥쿼리사가 산다면 이명박 정부가 공항을 파는 것인지 사는 것인지 아리송해질 수 있다. 맥쿼리 주식을 이명박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는 설 때문이다. 현대 자본의 무서움은 바로 이 모호함이다. 그래서 쌍용자동차 해결이 우리에게 더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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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대로 "신자유주의란 여기 임금이 비싸면 저기 싼 곳으로 옮겨간다. 여기서 일하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다. 그들은 그것을 유연화라고 부른다." 공지영 작가는 이 '유연화'라는 말이 실은 "무척 잔인하고 폭력적인 것"이라고 지적한다. 유연화는 곧 "해고의 유연화, 빈곤의 유연화, 살인의 유연화, 살인 은폐의 유연화, 인간 경시 유연화의 다른 이름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싼 임금을 찾아 자본은 세계를 누빈다. 결국 이처럼 싼 임금이 뒷받침되어야 유지되는 신자유주의는 그래서 상대적으로 비싼 임금을 받던 사람들을 모두 일시에 해고하거나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 등 계약직의 지위로 떨어뜨린다. 공지영 작가의 말대로 마치 "의자를 반만 가져다 놓고 빙글빙글 돌다가 앉으라고 하면 옆 사람들을 확 밀치고 자기만 살려고" 하는 '잔인한' 의자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명박 대통령)이 나서 국민을 상대로 하는 라디오 연설에서 유서조차 남기지 않은 자살이 계속되고 있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고통을 '귀족노조'라는 논리로 싸잡아 비판했을 때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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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은 엄연히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이다. 돈을 많이 받으면 파업을 하면 안 된다니......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돈을 받으면 불만을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도 있는 걸까? 돈이 얼마나 중요하면? 그러면 대통령이 2,000만 원 연봉의 비정규직 파업은 지지했을까?

이제는 철학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 다시 온 것 같다.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삶이 무엇 때문에 지속된다고 생각하는지, 인간의 노동이 무엇인지, 인간은 진정 무엇으로 고난을 이겨내는지 그런 철학 말이다. 나는 생각해보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생애를 통틀어 어떤 때 가장 행복했을까? 그리고 어떤 때 인간은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할까? 이 연설문을 보면 그는 자동차가 한 대 생산될 시간에 세 대가 생산되면 행복하다고 믿나 보다. 그런데 그 자동차는 누가 탈까? 한 명씩 죽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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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쌍용자동차라는 소중한 일터에서 벌어진 사와 노의 대립,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르고 현장 노동자들의 피를 마르게 했던 회사와 이에 동조한 관리노무자들의 행태, 국적과 주체가 모호한 자본과 자본을 둘러싼 회계법인 등 부역자들의 짬짬이, 올바른 정책과 관리감독으로 국가의 중요 산업을 지켜내지 못한 정부 등 수많은 쌍용차 사태의 문제점들을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세상에서 아이들에게 '정직'과 '정의'를 가르치고 강조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을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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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는 노동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너희는 우리를 위해 소모되다가 우리가 그만하라면 그만하고 죽어라 알았지?"

이런 생각이 드는 내 자신이 싫었다. 설마 세상을 그렇게 비판적으로 봐야 할까. 나를 나무랐다. 그러나 아니었다. 어떻게 하라는 말일까? 그렇게 해고해놓고, 먹고살 길이 없는 데 어떻게 하라는 말일까? 게다가 폭도며 과격분자며 마침내 빨갱이 칭호에 이르고 나면 더는 아무 대책이 없다.

우리 아이들이 입시경쟁을 치르고 스펙을 쌓고 취직을 한다 해도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빙자한 '더 많이 벌기 위한 경영상의 이유'로 오래도록 성실했던 내 아이들을 해고시킨다면, 그래서 거기에 항의하는 내 아이들을 경찰이 와서 테러범처럼 진압한다면, 문서상으로 보아도 조작이 분명 한데 전문가들끼리 그게 맞다고 우긴다면, 그래서 내 아이가 대한문 앞 비닐 천막에 쭈그리고 앉아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외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안 것이다.

그러니 나는 앞으로 아이들에게 말할 것만 같다.

"절대 열심히 일하지 마라. 상사 눈에 들게 적당히 만 해라. 특히 명절이나 기념일에 작은 거라 도 선물을 챙기고 사석에서 좋은 말만 하거라. 사람이란 게 아부인 줄 알면서도 싫어하는 사람 절대 없다. 그리고 근무시간 중에도 틈나는 대로 부동산이나 증권을 검색하면서 불시에 닥칠 해고나 노후에 대비하도록 해라. 알았지? 그래야 상처받지 않는다. 그래야 산다. 그리고 만일 정리해고를 하겠다고 하거든 '네, 알겠습니다!' 하고 어서 회사를 나오너라. 안 그러면 다 불법이야!"

나라가 망할 것 같았다. 나라가 망하면 내 노후는 내가 부은 국민연금은 어떻게 받나? 나는 그게 두려웠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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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대로 공지영 작가가 이 책을 낸 2012년까지 22명이었던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자살은 2018년 6월 현재, 결국 30번째 희생자까지 이어졌다. 쌍용자동차 문제는 아직도 여전히 진행 중인 우리 사회의 상처인 것이다.


게다가 요즘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의혹'을 둘러싸고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파업했다가 부당하게 해고당한 KTX 여승무원들의 재판 결과가 뒤집어졌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나오고 있다.


점차 국적과 실체가 모호해지고 있는 자본, 값싸고 수탈하기 쉬운 곳을 찾아 세계를 떠도는 신자유주의. 그 과정에서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점차 존엄성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는 노동과 인간성의 문제를 한 번쯤 살펴보고 싶은 독자에게 《의자놀이》를 권한다.


자본과 신자유주의, 노동과 인간성의 문제를 우리와 가장 가깝고 구체적인, 그리고 여전히 진행 중인 쌍용자동차 사태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자놀이》는 이 분야와 관련한 웬만한 이론서나 철학서보다도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저자


공지영 


소설가. 연세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1988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장편소설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착한 여자』, 『봉순이 언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즐거운 나의 집』이 있고,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별들의 들판』, 산문집 『상처 없는 영혼』,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등이 있다. 21세기문학상과 한국 소설문학상, 오영수 문학상, 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제10회 가톨릭문학상, 2011년 월간 『문학사상』에 발표한 「맨발로 글목을 돌다」로 제35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목차


머리말  사람이어서, 사람이기 때문에 


7분간의 구조 요청

13번째 죽음

그날 이후, 그들은 삶의 끈을 놓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이 사회가 정상일까?

22번째 죽음

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음모의 시작, 해고와 기술 이전

회계 조작, 그리고 2,646명에 대한 사형선고

유령처럼 스며든 명단

의자놀이

파업, 그리고 32시간의 첫 충돌

인간의 인간에 대한 환멸

수면가스, 헬기, 그리고 철저한 고립

인간사냥

무법천지, 그리고 학살

죽은 자 vs. 살았으나 서서히 죽는 자

사회가 우리보고 죽으라 한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함께 살자, 함께!


고맙습니다

함께합시다!

쌍용자동차, 그날의 기록




■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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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째 죽음


2011년 겨울 어느 날, 나는 이런 사연을 접하게 되었다.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된 임성준 씨의 부인은 해고가 확정된 후 일 년도 채 안된 2010년 4월 25일 저녁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고 싶으니 빨리 집으로 와달라는 것이 용건이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정확히 말하면 무급휴직자인 임성준 씨는 일용직과 아르바이트를 하며 회사가 약속한 대로 일 년 후에 이루어질 복직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택은 좁은 지역이었다 같은 아파트에도 같은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고, 당연히 아이들도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전체 노동자의 37%, 현장노동자의 거의 절반을 해고한다는 발표가 있은 다음 쌍용자동차는 물론 온 평택 시내에는 누가 그 대상이 될 것인지에 대한 풍문이 떠다녔다. 안정된 평택의 중류층이었던 그들은 전쟁터의 피난민처럼 불안에 떨게 되었다.

임성준 씨의 아내 서미영 씨는 남편이 파업에 참가하기 위해 집을 떠난 후 눈에 띄게 우울해져 갔다. 남편을 두고 평소에 친자매처럼 지내던 이웃들이 "배부른 노동자 이기적인 사람들, 빨갱이! 강성!"이라고 수군거린다며 사람도 피하고 집에만 머물렀다. 텔레비전에서는 날마다 쌍용자동차 사태를 보도했다. 화면 속에서는 연약하고 가진 것 없는 민주경찰이 중무장한 악랄한 노조원들에게 쫓기고 얻어맞고 있었다. 신문들은 '소수의 이익을 위해 모두를 죽일 것인가?', '외부세력 개입 확인' 등과 같은 커다란 활자를 아침마다 배달했다.

가끔 연결되는 전화 통화에서 남편은 "나는 잘 있으니 당신도 애들하고 마음 굳게 먹고 잘 견뎌."라고만 했다. 하지만 시댁은 시댁대로 친정은 친정대로 뉴스만 보면 전화를 걸어와 "애비 어서 나오게 해라"라고 압력을 넣었다. 남편에게 들을 때는 남편이 옳은 것 같았는데 남편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노조가 나쁘다고 했다. 자신은 솔직히 남편만큼 그들을 설득하며 이야기할 자신도 없었다. 그렇게 77일이 지나갔다. 그녀는 혼자서 이 모든 것을 견뎌야 했다. 남편은 생사조차 알 수 없는데 텔레비전에서는 날마다 쌍용자동차 파업자들로 인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들고 있었다. 서미영 씨는 누구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한 채 창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말을 잃어갔다. 그렇게 파업이 끝났다.


남편은 무급휴직자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모든 것이 바뀌어버렸다. 남편은 평소처럼 아침 일찍 일어났으나 갈 곳이 없었다.

그래도 아침을 먹고 난 그는 "다녀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나갔다 어디 일용직에라도 나가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가지고 들어오는 돈은 생활비로는 너무 적었다. 적금을 깨고 보험을 해약하고, 오래되어 몇 푼 받지 못하지만 차를 팔고, 아이들 돌 반지, 결혼 때 받은 목걸이까지 팔았다. 그래도 돈은 모자랐다. 그러나 문제가 돈만이라면 어쩌면 견딜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실은, 아무 희망이 없었다. 아내도 남편도 아이들도 말이 더 적어져 갔다. 남편은 대개는 술에 취해 들어왔고, 가끔 화장실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날 서미영 씨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일찍 들어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평소에 말수가 적던 아내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하자 임성준 씨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평범하게 그를 맞았다.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풍경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무 표정이 없는 아내의 눈길이 평소보다 약간 더 길게 남편에게 머물러 있었다는 것 정도일까? 약간 겸연쩍어진 임성준 씨는 옷을 갈아입으러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서미영 씨는 무심한 걸음걸이로 베란다로 다가가 문을 열고 그대로 앞으로 나갔다. 그녀의 몸은 허공에서 한 바퀴를 돌아 아파트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졌다. 삶과 죽음 사이, 아무리 평소에 자살을 연습했던 사람이라 해도 한순간쯤은 망설일 그 간격을 그녀는 풀쩍 뛰어넘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거기에 다른 빙이 있었다는 듯 스스럼없는 몸짓이었다. 그래서 아이들도 베란다로 나가는 엄마를 빤히 보면서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그 아이들의 눈앞에서 엄마는 아무 망설임도 없이 몸을 날려버린 것이었다. 그로부터 채 일 년이 지나지 않은 2011년 2월 26일 아침, 아이들은 언제나 일찍 일어나 밥을 챙겨주던 아빠가 늦잠을 자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방문을 열었다. 아빠는 엎드린 채였다. 어제도 아빠는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고 왔다고 했다. 아빠는 엄마가 그렇게 떠난 후 어떻게든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없는 돈이었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심리치료도 받으러 다녔다. 어떻게든 상처를 딛고 살다 보면 회사가 다시 정상화되어 약속한 복직을 시켜줄 거니까 힘내자고 남매에게 말하던 아빠였다.

일 년을 기다리고 다시 일 년을 기다려도 회사는 약속했던 복직은 시켜주지 않고 있었다. 취직도 될 리 없었다. 아직 신분상 쌍용자동차 노동자니까 말이다. 그런 아빠가 너무 가여워서 남매는 먹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참으며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빠가 피곤한가 싶어 더 자게 내버려두고 싶었지만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딸은 아빠의 등에 손을 댔다. 아빠의 등은 벌써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임성준, 쌍용자동차 무급휴직자, 44세. 열일곱, 열여섯 살 남매는 그 일 년 사이 그렇게 고아가 되었다. 아빠가 남기고 간 통장의 잔액은 4만 원...... 150만 원의 카드빚 청구서도 아빠의 죽음 뒤에 날아왔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가 시작된 이래 13번째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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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


처음 내게 충격을 준 임성준 씨 부인의 죽음 베란다 아래로 정말 삶과 죽음의 경계가 한 치도 없다는 듯 떨어져 내렸다는 것이 사실일까. 나는 의아했다. 평소에 우울증을 앓고 있다가 그때 하필이면 악화된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니란다. 누구나 예외가 없단다. 하지만 어떻게 평소에 몸과 마음이 건강했던 사람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목을 매고 있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베란다의 높이가 이만큼 낮게 보일 수 있을까, 어떻게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부을 수 있을까? 어떻게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너질 수 있을까? 죽음에 대한 본능적이고 철저한 경계, 그것은 삶의 가장, 아주 당연한 조건이 아니던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쓸 무렵 영선이라는 인물의 자살을 설정해놓고 정신과 의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때 나는 자살에도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죽는다는 것은 거꾸로 세상을 향한 일종의 구조요청이며, 이 요청 시간을 얼마나 더 두느냐에 따라 절망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가령 수면제나 진정제를 통해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약을 먹는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이 비교적 긴 편이라 그 성공률이 매우 낮으며,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이도 무의식적으로 이것을 의식한다고 한다. 약물에서 깨어난 사람들은 비교적 자살 재시도율이 낮다는 것도 그 반증이라 하겠다. 그러나 목을 매는 경우 절망의 강도는 좀 더하다고 했다. 목을 매는 순간부터 발견되어 다시 살아나기까지의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그런 시도를 하는 경우에도 삶에 대한 희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단 및 초 동안 누군가 그를 발견함으로써 생과 사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살 시도 중 삶의 의지가 거의 없는 가장 절망적인 죽음은 고층에서 몸을 던지는 것이다. 자살이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들은 보통 사회에 메시지를 남긴다. 그것이 유서이든 문자 메시지이든 마지막 전화이든 말이다.

그런데 여기 22명의 사람들은 그것조차 남기지 않았다. 이것은 아마도 세계 정신의학회에 보고될 일이 아닐까 싶다. 하나같이 아무런 메시지도 남기지 않은 그들은 어쩌면 세상과의 소통에 완전히 절망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아주 절망하기 전에 실은 메시지를 보냈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살고 싶다고 살려달라고 외쳤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3년 동안 하루에 '7분씩 100번이나 비명을 지르고 살려달라고 외쳐왔는지도 모른다 그 사람들을 우 리는 무심하고 태연하게 스쳐 지나가 버린 것은 아닐까. 우리는 대체 왜 죽음에 이토록 무감각해진 것일까? 

가지가지 병리를 연구하면서 인간의 이상행동에 이골이 났을 법하지만 정혜신 박사의 눈에 눈물이 설핏 고였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 죽음과 삶의 경계가 허물어진 거예요. 보통 사람은 죽음과 삶의 경계가 아주 뚜렷해 조금이라도 위험한 생각이나 행동은 하지 않으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그렇지 않아요 그러니까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삶의 끈을 놓았다' 라는 상태인 거죠. 삶의 끈이 열 가닥쯤 있다면. 이들은 그중 많은 끈이 이미 끊어져 있다고 봐야죠."

"그러니까 왜요? 해고당한 사람들이 그들뿐만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대체 그들은 그렇게 죽어요?" 

내가 물었다. 정혜신 박사는 약간 의외라는 듯 나에게 무슨 말인가 할 듯하더니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옆에 앉아 있던 다른 분이 내게 설명을 시작했다.

"그게요. 참 복잡해요. 그러니까 지금 쌍용자동차가 인도의 마힌드라라는 회사 것이거든요."

"쌍용자동차가 쌍용 게 아니고 인도 거예요?" 

사람들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하기는 내가 쌍용 자동차에 대해 그 이상 뭘 알고 있었단 말인가. 아니, 솔직히, 아주 솔직히 말해 알고 싶지 않았다는 게 옳을 것이다.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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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가 정상일까?


'이제 생각보다 끔찍한 사회가 올지도 모른다.' 불길하게 직감했지만, 그래도 내가 가만히 있어도 사회가 다시 이성을 회복하겠거니 믿었다.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21세기이고, 이미 언론자유도 있었고, 무엇보다 나는 이런 정치나 경제, 노동 체질이 아니며 똑똑한 분들은 그 분야에 많이 있었다. '다 잘될 거야.' 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왜 꼭 나여야 하냐고?' 생각했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을 돕는 계좌에 얼마간의 성금을 보냈고, 그리고 그것으로 며칠 동안 스스로를 위로하며 편히 잠들 수 있었다. 그런데 죽음의 행진은 그 후로도 지치지 않고 계속되고 있고, 이제 나는 여기 와 있다.


사람이 스물두 명 죽었다. 만일 60만 명이 산다는 서울 노원구에서 똑같은 원인으로 스물두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4,700명이 다니는 학교에서 네 번째 자살자가 생기자 그 학교는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사망자가 발생하지도 않은 신종플루 때문에 전국의 학교들이 휴교를 불사했고 정부는 무료로 약품을 배급했다. 그런데 불과 3년도 안 된 시간 동안 2,646명 중에서 22명의 노동자와 그의 가족이 희생되었다. 언급되지 않는 주변의 죽음과 다행히 실패한 자살 기도를 합치면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모두 같은 울타리에서 같은 원인으로 쫓겨난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쌍용자동차의 죽음은 특히 보수 언론에서는 아예 언급되지도 않는다. 대체 이게 정상적인 사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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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조작, 그리고 2,646명에 대한 사형선고


2009년 1월 8일 상하이차 본사에서는 이사회를 열어 법정관리 신청을 의결한다. 한국 법원은 2월 6일 이 신청을 받아들였다 상하이차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보수 언론에서도 상하이차를 비판하는 기사를 싣는다.

상하이차의 철수가 사전 시나리오에 따라 치밀하게 준비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쌍용차 노조와 일부 애널리스트는 쌍용차의 중국인 이사의 임기를 그 근거로 들었다. 중국인 이사 6명 중 5명의

임기는 모두 올해 3월 말 끝난다. 대주주인 상하이차가 중국인 이사들의 임기 만료 직전에 쌍용차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주장이다.

쌍용차에 따르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천홍 상하이차 총재는 2007년 3월 24일 임기 2년의 사내 이사에 재선임돼 올해 3월 임기가 종료된다. 쌍용차의 3인 대표이사 중 한 명이었던 장하이타오도 같은 날 임기가 끝난다. 상하이차는 2006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중국인 4명, 한국인 5명이던 쌍용차 이사진을 현재의 중국인 6명 한국인 3명 체제로 바꿨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법원의 법정관리 개시 결정이 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의 경우 아직 부도난 어음도 없고, 자산(약 2조 원)이 부채(약 8,000억 원)를 크게 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선일보〉, 2009년 1월 13일자



그랬다 누가 보아도 이 법정관리 신청은 이상한 점이 많았다. 우선 기업이라는 것이 계속해서 신제품을 내놓아야 하고, 신제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투자가 당연한 것인데, 회사를 인수한 후 한 푼도 투자하지 않고 있다가 경영이 악화되었다며 법정관리를 신청한 점, 또 법정관리란 채권자가 망할 위기에 있는 기업에 빚을 돌려받기 위해서 신청하는 것인데 최대주주인 상하이차가 직접 신청한 점, 아직 부도 위기도 맞지 않은 상태라는 점, 부채율이 150%가 넘지 않으면 재무상태가 건전하다고 보는 것이 관례인데 법정관리를 신청한 점 등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게다가 법원은 노조와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법정관리인의 한 사람으로 박영태 쌍용자동차 상무를 선임했다. 이 사람이 바로 경영 부실의 책임자인데도 말이다. 쌍용자동차 노조는 "박영태 상무는 재무, 회계, 기획을 총괄했던 상하이차 자본의 철저한 하수인으로서 누구보다 이 사태의 책임자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관리인은 정상화를 위해 선임된 것인데도 이 사람은 다른 가능성은 모두 생각하지 않고 오직 구조조정의 필요성만을 역설하던 자다." 라고 비난했다. 


한편, 법원은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쌍용자동차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쌍용자동차의 존속가치가 청산하는 것보다 높게 나와야 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이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가 비인간적일 뿐 아니라 불법이라는 혐의가 여기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상하이차가 내세운 유동성 위기만으로는 자본 철수 명분이 미진했다. 그들은 좀 더 확실한 명분을 만들어야 했고, 2008년 말 쌍용자동차의 의뢰를 받은 안진회계법인은 갑자기 쌍용자동차의 건물, 구축물, 기계장치, 공구와 기구 등 유형 자산 평가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쌍용자동차의 자산 평가액을 전년도보다 5,177억이나 감액한다.

즉 건물의 손상차손(손상차손이란 자산이 낡아가기 때문에 만일 미래에 그것을 팔았을 때 현재보다 헐값을 받게 되는 손해액을 말한다. 예를 들어 내가 어제 1,000만 원에 자동차를 샀는데 바로 팔 일이 있어 중고차 시장에 내놓게 되면 중고차란 이유로 950만 원 이상은 못 받을 것이다. 이때 손상차손액은 50만 원이다. 즉 그것을 지출하지 않았지만 지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이다.) 누계액이 2007년도 약 23억 원에서 2008년도 약 2,000억 원으로, 구축물의 손상차손 누계액이 2007년도 약 8,600만 원에서 약 375억 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기계장치의 손상차손 누계액이 2007년도 약 8억 원에서 2008년도 약

1,000억 원으로 기재되어 있다. 지진이나 화재가 일어난 것도, 외계인이 나타나서 건물에 전부 구멍을 뚫은 것도 아닌데 갑자기 모든 건물, 기계장치, 차량운반구의 자산가치가 이렇게 변하는 일이 있을까? 8억 원의 손상이 어떻게 일 년 만에 1,000억 원으로, 8,600만 원이 375억 원으로 증가할 수가 있는 걸까? 

이 찬란한 회계보고서로 인해 오직 서류상으로만 2008년 9월까지 168%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은 561%로 증가한다. 또한 당기 순손실 역시 2008년 9월까지 980억 원이었으나 3개월 만에 7,100억 원으로 치솟는다. 이제 누가 봐도 부채비율 600%, 당기 순손실 7,000억 원의 문제기업이 되는 것이다(2008년 모기업이 파산해 문제가 더 심각했던 GM 대우의 경우 손상차손은 28억 원, 위기에 처했을 때 르노삼성이 21억 원이었다. 그런데 유독 이때 쌍용자동차에서만 5,000억 원이 넘는 손상차손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기업의 건축물과 기계장치, 설비 등이 일 년 만에 100분 의 1, 1,000분의 1로 가치가 떨어져 버릴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지진이 일어나거나 토네이도가 휩쓸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들은 면허증을 가진 회계법인, 즉 권위 있는 전문가 집단이었고, 이들의 감정은 바로 법이 된다. 그들에게 부여된 면허증에 양심과 도덕이라는 항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것이 2008년이었는데, 2009년 법정관리와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쌍용자동차는 삼정KPMG에 회계감사를 의뢰하고 얼마의 인원을 정리해고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삼정KPMG는 새로 자산을 측정하지 않고 2008년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2,646명을 감원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삼정KPMG, 삼일회계법인, 안진회계법인은 한영회계법인과 더불어 우리나라 최대 회계법인이다(삼정KPMG는 이미 2006년 외환은행 주가조작을 통한 론스타 해외 헐값 매각 사건에 론스타가 지정한 회계법인이다. 이쯤 되면 생각나는 것이 많을 것이다.), 이런 대형 회계법인들은 서로 긴밀한 학연, 지연 등의 인맥으로 얽혀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률사무소 김앤장이 일본 정부 측 변호를 맡아 화려한 언변과 광범위한 인간관계망으로 2심까지 승소하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일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이 대형 법인 외에도 평가를 행하는 또 하나의 기관이 있는데 바로 한국감정평가원이다. 그런데 한국감정원의 평가는 아주 달랐다.

손상이라는 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산이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면, 어떻게 같은 건물, 같은 시설, 같은 기계장치를 나중에 평가한 액수가 더 비싸게 매겨질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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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회생절차에 따라 쌍용자동차 측은 유형자산 평가액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했다. 한국감정원은 2009년 2월 5일을 기준으로 한 자산감정평가서를 3월 10일에 내놓았다. 규정대로 시가를 기준으로 작성된 한국감정원의 유형자산 평가액은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것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안진회계법인의 감사보다 두 달가량 나중에 집계된 '최신' 자료에 근거한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쌍용자동차 측은 이를 반영하지 않고 2008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한 안진회계법인의 보고서를 3월 27일 그대로 제출했다. 이는 '기업회계기준 제6호'를 지키지 않은 사례라는 게 김(태욱) 변호사의 판단이다.

회사가 어려워져 도산에 이르렀는데, 자신의 자산이 더 있다는 평가가 아니라 나는 가난뱅이이고 곧 망한다는 보고서만 제출한 것이다. 이유는 뭘까. 더구나 이는 법률 위반이다.

이 회계법인들은 쌍용자동차 노조와 금속노조, 그리고 사회단체 등에 의해 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당한 상태이지만 2012년 7월 20일 현재 검찰이 조사에 들어갔다는 보도는 어디에도 없다.

이들은 대체 무슨 근거로 일 년 사이에 건물의 손상이 23억 원에서 2,000억 원으로 늘어났다는 것일까? 그 정도라면 3년이 지난 지금 쌍용자동차 기계들은 고철 처리되고 건물은 부슬부슬 허물어져야 하지 않을까? 앞서 말한 대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기 위한 근거가 되었던 회계 자체가 무효이므로 이 정리해고는 무효라는 소송이 제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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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리해고 무효소송의 판결이 원고인 노동조합의 패소로 결정된 지 얼마 후 22번째 희생자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한다. 아무 유서도 남기지 않은 그의 죽음의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 만, 동료들은 그가 1심의 판결에 대해 많은 기대를 했다가 몹시 실망하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사회에 과연 정의가, 희망이 있을 수 있느냐며 개탄도 했다고 한다. 앞으로 2심, 3심이 남아 있고 재판은 법원의 재량이지만, 어쨌든 그는 더 기다릴 여유도 희망도 없었던 것 같다.

판사들의 말에 따르면 어떤 사건, 어떤 흉악범에게든 사형선고를 내리고 나면 한동안 인간으로서 많이 힘들다고 한다.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 노고를 치하하는 바이다. 그러나 이 판결로 인해 오직 쌍용자동차가 인생의 전부였던, 세상에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노동자가 바람 찬 봄밤 23층에서 몸을 던졌다는 것을 그분은 알까.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아서 더욱 잔인하고 조용한 사형선고였다는 걸.

한편 이와는 별도로 법원이 상하이차의 기술 유출에 대해 무혐의를 선고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판결의 근거가 된 것은 자동차부품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였다. 그런데 이 연구소는 쌍용자동차 전 대표가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범죄의 용의자가 증거에 대해 스스로 감정해서 법원에 제출한 꼴이다. 쌍용자동차가 컨설팅을 의뢰한 회사는 론스타를 변호한 회계법인 삼정KPMG이다. 법원이 지정한 법정 관리자는 바로 이 사태의 책임자(글쎄, 《도가니》에 나오는 인화학교 교장에게 사태 조사와 수습을 맡긴 꼴이라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정작 영장을 발부받아 쌍용자동차를 수색해 기술 유출 혐의로 기소한 검사는 사라지고, 재판은 이유 없이 지연되고, 자료는 열람되지 않는다. 이쯤 되자 나는 '도가니' 가 광주에만 장애아들이 다니는 외딴 사립학교와 교육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버젓이 대기업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전율했다.

내가 명명한 그 도가니 같은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08년 회계 조작을 권장 또는 주도한 혐의가 짙은 안진회계법인은 2010년 상하이차로부터 회사를 매입하는 인도 마힌드라사의 주간사로 변신한다. 쉽게 말하자면 "그 집에 귀신 나와요."라고 소문낸 다음 친구를 데려와 싼값에 사게 하는 악덕 부동산 업자에 비할 수 있을까? 안진회계법인은 현재까지 마힌드라사의 감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럼 3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삼정KPMG는?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 회사는 론스타 '먹튀'를 도와준 회사인데, 이 회사는 상하이차 쪽에서 정리해고 후 회사를 팔 때 상하이차의 주간사가 된다. 이 들이 얼마나 많은 수수료를 받았는지 나는 모른다. 단순 부동산 거래라고 쳐도 어마어마한 액수일 것이니 그저 많은 액수겠구나 짐작할 뿐.

그런데 한 가지 더 오묘한 일이 여기에 보태진다. 갑작스러운 해고에 항의하던 노동자들을 경찰과 정부, 보수 언론이 벌레처럼 짓밟아 내쫓아버린 후 상하이차는 쌍용차를 팔려고 내놓는데, 그 매각에 단순히 삼정KPMG만 수수료를 먹겠다고 나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쌍용차 측은 인수·합병 용역의 주간사로 삼정KPMG 컨소시엄을 선정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허가를 받았다.

컨소시엄이란 규모가 큰 사업이나 투자 따위를 할 때, 여러 업체 및 금융 기관이 연합하여 참여하는 것을 말하는데, 상하이차의 매각에 왜 컨소시엄이 필요한지 모르겠거니와 이때 난데없이 맥쿼리 증권의 이름이 보인다. 맥쿼리? 들어본 이름이지 않나? 최근 제멋대로 통행료를 올린 우면산 터널에도 맥쿼리란 이름이 보이고, 지하철 9호선에도 보이고, 인천공항을 파는 것이 소원인 이명박 대통령만큼 간절하게 인천공항을 사고 싶어 하는 명단에도 이 이름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큰아들 이지형이 2007년 9월까지 맥쿼리 IMM의 자산 운용사 대표로 있음을 참고로 알려드린다.

그리하여 쌍용차는 이익도 못 내고 시설은 다 낡아빠지고 노동자는 너무 넘친다는 요지의 보고서로 2,646명을 해고했다. 2004년까지 현대자동차보다도 수익률이 높던 쌍용자동차의 자산가치를 파격적으로 깎아내린 두 주인공 안진회계법인과 삼정KPMG는 각각 마힌드라사와 상하이차의 주간사가 되어 마주보고 사이 좋게 도장을 찍는다. 이분들은 참 자주 만나겠다 싶다. 이들은 얼마의 수수료를 받아갔으며, 맥쿼리는 난데없이 여기 왜 나타났는지...... 앞으로 다른 분들이 더 밝혀주시기를 바란다. 나는 그것이 정말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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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처럼 스며든 명단


정리해고는 우선 풍문으로 평택 시내를 한 바퀴 돌고 난 후 유령처럼 집 안 곳곳에 스며들었다. 술집에도 거리에도 목욕탕에서도 그것은 안개처럼 늘 자욱이 깔려 있었다. 그렇다고 딱히 발표되는 것도 없었다. 쌍용자동차 관리자들은 틈만 나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희망퇴직을 종용했다. 이른바 정리해고 명단이라는 것을 흘리는 방식이었다. "어차피 자네는 거기 들어 있어. 틀림없다니까."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럼 정리해고의 기준은 있었나? 아무도 그것을 알 수 없었다. 실제로 야근과 특근을 밥 먹듯이 하고 한 번도 결근하지 않은 노동자들은 해고되고, 자신은 결근과 조퇴가 많아 해고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남은 경우도 많았다. 어떤 노동자는 대체 왜 해고되었느냐고 따지니 총각이라 그랬다는 어처구니없는 대답을 듣기도 했다.

희망퇴직자에게는 2개월 치의 임금이 수당으로 지급되었다.

"어차피 해고될 건데, 그전에 희망퇴직을 신청해서 그 돈이라도 챙겨라."라는 말에 노동자들의 마음은 흔들렸다. 작업이 끝나면 관리자들과 식사라도 하려고 줄을 서는 사람이 늘어났다. 자신이 명단 안에 들어 있는지 아닌지 알기 위해서였다. 작업장은 뒤숭숭해지고 모두가 말이 없어져 갔다. "회사가 어려우니 이럴 때 쌍용 자동차를 새로 산 사람은 명단에서 빼준다더라" 라는 말도 돌았다. 더 받을 수 없는 대출을 늘리고 일가친척에게 돈을 빌려 쌍용 자동차를 새로 산 사람도 있었다. 한마디로 아무 기준도 없었다. 사람들은 남는 명단에 있을 사람을 산 자, 나가야 한다고 지 적당한 사람을 죽은 자라고 불렀다. 자조 섞인 농담이었으리라.

그러나 평택 시내에는 아이들까지 산 자와 죽은 자를 알았고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가느다란 도랑이 파이고 졸졸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중에 시냇물이 되고 폭포가 되어 대양처럼 넓어져 정 말로 산 자와 죽은 자처럼 다시는 서로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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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놀이 



의자놀이가 생각났다. 어렸을 때 하던 그 놀이, 의자를 사람 수보다 하나 덜 놓고 노래를 부르며 빙글빙글 돌다가 노래가 멈추는 순간 재빨리 의자에 앉는 놀이. 행동이 굼뜬 마지막 두 명은 엉덩이를 부딪치며 마지막 남은 의자를 차지하려 하고, 대개는 한 명이 엉덩이를 붙이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것으로 끝이 난다. 정말 그럴 생각은 없지만, 마지막 순간이 되면 술래가 되지 않기 위해 친구를 밀어 버리고 내가 앉아야 하는 그 의자놀이, 쌍용자동차 관리자들은 이 거대한 노동자 군단에게 사람 수의 반만 되는 의자를 가져다 놓고 마친 그런 미친 놀이를 시키는 것 같았다. 기준도 없고, 이유도 납득할 수 없고, 즐겁지도 않으며, 의자를 놓친 자들에게는 죽음을 부르는 그런 미친 놀이를, 15년에서 20년을 다닌 정든 일터, 나태하지도, 규율을 어기지도 않았다. 몸이 아파도 열심히 일했다. 라면과 요구르트 지급을 중단한 것도 치사하지만 참았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생애 마지막으로 만져볼 유일한 목돈, 퇴직금을 담보로 내놓자는 노조의 의견에도 모두 동의했다. 그런데 이제 "너, 나가!" 하면 "네, 알겠습니다" 하고 나가야 하나? 사람이라면 질문해야 하고 합리적인 납득을 기다려야 한다. 당신이라면 그렇지 않겠나?

일터는 단지 먹이를 구하기 위해 가는 장소가 아니다. 돈만 벌면 어디든지 다 좋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터, 우리에게 생활을  보장해 주고, 우리에게 밥과 의복을 주며, 사람들을 엮어내서 인간의 사회적 욕구를 펼치게 해 주는, 우리의 품위와 자부심, 그리고 긍지를 주는 내 인생이 펼쳐지는 현장이다. 가정과 직장이라는 두 들판이 우리의 인생인 것이다. 그리고 가정이 무너지면 가끔 직장생활도 무너지지만, 일터가 무너지면 가정은 거의 대부분 무너진다. 아무런 사회안전망, 즉 재취업과 실업보험, 혹은 무상교육, 무상의료, 주거 등에 대한 약속 없는 정리해고는 삶에서 해고된다는 말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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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배운 관리자들은 가난한 피고용자들이 빵 앞에서 얼마나 비굴하고 절망적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예측한 대로 모두가 단결하여 승리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산 자들은 살았으나 죽은 것 같은 노동계약에 도장을 찍었다.

쌍용자동차 파업의 후유증은 나중에 이야기할 잔인한 진압, 비인권적인 정부와 사측의 처사 외에도 복잡한 요인을 안고 있는데, 그 큰 흐름 중 하나가 바로 이 산 자와 죽은 자들 사이를 끝없이 이간시키는 노무 관리자들이었다.


그리하여 또 한 사람이 죽는다. 바로 산 자에 들었던 사람이었다. 회사는 소위 산 자들을 강제 동원하여 데모에 앞장서게 한다. 옆의 동료가 하루아침에 해고자가 되면 어떻게 될지 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비굴한 도장을 찍고 살아남아야 했던 것도 그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강제로 동원되어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해고당한 동료들을 향해 비방하는 구호를 외쳐야 한다면 어떤 심정일까.

47세. 한창 자라던 아이들의 아빠인 김태훈 씨도 그런 경우였다. 그는 조합원이었고, 조합원의 역할을 열심히 했던 사람이었다. 6월 10일 평택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사측의 관제 데모에 동원되어야 했던 그는 부산에서 버스를 타고 와 그 데모에 참석했다.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돌아가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 쓰러졌다. 그날 그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어쩌다가 우리가 이런 처지가 되었나. 동료가 살겠다고 데모를 하는데 그나마 아직 안 쫓겨난 내가 가서 그들을 욕하는 구호를 외치니,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노노분열을 부추기는 회사가 정말 싫어. 나는 요즘 거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다."였다. 관제 데모도 해고와 같은 살인이었다. 나중에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두루 만나보고 나는 이 사실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 이들은 내가 만나본 어떤 사회 그룹보다 말하자면 융통성이 없고, 그냥 순박한 모범생들 같은 집단이었다. 옳으면 옳고, 아니면 아니었다. 참으로 반듯했다. 그들이 끼우던 그 부품들처럼 그렇게.

그리하여 자신의 비겁함을 견디기 힘들었던 가장 양심적인 사람이 또 하나 희생된다.

그리고 이틀 후 희망퇴직자 중 한 명이 자신의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놓고 자살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는 희망퇴직 이후 아파트 대출 상환금 1,000만 원을 갚을 길이 없어 몹시 괴로워했다고 가족은 전했다. 해고가 시작된 지 한 달도 못 되어서 벌써 다섯 명이 희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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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인간에 대한 환멸


유신 치하의 나는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이 난무하던 여고에 다녔다. 여고 시절이라는 예쁜 단어를 기억하면 꽃송이 대신 마음 한 구석에 독버섯이 돋아나는 것 같다 그중 하나가 잘못한 아이 둘을 세워놓고 서로 따귀 때리기를 하던 장면이다. 처음에는 키득거리며 아이들은 서로를 장난스레 건드린다. 사디즘을 즐기기 위해 선생이 된 것 같은 선생이 살살 때리는 아이의 뺨을 냅다 갈기며 이렇게 갈기지 않으면 또 맞을 거라고 엄포를 놓는다. 아이는 놀라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다가 자기가 더 맞지 않기 위해 상대방의 뺨을 있는 힘껏 때린다. 상대방 아이는 놀란다. 설마 이 아이가 내 뺨을 진짜로 세게 때릴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자 상대편 아이도 있는 힘껏 맞은편 아이의 뺨을 때린다. 그리고 두 소녀의 얼굴이 겨울철 사과보다 더 벌게질 때까지 번갈아 서로를 때린다. 그리고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면 그들은 자리로 돌아가지만, 다시 예전 같은 친구로 남지 못한다. 당연히 선생이 나쁜 거고, 그들도 그걸 알지만, 그냥 선생한테 매를 맞았다면 둘이 서로 위로하며 다시 친하게 지냈겠지만,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아픔은 우정보다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만 그러는 건 아닌 거 같다. 나는 이들이 그런 메커니즘 속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머리로는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그때부터였다. 회사는 "쟤들이 죽어줘야 우리가 산다."라는 말을 노골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쟤들이 살면 우리는 함께 죽는다."라는 말도 했다. 살아남은 인간이 가진 여러 속성 중 하나인 죄책감이 서서히 '죽은 자'들에 대한 분노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에서나 밖에서나 모든 노동자는 공통된 한 가지를 경험하는데 그것은 인간에 대한 환멸' 이었다.

"그날 밤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치는 게 들렀어요. 이런 회사 더 다니라고 해도 싫다, 싫어! 환멸이야!" 다들 아무 말도 못 했어요. 침묵이 완전히 내려앉았죠. 정말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죠. 그런 심정이었어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날 밤 가장 많은 이탈자가 생긴다.


그동안 상하이차의 '먹튀' 논란으로 여론은 어느 정도 노조 편이었다. 그러나 사측이 자신들이 휘두른 폭력은 생략하고 구사대원들이 맞는 장면만 드러난 사진과 필름을 돌리며 노조원들의 폭력성을 부각시키자 보수 언론들이 이에 호응하며 노조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로 국민의 원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었던 때이니만큼, 추도식이 얼추 끝나자 보수 언론과 경찰 쪽에서는 쌍용자동차 노조를 희생양으로 삼아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도 있었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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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우리보고 죽으라 한다


녹색병원과 전국금속노조는 이 무렵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검진한 결과를 발표했다. 노조원 257명의 정신건강 상태를 연구한 임상혁 노동환경 연구소 소장은 "처음에는 콤마를 잘못 찍은 줄 알았다. 정상인 사람이 7%밖에 안 된다. 심리상담이 필요한 중증도 우울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50년간 미군의 폭격으로 물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매향리 주민들보다 3배나 높다."고 말했다. 파업에 참가한 쌍용자동차 노동자 중 48.2%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고 있고, 전체 중 71%가 심리상담 등의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우울 증세를 보이고 있었으며, 이는 인명사고를 경험한 기관사나 성폭력 등 각종 폭력에 노출된 서비스 노동자보다 6~7배 높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보고서인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노동자 3차 정신건강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90명의 80%가 중증 이상의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1년간 자살률은 일반인의 3.74배, 심근경색 사망률은 18.3배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이들은 계속 진압당하는 악몽을 꾸고, 헬기 소리는 물론 선풍기 소리에도 비명을 지르는 등의 엄청난 후유증을 보이고 있으며, 농성이 계속된다고 생각해 집 안에 비상식량을 쌓아두고 새총을 장전하는 등의 정신이상 증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혼으로 깨진 가정이 수없이 생겨났다. 거의 모든 사람의 삶이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이 무렵에라도 서둘러 심리치료를 받았다면 자살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부질없이 생각해본다. 비용이 만만찮다고 말하겠지. 나는 꿈꾼다. 최소한 두 가지,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고, 돈이 없어 교육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나라. 자고, 먹고, 입는 것이 최소한 보장되는 나라...... 그래 그 돈이 없어서 우리는 그들을 보냈다. 그냥 보낸 것이 아니라 엄청난 고독과 절망으로 세상을 향해 한 글자도 남기고 싶지 않을 만큼의 절망 속에서 말이다. 22번째 자살자까지 아무도 유서가 없다. 자살한 한 노동자의 휴대전화에서는 모든 이름과 전화번호가 지워지고 '어. 머, 니' 세 글자와 어머니의 전화번호만 남아 있었다.


얼마 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혜신 박사는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인구 10만 명당 31명이 자살하는 최고 자살국이다. 그러나 쌍용자동차의 경우 해고 노동자 2,646명 중 22명이 사망했는데, 그중 자살자는 12명이다. 국내 자살률의 15배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쌍용자동차 팀은 "내가 만난 환자들 중 최악"의 우울증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정 박사는 "파업 후 구속당한 아픔보다 이후 쏟아지는 사회적 거부감과 비난이 이들을 더 절망감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초기 상담에 참여한 해고자들은 심리적으로 비교적 건강한 사람들"이었는데도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통제하면서 자기 상처를 드러낼 용기를 낸 이들에게서도 이미 자살충동이 너무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정 박사는 "일반적으로 정리해고는 한 인간이 무리에서 배제되는 치명적인 경험"이라며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은 이에 더해 전쟁 상황 같은 77일간의 옥쇄파업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 이하의 모습을 접한 뒤 본인이 직접 확인한 바닥까지 갔던 경험은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고 했다.

정 박사는 이를 고문 피해자에 빗대 "극한의 고문을 당했던 분들에게 무엇이 가장 고통스러웠느냐."고 물어보면 놀랍게도 고문당했던 경험보다 감옥을 나와 사회생활을 하면서 받은 상처가 가장 끔찍했다고 얘기한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해고자들 또한 옥쇄파업을 하고 구속당하는 것보다 그다음 이어지는 삶이 이들에겐 더 큰 형벌이다.

그리고 이들은 아직도 죽음 앞에 서 있다. 희망이, 정의가 없는 까닭이며, 그것이 회복될 가능성은 더더욱 없기 때문이며, 자신들을 폭도로 몰아가는 힘센 정권과 언론과 여론이,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그들에게 억울함을 이야기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PD수첩〉에 출연했던 한 노동자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사회가 우리보고 죽으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이 사회에서 나가 달라고."


(...)


파업이 끝나자마자 평택 공장의 분위기는 급변했다. 한마디로 '회사 눈 밖에 나면 일자리를 잃는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들은 '불만 있으면 나가라 일할 사람 얼마든지 있다.' 하는 태도였다. 동료들과의 유대도 허물어졌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사람 수보다 하나 모자라게 의자를 가져다 놓으면 사람들은 알아서 서로 경쟁하고 긴장한다. 노동강도는 훨씬 세어져서 동종업계 세계 최고이다.

나는 자료를 읽다가 생각하기도 싫은 23번째 희생자는 공장 내의 산 자 들에게서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글을 마칠 즈음인 2012년 6월 초 창원 공장에서 야근을 마친 40대 초반의 노동자가 샤워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태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분의 쾌유를 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2011년 봄 벌써 15명의 희생자가 나온 쌍용자동차 사태를 라디오 연설에서 언급한다.


30일 오전 이 대통령은 66번째 라디오 연설에서 "연봉 7,000만 원을 받는다는 근로자들이 불법파업을 벌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며 "평균 2,000만 원도 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아직도 많은데 그 3배 이상 받는 근로자들이 파업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내용상 유성기업의 파업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유성기업의 급여는 파업 직전 현대기아차 측이 공개한 자료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자료에 따르면 생산직은 7,015만 원, 관리직은 6,192만 원으로 나와 있었고, 이를 보수 성향의 언론과 주요 경제지에서 그대로 받아쓰며 귀족 노조 과업 논란을 부추겼다.

하지만 이는 곧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유성기업 노조에서 공개한 입사 8년 차 조합원의 급여명세서를 보면, 각종 세금과 건강보험, 기본급, 기본급 외 수당 등을 다 합해 251만 원으로, 연봉 3,000만 원 정도였다. 기본급은 123만 4,316원이었고, 휴일에도 15시간을 일하고, 평일에도 28시간의 잔업까지 해서 받은 금액이다.(중략)

또 "쌍용차의 경우 파업 사태 전까지는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106시간이 걸렸지만 노사관계가 안정된 뒤에는 38시간으로 줄어들었다."며 "예전에 차 한 대 만들던 시간에 이제는 세 대를 만들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2011년 5월 30일자



이 때는 나와 정혜신 박사를 쌍용자동차에 관심을 가지게 했던 그 남매가 고아가 된 지 한참이 지나고 다른 희생자 2명이 더 나왔던 시점이다.

그리고 설사 유성기업의 노동자들이 7,000만 원을 받는다 해도 파업은 엄연히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이다. 돈을 많이 받으면 파업을 하면 안 된다니......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돈을 받으면 불만을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도 있는 걸까? 돈이 얼마나 중요하면? 그러면 대통령이 2,000만 원 연봉의 비정규직 파업은 지지했을까?

이제는 철학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 다시 온 것 같다.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삶이 무엇 때문에 지속된다고 생각하는지, 인간의 노동이 무엇인지, 인간은 진정 무엇으로 고난을 이겨내는지 그런 철학 말이다. 나는 생각해보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생애를 통틀어 어떤 때 가장 행복했을까? 그리고 어떤 때 인간은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할까? 이 연설문을 보면 그는 자동차가 한 대 생산될 시간에 세 대가 생산되면 행복하다고 믿나 보다. 그런데 그 자동차는 누가 탈까? 한 명씩 죽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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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요즘은 법원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내리는 그 시점부터 다시 해고하는 악랄한 회사도 있다. 아름다운 기타를 만드는 콜드-콜텍 같은 회사가 그렇다. 그들은 법대로 한다고 하는데, 자본가들에게 법은 정말 우습다. 그럼 법은 돈 없는 이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인가? 글쎄......

선진국 중 가장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일본 법원도 순수하게 정치적인(예를 들면 쌍용자동차 노조가 이명박 퇴진을 요구하는 파업을 한다든지) 것 외에는 불법이 아니라고 보는 것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 법원의 경직되고 우경적인 편협성은 우리의 삶 자체를 위협하는 요소로, 이미 경찰의 과잉폭력만큼 가까이 있다.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분향소에 앉아 지나가는 회사원들을 바라보며 나는 가끔 생각하곤 했다. '이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일이 남의 일이 아닌 거 아시죠? 이 사람들도 나름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던 보수층이었다는 거 아시죠? 사장이 오늘 당신을 해고한다고 해서 대드는 순간 불법이란 거 아시죠? 아시죠, 네?'

사법부, 검찰...... 그대들은 우리의 행복한 시간을 위해 풀어야 할 역사의 과제로 남게 되었다.

처음에 나는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가여워서, 그들이 죽지 않게 하려고 이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자료를 들추면 들출수록,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나라는 노동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너희는 우리를 위해 소모되다가 우리가 그만하라면 그만하고 죽어라 알았지?"

이런 생각이 드는 내 자신이 싫었다. 설마 세상을 그렇게 비판적으로 봐야 할까. 나를 나무랐다. 그러나 아니었다. 어떻게 하라는 말일까? 그렇게 해고해놓고, 먹고살 길이 없는 데 어떻게 하라는 말일까? 게다가 폭도며 과격분자며 마침내 빨갱이 칭호에 이르고 나면 더는 아무 대책이 없다.

우리 아이들이 입시경쟁을 치르고 스펙을 쌓고 취직을 한다 해도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빙자한 '더 많이 벌기 위한 경영상의 이유'로 오래도록 성실했던 내 아이들을 해고시킨다면, 그래서 거기에 항의하는 내 아이들을 경찰이 와서 테러범처럼 진압한다면, 문서상으로 보아도 조작이 분명 한데 전문가들끼리 그게 맞다고 우긴다면, 그래서 내 아이가 대한문 앞 비닐 천막에 쭈그리고 앉아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외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안 것이다.

그러니 나는 앞으로 아이들에게 말할 것만 같다.

"절대 열심히 일하지 마라. 상사 눈에 들게 적당히 만 해라. 특히 명절이나 기념일에 작은 거라 도 선물을 챙기고 사석에서 좋은 말만 하거라. 사람이란 게 아부인 줄 알면서도 싫어하는 사람 절대 없다. 그리고 근무시간 중에도 틈나는 대로 부동산이나 증권을 검색하면서 불시에 닥칠 해고나 노후에 대비하도록 해라. 알았지? 그래야 상처받지 않는다. 그래야 산다. 그리고 만일 정리해고를 하겠다고 하거든 '네, 알겠습니다!' 하고 어서 회사를 나오너라. 안 그러면 다 불법이야!"

나라가 망할 것 같았다. 나라가 망하면 내 노후는 내가 부은 국민연금은 어떻게 받나? 나는 그게 두려웠다. 진심이다.


신자유주의란 여기 임금이 비싸면 저기 싼 곳으로 옮겨간다. 여기서 일하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다. 그들은 그것을 유연화라고 부른다. 이 아름다운 이름, '유연화'라는 명사는 그러나 실은 무척 잔인하고 폭력적인 것이다. 그것은 해고의 유연화, 빈곤의 유연화, 살인의 유연화, 살인 은폐의 유연화, 인간 경시 유연화의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그렇게 싼 임금을 찾아 자본은 세계를 누빈다. 한진중공업도 그렇게 필리핀으로 갔고, 법원이 부당해고를 했다고 복직시키라는 사람을 그 자리에서 다시 해고한 콜트-콜텍도 그렇게 중국으로 갔다. 중국의 임금이 오르면 그들은 미얀마나 스리랑카, 나중에는 아프리카로 갈 것이다.

결국 신자유주의는 싼 임금이 뒷받침되어야 유지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비싼 임금을 받던 사람들은 그렇게 모두 일시에 해고당하고 가난해지고 불안해진다. 모든 사람을 가난하게 만들면 일시적으로 자본가들이 부를 차지할지 모르지만 그 후에 그들의 산업도 쇠락한다. 수요가 줄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부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건 가난한 이들의 고혈을 짜는 방식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기들에게 이용당해주는 99%가 있기에 이 영화도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배고픈 자들은 결코 모두 단결하는 법이 없으니까. 의자를 반만 가져다 놓고 빙글빙글 돌다가 앉으라고 하면 옆 사람들을 확 밀치고 자기만 살려고 할 테니까.

그게 인간이라고 그들은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그랬고, 그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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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자, 함께!


상하이차는 파업 후 쌍용자동차를 인도의 마힌드라사에 넘겼다. 상하이차로서는 만족스러운 해결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면 한진중공업은 조남호 회장이라는 대상으로 상징적 대치상황이 정리된다. 현대자동차 하면 정몽구 회장, 삼성 하면 이건희 회장 같은 식이다 그런데 쌍용자동차에는 대상이 없다. 그들은 마치 유령과 싸우는 것 같다. 유령과 싸우면 싸우는 사람이 제정신을 잃게 된다.

지금 그들이 평택으로 가면 인도 자본인 마힌드라사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당신들을 해고한 것은 우리가 아니었고, 복직시켜 주겠다는 것도 우리의 약속이 아니었다고. 상하이차는 말이 없을 것이다. 관리자들은 말할 것이고 말하고 있다. 우린 그저 시키는 대로 했다고. 게다가 노무현 정권 책임도 있는데 왜 우리만 갖고 그러냐고 할지도 모른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관리자들이 밉지만, 그들이 적대의 진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조합원들은 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로부터 받은 고통이 덜어지는 것도 아니다. 산 자들도 밉지만 그들도 고통의 제공자가 아니다. 고통은 있는데 고통의 원인 제공자는 종잡을 수가 없다.

싸움의 쟁점 또한 그렇다. 원래는 회계 부정과 조작에 따른 상하이차의 부정, 그리고 그와 연루된 한국의 회계법인이 부당해고를 설명하는 키워드였다. 그러나 희생자가 늘어나면서 자살이 쌍용자동차 문제의 가장 큰 본질처럼 변해버렸다. '먹튀'를 방조한 국가권력, 산업은행, 그리고 기술 유출을 눈감다시피 한 검찰, 엉뚱한 사람이 내놓은 근거로 기술 유출 무죄를 선고한 무성의한 법원, 약속을 지키지 않는 회사......

쌍용자동차 투쟁이 그 전의 정리해고 반대 투쟁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자본의 철저한 배제 전략, 숨 쉴 틈 하나 주지 않는 고립과 낙인, 그리고 무대응, 공동체의 붕괴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갈등을 피할 핑곗거리는 풍부하다는 것 등이라고 혹자는 말했다.

생각해보라. 삶은 파탄 나고 하루아침에 빈민으로 전락했다. 상처의 후유증은 몸과 마음에 깊이 새겨져 하루 종일 쓰리다. 희망이라고는 아무 데도 없는데 폭도, 빨갱이라고 손가락질마저 받는다. 그런데 미워할 대상이 없다. 친구도 끊어지고 동료들도 뿔뿔이 흩어진 날, 곰곰이 생각해보니 더 공부 많이 해서 출세하지 못한 내가 바보 고 내가 죄인인 것만 같다. 부모만 잘 만났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이제 나 만나서 아내와 아이들도 고생하는 것 같다. 다 내가 못난 탓이다. 내가 죄인이다,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게 남 탓해보지 못하고 평생을 산 착한 그들에게 가장 쉬웠을 것이다.

쌍용자동차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앞으로 우리를 고용하고 월급을 주고 해고하게 될 자본은 대개 쌍용자동차와 같은 성격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해고하는 것도 이런 자본일 것이다. 눈이 팽팽 돌 정도로 헷갈려서 대체 누가 이 회사의 주인인지도 모를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아직도 의혹에 싸여 있는 BBK를 보라, 주가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들 역시 대체 누구를 고소해야 좋을지, BBK의 주인이 누군지 아직도 모른다. 맥쿼리사를 보라. 인천공항을 매각한다는데 그걸 맥쿼리사가 산다면 이명박 정부가 공항을 파는 것인지 사는 것인지 아리송해질 수 있다. 맥쿼리 주식을 이명박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는 설 때문이다. 현대 자본의 무서움은 바로 이 모호함이다. 그래서 쌍용자동차 해결이 우리에게 더 중요해진다.


나는 그렇게 배웠다. 인간은 동물이 아니고, 우리 사회는 힘이 센 자가 힘없는 자를 함부로 지배하고 잡아먹는 정글이 아니므로 국가가 필요하고 공권력이 탄생했다고. 우리가 그들에게 복종하고, 그들이 내라는 대로 세금을 내고, 웬만한 비리에도 대개는 눈 감는 것은 그들이 이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철 안에서 힘이 센 남자가 나에게 폭력을 가하면 공권력이 분명 그를 처벌하고 나를 보호할 거라는 믿음이 아직 내게는 있다. 그게 물리적 힘이라면 말이다. 그런데 돈의 힘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많이 달라진다. 그렇게 달라진 이야기를 나는 이 책을 통해서 했다.

더구나 국가의 세금으로 투자한 하이브리드 개발 기술 등을 지키려는 노동자들을, 그 기술만 빼먹고 제대로 대가도 지불하지 않은 채 철수하려는 저들의 꼼수를, 순박한 노동자들도 다 알아버린 그 꼼수를 똑똑하신 검찰과 정부, 은행 관계자, 법원은 정말 몰랐을까? 그들에게는 외국 자본이 우리 돈을 먹고 튀고 기술을 가져가는 것보다 노동자들이 고분고분하지 않은 게 더 두려운 일이었을까?

전문가들은 각종 보고서를 통해 쌍용자동차가 2012년 그들이 자랑한 대로 예전의 최고 생산력의 70%를 만회했으며, 이제 1,500~2,000명 정도의 추가 고용 능력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니 추가 고용 능력이 아니라 지금 같은 살인적 노동강도는 비인간적이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정치권은 지금 국민적 관심사가 된 쌍용자동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이 나이만큼 살고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정치권이 우선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는 국민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다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말이다.

외국 자본이 들어오기 전, 쌍용도 대우도 떠나고 그냥 작업만 이루어지던 그때 쌍용자동차는 가장 많은 흑자를 냈다. 세계 정세나 금융 흐름 등을 고려하면 그것만이 원인은 아니지만 말이다.

인도의 마힌드라사 역시 상하이차와 같은 목적으로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다는 혐의를 지울 수가 없다. 그들 역시 약속한 투자는 전혀 지키지 않은 채 살인적인 노동강도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계가 반대하는데도 잘나가던 쌍용자동차를 헐값에 매각한 노무현 정부의 경제 관료들과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리고 조작 의혹이 짙은 상하이차의 '먹튀'를 방조한 이명박 정권은 이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앞으로 대선에 나올 후보들도 여기에 대답해야만 한다. 안진회계법인, 삼정KPMG, 삼일회계법인, 전 경기도 경찰청장 조현오, 쌍용자동차 한국 노무 관리팀, 그리고 보수 언론 또한 대답해야 한다.

22명의 꺼져간 생명들이 당신들에게 물을 것이다. 왜 그런 말 있지 않은가? "신께서 이 피에 대해 당신에게 물으실 것입니다."


나는 꿈꾼다, 대우조선이 그랬듯 국가가 쌍용자동차를 다시 사회적 기업으로 만드는 꿈을. 법원이 이 모든 기록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해고는 무효라고 선고하는 꿈을. 국회의원들이 책임자들을 불러놓고 꼼꼼히 따지는 모습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는 꿈을. 그리고 그동안의 심리적·물적 피해를 보상함은 물론, 공권력에 의해 상처받은 모든 이에게 보상을 해주라는 명령을 내리는 꿈을. 그들이 일터로 가면서 쌍용자동차라고 적힌 점퍼를 입고 아내에게 손 흔드는 꿈을.

그러면 이 책을 쓴 나는 트위터를 통해 내가 차를 바꿀 때 다음 차는 틀림없이 쌍용 자동차로 바꾸겠다는 서약을 하고, 나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도 서약을 하고, 그리고 복직되어 돌아간 일터에서 그들이 생산하는 그 자동차를 우리가 사랑하게 되는 꿈을!


그때는 살았다고 믿었던 죽은 자들과 그때는 죽었다고 믿었던 죽어가는 자들을 위해 커다란 콘서트가 열리는 꿈을. 그러면 우리는 더는 눈물 흘리지 않고 손을 잡고 말할 수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여기 그분들의 이름을 부르려 한다. 원하지 않는 분들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 지난 5월 어느 무덥던 날 쌍용자동차 해고자 고동민 씨가 이들의 이름을 불렀다. 그날 그들의 눈에 흘러내리던 눈물이 지금 이 순간 내 눈에도 흐른다. 그것은 분명 그들이 뿜어대던 어떤 최루액보다 진한 것이다.


오창석, 엄인규 김태훈 장성훈, 김지운, 박지수

김동찬, 서미영, 최준호 감한섭, 황창원, 서강철, 임성준, 조성하, 강명완, 고창대, 김철경, 윤익태, 오미희, 강무인, 민우영, 이윤섭


이들은 모두 아침저녁으로 마주치며 인사를 건네던 다정한 우리의 이웃이자 친구였다. 해고도 없고 차별도 없고 폭력도 없는 나라에서 영원한 평화를 얻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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