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하는 책은 닐 게이먼의 《북유럽 신화》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가구와 자동차, 가전제품과 각종 소품에 이르기까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북유럽 스타일 인테리어, 북유럽 스타일 데코레이션 등 그야말로 북유럽 바람이 불고 있다. 여기에 판타지와 만화, 소설과 영화, 희곡과 작사를 넘나드는 인기 스토리텔러 닐 게이먼이 인류가 상실했던 가장 새롭고 오래된 북유럽 신화를 들고 왔다.
닐 게이먼이 여러 신화와 희곡, 시 등을 참고해 쓴 이 책은 2017년 아마존 종합 1위, 2017년 〈뉴욕 타임스〉 등 영미권 주요 베스트셀러 차트를 석권했으며 26개국에 판권이 팔려나가면서 전 세계적으로 '북유럽 신화 읽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북유럽 신화는 그동안 기독교와 다른 종교들에 의해 잊히고 사라져 가던 신화였다. 이러한 북유럽 신화를 읽는다는 것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세계사의 잊힌 절반을 복원하는 것과도 같다.
특히, 북유럽 신화는 최근 그 유명한 묠니르Mjolnir라는 망치를 휘두르는 '토르Thor'로 대표되는 마블 코믹스 만화나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지는 마블 영화를 통해 다시 새로운 부흥을 맞이하고 있다.
이 책의 서문에 나오듯 영어 요일명에는 북유럽 신들의 자취가 남아 있고, 지구 곳곳의 이야기, 그리고 《반지의 제왕》과 같은 판타지들도 북유럽 신화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책 속에서 닐 게이먼은 유능한 스토리텔러답게 북유럽 신화를 처음 접하는 이들도 체계적이고 알기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여러 이야기를 중첩 구조로 끌고 가고 있다.
토르가 로키Loki를 미워하고 가장 사악한 신으로 보게 되는 이유나, 티르의 한쪽 손목이 없어진 이유, 여자 거인 게르드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자신의 무기인 칼을 포기한 프레이Frey가 최후의 전쟁인 라그나로크Ragnarok에서 바로 이 칼이 없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 등. 모든 이야기와 그 속의 원인, 결과 들은 닐 게이먼의 《북유럽 신화》 한 권 속에서 유기적 흐름으로 이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가는 것만으로 북유럽 신화의 중요한 이야기와 흐름의 줄기를 충분히 꿰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닐 게이먼의 말대로 북유럽 신화가 기독교에 의해 박해당하고 잊혀가는 동안 북유럽 신들의 위대하거나 신성한 이야기보다는 우스꽝스럽거나 탐욕과 질투, 어리석음 등 인간의 성향에 더욱 가까운 망신스러운 신들의 이야기가 오히려 더욱 부풀려지고 그 영향력을 확대한 감이 없지 않다.
책 속에서 그려지는 우스꽝스러운 토르의 모습과 행동, 그리고 비열한 속임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면서 웃고 즐기는 북유럽 신들의 모습은 어찌 보면 신들의 이야기라기보다는 한 편의 우스운 인간사의 이야기나 광대극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도 한다.
그러나 세계수인 이그드라실Yggdrasil과 아홉 개의 세상, 그중 인간들의 거처인 미드가르드Midgard와 에시르 신들의 거처인 아스가르드Asgard, 불의 거인 수르트Surtr가 지키고 있는 화염의 세상 무스펠Musfell, 북유럽 신화 속 인류의 조상으로 남자인 아스크Ask(물푸레나무), 여자인 엠블라Embla(느릅나무), 우직한 신들의 수호자 토르와 최고신 오딘, 음모와 술수의 대가 로키의 이야기 등 이 책에 담긴 신들의 이야기는 사실 알게 모르게 우리들의 상상력과 세계관에 많은 부분 끊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 저자
닐 게이먼
판타지 팬들의 사랑을 받는 이야기꾼 닐 게이먼은 휴고상, 네뷸러상, SFX, 브램스토커상, 로커스상 수상작가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 외에, 2009년 《그레이브야드 북》으로 '뉴베리상 수상작가'라는 타이틀을 추가했다.
1960년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현존 10대 포스트모던 작가 중 한 사람으로 만화와 소설 외에도 시, 영화, 저널리즘, 작사, 희곡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20개국 이상에서 출간되었다.
만화 《샌드맨》으로 '윌 아이스너 만화산업대상'의 최우수작가상을 아홉 차례나 수상했으며, 이 작품은 만화로는 최초로 세계환상문학상(단편 부문)을 수상했다.
BBC 방송의 6부작 TV 판타지를 책으로 펴낸 《네버웨어》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로커스〉를 포함한 여러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역시 베스트셀러인 《스타더스트》는 〈퍼블리셔스 위클리〉에 의해 그해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선정되었으며, 신화환상문학상을 수상했다. 《미국의 신들》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선정되는 동시에 휴고 상, 네뷸러 상, SFX상, 브램 스토커 상, 로커스 상을 받았으며, 역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로로 선정된《코랄린》은 휴고 상과 프릭스 탬탬 상 후보에 오르고 엘리자베스버/워잘라 상, BSFA상, 브램스토커 상을 석권했다.
2009년 뉴베리상 수상에 이어 2009 휴고상 후보에도 오른 《그레이브야드 북》은 35주 이상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작품으로,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크라잉게임》의 닐 조던 감독이 영화로 제작할 예정이다. 그 외에 우리나라에 출간된 그의 작품으로는 《멋진 징조들》, 《코랄린》, 《원더 월드 그린북》, 《스타더스트》, 《베오울프》 등이 있으며, 《베오울프》는 로버트 제메키스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됐다.
■ 역자
박선령
세종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MBC방송문화원 영상번역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주)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 목차
작가의 말
주인공들
세상이 시작되기 전, 그리고 그 이후
이그드라실과 아홉 개의 세상
미미르의 머리와 오딘의 눈
신들의 보물
최고의 성벽 건축가
로키의 자식들
프레이야의 이상한 결혼식
시인의 꿀술
토르의 거인 나라 여행
불멸의 사과
게르드와 프레이 이야기
히미르와 토르의 낚시 여행
발드르의 죽음
로키의 최후
라그나로크, 신들에게 닥친 최후의 운명
용어 사전
■ 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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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신 오딘은 온화하고 현명하고 화를 잘 내는 이가 아니라 무뚝뚝하고 속을 일 수 없는 위험한 존재로 보였다. 토르는 만화책에 나오는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힘이 세고 망치의 위력도 강력했지만, 그는...... 음, 솔직히 말해 신들 중에 가장 빛나는 존재는 아니었다. 로키는 분명 선을 위해 싸우는 세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사악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매우 복잡다단한 존재였다.
또 북유럽 신화의 신들에게는 라그나로크, 신들의 황혼, 모든 것의 종말이라는 그들만의 최후의 심판일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신들이 서리 거인들과 전쟁을 벌이고, 결국 그들 모두 죽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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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는 길고 긴 겨울밤과 끝없이 계속되는 여름날이 존재하는 추운 지역의 신화, 자신의 신을 존경하고 두려워하기는 하지만 완전히 신뢰하지도 않고 마냥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의 신화다. 우리가 아는 바로는, 아스가르드의 신들은 독일에서 유래되어 스칸디나비아로 전파된 뒤 바이킹들이 지배한 세계 각지(오크니,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잉글랜드 북부)로 퍼져 나갔고, 침략자들은 이들 지역에 토르나 오딘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장소들을 남겼다. 신들은 요일 이름에까지 자신들의 흔적을 남겼다. 손이 하나뿐인 티르Tyr, 오딘Odin, 토르Thor, 신들의 여왕인 프리그Frigg의 이름을 따서 'Tuseday', 'Wednesday', 'Thursday', 'Friday'라는 요일의 명칭이 생겨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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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전해지지 않아서 우리가 모르는 북유럽 신화는 매우 많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 민간설화나 개작된 이야기, 시, 산문 등의 전해진 신화의 일부뿐이다. 그 이야기들이 기록된 건 기독교가 북유럽 신들에 대한 승배를 대신하게 된 뒤의 일이다. 그린 상황에서도 일부 이야기나마 보존된 건, 그걸 후대에 남기지 않을 경우 몇몇 완곡 대칭법(특정한 신화에 등장하는 사건들을 언급한 시의 활용)이 무의미해질까 봐 걱정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프레이야의 눈물'은 금을 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어떤 이야기에는 북유럽의 신들이 인간이나 왕이나 고대의 영웅으로 묘사되어 있기 때문에 기독교 세계에도 전해질 수 있었다. 따라서 그와는 다른 내용을 말하거나 암시한 이야기, 시는 우리에게 전해지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이는 그리스와 로마의 신과 반신에 관한 이야기들 가운데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게 테세우스와 헤라클레스의 모험에 관한 이야기뿐인 것과도 같은 상황이다.
우리는 정말 많은 것들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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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이야기를 최대한 정확하고 흥미롭게 재구성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때로는 이야기의 세부적인 부분들이 서로 상충되기도 하겠지만. 각 세계와 시대 고유의 의미가 제대로 표현되었기를 바란다. 북유럽 신화를 다시 정리하면서, 아주 오랜 옛날 이 이야기가 처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그 장소에 내가 있다고 상상해봤다. 긴 겨울밤에 은은한 북극광을 바라보면서, 혹은 한여름의 지지 않는 태양 때문에 잠들지 못하고 오밤중에 야외에 앉아서, 토르가 어떤 일을 했고 무지개다리는 어떠했으며 그들은 어떤 식으로 살아갔고 엉터리 시는 어디에서 유래된 것인지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고 상상해 보았다.
글을 쓴 다음에 죽 연결해서 읽어보니, 마치 우리가 시작된 얼음과 불에서 세상이 끝난 불과 얼음까지 이어지는 여행처럼 느껴져서 경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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