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동화][작법][작문] 『동화 쓰는 법』, 유익한 작법 교과서

by 노지재배 2020. 4. 8.
반응형

오늘 소개하는 책은 『동화 쓰는 법』이다. 부제는 「이야기의 스텝을 제대로 밟기 위하여」다. 

책 선택 시 출판사를 중요시하는데 이 책이 나온 유유 출판사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출판사 중 한 곳이다. 

이야기가 시작하자마자 곁길로 샜지만. 그래서 지금 소개하는 『동화 쓰는 법』과 같은 책이 필요하다.

 

동화 쓰는 법-이야기의 스텝을 제대로 밟기 위하여



『동화 쓰는 법』은 제목 그대로, 현직 동화작가가 직접 동화 작품이나 옛날이야기를 사례로 들어가면서 동화 작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거기다 부제처럼 이야기의 '스텝'을 제대로 밟기 위해 독자, 인물, 사건, 스토리, 플롯, 설정, 구성, 절정, 결말, 쓰기 등 다양하고 필수적인 관점에서 이야기의 겉과 속을 아우르는 작법 강의를 담고 있다. 

더불어 책 끄트머리에는 동화를 쓰려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동화와 청소년소설 100권, 동화를 쓰려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어린이문학과 창작 이론서 10권도 부록으로 담겼다. 

특히나 이 책은 동화 작법을 넘어 소설이나 다른 글쓰기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화 작법이어서 그런 것인지 내용이나 전개 방식도 여타의 소설 작법이나 시나리오 작법류의 책과 비교하면 상당히 쉽고 친절하다. 
 
기존에 소설 작법이나 글쓰기 안내서 등을 읽다가 어렵고 지겨운 내용에 집어던진 경험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 보기 권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되리라 장담한다. 
 
저자도 강조하는 것이지만 사실, 글을 쓰겠다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도 먼저, 읽어야 한다. '다독 다작 다상량'에서도 '다독'이 먼저 나온다. 독서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생각도 글쓰기도 발전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도 "이런저런 곳에서 동화 창작 강의를 하며 습작하는 분들을 많이 만났는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껏 나보다 동화를 많이 읽은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작가는 말한다. "그 어떤 책도 읽으면 도움이 된다. 좋은 작품은 문학에 대한 좋은 상을 그리게 해 준다. 나쁜 작품의 가르침은 그보다 구체적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뼈저린 교훈(을 준다)."고. 거기다 친절한 작가는 확인사살까지 한다. "사실 이걸 따로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글을 쓰겠다고, 그것도 자신이 쓴 글을 책으로 내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평소에 독서 말고 뭘 할까? 책 말고 달리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을까?"라고.


동화 쓰는 법
국내도서
저자 : 이현
출판 : 도서출판유유 2018.02.24
상세보기



■저자

이현

어린이문학 작가. 1970년 부산 출생.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다. 제10회 전태일 문학상, 제13회 창비좋은어린이책 공모 대상, 제2회 창원아동문학상 등을 받았다. 사회적 문제의식을 아이들 개인이 겪는 문제와 연결하여 이야기로 엮어 내는 솜씨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문학도 어린이도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며 어설픈 지도를 들고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서 조심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어린이에게 다가가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추계예대, 숙명여대, 춘천교대에서 동화 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짜장면 불어요], [로봇의 별], [악당의 무게], [푸른 사자 와니니], [플레이 볼], [일곱 개의 화살] 등 여러 편의 동화를 썼다.



■목차

1 슬로 퀵퀵 슬로
2 베짱이의 그 노래: 이야기
3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어린이 독자 
4 욕망이라는 이름의 춘향이: 주인공 
5 무심코 던진 돌: 인물
6 그러던 어느 날: 사건
7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스토리와 플롯 
8 탈탈 털면 나오는 것들: 설정
9 전망 좋은 그 자리: 절정 
10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
11 당신의 승부수는?: 창작의 전략
12 밀고 당기기의 기술: 쓰기 
13 이토록 기나긴 메모: 어쩌면 동화
+ 동화를 쓰려는 분들에게 권하는 동화와 청소년소설 100권
++ 동화를 쓰려는 분들에게 권하는 어린이문학과 창작 이론서 10권

참고 문헌



■책 속으로


"

2 베짱이의 그 노래: 이야기

태초에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
아침마다 떠오르는 태양을 유심히 살펴본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가만, 어째 갈수록 태양이 게으름을 피우는 것 같네? 그들은 날씨가 추워질수록 태양이 늦게 뜬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겨울의 정점을 지나 태양이 조금씩 일찍 떠오르면 바람이 부드러워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태양의 운행과 계절의 상관관계를 깨달았다. 마침내 지구 밖으로 나아가 태양과 지구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태양계를 넘어 우주의 비밀에 다가가게 되었다. 그것은 태초로부터 품어 온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과연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주에 그 답이 있었다. 우리는 별의 후손이다. 이는 관찰과 추론으로 밝혀낸 객관적 사실이다. 
이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아침마다 떠오르는 태양을 눈여겨봤지만, 그들의 관심은 엉뚱한 데 있었다. 눈앞에 번히 떠 있는 태양을 놔두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상상했다. 가만, 하늘이 저렇게나 넓은데 어째서 태양은 달랑 하나일까? 원래 두 개였던 거 아닐까? 그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일을 머릿속에 그려 본 것이다. 그렇게 있지도 않은 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끝에 마침내 합당한 아니, 합당해 보이는 답을 생각해 냈다. 처음에는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있었다. 세상은 지나치게 뜨겁고 또 건조해 뭇 생명들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님의 아들이 천 근의 무쇠 화살로 태양 하나를 쏘아 떨어뜨렸다. 드디어 하늘에는 하나의 태양이 뜨게 되었다. 그리하여 조화로운 세상에서 못 생명들이 번창하게 되었다는 오래된 이야기, 그러니까 제주도 무가 천지왕본풀이의 일부다.
이를 일월조정신화라 하는데, 우리 문화권에만 있는 얘기는 아니다. 중국의 일월조정신화에서는 하늘에 무려 열 개의 태양이 떠 있었는데 명궁 예가 그중 아홉을 쏘아 떨어뜨렸다. 몽골의 하늘에는 세 개의 해와 달이 있었다고 하고, 일본은 우리와 같은 두 개였단다. 문화권의 크기에 따라 해와 달의 개수가 다르다. 과연 뭐가 맞을까? 물론 정답은 없다. 문화권에 따라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일월을 조정하는 과정에도 공동체의 가치관이 담겨 있다. 아시아 너머의 문화권에서도 태양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북소리, 춤사위로 표현하기도 했다. '내가 보기엔 그럴 것 같다'면서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자신의 방식대로 표현한 것이다. 주관적인 질문에 대한 주관적인 대답, 지극히 주관적인 진실이다.
그로 인해 세상은 전과 다른 무엇이 되었다. 물론 세상 자체가 달라진 건 아니다. 하지만 세상을 보는 다른 눈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다른 세상을, 그때껏 내가 알던 유일한 세상 너머의 새로운 세상을 갖는 것과 같다.
태초에는 하늘에 태양이 두 개나 있었다고? 그야말로 깜짝 놀랄 만한 얘긴데, 듣고 보니 그럴싸하다. 하긴, 해도 하나 달도 하나...... 누가 일부러 짜 맞춘 것 같잖아. 그게 설마 우연이겠어? 하마터면 이 세상이 해가 둘이나 있는 불지옥일 뻔했는데, 참 다행이네! 아기들이 잠투정을 하는 것은 잠과 죽음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다시 깨어난다는 확신을 하지 못한다는 거다. 모른다는 것은 어둠이요 공포다. 옛사람들에게 아침이면 해가 뜨고 저녁이면 해가 지는 현상은 이치를 알 수 없는 미지의 그 무엇이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야기가 있었다. 영문 모를 세상을 이야기로 인해 비로소 납득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한낱 이야기가 인류에 영원한 안식을 주었을 리가. '지금'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 아닌가. 개인이든 집단이든, 인간에게는 언제나 결핍이 있다. 그로 인해 인간은 나아졌고 나빠졌으며, 행복해졌고 불행해졌다. 보이지 않는 무엇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결핍을 놓쳤을 리 없다. 태양을 골똘히 보던 것처럼, 사람의 일을 골똘히 보았을 것이다.
억울해서 못 살겠네, 어째서 나는 이렇게 고생인데 우리 형은 잘 먹고 잘 사는 거야. 한데 사촌 녀석이 땅까지 샀다고? 아이고 배 아파, 아이고 배 아파. 어째서 우리네는 죽어라 일을 해도 가난한데, 양반님네들은 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난대?
이처럼 못난 속내를 다 털어놓자니 부끄럽고 민망하다. 신분제가 어쩌고 저쩌고 했다간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수 도 있다. 그렇다고 입 다물고 있자니 속병이 난다. 가슴 어딘가에 깊은 구멍이라도 난 것 같다. 이번 생에 도저히 채울 수 없는 그 어떤 결핍과 그것으로부터 자라난 욕망.
그 자리에 이야기가 생겨났다.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며 후련한 기분을 선사하는 이야기도 있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꿈으로 위안을 주는 이야기도 있었다. 원님 아들과 정식으로 혼인하려는 기생 딸이 신관 사또의 수청을 거절하다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기생 딸은 신관 사또의 수청을 거절하였으나 원님 아들이 암행어사로 돌아와 결국엔 꿈을 이루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굽이굽이 숨 찬 인생사를 이야기로 재미나게 풀어냈던 것이다.

"

.
.
.


"

4 욕망이라는 이름의 춘향이: 주인공

(......) 네로와 파트라슈의 죽음에 그토록 눈물을 쏟게 되는 건, 네로가 가지가지로 불행한 탓이 아니다. 할아버지는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고, 아로아는 네로를 왕따시켰으며, 마을 사람들은 마주치기만 하면 네로에게 천박한 폭언을 일삼았다면, 그랬다면 『플랜더스의 개』가 더 슬펐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랬다면 우리가 그 이야기를 이토록 아름답게 간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물을 불행의 구렁텅이에 빠트리지 말라. 문제투성이로 만들지 말라.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단 하나의 문제, 인물의 욕망을 가로막는 단 하나의 걸림돌이면 된다. 어려움에 부딪힌 인물이면 충분하다. 무작정 팔자 사나운 인물이어서는 안 된다.
독자로 하여금 인물을 동정하게 만들지 말라. 어른이나 어린이나, 사람의 마음이 그렇지 않은가. 동정의 대상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동정은 끝끝내 동정일 따름이다. 내 이야기의 주인공을 한낱 동정의 대상으로 만들지 않기 바란다.
독자가 공감하고 이해하고, 나아가 좋아하고 응원할 수 있는 인물. 우리가 공감할 욕망으로 우리를 가로막는 걸림돌과 맞서는 인물. 그건 신분제에 맞서는 개인일 수도, 우유 급식을 거부하는 개인일 수도 있다. 친구에게 생일잔치 초대장 하나 내밀지 못하는 소심한 '나'일 수도 있다.
『일곱 개의 화살』의 대립 구도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나는 애초에 주인공 '마라'로 하여금 검은 회오리를 쫓아 모험을 떠나게 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문제는 마라의 욕망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었다. 나는 마라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다. 이런저런 마음을 들춰 내 모험의 출발선에 세워 보았다. 엄마 아빠를 위해? 그건 싫었다. 악의 세력을 물리치기 위해? 그건 더 싫었다. 마라가 온전히 자신의 욕망을 위해 움직였으면 했다. 그것이 공동의 선과 일치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마라 개인의 욕망이 우선이었다. 나는 마라의 욕망을 발견해야 했다. 그러자면 마라의 결핍을 먼저 이해해야 했다.
그러다 마라의 형제 관계에 생각이 미쳤다. 그게 마라의 결핍이고 아픔일 것 같았다. 거기서 자라난 욕망을 품고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동돌'이라는 인물이 생겨났다. 병약하고 의젓한 쌍둥이 오빠.
마라는 반드시 오빠보다 먼저 활을 갖고 싶었다. 오빠보다 활을 잘 쏘아 보이고 싶었다. 그간의 설움과 결핍을 단숨에 날려 버리고자 하는 욕망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뜻 밖에도 엄청난 걸림돌이 찾아든다. 천관과 군사들이 몰고 온 검은 회오리가 식구들은 물론 마을을 송두리째 집어삼킨다. 한 몸처럼 자란  과하마 우레의 영혼마저 검은 회오리에 빼앗긴다. 마라의 욕망은 왕을 중심으로 한 주류 권력에 가로막히고 만다. 그래서 물러난다면 욕망이 아니다. 주인공이 아니다. 마라는 검은 회오리를 쫓아 모험을 떠난다.
그렇지만 나는 막 욕망하고 갈등하고 그런 얘기는 부담스럽고 내 주인공은 욕심 없고 소심한 성격이라고 주장하고 싶은가? 정말 그렇다면 그 인물은 이야기를 주도할 힘이 없다. 선수 교체를 권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발견하지 못했을 뿐, 누구에게나 간절한 욕망이 있고, 그럼에도 무릎 꺾게 만드는 걸림돌이 있다. 다만 그것을 인식하느냐 못 하느냐 혹은 드러내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욕심 없고 소심한 태도를 지닌 사람이라도 욕망 자체가 아예 없지는 않다.
작가는 인물의 태도를 스케치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인물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발견하고 해석하고 그려 내야 한다.

"

.
.
.


"

5 무심코 던진 돌: 인물

(......) 『학교 영웅 전설』의 아이들은 아버지를 부정하며 스스로 영웅이 되어 간다.
아이는 부모에게 맞서는 게 자연스럽고 옳고 건강하다. (아아, 괴롭다!) 동화는 그런 아이의 내면을 살피고 발견하고 드러내고, 나아가 응원해야 한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라고 박수를 쳐야 한다. 그것이 어른의 일이요, 동화의 일이다.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씨를 두고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강아지 입장에서 강형욱이라는 인간은 외계의 행성에서 답답하게 지내다 처음으로 만난 유창한 통역가라고.
동화도 어린이에게 그랬으면 좋겠다. 적어도 그러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 어른을 깎아내리고 비난할 필요는 없다. 세상이 뭐라고 손가락질하건, 한심한 인간이건 나쁜 인간이건, 아이에게 부모는 거대한 존재다. 그 거대한 존재를 쓰러뜨리고 스스로 거대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런 부모를 한낱 속물로 깎아내린다면 아이의 투쟁마저 시시한 것이 된다. 그건 사실도 아니고, 옳지도 않다. 이야기의 재미로 보아도 그렇다. 언제까지 부모와 자식 간의 운명적인 대립을 고작 학원이나 학습지 타령으로만 이야기할 것인가?
『Story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의 저자 로버트 맥키는, 인물의 진정한 성격은 선택의 순간에 드러난다고 말한 바 있다. 인물이 했던 말, 일상적인 행동은 진정한 성격을 드러내지 못한다. 극적인 순간에 내리는 선택만이 인물의 진정한 면모를 드러낸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작가의 진정한 성격은, 작가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은 어디서 드러날까? 바로 인물들의 자리, 인물들의 역할이다.
요즘 세상에 여자들은 하나같이 속물이라고 대놓고 쓰는 사람은 없......진 않고, 그런 동화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적시하지 않을 뿐, 이야기로써 그런 말을 하고 있을 수 있다. 왕따를 당하는 애들은 우리가 놀아 주기만 해도 고마워할 거라고 대놓고 쓰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야기가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거다. 무심코, 혹은 남들이 하던 대로 갖다 쓴 설정이 장애아동을 대상화하고, 왕따의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를 위로하고, 엄마를 한심한 속물로 만들어 버린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와 함께 이야기도....... 망한다.
당신의 소중한 이야기에 함께할 사람들을 존중하기 바란다. 당신이 만들어 낸 사람들은 당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갈 사람들이다. 세상 어디에도 주인공을 위한 도구가 되어도 좋은 사람은 없다.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누군가의 간절한 욕망에 대해, 그것을 가로막는 걸림돌에 대해, 그리하여 생겨난 사연에 대해. 아니, 사건에 대해.

"

.
.
.


"

6 그러던 어느 날: 사건

(......)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의 주인공은 부모에게 불만이 많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새삼 개연성이나 구체성을 강화할 필요도 없다. 어린이들은 본래 부모에게 불만이 많은 법이다. 부글부글부글부글, 주인공 렝켄의 불만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오른 어느 날 우연히(를 가장한 필연에 따라) 요정을 만나 엄마 아빠를 작게 만드는 '마법의 설탕'을 손에 넣는다. 설탕을 먹은 엄마 아빠는 작아지기 시작하고, 이야기는 극적 질문을 얻는다. 마법의 설탕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결과적으로 아이는 패배했다. 아이는 백기를 들고 해독 설탕을 구해서 부모를, 부모의 권위를 되돌려 놓는다. 1 대 0. 하지만 이것은 한 번의 전투일 뿐, 엄마 아빠에게 마법의 설탕을 몰래 먹이는 발칙한 아이는 앞으로 또 도전할 것이다. 그리고 끝내 승리할 것이다.
극적 질문이 인물의 운명을 완전히 결정짓는 것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우리네 인생에 어디 마침표가 있던가.
「검은 고양이」의 작가 에드거 앨런 포는 단편소설에 대해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짧은 분량, 압축성, 현실성, 인상적인 결말 그리고 단일성이다. 단일성은 시작부터 끝까지 사건이나 행위가 일관성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즉 단일한 극적 질문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이는 단편만이 아니라 이야기 전반에 걸쳐 새겨야 할 원칙이다.
그토록 방대한 『반지의 제왕』도 작품을 관통하는 극적 질문은 단일하다. 많은 인물이 저마다의 욕망으로 원정에 뛰어들고, 저마다의 걸림돌에 부딪힌다. 저마다의 갈등에 빠져 저마다의 극적 질문을 품고 있다. 그것들은 곁가지로 뻗어 나간 이야기일 뿐, 『반지의 제왕』이라는 대서사시의 중심이 되는 극적 질문은 하나다. 프로도는 절대반지를 없앨 수 있을까?
『토지』도 마찬가지다. 그 많은 인물의 절절한 사연과 극적인 사건이 엇갈리는 가운데 작품은 시종 단일한 극적 질문을 견지하고 있다. 잃어버린 그날을 되찾을 수 있을까?
사연을 구구절절 늘어놓는다고 이야기가 되는 건 아니다. 욕망과 걸림돌의 갈등이 클수록 극적인 이야기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이야기의 기초 공사, 노둣돌이다. 이야기는 그로부터 생겨난 구체적인 사건이다. 갈등이 시작되고 고조되고 마침내 도발적인 사건으로 인해 갈등은 형체를 드러낸다. 학교 가는 길에 사자를 만나든, 천재의 등장으로 압박을 느끼든, 절대반지를 떠맡아 길을 떠나든 부엉이에게 입학 허가서를 받든.
당신은 누구의 이야기를 하려는가? 그 인물은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에 좌절하는가? 그러한 갈등을 밖으로 터트리는 폭탄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이제 그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줄 계획인가?

"

.
.
.


"

7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스토리와 플롯

(......) 어느 날 모처럼 만난 친구가 물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 
'응, 그럭저럭 잘 지내'라는 말 이상을 하지 않는 사이라면 간단하다. 그렇지만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사이라면 오히려 잠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대충 대답하자면 쉬운 질문인데 제대로 소통을 하려 들면 질문의 범위가 너무 넓다. 어떤 대답을 할 것인지는 나한테 달려 있다. 우선 상대와 상황을 고려하고, 그때의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을 것이다. 이 일 저 일, 닥치는 대로 줄줄 말해서는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는다. 하고 싶은 하나의 이야기라 하더라도, 관련하여 일어난 일 모두를 말할 필요는 없다.
친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당신의 새로운 연애라고 하자. 물론 당신에게는 매 순간이 의미 깊겠지만, 우리가 당해 봐서 알지 않는가. 연애담의 가장 큰 특징은 당사자만 재미있다는 사실. 그러니 상대를 고려하여 연애담을 들려줄 작정이라면, 그 연애의 특징적인 면모 한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테면 그동안 수십 번 연애만 하던 독신주의자가 이번엔 결혼을 결심했다면? 핵심은 그전의 연애와 어떻게 다른가 하는 점이다. 혹은 아슬아슬 불안불안 몰래 하는 사랑 중이라면? 우리 이대로 사랑하게 해 주세요, 하는 하소연이 되기 쉽다. 혹은 듣는 친구도 잘 아는 동창 모모와 열애 중인데, 친구가 극렬히 비난하고 반대할 게 빤하다면? 스무고개 하듯 연애 상대를 추리하게 만듦으로써 친구의 관심을 엉뚱한 데로 돌려놓을 수도 있다.
이것이 '어떻게'다. '플롯'이다.
『꼬마 너구리 삼총사』에서 꼬마 너구리들의 욕망은 '삼총사가 똘똘 뭉쳐 꿀사과를 찾는 것'이고, 걸림돌은 간단히 말해 그것을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이다. 꿀사과가 자란다는 모랑모랑 마을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꼬마 너구리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우정을 믿고 길을 나서 우여곡절 끝에 사과를 찾지만 그건 그저 평범한 사과였다. 그래도 괜찮다. 삼총사는 꿀사과보다 더 달콤한 우정을 확인했다. 이야기는 표면상 사과 찾기지만, 숨은 뜻은 우정 찾기다. 꼬마 너구리들의 진짜 욕망은 '사과를 찾아가며 더욱 굳건해지는 우정'이고, 걸림돌은 '그 우정을 훼방하는 것들'이다. 그러면 이 이야기를 어떻게 전하면 좋을까? 사과나무까지 가는 도중에 겪는 모든 일을 다 끄집어내면 안 된다. 세 친구의 우정을 훼방하는 요소들만 딱딱 집어내면 된다. 꼼꼼한 잔소리쟁이 꼼꼼 씨, 말 많은 잘난 척쟁이 줄줄 씨가 차례로 등장해 아 런 도움도 주지 않고 오히려 김새는 소리만 늘어놓는다.
끝으로 가장 심술궂은 뱀 흥 씨가 대놓고 이간질을 벌인다. 꼬마 너구리들의 우정은 시험대에 놓인다. 그러나 삼총사는 그동안의 즐거운 추억에 힘입어 홍 씨의 이간질을 물리치고 (꿀사과는 아니지만) 사과를 나눠 먹으며, 행복한 우정 여행을 마무리한다.
『꼬마 너구리 삼총사』는 이른바 저학년 동화의 교본으로 삼을 만하다. 주제와 소재, 인물, 문체와 구조가 정삼각형처럼 안정되어 있다. 스토리를 일관된 흐름에 따라 요령 있게 전하고 있다. 간결하고 뚜렷한 플롯이 효과적으로 작 동하고 있다.
스토리가 '일어난 일'이라면, 플롯은 '일어난 일을 작가가 들려주는 방식'이다. 플롯은 단순한 이야기를 서사로 만들어 준다.
영화 『퍼펙트 게임』은 성공한 스포츠 서사다. 최동원과 선동렬이라는 야구 선수들의 강렬한 존재감이 흡입력 있는 플롯으로 탄탄하게 전개된다. 실제 최동원 선수와 선동렬 선수에게는 전설이 되기까지 저마다의 절절한 사연이 있을 것이다. 나이 차는 있지만 공교롭게 한 시대를 살아간 스포츠 영웅들 사이의 사연 또한 특별할 것이다. 실제로 『퍼펙트 게임』을 능가하는 극적이고 감동적이며 충격적인 일들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한들, 아무런 원칙 없이 흩어져 있는 사연은 이야기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퍼펙트 게임』은 두 선수의 이야기를 '라이벌 대결' 플롯으로 엮었다. 안경 낀 에이스와 천방지축 에이스, 영화는 라이벌의 의미를 층층이 쌓아 나간다. 지는 달과 뜨는 달, 영남과 호남. 그리고 마침내, 진정한 대결은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야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자들 사이에 있었다는 감동적이고 교훈적인 결말에 이른다. 두 선수에게 있었던 일을 줄줄 읊는 게 아니라 영화의 의도에 맞도록 라이벌이라는 측면이 드러나는 사건만 선별해서 유기적으로 배치하였다. 그리하여 관객은 '누가 진정한 승자인가'라는 극적인 질문에 몰입하게 된다. 
플롯은 사건을 배열하는 일정한 원칙이다.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본격적인 사건, 그러니까 호랑이가 정체를 드러낸 뒤 일정한 원칙에 따라 전개된다. 오누이가 수수께끼를 내고, 호랑이가 푸는 식이다. 제주도 무가 원천강본풀이의 '오늘이'는 이승에서 출발하여 저승에 가서 소망을 이루고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는 구조로 되어 있고, 그 여정은 조력자들을 차례로 만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찰을 전하는 아이』의 주인공 아이는 서찰에 담긴 뜻 모를 글자의 비밀을 하나씩 풀면서 절정을 항해 나아간다. 『셜록 홈스』 같은 추리물의 일반적인 원칙은 '사건이 일어난다 - 용의자가 압축된다 - 용의자 등을 탐문한다 - 범인을 잡는다'이다. 

(......)

단편동화집 『오늘의 날씨는』에 실린 「햇빛 쏟아지는 날」은 앞서 출간된 『짜장면 불어요!』의 일부였다. 다른 단편들과 같이 원고 공모에 당선되었는데, 작품집 전체 분량이 너무 많다고 해서 이 단편 하나를 빼고 출간했다. 사실 좀 더 이야기를 이어 가고 싶은 작품이었던 터라, 나로서는 잘된 일이었다.
『오늘의 날씨는』은 한 동네에 사는 서로 다른 네 아이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집이다. 그 의미를 드러내는 플롯으로 사계절을 잡았다. 「햇빛 쏟아지는 날」은 가을의 어떤 날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첫눈 내리는 날', 그러니까 겨울의 어떤 날이다. 그다음은 봄 그리고 여름의 어떤 날. 첫 작품 「햇빛 쏟아지는 날」처럼, 이어지는 작품에서도 각 계절의 특징과 어울리는 하나의 사건, 하루의 사건을 담았다.
이렇게 플롯을 설정하고 시작한다는 건,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찍고 출발하는 것과 같다. 반대로 플롯도 없이 출발한다는 건, 막연한 감으로 일단 가 보겠다는 거다. 처음 가는 길이라면 어떤 쪽을 선택하겠는가? 감이 딱 왔다고 으스대며 내비게이션을 거부하는 운전자들의 말로를 생각해 보길. 어? 기사님, 여기가 아닌 것 같은데....... 어? 여긴 아까 지나왔던 길인데....... 아니 근데 왜 자꾸 화를 내세요? 앗! 일방통행이에요!
다만 작가의 성향에 따라, 작품의 성격에 따라, 플롯의 역할에 차이가 있을 순 있다. 하지만 플롯이 전혀 없는 작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플롯이 두드러진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 또는 독특한 플롯과 전형적인 플롯이 있을 따름이다.
질 페이턴 월시의 『패티의 초록 책』은 전형적인 플롯의 작품이다. 시간의 순서에 따르되, 인과 관계에 따라 사건을 순차적으로 배열했다. 의미 있는 사건만 선별하여 인과로 엮어 가는 것이다. 『홍길동전』도 그렇다. 길동은 호부호형할 수 없는 처지이나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있다 - 곡산댁이 시기심에 자객 특재를 보내 홍길동을 죽이려 한다 - 홍길동은 가출한다....... 이와 같이 사건이 일어난 순서에 따르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일을 빠짐없이 적거나 아무 일이나 줄줄 쓰는 건 아니다. 앞뒤의 사건이 인과에 따라 연결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플롯이다.

(......)

『웨이싸이드 학교 별난 아이들』처럼 시공간 자체가 플롯을 드러낼 수도 있다. 1층 건물에 교실 서른 개를 지으려고 했는데, 뜻밖에 위로 쌓아 올려 버렸다. 무려 교실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 30층! 이야기는 30층에서 생활하는 서른 명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준다.
이러한 플롯을 이론적으로 유형화하기도 한다. 가장 단순하게는 내적 플롯과 외적 플롯으로 나누는데, 이는 인물의 내면의 흐름에 따른 전개인가, 행동에 따른 전개인가에 따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동화는 외적 플롯을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 편이 어린이 독자와 소통하기 쉽다. 어린이의 속성 자체가 외적인 플롯을 가졌다고도 할 수 있겠다.
로버트 맥키는 『Story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에서 플롯을 '아크 플롯', '미니 플롯', '안티 플롯'으로 나누었다. 이는 달리 말하면 고전적인 전개, 열린 결말, 부조리한 전개라고 할 수 있겠다. 로널드 B. 토비아스의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에서는 제목대로 플롯을 스무 가지로 유형화한다. 그 밖에 플롯에 대한 다양한 입장과 이론이 있는데, 그것을 일일이 외우거나 분석할 필요는 없지만 정보 삼아 한 번쯤 보아 두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플롯에 대한 이해다. 지금 하는 이야기가 어떤 플롯을 가졌는지, 즉 어떤 원칙으로 사건을 엮을 것인지 확고하게 정하고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한다.
그런 작전도 없이 무턱대고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를 쓴다면...... 처음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스텝이 엉키면 뭐 다? 몸부림!

"

.
.
.


"

18 탈탈 털면 나오는 것들: 설정

(......) 훗날 통일이 되어 인민 공화국 시절의 철원에 대한 북측 자료가 공개되면, 『1945 철원』의 역사적 오류가 밝혀질지도 모른다. 해방과 분단과 전쟁에 대한 역사적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그래도 나는 내가 쓴 책이 그대로 하나의 세계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나는 1945년의 철원에 대해 확신을 갖고서 이야기를 썼다.
이건 명백한 자랑인데, 『1945, 철원』으로 내가 밝혀낸 구철원의 모습은 자료로서의 가치도 인정받았다. 철원에 대한 책에 작품이 인용되기도 하고, 모 대학원의 근대 시가지 복원 프로젝트팀에 자문을 해 준 적도 있다. 그만큼 구철원의 모습을 실제적으로 그려 낸 모양이다.
사람마다 문장력은 천차만별이다. 누구도 최고의 문장을 쓸 수 있다고 자신할 순 없다. 하지만 최선을 쓸 수는 있다. 그렇게 다짐하고 노력할 순 있다. 자신이 쓸 수 있는 최고의 문장, 그건 확신으로부터 나온다.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 나는 이렇게 믿는다는 확신.
이야기에 대한 뒷조사가 바로 그런 일을 한다. 일종의 길 닦기라고 해도 좋겠다. 이야기보다 먼저 상황을 살피는 척후라고 해도 좋겠다. 덕분에 이야기는 거침없이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사전 정보가 많으니 인물들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할 수 있다. 개연성 있는 사건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사건을 보다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동화를 쓰는 분들은 원고지 30매도 채우기 힘들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건 작가가 자기 작품의 인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거다.
자기가 만든 인물의 나이조차 정확히 모르는 작가들도 많다. '2학년쯤'이라는 나이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그런데 그 숫자조차 모르고서 대체 무슨 말을 하겠다는 건가. 어떤 학교에 다니는지, 어떤 집에 사는지, 학교에 가는 길은 어떤지, 엄마는 어떤 사람인지, 아빠는 어떤 사람인지....... 소개팅 첫 만남 수준보다 정보가 없다. 그런데 그 사람에 대해, 그 사람의 속 깊은 이야기에 대해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뒷조사 없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건 화면이 고장 난 내비게이션을 믿고 초행길을 나서는 것과 같다. 110미터 앞에서 우회전입니다. 안내에 따라 우회전을 하긴 하지만, 그곳이 어딘지, 뭐가 있는지는 모르는 거다. 그러니 앞으로 못 나가거나, 나간다 해도 내비게이션 안내 멘트 이상의 말을 하지 못한다.
"철수는 학교까지 급히 뛰어갔어요"라고 썼다고 치자. 학교와 집 사이는 얼마나 될까? 어떤 거리를 지나게 되는 걸까? 그걸 모른다고 해서 글을 쓸 수 없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걸 알면 실감 나고 자연스러운 에피소드가 (운 좋으면) 저절로 혹은 비교적 수월하게 생겨난다. 그렇게 한 가지 설정을 구체화하다 보면 다른 설정이 저절로 따라온다. 그럼 철수네 집은 학교 바로 앞이라고 할까? 아니면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학교라고 할까? 아니면 철수네 집이 학교 바로 앞에서 문방구를 한다고 할까? 철수 네 가족, 학교 분위기, 교실 구성, 거리의 풍경....... 그렇게 철수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설정하면, 철수에게 일어난 일을 알게 되고, 일어날 일도 짐작할 수 있다.
『토끼 청설모 까치』는 다복이네 가족의 시골살이 이야기로, 다큐멘터리가 아닐까 싶을 만큼 실감 나는 이야기다. 플롯이나 문체도 차분하고 담담하다. 그런데도 이야기에 빨려 드는 건 직접 눈으로 보는 듯한 실감 때문이다. 다복이네 '시골'은 관념적인 시골이 아니다. 현실 어딘가에 있는, 진짜 다복이가 살고 있을 것 같은 마을이다.

(......)


사실 속에서 진실이 힘을 얻는다. 사실이 진실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사실'을 확보한 인물들은 뜬금없이 착하지도, 뜬금없이 천박하지도 않다. '진짜'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도덕 교과서처럼 훌륭하기만 한 사람도, 천박한 속물근성으로 똘똘 뭉친 사람도 흔치 않다. 없지는 않은 정도일 텐데, 어째서인지 이야기에서는 그런 사람의 비율이 보통 사람을 넘어서는 것 같다. 인물의 성격을 과장한다고 흥미가 배가되지는 않는다. 극적인 이야기가 되거나 주제가 잘 전해지는 것도 아니다. 종이 인형처럼 빤하게 천박한 인물의 언행은 이야기의 품 격을 떨어뜨리기나 할 뿐이다.
「잃어버린 겨울 방학」에서 영수는 효경 엄마의 방문으로 상처를 받고 외가로 떠나는데, 그건 효경 엄마가 천박하고 표독스럽게 굴었기 때문이 아니다. 사실 충분히 따지러 올 만한 상황이었지만 효경 엄마는 "역시 엄마가 없으면 티가 난다니까! 얘, 느이 집 이혼한다며?" 따위 말이나 함부로 뱉으며 천박하게 굴지 않는다. 그저 화가 난 얼굴로 "효경이가 영수한테 맞았다고 울고불고 야단이 났다"면서, 영수 형에게 "엄마 집에 안 계시면 형이라도 좀 동생을 잘 돌봐야지"라고 말할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영수를 외가로 떠밀기에는 충분했다. 그 사건이 영수에게 큰 상처가 된 까닭은, 효경 엄마의 이야기가 그 입장에서는 일리 있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세부가 살아 있는 사실로 구축했기에 설득력 있는 충격이 만들어졌다.
좋은 이야기는 단순한 얼개에 세부가 풍성하다. 『샬롯의 거미줄』을 보라. 얼개는 단순하고, 세부가 풍성하다. '해리 포터'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이야기에 풍성한 세부로 걸작이 탄생했다. 말하자면 능숙한 스텝으로 간결하고도 우아한 탱고를 추었다고 할 수 있겠다.
노트북 앞에 앉아서 하얀 화면을 들여다보며 조상을 탓한다고 장면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애초에 장면이나 사건을 만들어 내겠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조상의 도움이 없고서야 빤한 장면, 과장된 장면, 뜬금없는 장면이 나오기 일쑤다. 아니, 어설픈 설정은 조상님이 떼로 나서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이미 너무도 소중한 자원이 있다. 나의 주인공, 나의 목적지. 그러니 주인공을 중심으로 뒷조사에 나서야 한다.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과 배경에 대해 제대로 신상을 털어야 한다. 대체 언제까지 털어야 하냐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것 같다는 기분이 들 때까지.
가다가 막히면 잠시 멈추어 다시 인물들의 뒤를 캐기 바란다. 앞서 말한 바 있듯, 작가는 드러난 것을 스케치만 해서는 안 된다. 사실 이면에 숨은 진실을 캐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일단 신상부터 탈탈 탈탈 탈탈탈탈 탈탈.......

"

.
.
.


"

9 전망 좋은 그 자리: 절정

탈탈탈....... 경운기 소리 같기도 하고, 똥차 엔진 소리 같기도 하다.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다. 이야기는 언덕을 오른다. 
기승전결.
그렇게 도식적으로 쓰고 싶진 않다는 사람도 봤는데, 아니, 일단 도식적으로 쓰자. 적어도 도식을 제대로 익히자. 도식이 왜 나쁜가? 기승전결은 수백 수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온 이야기계의 비술이다. 가장 기초적이며 가장 확고한 스텝이다.
갈등을 품은 인물이 등장한다. 그리고 폭탄의 타이머를 작동시키는 어떤 일에 의해 극적 질문이 형체를 드러낸다. 갈등이 고조되며 인물이 궁지에 몰린다. 마침내 벼랑을 뒤에 두고 적들과 맞선다. 단 두 가지 선택지만 남았다. 목숨을 걸고 아래로 뛰어내리느냐, 이대로 무릎을 꿇느냐. 그때까지 주인공의 선택지를 하나씩 제거해 나가야 한다. 결승점은 다가오고 선택지는 줄어들고, 그렇게 외통수로 몰아넣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갈등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주인공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지 뚜렷이 드러나기도 한다. 독자는 비로소 이야기를 한눈에 조망하게 된다. 주인공마저도 그제야 자신이 뭘 원하는지 깨달을 수도 있다. 초고를 쓰는 동안에는 작가 자신도 그럴 수 있다.

(......)

인물이 원하는 결말로 나아가야 한다. 인물은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는데, 작가의 의도에 따라 반성하고 화해하고 극복하는 결말에 감동할 독자는 없다. 독자는 작가가 아니라 인물에게 공감하며 이야기를 읽는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인물을 그냥 내버려 두면 곤란하다. 그래서는 이야기가 산이 아니라 골짜기, 아니 절벽으로 굴러 떨어질 수도 있다. 사막을 헤매다 쓰러질 수도, 깊은 강으로 걸어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런 뒤에 "공무도하 공경도하" 해 봤자, 님은 돌아오지 않는다.
어떻게든 절정까지는 작가가 인물을 밀어 올려야 한다.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인물을 절정으로 몰아넣어야 한다. 인물이 그 방향으로 뛸 수밖에 없게끔 이야기를 짜야 한다. 구조적으로 몰아넣는 거다. 인물의 욕망과 걸림돌, 그것을 행동으로 이끌어 내는 폭탄과 타이머, 사건을 일관되게 몰아가는 플롯, 인물은 그에 따라 앞으로 달리고 달려 절정에 이른다. 자신에게 선택지가 둘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 그때 작가는 한발 물러서야 한다. 인물을 지켜봐야 한다.
그 선택이 작가의 생각과 다르다면? 납득할 수 있는지 없는지 작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만약 납득할 수 있다면, 인물의 선택을 존중하라. 만약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
하지만 인물을 진정으로 이해하면서 함께 달려온 작가라면, 아마도 인물의 선택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왜, 부모가 자식 못 이긴다고들 하지 않는가. 그것은 젊음과 늙음의 권력관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이해'의 문제다. 부모는 자식을 긴 세월 애정으로 지켜봐 왔다. 너무 지켜봐서 탈이 될 만큼 열심히, 간절히. 부모가 자식 속을 어떻게 아느냐 싶기도 하지만, 부모 깐에는 자식의 뱃속까지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럴 만한 세월이 있었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많은 순간에 결국 자식에게 납득되고 마는 것이다.
작가와 인물의 관계도 그러하다. 아니, 그러해야 한다. 그러하다면 작가 역시 인물을 이겨 내지 못하고 그 선택을 납득하고, 나아가 그 선택을 응원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고 아무래도 인물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면? 이야기를 허물고 다시 쓰는 수밖에.
사람에 따라 시작에 앞선 준비에 차이가 있다. 각 장별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쓰는 사람도 있고, 어렴풋한 스케치로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정답은 없다. 사람마다, 작품마다 다를 수 있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시도해 보고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을 찾기 바란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이야기의 시작과 절정만은 미리 계획하는 게 좋다. 쓰는 동안에도 절정을 계속 의식해야 한다. 그때의 개연성에 대해, 의미에 대해, 이미지에 대해, 심지어 절정에서 주인공을 둘러쌀 여러 감각에 대해.
절정은 구조와 의미 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그만큼 이야기 전개에서 가강 멋진 장면이 되어야 한다. 로맨스영화를 보면 절정의 키스 신에서 카메라가 빙빙 돌지 않는가. 좀 유치하긴 하기만, 절정은 원래 그런 거다. 멋지게, 폼 나게, 낭만적으로, 내 인물의 결정, 내 이야기의 절정,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그토록 고대하던 순간이 아닌가.
『플랜더스의 개』의 절정을 생각해 보라. 한밤의 루벤스 라니!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어떤가. 깊은 밤 나무에 올라 하늘에 동아줄을 청한다!
『봉주르, 뚜르』의 아름다운 절정도 떼놓을 수 없겠다. 저물녘, 두 소년은 문 닫힌 공원으로 숨어들어 붉은 잉어가 노니는 연못가에서 진심을 털어놓는다. 『산적의 딸 로냐』는 겨울이 다가온 숲 속에서 절정을 맞이한다. 지난날의 난롯불을 그리워하며 샘으로 내려간 로냐 앞에 아빠가 나타난다. 세상을 향한 아이의 사랑과 아이를 향한 부모의 사랑.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내포한 두 마음이 겨울 숲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그려졌다.
절정은 절정다운 모습으로 독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야 한다.

(......)

그렇게 휘몰아쳐 오른 뒤, 절정에서는 멈춰야 한다. 독자가 숨죽인 채 주인공의 결정을 지켜보게 해야 한다. 왁자하게 산에 오르다가도 정상에 다다르면 문득 숙연해지곤 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탄성으로, 긴 한숨으로 토해 낸다.
절정에서는 문득 숙연해지게 만들어야 한다. 독자가 인물의 진심과 마주 서게 해야 한다. 인물의 진심이 독자의 마음을 울려야 한다. 울리면 좋다? 아니! 울려야 한다. 그러려고 이야기가 여기까지 왔다.
가장 전망 좋은 자리, 절정의 그곳에서 인물과 독자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어야 한다.

"

.
.
.

"

10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

아름다운 절정. 그러나 안타깝게도 절정이 아름답다고 결말까지 그러한 것은 아니다.
나도 권선징악을 바란다(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노력한 만큼 보람을 얻고 간절한 만큼 도움을 얻고, 공평하게 행운을 얻고 공평하게 불행을 피하고, 잘못을 저지르면 반성하고 개심하고 성장하여 아아, 사랑과 평화가 넘실대는 세상이면 좋겠다(재미없으려나?).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생의 승률은 그리 높지 않다. 『플레이 볼』에서 아람중학교 야구부 감독은 동구에게 말한다.
"잘 지는 법을 알아야 된다. 질게 야구하는데,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헐타. 3할 치모 강타자다. 이대호도 열 번 중에 세 번밖에 몬 친다 이 말이다. (......) 이기는 기야 다 잘하지, 그렇지만 야구하는 기 내내 지는 일이다. 잘 질 줄 알아야 된다. 인생은 토너먼트가 아니라 리그다, 리그."

무려 조선의 4번 타자라고 불리는 이대호의 타율이 3할이다. 굉장한 성공이다. 인생에서 그만한 승률을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사는 게 그렇지 않은가. 중요한 일부터 사소한 일까지 바라는 대로, 뜻한 바대로, 계획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되는가. 어째서인지 급한 날은 신호등이 내 앞에서 바뀌고 발 아픈 신발을 신은 날은 지하철에 빈자리가 없다. 어째서 내가 지각을 한 날은 교문에 무서운 선생님이 있고, 내가 교과서를 안 가져온 날은 기습적인 검사가 있다. 지금의 나는 어린 내가 기대한 그 사람이 아니다. 나는 꿈꾸던 만큼 예쁘지도 똑똑하지도 특별하지도 않다. 심지어 키도 크지 않았다. 순정만화처럼 낭만적인 연애를 해 보지도, 완벽한 결혼을 하지도 못했다. 꿈꾸던 만큼 부유해지지도, 성공하지도 않았다. 아니, 꿈 따위가 다 뭔가. 생각도 못 한 온갖 실수와 실패와 상처와 좌절, 심지어 배신과 배반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다 급기야 노안을 비롯한 노인성 질환의 방문을 받고 있다. 똑똑, 이제 중년이신데 어디 보자...... 여덟 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어떨까? 어린아이에게 돌이킬 수 없는 충격과 공포를 안길 수 있다. 혹은 어린 나의 충격적인 언사에 지금의 내가 총 맞은 것처럼 가슴앓이를 할 수도 있겠다(타임머신 결사반대).
당장 오늘의 나만 놓고 생각해 봐도 그렇다. 글은 뜻대로 안 풀리고, 책은 마음만큼 안 팔리고, 자식은 기대대로 안 커 주고, 통장은 가볍고 사랑은 멀고 우정은 복잡하다. 내일이 된다고 딱히 나아질 건 없다. 하루만큼 나이를 더 먹고, 그만큼 노안이 심해지고 주름살은 늘어나고 죽음에 가까워질 뿐.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삶이 한없이 불행한가? 그렇지는 않다. 걱정이 있고 아쉬음이 있지만, 괜찮다. 내일이 오는 게 싫지 않다. 여태 그렇게 당하고도, 내일은 조금 나을지 모른다는 기대도 없지 않다. 정말 괜찮다.
나에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날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자식을 믿고, 사랑을 한다. 연휴 동안 뱃살이 늘었지만 깻잎전은 최고였다. 언제나 그런 건 아니다. 눈앞이 깜깜하고 사방이 절벽인 때도 있다. 도저히 일어설 수 없는 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은 그것에 관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나는, 우리는.
신화의 시대로부터 오랫동안 우리는 그 해답을 초인적인 힘에서 찾았다. 바리공주는 그 서러운 운명에도 불구하고 초인적인 의지로 저승에 다녀와 공주의 지위를 되찾았다. 
춘향이와 이도령은 그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초인적인 사랑으로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나무꾼은 그 엄청난 실수에도 불구하고 산신령의 도움으로 금도끼 은도끼를 얻었다.
근대에는 더 이상 초인적인 영웅을 믿지 않게 되었고 산신령의 도움도, 난데없는 기적도 믿지 않았다. 그보다는 인간의 힘을 믿었다. 인간의 지성과 연대와 의지. 그것이 바로 세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세상은 모순투성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 캔 두 잇, 유 캔 두 잇, 예스 위 캔.
지금의 우리는 어떨까. 지금의 우리는 하늘의 도움도 초인적인 힘도 믿지 않는다. 세계가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도 잃었거나 잃어 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저마다 해답을 찾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아니 나에겐....... 종교일 수도 가족일 수도 돈일 수도 힘일 수도 친구일 수도 사랑일 수도, 그래, 취미 생활일 수도, 뭐가 됐든 지금의 우리는, 나는, 스스로 그 답을 찾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라고.
어린이라고 다르지 않다. 어린이 역시 매일, 매 순간 실수와 실패와 불운을 경험한다. 그런데도 남들 역시 그렇다는 걸 아직 알지 못한다. 엄마 아빠도 그랬다는, 지금도 그렇다는 것도 미처 알지 못한다. 나만 유독 못나고 모자라고 운이 없는 것 같다. 어린이는 아직 어른만큼 굳은살이 생기지 않았다. 상처를 입으면 속살까지 다친다.
그런 아이들에게 우리는 무슨 말을 해 줘야 할까. 권선징악이라고? 꿈은 이루어진다고? 노력은 실패하지 않는다고? 그건 아이들에게 자신을 더욱 궁지로 몰게 만드는 거짓말이 아닌가. 안타깝게도 현실이 그렇다. 착한 사람은 뒤통수를 맞고, 나쁜 사람은 부귀영화를 누린다. 꿈은 꿈일 뿐이고, 노력은 노력일 뿐이다. 우리 아이만, 나의 독자만 냉혹한 현실을 비껴갈 수는 없다. 그런 거짓말을 한들 어린이에게 마음의 짐만 지울 뿐이다.

"

.
.
.


"

11 당신의 승부수는? 창작의 전략

이런저런 곳에서 동화 창작 강의를 하며 습작하는 분들을 많이 만났는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껏 나보다 동화를 많이 읽은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내가 기성작가라서 그런 건 아니다. 나는 등단을 하기 전에 지금보다 훨씬 열심히 읽었다. 어쩌다 동화 창작 강의를 듣게 된 학생이라면 앞서 나온 책을 잘 몰라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몇 년째 습작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그런 분들이 많다. 그렇다고 딱히 다른 분야의 책을 읽는 것 같지도 않고.
그 어떤 책도 읽으면 도움이 된다. 좋은 작품은 문학에 대한 좋은 상을 그리게 해 준다. 나쁜 작품의 가르침은 그보다 구체적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뼈저린 교훈.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마냥 들뜨는 대신 이미 998권쯤 비슷한 책이 있다는 걸 알 수 있고, 둘도 없이 특별한 사연이라 생각하는 그 경험담과 닮은 이야기가 이미 9,998번쯤 되풀이되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너무나 새롭다고 자부하는 그 이야기는 지난달에 출간되어 한창 호평을 받는 바로 그 책과 닮았다는 걸 알게 되고, 너무나 감동적이라고 믿고 있는 그 이야기는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기성작가의 망한 졸작과 똑같다는 걸 알게 된다.
가슴이 쓰라릴 일이지만, 알아야 한다. 그래야 원고를 완성하고 나서, 공모에서 똑 떨어지고 나서, 책이 나오고 나서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강의를 듣는 것도 좋고, 습작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독서다. 사실 이걸 따로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글을 쓰겠다고, 그것도 자신이 쓴 글을 책으로 내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평소에 독서 말고 뭘 할까? 책 말고 달리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을까?
언젠가 어느 강의 뒤풀이에서 사람들이 도서정가제를 화제로 삼으며 책값이 비싸다고 투덜대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책값이 비싸다고? 나는 여태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내 주머니 사정상 부담이 될 순 있지만, 책값이 비싸다거나 아깝다고 느낀 적은 없다. 지금도 나는, 그리고 책을 만드는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서점의 상위 0.01퍼센트 이상의 초상류층 고객님들이다. 지난번에 이사를 하는데, 몽골인 청년이 서툰 한국말로 내게 물었다.
사모님, 책이 왜 이렇게 많아요? 내가 책 만드는 사람이라 그렇다고 하자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려다, 문득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했다. 
그래도 이건 너무 많아요. 
어떤 때는 내가 책을 사는 걸 좋아하는지, 책을 읽는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기억이 허락하는 가장 오래된 날로부터 지금껏 내게는 책이 가장 좋고 귀하고 재미있고 각별하다. 책을 읽는 일 또한 그러하다.
그런 사람들이 글을 쓰고, 책을 내고자 한다. 동화 쓰기의 스텝이라나 뭐라나, 아리송한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줄......리는 없다. 앞서 말했듯이 그런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이 바로 책 동네다.
그중 단 한 권의 책, 더 이상 꽂을 자리가 없을 만큼 빽빽한 책 동네에서 기어이 틈새를 벌려 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한 책을 쓰리라.
그만한 야심과 포부로 책장을 살펴보기 바란다. 희망적인 소식은, 아직 빈자리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

.
.
.


"

12 밀고 당기기의 기술: 쓰기

(......)

침착하게, 차분하게, 냉정하게.
이야기를 완성했다고 그걸 덥석, 보따리째 내놓으면 안 된다. 허겁지겁 보따리를 풀어놓아서는 안 된다. 고수들이 포커를 치듯, 연애를 하듯, 상대를 밀었다 당겼다. 밀었다 당겼다......
우선 차분해져야 한다. 제아무리 대단한 사건이 예정되어 있다 해도, 작가는 담담해야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사람처럼 해야 할 말만 해야 한다. 그렇게 독자를 궁금하게 하고, 궁금증이 다 풀리기 전에 한발 물러나야 한다. 다시 조금 더 궁금하게 하고, 그 궁금증이 다 풀리기 전에 또 물러나야 한다. 그렇게 작가가 주도권을 잡고 독자를 조금씩 이끌어 와야 한다. 당기고 밀고 당기고 밀고 당기고 밀고 당기고 밀고....... 독자가 애를 태우며 이야기를 따라와 인물과 함께 절정을 맞이해야 한다. 물론 작가는 모든 걸 알고 있다. 이야기에서 드러난 것 이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다 털어놓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극적 질문에 따라 이야기를 전개하며 딱 필요한 만큼, 독자의 궁금증보다 조금 '덜' 알려주어야 한다.
우리가 실제로 사람을 만났을 때도 그렇다. 만나자마자 출생의 비밀부터 프로이트적 트라우마까지 다 털어놓는 사람은 부담스럽다. 도무지 마음이 가지 않는다. 상대의 사연이 딱하게 느껴진대도 그렇다. 아직 서로 익숙해지기도 전에 낯선 상대가 눈물부터 쏟는다면, 뜨악한 기분이 들 뿐이다. 다음에는 자리를 피하리라, 일단 번호부터 수신 거부 처리하리라 마음먹으며.
심지어 관심 있는 이성을 만나도 그렇다. 저 사람이랑 한 번 더 만날까, 말까? 나는 그 정도 극적 질문을 가지고 있는데, 상대가 사실 우리는 전생에서 절절한 사랑으로 맺어진 운명이라며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밀면 누구나 질겁하게 된다. 나는 아직 전생까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궁금하지도 않은 정보를 쏟아 내는 건 설레발밖에 안 된다. 다른 용어로는 주책바가지.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 몸이 달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아쉬울 게 뭐가 있는가(그런 척 하자). 작가는 정말로 재미난 이야기를 다 알고 있지만, 독자님 하는 거 봐서 조금씩 들려주겠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극적 질문에 따른 사건 전개에만 충실하면 된다. 담담하고 차분하게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필요에 따라 숨은 사연을 조금씩 이야기하는 거다. 들떠서 허겁지겁 다 털어놓다가는 장화 홍련 취급을 받게 된다.
『쑤우프, 엄마의 이름』은 결국 눈물을 쏟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작가는 시종 담담하고 차분하다. 프롤로그를 지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던 때부터도 확실하게 알고 있던 한 가지 사실은 나에게는 아빠가 없다는 것이다. 엄마와 버나던 아줌마가 있었고, 나는 두 분으로 충분했다.

이것만으로도 주인공 하이디의 환경은 이미 범상치 않다. 그러나 작가는 미주알고주알 한꺼번에 사연을 다 털어놓지 않는다. 감정의 군더더기도 없다. 거의 사무적인 태도로 기본 조건만 밝힌다. 그리고 사건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구체적인 사연이 드러난다. 하이디의 엄마는 자신의 이름도 모르는 중증의 지적장애인이고, 유일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버나뎃 아줌마는 심각한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다. 대체 세 사람이 어떻게 가족처럼 지내게 됐을까? 독자가 궁금해해도 작가는 모르는 척 담담하게 할 말만 한다. 일상의 풍경을 그리면서 조금씩 단서를 흘리다, 마침내 하이디가 서랍 아래에서 오래된 사진을 찾아내게 한다. 극적 질문이 던져졌다. 엄마는 누구일까? 그건 곧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이다.
하이디는 엄마의 과거를, 자신의 뿌리를 찾아 나선다.
그렇게 하이디가 마주하게 된 것은 너무도 기막히고 슬프고 감동적인 진실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시종 담담하게 진행된다. 하이디가 진실과 함께 가슴이 미어지는 소식을 들었을 때조차 작가는 감정을 쏟아내지 않는다.

나는 그때 갑자기 깨달았다. 내가 서랍 속에서 꺼낸 슬프디 슬픈 안개는 루비 아주머니를 찾아온 게 아니었다.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안개가 그 얼음장 같은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옥죄었을 때 루비 아주머니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불쌍한 것, 불쌍한 것, 불쌍한 것."

슬픔의 절정은 그렇게 묘사되고 바로 장이 바뀐다. 독자에게 슬픔을 구구하게 떠벌리지 않는다. 같이 슬퍼해 달라고 조르지도 않는다. 하이디의 마음을 담담하게 서술한 뒤, 작가는 자리를 비켜 준다. 독자가 홀로 슬퍼할 수 있도록, 홀로 눈물 흘릴 수 있도록, 하이디와 둘이서 슬픔을 나눌 수 있도록.
앞에서 작가는 주인공의 세계에 대해 아주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렇다고 그걸 다 말하라는 뜻은 아닌 것이다. 알고 있되, 필요한 만큼만 말해야 한다. 거대한 빙산을 창조하되, 그 가장 아름답고 날카로운 일각만 내보여야 한다.
문체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장에 대해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체와 문장은 이야기와 별개가 아니다. 이야기가 문체를 만들고 문장을 자아낸다.
이야기가 먼저, 문장 혹은 문체는 그 결과다. 백일장에서 장원깨나 했던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이따금 문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식으로 덤비는 사람들이 있다. 절대 안 될 말이다. 뛰어난 문장력으로 승부하겠다. 그 정도라면 진짜 천재적인 문사라는 얘긴데, 그렇다면 진작 뭐가 되어도 되었을 것이다. 설사 그런 문장력을 가졌다 해도(아니라니까요), 제대로 된 이야기가 아니고서야 그 문장이 빛을 발하기 어렵다.
그러니 문장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생각은 물론, 문장이나 문체로 멋을 부리겠다는 생각도 버리는 게 좋다. 아름다운 문장에 대한 환상을 버리시라. 미련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 100퍼센트 장담할 순 없으나, 99퍼센트, 아니 99.999999퍼센트 확신하고 하는 말이다.
핵심은 이야기다. 작가가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를 장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야기에 자신이 있으면 힘 있는 문장이 나오게 마련이다. 이야기에 대한 입장이 분명하면 그런 태도가 배어 나오는 문장, 즉 문체가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확실한 입장을 가지고 이야기를 차분하게 전하면 된다. 되도록 어법에 맞는 문장으로 정확하게 표현하면 된다.
문장도 문체도 억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문장은 이야기에 대한 장악력에서 나오고, 문체는 이야기에 대한 태도에서 나온다. 일어난 일을 이야기할 때도 그렇지 않은가. 그 사건에 대한 내 입장에 따라 이야기를 전하는 내 태도가 달라진다. 말투, 표정, 사용하는 단어, 문장을 잇는 방법.......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저지른 나쁜 짓을 말하는 태도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얻은 행운을 말하는 태도를 생각해 보라. 그 태도의 차이는 인공적인 게 아니다. 저절로 배어 나오는 거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이야기를 이해하는 만큼 안정된 문장을 쓸 수 있다. 사람마다 문장력에 차이는 있다. 목표는 최고의 문장가가 되는 게 아니다. 내가 가진 최고의 문장력을 구사하는 거다.

"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떠셨나요, 오늘 포스팅?

 

구독과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좋아요-추천 버튼 누르실 수 있습니다.

 

아래는 제 블로그에 있는 다른 포스팅 중 참고하실 만한 내용을 추렸습니다.

한번 살펴봐 주세요. 고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도서 리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지젝][난민][테러] 슬라보예 지젝, 『새로운 계급투쟁』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6월 항쟁][민주화] 대한민국의 힘, 100도씨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세대][세대 게임] 『세대 게임-세대 프레임을 넘어서』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글쓰기][카피] 『1초에 가슴을 울려라』, 카피 전문가의 실전적 조언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경영][인재] 당근이 필요한 인간들이 다니는 회사, 『미라이 공업 이야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삼국지][간편 삼국지] 간편하게 읽는 퓨전 삼국지 『3분 삼국지 톡』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처세술][전략] 처세술과 인생전략을 담은 동양 비서 『36계학』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글쓰기][기사] 새로운 글쓰기 '내러티브' 『기막힌 이야기 기막힌 글쓰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집중력][1일1식] 1일1식 저자가 전하는 집중력의 비밀, 하루가 달라지는 『오후의 집중력』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직장생활백서][사축생활백서] 일러스트로 읽는 직장생활백서 『회사는 다닐 만하니?』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잭 런던][강철군화] 민주주의를 잃은 자본주의, 소설 자본론 『강철군화』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쌍용차][정리해고] 의자놀이,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쌍용자동차 이야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플롯][서사] 소설과 드라마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서사 패턴 959』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마흔][42] 남자 나이 42-인생은 지금부터가 재미있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원격근무][자율 출퇴근] 더 이상 붙박이 사무실을 고집하지 마라 《리모트 - 사무실 따윈 필요 없어!》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임금][불평등] 오랜 시간 우리 사회의 임금 문제에 천착한 방송기자의 시선, 《우리의 월급은 정의로운가》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마크 트웨인][허클베리 핀의 모험] 톰 소여와 함께 잊을 수 없는 악동 《허클베리 핀의 모험》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프레임워크][비즈니스 툴] 복잡한 일과 상황을 간단하게 만들어 주는 『비즈니스 프레임워크 69』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엑셀][오피스] 《절대 엑셀》 회사에서는 절대 알려주지 않는 엑셀 기본 교과서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마크 트웨인][톰 소여의 모험] 미워할 수 없는 영원한 악동 《톰 소여의 모험》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수필][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아나키즘][아나키스트] 빵의 쟁취, 혁명에 필요한 것은 빵이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증발][실종] 우울한 저성장 사회의 민낯 《인간 증발》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촘스키][철학] 최고의 언어학자가 말하는 인간론, 《촘스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독서][속독] 책 한 권에 실천 하나, 《일독일행 독서법》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속독][속청] 빨리 듣고 빨리 읽는, 『속청 독서』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교정][교열] 이쯤은 돼야 교양만화, 『만화 동사의 맛』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재테크][절약] 『90일 완성 돈 버는 평생 습관』, 저절로 돈이 모이는 초간단 재테크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글쓰기][르포] 글쓰기를 대하는 자세, 『글쓰기의 최전선』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교정][교열][문장]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교정 교열 장인의 내공을 들여다본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재테크][절약] 『90일 완성 돈 버는 평생 습관』, 저절로 돈이 모이는 초간단 재테크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시][은유] 시를 시답게 만드는 『은유의 힘』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사회][언론] 대한민국 언론의 속사정, 『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화술] 간단 화법 정리, 『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게 말하는 법』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사회][인문] 불합리한 세상을 깨달아라, 《부들부들 청년》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심리][최면] 자신감·자존감 회복 프로젝트, 나는 오늘도 나를 응원한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도대체][에세이] 마음대로 안 되는 인생,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은유][제유][패러디] 시 창작을 위한 〈시인 수업〉 3종 세트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광고][카피][글쓰기] 쉬운 글쓰기를 즐겨보자, 비틀어 글쓰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소설][사전] 인생을 건널 말의 배를 만든다, 《배를 엮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기업윤리][사회] 기업윤리란 무엇인가? 《고장 난 거대 기업》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고전][제갈량] 제갈공명의 지혜, 《난세를 건너는 법》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소설] [풍자] 대한민국 1% 남자들의 속살 이야기,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신화][인문] 긴 겨울밤과 끝나지 않는 여름의 이야기, 닐 게이먼의 《북유럽 신화》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수필][거리] 내가 편안한 거리는 얼마일까, "약간의 거리를 둔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업무 기술] 최고들은 어떻게 일하는가, 최고들의 일머리 법칙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소설][성장소설][복싱] 권투와 함께하는 불우한 성장소설 《스파링》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소설][사회] 묵직한 사회·회사 소설, 《누운 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세계사][옷] 옷을 통해 살펴본 재미있는 세계사 《옷장 속의 세계사》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성공][운][아웃라이어] 말콤 글레드웰, 아웃라이어-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화][분노][스토아]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의 화에 대한 조언, 《화에 대하여》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법정][최순희]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불일암 사계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인문][인디언] 어떻게 공기를 팔 수 있다는 말인가, 시애틀 추장의 꿈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리듬][자기계발] 다 리듬 때문이었어-삶을 바꾸는 리듬의 힘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세계 여행][여행] 마을버스로 월드 투어,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그림자 노동] 대가 없이 당신에게 떠넘겨진 《그림자 노동의 역습》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박열][가네코 후미코] 박열의 그녀, 가네코 후미코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시간관리] 시간을 요리하는 방법,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개구리를 먹어라!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소설][토익] 처절한 토익 성공기, 나의 토익 만점 수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경영철학] 성공하려면 끊임없이 던져라 - 피터 드러커의 최고의 질문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청소력][청소의 힘] 좋은 기운을 불러오는 청소의 힘, 청소력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법정 소설] 경쾌한 법정 소설, 미스 함무라비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모시이노][피터 드러커] 모시도라 후편 -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이노베이션과 기업가정신편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영어 공부][자기계발] 9등급 꼴찌, 1년 만에 통역사 된 비법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모시도라][피터 드러커] 재미있는 경영 소설 -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레버리지][자기계발] 레버리지, 세상이 나를 위해 일하게 하라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직장 고수] 〈직장의 신, 미스 김〉의 재림? - 《직장의 고수》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독공법][독서법] 독서와 공부를 한번에 끝내는 《독공법》 리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우리의 소원은 전쟁][누와르] 흥미진진한 누와르 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군주론] 현실 정치 철학을 넘어 처세술로 되살아나는 고전, 《군주론》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이야기의 힘]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조건, 《이야기의 힘》에 빠져 보자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10년 법칙] 명품 인생을 만드는 10년 법칙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졸혼][휴혼][해혼][각거] 졸혼 시대, 진정한 대안일까?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선][선불교][자기계발] 활쏘기의 선 - 손가락을 거쳐 달을 본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 먹고사는 데 걱정 없는 1% 평생 일할 수 있는 나를 찾아서 - 저성장 사회 성공 공식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에세이][자기계발] 언어의 온도, 당신의 언어는 따뜻한가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영어 공부][자기계발]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 무소의 뿔처럼 우직한 영어 공부 비법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독서법][자기계발]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 읽기 50 - 독서에 관한 고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독서][퀀텀 독서법] 퀀텀 독서법, 언제까지 한 자씩 읽을 것인가!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 타이탄의 도구들, 거인들의 어깨를 딛고 서는 성공 공식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어린이 소설] 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뇌과학][조기교육] 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 뇌에 관한 잘못된 신화를 파헤친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청소][청소 경영] 아침 청소의 힘, 청소만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독서법][속독법] 1만권 독서법, 간단한 초보 속독법 안내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강요된 비만] 뱃살은 당신의 탓이 아니다, 강요된 비만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일본전산][3Q6S] 일본전산 이야기, '기본'과 '열정'이 만든 성공 신화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초서][초의식] 김병완의 초의식 독서법(인생을 바꾸는 독서혁명 프로젝트)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추천 도서][48분 기적의 독서법] 연령대별 독서 목록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독서][48분 기적의 독서법] 48분 독서로 인생 업그레이드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맞춤법][띄어쓰기] 왜 맞춤법에 맞게 써야 돼? - 맞춤법 싫어하는 아이를 위해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맞춤법][띄어쓰기] 왜 띄어 써야 돼? - 띄어쓰기가 싫은 아이들에게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어쩌면 별들이][필사 시집]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플러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어쩌면 별들이][어른을 위한 동시] 필사하기 좋은 동시 '내가 아주 작았을 때'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독서][독서법] 본깨적, 인생을 바꾸는 독서법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로봇][인공지능][AI][알파고][로봇세] 로봇 시대, 인간의 일 - 로봇 시대의 역사와 전망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애드센스][블로그] 블로그 제대로 운영해 보자, '블로그의 신'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어쩌면 별들이][도깨비] 필사하기 좋은 시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도올][김용옥] 도올 김용옥 비판 - 우리 시대의 부끄러움을 말하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경제성장][분배][저성장]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노자][도덕경] 동양 최고의 고전 1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애드센스][블로그] 구글 애드센스로 돈 벌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영어 공부]10살 영어 자립! 그 비밀의 30분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힘이 정의다][독서][세계관]"법령과 황금률은 노예와 바보에게 차꼬를 채우느라 만든 것이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언더도그마][언더독][오버독]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결혼보다 월세 - 10년 차 경제지 기자의 재테크 에세이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부자 언니 부자 특강(평범한 월급쟁이 부자 되는 공식)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가면사축 - '사축' 탈출을 위한 비법서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사축일기 - "수고했어 오늘도~" 지친 퇴근길의 당신에게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 가볍지 않은 로맨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