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하는 책은 《공피고아》다. 부제로는 〈어떤 조직에서도 승승장구하는 사람들의 비책〉을 달고 있다. 출판사는 쌤앤파커스로, 저자는 이남훈, 장동인 두 명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공피고아》는 직장생활에서 부딪히는 여러 상황과 난제들을 헤쳐나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서다. 그리고 이러한 나제들을 헤쳐나가는 방법으로 《삼국지》나 《사기》 등의 고전에서 건져 올린 흥미롭고 유익한 사례를 들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실 처음 공피고아([攻彼顧我)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바둑 관련 책이거나, 바둑과 관련한 자기계발서일 것이라 짐작했다.
'공피고아'란 '상대방을 공격하기 전에 먼저 나를 살피고 돌아보라'는 뜻을 가진 바둑 용어로, 《위기십결(圍棋十訣)》이라는 중국 북송(北宋)때 유래된 여러 바둑 격언 중 하나이다.
바둑 자체가 인생에 자주 비유되기도 하고, 처세나 일의 처리, 인간관계 등에도 좋은 교훈을 주는 영향이 있는 만큼 처세술이나 인간관계 관련 자기계발서 등에도 '위기십결'의 바둑 교훈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책은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고 흥미롭게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이다. 앞에서는 우선 인간관계나 사회생활, 직장생활에서 접하기 쉬운 사례들을 들고 있다. 이어 뒤쪽에서는 그러한 난제들을 처리하는 방법을 주로 《삼국지》나 《사기》 등 우리가 흔히 보거나 들었을 법한 고전에서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쉽고 교훈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삼국지》나 《사기》 등 누구나 한 번쯤 듣거나 읽었을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이해도 쉽고, 기억하기도 좋다. 일종의 교양서적 삼아 《삼국지》나 《사기》 등의 고전에 나오는 일화를 다시 한번 챙겨보는 느낌도 나쁘지 않다.
간단한 고전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나 심플한 직장생활 안내서를 읽는다는 기분으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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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남훈
저널리스트 출신의 경제경영, 자기계발 전문작가.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를 졸업한 후 국내 주요 언론사에서 비즈니스 전문 객원기자로 활동했다. 수많은 CEO들과 직장인들을 만나면서 경영 현장에서 통용되는 리더십, 자기계발, 성공의 원칙, 의사소통의 기술에 대해 심층 취재했다. 또 삼성전자, LG그룹, 포스코, KB금융그룹, 한국전력, 삼양그룹, 대교그룹, 동서식품, 11번가 등의 사보에 글을 게재하는 등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무료 일간지 포커스에 ‘한비자에게 배우는 지략’과 동아일보에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를 연재하고 있다. 그간 베스트셀러《사자소통: 네 글자로 끝내라》, 《공피고아》(공저) 등을 통해 고전들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바탕으로 조직 생활과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을 제시해왔으며 SBS-TV 드라마를 통해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샐러리맨 초한지'의 자기계발서 버전인 《샐러리맨 초한지》를 집필하기도 했다.
장동인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남가주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석사를 마쳤다. 미국 비자카드, EDS, 아메리칸 항공, 독일 아마데우스(Amadeus) 등에서 근무했으며, 1996년에 귀국하여 한국오라클 컨설팅본부 이사, 시벨코리아 지사장, SAS Korea 부사장, 언스트앤영 컨설팅 본부장을 역임했다. 국내 대기업 및 공공기관 등 수백 개 기업에 경영 및 IT 컨설팅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회사원들이 고민하는 내용을 듣고 별도의 자문을 해주었다. 컨설팅 활동을 기반으로 각종 콘퍼런스, 대학에서 강의를 맡았으며, 다양한 매체에 기고 활동을 했다. 저서로는 《실무자를 위한 데이터웨어하우스》가 있다. 현재 미래읽기컨설팅의 대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 프롤로그 / 아무 페이지나 펴서 읽으시라, 그리고 익히시라! _이남훈
[1] 겸손의 역설 _똑똑한 직장인이 실패는 바로 그 '똑똑함' 때문이다
1. 똑똑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치명적 실수
2. 당신이 없어도 회사는 돌아간다
3. 최적의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겸손의 가치
4. 부득탐승 전략 - 똑똑함 하나로 회사의 '전설'이 되지는 못한다
5. 공피고아 - 나가야 할 때와 버텨야 할 떼
[2] 전략적 침묵 _열변은 논쟁을 부르지만 침묵은 상대를 압도한다
1. 직언은 논쟁을 부르지만 은유는 상대를 포용한다
2. '상황의 논리'를 돌파하는 숨겨진 블랭크의 지혜
3. 소리 없는 감동이 열정을 끌어낸다
4. 부득탐승 전략 - 생각 없이 말하는 '에버리지맨'은 제발 되지 말자
5. 공피고아 - 신입사원 개념 잡기 : 신입사원 버릇, 임원까지 간다
[3] 포커페이스와 쇼맨십 _때로는 원하지 않아도 해야 할 것이 있다
1. '적극적 포커페이스'는 어떻게 플러스가 되는가?
2. 위기의 순간, 냉정과 균형을 찾아주는 포커페이스
3. 천하의 유비가 천둥소리에 떤다?
4. 부득탐승 전략 - 상사의 포커페이스 뒤에 있는 '진짜 판단과 결정'을 읽어라
5. 팀장급 개념 잡기 - 골목대장 하라고 팀장 시켜준 게 아니다
[4] 충성과 라인 _될 놈만 사귀고, 클 사람만 모신다
1. 상사 선택, 누구를 통해 내 힘을 폭발시킬 것인가
2. 충성스러운 부하의 탄생, 과연 누구에 의해?
3. 까라면 까라고?
4. 저돌적인 충성은 스스로를 단련시킨다
5. 충성을 빌미로 줄을 서지는 않는가?
6. 부득탐승 전략 - '정치 게임'보다 '충성 게임'이 남는 게 많다
7. 공피고아 - 경력 입사자 개념 잡기 : 새로운 직장에서 살아남는 기술
[5] 명령과 복종 _상사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말고, 마음에 귀를 기울여라
1. 마당쇠가 될 것인가, 브레인이 될 것인가?
2. 상사의 마음에 반응할 때, 반응하지 않아야 할 때
3. 상사의 파음에 파고들어 '믿음의 패'를 던져라
4. 부득탐승 전략 - 상사에게 한 번 더 묻고, 조직의 마음과 코드를 맞춰라
5. 공피고아 - 임원 후보 개념 잡기 : 당신에게는 '임원의 빛깔'이 있는가?
[6] 보고와 뒷담화 _자리가 주는 통찰력을 무시하지 마라
1. 명참모 순욱이 조조에게 '팽' 당한 이유
2. 뒷담화? 상사의 권위만큼은 절대로 노터치!
3. 부득탐승 전략 - '귀신이 곡할 노릇!' : 보고와 뒷담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4. 공피고아 - 세일즈맨 개념 잡기 : 돈을 벌든, 승진하든, 영업부터 배워라
[7] 칭찬과 아부 _품격 없는 칭찬은 당신을 우습게 만든다
1. 품격 있는 칭찬의 기술
2. 투톤 화법, '저는 괜찮지만 당신은~'
3. 칭찬받는 자를 믿지 말고, 비난받는 자를 내치지 마라
4. 부득탐승 전략 - 죽어도 아부 못한다는 이들에게 : 그렇다고 칭찬도 안 할 것인가?
5. 공피고아 - 직장여성 개념 잡기 :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큰 판을 읽어라
[8] 성과와 평가 _평가가 명확하지 않으면 사내정치가 난무한다
1. '잘나가던 그'가 '괘씸한 놈'으로 뒤바뀐 사연
2. 평가를 극대화하는 타이밍의 마술
3. 실패 앞에서 비굴해지면 '병가지상사'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4. 부득탐승 전략 - 일이 되게 하는 초석, 커뮤니케이션
5. 공피고아 - 여성상사를 모시는 남자직원 개념 잡기
[9] 의리와 배신 _당신의 경쟁력을 다시 돌아보라
1. 저녁에 해가 진다고 울분을 터뜨리는 사람은 없다
2. 배신, 당신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은 아닌가?
3. 의리의 유지는 이해관계 조절 능력에 달려 있다
4.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의심의 메커니즘
5. 부득탐승 전략 - 의심받거나 의심하고 있다면 : 의심 처리 지침
6. 공피고아 - 부하를 '전사'로 키우는 훈련법칙
[10] 명분과 전략 _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판'을 뒤집어라
1. 청탁으로 곤란한 상사, 명분으로 구출하라
2. 명분이 없으면 어떤 설득 전략도 헛일
3. '판'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전략'
4. 부득탐승 전략 - 부지런한 상사는 '전략'을 주지 못한다
5. 공피고아 - 사장처럼 생각해야 사장이 된다
- 에필로그 / 결국 모든 조직의 문제는 사람과 사람의 문제다 _장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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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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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겸손의 역설: 똑똑한 직장인이 실패는 바로 그 '똑똑함' 때문이다
1. 똑똑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치명적 실수
어느 직장에나 '머리는 참 똑똑한데 잘 안 풀리는 사람'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들에 대해 '저 사람 참 운이 없어'라는 운명론적 관점으로 해석하거나, 혹은 거 봐, 똑똑하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잖아'라는 나름의 성공학'을 읊으며 조금 부족한 자신의 머리로도 얼마든지 '운 좋게' 성공할 수 있음을 은연중에 어필하기도 한다. 똑똑한 그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역시 세상은 똑똑한 사람보다는 아부 잘하는 놈한테 유리해'라며 실패의 원인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채 타인의 탓으로 돌리기도 하고, '똑똑한 자를 알아보지 못하는 천박한 세상'을 논하며 퇴사와 이직을 덧없이 반복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말 직장에서의 성공 비밀은 '능력'과는 관계없는 것일까? 그것이 정녕 '운'에 달려 있는 것일까? 또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허락되는 성공의 가치란 것이 정말 '천박한 세상의 천박한 것들에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일까?
《삼국지(三國志)》에 등장하는 유장의 참모 장송. 익주를 정복하는 1급 비책을 알았던 그는 남몰래 각각 조조와 유비를 만나 자신의 주군을 정하기로 마음먹었다. 진정한 영웅이 세상을 평정해주길 원했기 때문이다. 듣자 하니 조조는 똑똑한 것을 넘어 간교하기까지 하다 했으며, 유비는 인덕이 있으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어쨌든 만나보자, 장송은 만난 후에 결정하리라 마음먹었다. 산과 강이 굽이굽이 펼쳐져 난공불락에 가까운 익주, 그곳으로 단숨에 진격해 들어갈 수 있는 보물과도 같은 지도를 고이 접으며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으니, 곧 장송의 외모다. 이마는 뭉툭, 머리는 뾰족, 코는 삐뚤, 목소리는 꺼끌. 거기다가 치아는 앞으로 툭 튀어나왔으니 이리 보나 저리 보나 천한 하인이나 짐꾼으로 보이기 딱 알맞았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는 외모로는 도저히 가늠하기 어려운 뛰어난 기억력과 언변, 그리고 상대의 심리를 꿰뚫는 심미안이 있었다.
먼저 조조와 대면한 장송. 그가 보물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리 없는 조조는 외모만 보고 장송을 혹독하게 대했다.
"예의도 모르는 무례한 놈, 죄는 묻지 않을 터이니 썩 물러가라!"
"이런 막돼먹은 놈."
"나를 거역하는 놈들에게는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알겠나, 장송?"
"저놈의 목을 쳐라!"
물론 조조와 장송 사이에 몇 가지 논쟁이 있어서 이런 말들이 나오긴 했겠지만, 어쨌든 장송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영웅인 줄 알았던 조조가 알고 보니 '오만 덩어리'였던 것이다. 그는 조용히 조조의 진영을 떠나면서 속삭였다. '조조, 네놈은 절대로 익주를 정복하지 못할 것이다!'
다음 코스는 유비였다. 그런데 자신을 맞아주는 태도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조자룡이, 관운장이, 공명이 마중을 나오고 거나한 술자리가 벌어졌다. 틈을 보아 익주 문제를 꺼냈지만 유비는 끝까지 겸손으로 일관했다.
"제가 무슨 덕이 있어서 지금보다 더 많은 땅을 바라겠습니까?"
"저더러 왕의 자리에 오르라고요? 거, 너무 지나친 말씀을!"
"허, 참, 제갈공명께서도 더 이상 익주에 대해서는 말씀 마시게."
"제가 그 일을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뜻은 감사하지만...."
"언제 한번 가르침을 받을 날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장송은 유비가 보여준 일련의 태도를 보면서 결국 자신의 '보물'을 줄 결심을 하게 된다. '유현덕이 이처럼 선비를 관대하고 어질게 대하는데 내가 어찌 버리고 그냥 갈 수 있겠는가? 그를 달래어 익주를 취하도록 하리라.'
조금 웃길지 모르겠지만, 이제 장송은 오히려 유비를 달래기 시작했다. 정작 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면서, 그 보물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을 설득해서 자신의 보물을 주려고 애쓴 것이다.
장송이 보물을 나눠줄 사람을 선택하는 방식, 그 결정적인 기준은 바로 '겸손'이었다. 자신을 박대하고 무시하는 사람에게 보물을 줄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 그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 '보물'이기에 더욱 그렇다.
직장인이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능력? 자질? 아니다. 능력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황당한 대답이겠지만, 회사에서 키울 녀석이라고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은 능력이 아닌 '겸손'이다. 이것을 모르면 자기 능력의 반만큼도 성공할 수 없다. 그게 세상 이치다.
생각해보자. 당신보다 높은 사람일수록 더욱 많은 '보물'을 가지고 있다. 연봉협상과 승진심사 시 아랫사람을 평가할 수 있는 권한, 그들에게 일을 맡기고 지휘할 수 있는 권한, 팀을 짜면서 누구를 배제하고 누구를 참여시킬지 결정할 권한도 가지고 있다. 결정적으로 회사에서 '누구 좀 괜찮은 친구 없어?'라고 물어볼 때 누군가를 추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부하직원들에게 승진과 성공을 열어주는 '보물'이다. 상사가 보물을 주면 성공하고, 주지 않으면 실패한다. 아무리 잘난 제갈공명 같은 사람이라도 상사가 평가해주지 않으면 요령부득이다. 즉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상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상사는 보물을 지닌 자들이다. 그 보물을 받기 위해 첫 번째로 해야 할 것이 바로 '겸손'이다. 그런 점에서 '똑똑한 사람들'에게는 치명적 한계가 있다. 똑똑할수록 상사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왠지 상사가 허점투성이일 것 같고, 하는 일마다 뭔가 좀 어설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상사는 생각보다 똑똑하다. 그들이 '상사'라는 것, 그 자리에 올라갔다는 것 자체가 그 똑똑함을 증명한다. 게다가 그 똑똑한 사람들은 심지어 예민하기까지 하다. 슬쩍 지나가는 한마디에도 그 이면을 생각한다.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거나 비꼬는 듯한 말들은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한다. 이 녀석에게는 절대로 보물을 주지 않겠노라고, 그리고 속으로 '너는 끝났다'라고 속삭인다. 조조를 떠나는 장송처럼.
똑똑한 이들이여, 착각하지 마시라. 당신이 직장생활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결코 '운'이나 '똑똑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천박한 세상' 때문이 아니다. 따라 하면 반드시 성공하게 되는 '성공의 법칙'이 있듯이, '상사를 무시하는 똑똑한 자'들에게는 반드시 실패하고야 마는 '필패의 법칙'이 여지없이 적용될 뿐이다.
2. 당신이 없어도 회사는 돌아간다
똑똑한 사람의 교만은 위험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을 망치기 때문이다. 능력을 십분 발휘해 회사에 기여해놓고도, 겸손하지 못하다는 이유 때문에 그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팽'당하고 만다. 나이 똑똑한 사람을 시기해서 그렇다고? 천만의 말씀. 똑똑한 사람들이 망하는 이유는 십중팔구 바로 그 ‘똑똑함'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직책이 중요할수록, 그리고 평소에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생각할수록 커다란 '착각'에 사로잡히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그것은 바로 내가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까지는 뭐, 나쁘지 않다. 자신이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으니, 우쭐한 마음으로라도 회사를 돌아가게 하기 위해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만약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신의 입지가 줄어들 때, 이들은 복수심으로 사표를 던지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그래, 내가 떠나 줄게'라는 호방한 마음에서부터 '어디 잘되나 두고 보자. 너희들, 꽤 힘들걸?', 심지어 '나 없이 일이 되는 줄 알아? 아
마 곧 망할 거다'라는 저주(?)까지 한다. 똑똑하면 똑똑할수록 이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삼국지) 전체를 통틀어 가장 ‘천재적이다'라고 일컬을 만한 사람이 바로 예형이다. 스물넷이라는 약관의 나이에 이미 뛰어난 기억력에 '한 가지를 들으면 10가지를 아는' 능력을 겸비한 천재로 묘사되고 있다. 오죽하면 그 나이에 '천자의 자문 역할을 맡아도 충분하다'는 평가를 들었겠는가. 당대의 탁월한 문사(文士) 공융은 예형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예형은 성품이 뛰어나며 그의 재능은 누구도 따르지 못할 정도입니다. 학식의 정도가 높아서 들으면 다 알고, 마음속 깊이 쌓아둔 것도 많습니다. 한 번 읽은 문장은 그대로 기억하여 읊조릴 수 있으며, 한 번 들으면 결코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본성은 도에 합치하고 묘안을 내면 곧 신령을 안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의협심까지 있었다. 착한 것을 좋아하고 나쁜 것은 원수같이 미워하는 똑 부러지는 성격이었던 것. 거기다가 배짱도 있어서 적군 앞에서도 여유를 부릴 정도였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그가 오만했다는 것이다. '어느 날, 그의 북치는 소리가 신묘하다는 소문을 들은 조조는 그를 욕보일 심사로 북을 치게 했다. 그런데 조조 앞에 나선 그의 옷차림이 너무 남루했다. 주변 사람들이 새 옷을 입으라고 당부했건만 말을 듣지 않은 것이다.
결국 조조가 옷이 더럽다고 한마디 했다. 그러자 그는 "내 옷이 더러워서 북소리 듣는 데 방해가 되는가?"라고 하더니 옷가지를 하나씩 벗어던져 마침내 알몸뚱이가 됐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라 입이 쩍 벌어졌다. 조조가 무례하다고 꾸짖었지만 예형은 멈추지 않았다.
"무례란 임금과 윗사람을 속였을 때나 쓰는 말이다. 나는 옷이 더럽다기에 부모님 뱃속에서 나온 모습 그대로를 보였을 뿐이다."
조조가 말했다.
"너는 너만 깨끗한 척하는데, 도대체 누가 혼탁하단 말이냐?"
예형이 거침없이 대답했다.
"너는 너의 혼탁을 모르는구나. 어진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니 눈이 탁하고, 충신의 말을 듣지 못하니 귀가 탁하고, 고금에 통달하지도 못하면서 제 생각만 고집하니 이는 몸이 탁한 것이요, 또 제후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니 배가 탁한 것이고, 나 같은 천하의 인재를 예로써 대우하지 않고 북을 치게 하여 욕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소 인배의 짓이다."
예형은 똑똑했고, 정의로웠으며, 세상의 모든 이치에 통달해 있었다. 그러나 최후는 허망할 뿐이었다. 그의 행동을 참다못한 황조가 그의 목을 베어버렸으니. 예형은 스스로 '진리의 담보자'이자 '정의의 중심'이었다. 최소한 그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세상을 바꾸지 못했고, '전설'도 되지 못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어리석기 그지없었다.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가치 없이 버린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예형에게 남는 것은 무엇이었던가. 그저 자신의 죽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복수심으로 회사에 사표를 던지는 것도 예형의 허망한 죽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사자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을 뿐 아니라 원했던 '복수'조차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
왜 복수가 성공하지 못하는가? 그 이유는 명확하고도 과학적이다. 회사는 '시스템'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시스템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를 닮아 있어서, 일단 자리 잡으면 그때부터 누가 자신을 사용하든 상관없이 스스로 작동되고 움직이게 되어 있다. 심지어 실력이 떨어지는 구성원이 들어오면 그 사람의 능력을 시스템 수준에 부합하게 끌어올린다.
뛰어난 개인이 회사를 그만둬도 절대로 회사가 망하거나 손해를 입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심정으로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회사를 망치려 들지 않는 한, 당신이 나간다고 해서 회사가 망가지는 일은 없다. 복수심에 가득 찬 사표의 존재 의의가 완전히 무색해지는 것이다. 아무리 조직이 특정 구성원을 칭찬하고 아낀다 하더라도 그 사람에게 목숨을 걸지는 않는다. 많은 기업들이 필사적으로 인재경영에 힘쓰며 혼신의 노력을 다하지만, '회사를 버리는 인재'까지 감싸지는 않는다. 똑똑한 직장인일수록 '내가 없어도 회사는 돌아간다. 아니 더 잘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럴 때에만 자신의 똑똑함에서 생겨나는 오만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패착을 두는 일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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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략적 침묵: 열변은 논쟁을 부르지만 침묵은 상대를 압도한다
1. 직언은 논쟁을 부르지만 은유는 상대를 포용한다
회사에서는 속 시원히 말하기 부담스러운 순간이 많다. 의견이 사분오열되었을 때도 물론 그렇지만, 상대방의 의중이 모호할 때도 그렇다.
어느 날 상사가 특정 사안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말해보라'고 할 때, 당신은 어떻게 말하는 스타일인가? 부하직원으로서 실로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정말 솔직해져야 할지, 아니면 '적당히' 솔직해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듣기 좋은 말로 '때우는' 편이 나을지 헷갈릴 때가 많다. 이것저것 생각하기 귀찮으면 듣기 좋게 무마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것도 너무 많이 써먹으면 '생각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 반대로 늘 솔직하게 이야기했다가는 은근슬쩍 상사의 감정을 건드리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상사도 이런저런 생각이 있을 터인데, 내게 질문하는 의도가 정말 궁금해서인지, 체크하는 차원에서인지, 아니면 나를 '떠보기' 위해서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반대로 상사에게 '직언'을 할 때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말을 '있는 그대로' 해도 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 것이다.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은유와 우회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삼국지) 최고의 전략가라 불리는 가후 역시 조조에게 직언을 요구받은 적이 있었다. 더욱이 후계자 문제라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다.
조조에게는 5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애첩 변 씨의 셋째 아들 조식이 군계일학(群鷄一鶴)이었다. 똑똑할 뿐 아니라 문장도 출중해서 조조는 애초부터 조식을 마음속의 후계자로 지목해두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첫째 아들 조비였다. 일반적으로 권력은 장자에게 상속되고,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앙심을 품은 장자에 의해 훗날 피비린내 나는 권력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조조가 가후에게 물었다.
"내 후계자로 첫째 조비와 셋째 조식 중에 누가 더 낫겠소?" 하지만 가후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딴청을 부렸다. 이상하게 생각한 조조가 다시 물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오?"
"아, 예, 죄송합니다. 잠깐 원소와 유표의 아들들을 생각하느라...."
원소와 유표는 장자에게 권력을 계승하지 않아서 나중에 권력다툼이 일어난 경우다. 그 형제간의 다툼으로 집안이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후는 여우같이 딴청을 부리면서 비유적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말이 주는 메시지는 성토와 열변을 능가하는 것이었다. 가후의 말을 직언으로 바꿔보면 이렇다.
"반드시 장자에게 권력을 물려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중에 후환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원소와 유표를 보십시오. 조식이 비록 능력은 뛰어나다 할지라도 조비를 왕위에 앉혀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가후의 비유적인 말이나 이렇게 직언으로 풀어본 말이나 의미는 똑같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가후의 비유적 화법은 민감하고 예민한 대화를 피해 가면서도 할 말은 다 했다는 점이다. 이렇듯 비유와 우회를 활용한 상징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자신의 의사를 좀 더 부드럽게, 하지만 더욱 강렬하게 전달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가후의 대답을 들은 조조의 반응은 어땠을까.
"하하하, 너무하시는구려. 다음부터는 그냥 있는 대로 말하시오."
조조는 가후의 말을 받아들여 결국 장자에게 권력을 넘겨주었다. 만일 가후가 직설적으로 말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아마 조조는 가후와 후계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신 누군가에게 유사한 질문을 했을 것이고, 셋째 아들 조식이 좋다고 하는 사람의 논리가 더 정연했다면 아마도 조식에게 넘겨주었을 것이다. 만일 가후의 직언이 조식의 귀에 들어갔다면? 그 뒷부분은 당신의 상상에 맡기겠다.
사실 비유와 우회는 본질적으로 '떠넘기기'다. 내가 책임질 일을 "과거의 어떤 사례'로 떠넘기는 것이고, '누군가의 일'로 떠넘기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메시지가 주는 교훈을 은연중에 깨닫고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사기》에서도 상사에게 충언을 전할 때 우회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한 사람이 있었다. 제나라의 왕은 한때 방탕한 생활에 빠져 국정을 돌보지 않았다. 백성들의 삶은 처참해졌지만 한번 쾌락의 맛을 본 왕은 마음을 돌리지 않았고, 그 어떤 신하도 감히 이를 지적하지 못했다. 그런 세월이 3년이나 지속되었다. 가슴이 답답했던 신하 순우곤은 왕에게 한 가지 수수께끼를 내자는 묘안을 떠올렸다. 순우곤이 말했다.
"나라 안에 큰 새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새가 궁궐에 머물면서 3년이 지났는데 다른 곳으로 날아가지도 않고, 울지도 않습니다. 이 새는 과연 어떤 새이겠습니까?"
그나마 다행으로, 이 왕의 상태가 돌이킬 수 없도록 심각하지는 않았던 듯하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그 새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니 말이다. 왕이 대답했다.
"이 새는 한 번 날았다 하면 하늘 높이 날아갈 것이고, 한 번 울었다 하면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네."
그때부터 왕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국정을 돌보기 시작했고, 그 후 제나라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번창했다. 3년간의 방탕은 오히려 약이 되어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건강을 유지했던 것이다.
물론 직장 내에서 부하가 상사와 고전 사례에 나오는 듯한 비유를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은유와 우회의 본질은 '떠넘기기'다. 다른 사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현재 자신들이 처한 유사한 상황을 찾아내고 그것에다 '떠넘기면서' 의사소통을 하면 상사에게 직언보다 더 강렬한 통찰을 줄 수 있다. 물론 이야기를 하는 자신은 안전하게 보호받으면서.
2.'상황의 논리'를 돌파하는 숨겨진 블랭크의 지혜
가끔 보면 평소 같지 않게 회의 시간에 말을 아끼거나, 분명 '이건 아닌데'라고 느낄 장면에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어떤 상사들은 부하들의 의견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데 중심을 잡아주지는 않고 직원들의 의견에 휘둘리기도 한다. 이럴 때 흔히 '줏대가 없다', '우유부단하다', '뭘 알아야 결론을 내지' 하며 상사를 우습게 여기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때때로 답을 알면서도 그것을 말하거나 실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곤 한다. 이른바 '상황의 논리'란 것이 좌중을 압도할 때는 지위가 높다 하더라도 섣불리 무언가를 주장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 가장 답답한 것은 말 못 하는 그 사람이다. 차라리 정말 답을 모르면 억울하지나 않을 텐데, 결론을 내리면 다른 의견을 낸 사람들이 당장 들고일어나거나 자신을 백안시할 것이 뻔하니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것이 답이다'고 선언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일을 추진해나갈 힘을 얻지 못한다. 누구 하나 자신을 도와주지 않기도 하거니와, 나중에 일방적으로 자신에게 떨어질 책임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상황의 논리' 에 발목 잡혀 있는 상사와 동료, 신념대로 일을 추진하고 싶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 이때 당신의 기지 넘치는 '블랭크 전략(blank strategy)'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삼국지》 최고의 명승부이자 '전투 스토리의 백미' 라 불리는 적벽대전, 조조는 적벽에서의 승리를 확신하며 25만 대군을 이끌고 기세 등등하게 원정길에 올랐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손권-유비 연합군은 고작 5만, '안 봐도 비디오'인 불리한 상황 앞에서 의견은 사분오열되기 시작했다. 항복을 해 화친을 맺자는 '주화파(主和派)'와 결사항전을 하자는 '주전파(主戰派)'의 대립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리더 손권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직장에서도 이러한 경우는 매우 흔하다. 사소한 회의 하나에서도 입장과 의견이 갈려 팀장이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 거기다 그 팀장이 모든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중간자이고, 의견을 종합해 그의 상사에 게 진언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면 보통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양 측의 의견을 모두 수용하기는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양비론'으로 갔을 때의 그 어정쩡함은 어찌한단 말인가.
상사는 망설이고, 다수의 부하들은 이전투구 식 자기만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 상황. 이 국면을 타개하고 상사를 구출해낸 주유의 지혜는 바로 '블랭크 전략'이었다.
조조의 대군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리자 손권의 휘하 참모들인 장소, 고용, 장굉, 보즐이 주유를 찾아왔다. 그들은 항복을 해서라도 시간을 벌자고 주장했다. 주유가 대답했다.
“나도 역시 항복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돌아가십시오. 내일 아 침 일찍 주공(손권)을 뵙고 상의하겠습니다."
잠시 후, 이번에는 손권의 또 다른 휘하 장수들인 정보, 황개, 한당이 찾아왔다.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욕되게 살고 싶지 않다'는 항전의 의지를 전달했고, 이에 주유가 다시 대답했다.
"나도 조조와 결전할 생각이오. 항복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내일 주공과 만나 의논하겠습니다."
잠시 후에 또다시 제갈근, 여범 등의 문관들이 찾아왔다. 조조에 맞서 싸운다면 이제까지의 성과도 보전하기 힘들 것이니, 아예 전쟁을 포기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럼요,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여러 말 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내일 주공과 의논합시다."
주유의 답변들은 일견 정상인의 처신으로 보이지 않는다. 모두에게 '예스'를 남발하며 극과 극으로 대립하는 저마다의 의견을 다 수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유의 '예스'는 단순한 긍정의 예스가 아니었다. 그 '예스'의 이면에는 전략이 숨어 있다. 이른바 말을 하되 생략된 블랭크 즉 '여백'을 전제함으로써 적극적인 자기 보호 장치를 마련해놓았기 때문이다. 주유는 앞의 멘트들에서 다음과 같은 블랭크를 심어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나도 역시 항복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돌아가십시오. 내일 아침 일찍 주공을 뵙고 상의하겠습니다(하지만 항복하자는 건 내 생각이고, 주공이 반대하면 나도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아두셔야죠.).
"나도 조조와 결전할 생각이오. 항복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내일 주공과 만나 의논하겠습니다(하지만 결전을 하자는 건 내 생각이고, 주공이 반대하면 나도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여러 말 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라는 말에서도 비슷한 블랭크가 심어져 있다.
"여러 말 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네 말대로 할 것이니 걱정 마라.)."
"여러 말 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네 말은 말도 안 되는 것인데!)."
겉으로 드러나는 텍스트는 동일하지만, 감춰져 있는 의미는 정반대다. 이렇게 이중의 해석이 가능하도록 멘트를 '열어놓고, 보이지 않는 블랭크를 심어놓고', 자신이 도망갈 구멍을 빠짐없이 설치해놓은 주유의 어법은 가히 전략적 멘트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주유는 블랭크 이외의 부분만을 보여줌으로써 상대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석하게 하고, 그것을 믿게 만듦으로써 일단의 소란을 잠재우며 시간을 벌었다. 또한 극단적인 의견의 대립을 무마시키고 자신의 의지를 숨길 수 있다는 점에서 고도로 영리한 전략이라 할 것이다.
사실 의견이 분열되고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는 누군가 중간에 나선다고 해도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느닷없이 상사가 '이게 답이다'라고 멋있게 말해봐야 직원들이 '아하! 그렇구나' 하고 쉽게 동의해주지 않는다. '괜히 알지도 못하면서 직급 갖고 찍어 누른다'는 반감만 살 뿐이다. 이럴 때는 '당신의 의견이 수용될 수도 있다'는 일말의 여지를 블랭크에 담아두면서 열병처럼 들끓는 의견을 잠재워야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주유의 블랭크 전략은 '막판까지 몰고 가기'라고도 할 수 있다. 가장 마지막에 나타나는 스타의 모습이 빛나듯이, 최후에 내려지는 결정이야말로 저항할 수 없는 무게감과 설득력을 갖는 법이다.
일단의 국론 분열을 막은 주유는 상사의 마지막 결단을 촉구하고, 다양한 참모와 장수, 신하들의 의견을 일거에 압도하는 드라마틱한 상황을 구성해낸다. 다음날, 손권이 당상 위에 오르고 60여 명의 문관과 무 관이 도열한 채 회의가 시작됐다. 회의를 주재한 주유는 우선 주전파와 주화파의 의견을 말하게 했다. 그런 다음, 이제까지의 애매모호했던 태도를 단호하게 벗어던지고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며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다. 주유가 손권 앞에 나서며 비장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조조는 한나라의 재상이나 실은 도적입니다. 조조가 제 발로 여기까지 왔는데 어찌 그에게 투항하겠습니까. 청컨대 장군을 위한 계책을 진언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손권이 궁금해하며 계속 말하라고 했다. 이에 주유는 조조군이 약점과 전쟁의 명분을 정확하게 짚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에는 강렬한 에너지가 실려 있었고, 그 에너지는 좌중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현재 북방은 관서 일대가 점령되지 않았으니 이것이 조조의 첫 번째 걱정거리입니다. 또한 북쪽 병사들은 수전(水戰)에 능하지 못하니 이제 이 또한 조조의 두 번째 걱정거리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겨울이라 조조에겐 말 먹일 풀이 없으니, (...) 따라서 장군께서 조조를 사로잡을 기회가 바로 지금입니다. 청컨대 저에게 수천 명의 정예병만 주시면 장군을 위해 적들을 반드시 격파하겠습니다!"
손권은 주유의 말을 듣자마자 단숨에 칼을 뽑아 앞에 있던 탁자를 내려쳐 두 동강 내버렸다. 그리고 두 눈을 부릅뜨며 휘하 장수들에게 명 령을 내렸다.
"이제부터 만일 조조에게 항복하자고 말하는 자가 있다면 바로 이 탁자와 같이 될 것이오!"
모든 것은 끝났다. 들끓던 의견도, 사분오열되던 조직의 어수선한 분위기도 일시에 날아갔다. 숨겨져 있던 블랭크가 막판에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면서 모든 상황을 순식간에 정리한 것이다.
사실 손권도 처음부터 '결사항전'을 해답으로 품고 있었을 것이다. 갈 길은 이미 정해졌고, 전략도 나와 있었다. 문제는 조조의 25만 대군에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했던 부하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처음부터 손권이 앞장서 '결사항전'을 외쳤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의 용맹함이 부하들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결단은 '힘이 없는 결단'이고 '불만을 부를 수 있는 결단'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적군의 숫자에 압도된 부하들이 손권의 결정을 '섣부르다'는 이유로 반발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주유의 블랭크 전략과 '막판까지 몰고 가기'는 흥분을 잠재우고 상황을 역전시킨 한 편의 드라마였다. 드라마의 핵심은 '기-승-전-결'이다. 결말이 중간에 나오거나, 극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해야 할 '전(轉)'의 단계가 맨 앞에 나와버리면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다. 그런 면에서 '막판까지 몰고 가기'는 결말을 결말답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 극적인 '블랭크'를 이용한 주유의 드라마 구성은 부하들의 의견을 상사에게 집중시키고, '상황과 조건'에서 압박받는 상사를 구출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되어준다. 그 핵심 비결은? 아무 때나 자기 심중을 밝히지 않고, 결정적 순간까지 아껴두는 것이다. '블랭크 전략'은 때로 침묵이 직언보다 효과적임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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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포커페이스와 쇼맨십 _때로는 원하지 않아도 해야 할 것이 있다
1. '적극적 포커페이스'는 어떻게 플러스가 되는가?
포커페이스(poker face). 다들 아시겠지만, 자신의 마음 상태를 드러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심리전을 펼 수 있으려면 '포커페이스'라는 내공을 갖춰야 한다.
일이란 지극히 '공식적'이고, 감정은 더할 수 없이 '개인적'이다. 섞여서는 안 되고 섞일 필요도 없는 양극단의 영역들이다. 하지만 실제 직장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상사가 꼴 보기 싫어 영업을 하지 않는 직원이 있고, 부하가 싫어 틈틈이 왕따시키기에 여념이 없는 상사도 있다. 조직의 눈으로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매일 발생한다. 다 감정 때문이다.
물론 자연스러운 감정표현까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일'과 연관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 이외의 또 다른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일을 하기도 전에 얼굴에 정이 드러나는 사람들이 있고, 사람을 대할 때 호불호의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 내가 그런데' 하고 지금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면, 한번 생각해보자. 여기 일을 지시할 때 어둡고 무거운 얼굴로 침묵하는 직원과, 경쾌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의지를 보이는 직원이 있다.
과연 상사의 입장에서 누가 더 믿음직하고, 누구를 대할 때 더 마음이 가볍겠는가?
중요한 것은 상사의 '불편한 마음' 혹은 '심기' 그 자체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일이란 원래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불편한 감정까지 떠안게 되니 마라톤 주자가 무거운 배낭 하나를 둘러멘 격이다. 이처럼 일에 쓸데없는 감정까지 섞이게 되면 애정이 떨어지고 몰입도 되지 않는다. 결과가 좋을 리 만무하다. 따라서 일을 타고 흐르는 이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해소하는 것은, 일에 대한 몰입과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감정이 일과 관계를 망치지 않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포커 페이스'다. 그것도 단순히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포커페이스에 능숙해져야 한다.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지극히 수동적인 대처에 불과하다. 솟구치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을 뿐이며, 폭발 직전의 격정을 그저 심호흡하듯 다스리고 있을 뿐이다. 정말 순진무구한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자신을 향해 흐르는 이 찌릿찌릿한 감정의 전류를 알아채지 못할 리 없다.
그런 점에서 이런 류의 포커페이스 전략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사람들은 이중적인 모습에 배신감을 느끼고 더욱 분노하기 때문이다. 흔히 포커페이스라 하면 '내게 진실을 감추고 뭔가 숨기고 있는 사람'이라며 부정적으로 생각하는데, 그것은 다 '이중적인 모습'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포커페이스는 무엇일까?
《한비자(韓非子)》는 이와 관련된 현명한 지도자의 모습을 산과 바다, 강에 비유해 설명한다. 고전의 표현이라 고답적으로 느껴질지는 모르지만, 가리키는 내용의 함의는 감정의 골과 포커페이스라는 전략에 딱 맞아떨어지는 해답을 준다. 여기서는 '지도자의 덕목'으로 제시되지만 현실에서는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태산은 좋고 싫음을 가리지 않아 능히 그 높이를 이룰 수 있었으며, 강과 바다는 작은 흐름을 가리지 않아 능히 그 풍부함을 이를 수 있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무엇인가? 그렇다. '가리지 않아'다. 소극적 의미의 포커페이스란 '좋고 싫음'을 가린 후의 대처법이다. 하지만 《한비자》에서 알려주는 포커페이스는 한걸음 더 나아간 단계로, 원천적으로 좋고 싫음을 가리지 않는 방법이다. 진정한 의미의 포커페이스란 억지로 표정을 감추거나 밝게 웃으려고 하는 어색함이 아니다. 주어진 모든 상황을 감정적 동요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사람에 따라 욱하는 성질을 쉽게 제어할 수 없는 경우도 많지만, 탁월한 팀장, 뛰어난 부하는 감정 컨트롤에 능하고 미묘한 감정의 치우침마저 유쾌하게 반전시켜 균형을 유지할 줄 안다. '열 받았는데, 감정의 동요가 없을 수 있냐'라고 항변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이야말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차근차근 감정조절을 배우고, 세련된 표현방식을 익혀나가지 않는가. 마치 지금은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지만, 결국 그것 역시 훈련과 노력에 의해 충분히 변화될 수 있다.
감정의 동요 없이 상사의 지시를 받아내면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부하직원으로서 일을 대하는 '인내의 태도'를 배워 한층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비록 상사가 고난도의 업무를 지시하더라도 감정의 동요를 절제하면 일을 대하는 태도가 견고해진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짜증 난다', '힘들지 않을까', '싫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이미 일에 대한 추진력은 떨어져 버린다. 긍정적이고 저돌적으로 덤벼도 될까 말까 한 게 일인데, 처음부터 부정적인 감정으로 대하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러니 상사가 일을 지시하면 불평하지 말고 받아들여라. 얼굴 표정만 그렇게 꾸미지 말고, 진심으로 달갑게 받아들여라.
둘째, 상사에게 미리 판단당하지 않음으로써 이미지 구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반면 일의 시작 단계에서 호불호의 감정을 드러내면 마이너스(-)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과 다름없다.
상사가 일을 지시할 때는 '믿음'이 전제된다. '이렇게 하면 될 거야'에서부터 시작해서 '너라면 이 일을 할 수 있어', 더 나아가 '해내지 않으면 안 돼'에 이르는 다층적인 믿음과 기대가 배경에 깔려 있다. 그런데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직원이 싫은 티를 팍팍 내거나 자신 없어 한다면, 일을 시킨 상사는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하고, 나아가 의구심에 가득 차게 된다. 직원에 대한 이미지가 차츰 부정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성령 일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더라도 '역시 잘했어'라고 기특해하기보다는 '힘들어하더니만 겨우 하긴 했군'이라고 시큰둥하게 반응한다. 이처럼 한 번 어긋난 감정의 첫 단추를 다시 제대로 꿰맞추려면 한참을 고생해야 한다. 초반에 감정관리를 잘못한 대가치고는 꽤 심각하지 않은가.
물론 이렇게 좋고 싫음을 판단하지 않고 감정의 동요를 제어하는 노력은 부하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상사도 노력해야 한다. 감정을 조절함으로써 상사는 부하가 가진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게 해 줄 뿐 아니라 그의 인간적인 본모습을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다.
'상사의 감정과 부하의 잠재력'은 언뜻 별 상관없을 듯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상사가 자신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부하는 그것에 정확하게 타기팅을 하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찍히고 싶지 않으니, 상사의 감정이 가는 대로 맞춰가겠다'는 것이다.
월나라의 구천왕은 용맹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러자 온 나라에서 경솔하게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뿐이랴. 초나라의 왕이 버들가지처럼 허리가 가느다란 미녀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온 나라에 날씬해지고자 하는 욕망에 굶어 죽는 여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상사의 딱 부러지는 감정은 바람과 같고 부하의 처신은 그 바람에 쓰러지는 풀과 같은 형국이다. 이처럼 상사의 감정에 부하들이 휩쓸리다 보면 부하의 진면목과 가능성을 볼 수 없게 되고, 중대한 일을 할 때 결정적인 판단 착오를 할 가능성도 커진다.
3. 천하의 유비가 천둥소리에 떤다?
포커페이스와 함께 감정을 관리하는 또 다른 기술로 '쇼맨십이 있다. 이는 감정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장해서 드러내는 것이다. 쉽게 말해 '있는 것을 없다고 하거나, 없는 것을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속성 때문에 상대를 속이기 위한 거짓된 액션으로 폄하되기도 하는데, 그러나 쇼맨십은 본질상 상대를 속이기 위한 것도, 감추기 위한 것도 아니다.
쇼맨십의 사전적 의미는 '흥행적 수완', 또는 '청중, 관객 등을 이끄는 수완'이다. 흥행을 시킬 만한 원천 콘텐츠가 없는 상태, 혹은 청중이나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가 없는 상태에서는 수완을 발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흥행적 수완'은 사기를 쳐서 누군가를 속이는 것일 수 없다. 다만 얼마나 잘 포장해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 보여주는가, 그리고 이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를 찾아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쇼맨십이란 '가장 필요한 것을 가장 적절하게 보여주는 기술'이다.
유비가 보여준 '도광양회(韜光養晦)'의 흥행적 수완은 가히 쇼맨십의 압권이라 할 만하다. 《삼국지》 초반, 유비가 아직 자신의 드넓은 야망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전의 일이다. 유비가 이곳저곳에서 지리멸렬한 전투를 하며 딱히 의탁할 곳도 없는 처지일 때, 한번은 조조의 수하로 들어간 적이 있다. 그렇다고 유비가 조조의 참모가 된 것은 아니지만, 권력지도에서 조조가 상위에 있고 유비는 아래에 있었음은 틀림없다.
조조는 유비를 좌장군에 임명하고 극진하게 보살펴주었다. 밖에 나갈 때는 똑같은 수레를 탔고, 자리에 앉을 때도 상하의 차별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조조는 알고 있었다. 유비가 언젠가는 물을 만난 고기처럼 날개를 훨훨 펼 것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조조는 유비에 대한 감시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조조가 본격적으로 유비의 마음을 떠본 적이 있었다. 조조는 추적추적 비가 와서 마음이 센티멘털해지는 날을 골라 유비와의 술자리를 마련했다. '당신은 용을 본 적이 있느냐'는 등의 쓸데없는 말로 긴장을 풀어놓은 조조는, 기습적으로 유비에게 질문을 던졌다.
"천하제일의 영웅은 누구입니까?"
유비가 순진한 척 주섬주섬 당대의 인재와 호걸의 이름을 대자 조조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천하의 영웅은 오직 그대와 나, 둘뿐이오!"
자, 유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만약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암묵적 동의를 하는 것'이요, '옳거니' 하고 맞장구를 치면 너무 오버하는 것이고, 아니라고 손사래 쳐봐야 뻔히 예상되는 진부한 반응에 불과했다. 어떻게 행동하든 결국은 유비가 불리하게 돼 있었다. 순발력 좋은 유비는 결국 쇼맨십을 선택했다.
'쨍그랑!'
유비는 들고 있는 젓가락을 떨어뜨리며 벌벌 떨었다. 일이 되려니까 하늘도 도와주어 때마침 번개와 천둥이 천지를 진동했다. 유비는 마치 어린아이가 무서워 엄마를 찾듯, 한없이 순진하고 어리석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조조는 믿었다, 유비가 정말 순진하고 겁이 많다고, 그리고 안심했다.
유비는 자신의 적수가 아니라고.
사실 유비의 쇼맨십은 철저히 계산된 것이었다. 그는 조조의 휘하에 들어갈 때부터 한가롭게 채소나 가꾸며 소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채소, 놀라서 떨어뜨린 젓가락, 그리고 유비를 떨게 한 천둥과 번개. 이 3가지 이미지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유비의 '젓가락 쇼맨십'을 완벽하게 구성해주었다.
하지만 유비는 애초부터 스스로를 '용'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한때 유표의 휘하에서 밥을 먹고 지냈는데, 채모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황급히 집을 떠나면서 벽에 이런 시구를 남긴 바 있다.
여러 해 동안 곤고함을 지켜
옛 산천을 대하며 허송세월 했구나.
용이 어찌 연못 속의 짐승이랴?
우레를 타고 하늘에 오르려 하네.
비록 이 시구는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는 설도 있지만, 어쨌든 유비는 결국 촉의 황제에까지 올라 자신의 웅대한 기상을 펼쳤다. 그런 유비가 어떻게 천둥소리 따위에 놀라고, 조조의 어설프고 과장된 이야기에 젓가락을 떨어뜨리겠는가. 그의 가슴속에 이미 천둥보다 더 깊고 큰 울림이 있었고, 번개보다 더 번쩍이는 기상이 있었는데!
그러나 유비는 조조에게 그것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자신이 겁쟁이임을, 자신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보여주었다. '가릴 것은 가려주고 보일 것은 보여주는' 흥행적 수완을 통한 이미지 구축법이 아닐 수 없다.
상사는 자신을 압도할 정도로 똑똑하거나 능력 있는 부하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조조 역시 참모인 사마의를 경계했고 야수의 천재적인 지능을 시기했다. 당신이 상사라면 어떻겠는가. 언젠가 당신을 밟고 오를 수도 있는 야심만만하고 똑똑한 후배가 두렵지 않겠는가? 그를 시기하지 않겠는가?
시기가 시작되는 순간, 상사와 부하의 관계는 골치 아프게 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골치 아픈 관계는 결국 부하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비록 용이 되어 우레를 타고 오를 기상이 있더라도, 그것을 드러내는 순간 경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잘난 사람이 잘난 척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럼에도 유비의 지혜를 본받으라는 한마디는 하고 싶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잘난 척하는 것은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가장 위험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쇼맨십이다. 쇼맨십은 어떤 의미에서 포커페이스보다 한 단계 더 앞선 전술이라고 볼 수 있다. 포커페이스가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상대에게 두려움을 주는 것이라면, 쇼맨십은 앞뒤의 상황을 판단해 가장 효과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능수능란하게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해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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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충성과 라인: 될 놈만 사귀고, 클 사람만 모신다
3. 까라면 까라고?
《삼국지》에는 수많은 인상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장면이 있다면 단연 '조자룡의 아두 구하기'다. 조조의 대군에 밀려 강릉으로 후퇴하던 유비군과 조자룡. 상사인 유비의 아들 아두가 적진에 있다는 후방의 이야기를 듣고, 자룡은 두말없이 말머리를 돌렸다.
여기서 잠깐. 그가 향했던 적진이란 그저 몇몇 군사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던 곳이 아니다. 막강 군사 조조의 백만 대군이 서슬 퍼런 창검을 치켜들고 한걸음에 몰려오던 바로 그곳이다. 아무런 말도 없이,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혈혈단신 말을 몰아 백만 대군의 한복판으로 묵묵히 달려가는 조자룡은 전설적인 장수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싸우던 칼이 부러지거나 날이 무뎌지면 지체 없이 상대의 칼을 빼앗아 싸우기를 수차례, '조자룡 헌 칼 쓰듯 한다'는 명언을 남긴 단독 진군 끝에 그는 수많은 적장의 목을 베어가며 드디어 아두를 구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리고 다시 유유히 흙바람을 날리며 유비에게로 향하는 조자룡. 이 인상적인 장면은 조자룡의 전투능력과 충성심을 100% 증명하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생각해보자. 우리가 조자룡에게 감탄하는 것은 단지 그의 능력이 출 중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평생에 걸쳐 단 한 번도 전투를 회피하거나, 변명을 늘어놓거나, 혹은 상사의 명령을 어긴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조자룡이야말로 불굴의 의지와 전투능력을 가진 무서운 맹장이었고, 충성을 다하는 인물이었다. 그러기에 《삼국지》를 읽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자룡을 좋아한다. 또한 조자룡은 죽기 ·전까지 상사의 버림을 받지도 않고 부하로부터 배신을 당하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모든 장수들이 롤모델로 삼을 만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조자룡이 가지고 있는 진짜 미덕은 그러한 전투능력이나 초심이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전투력과 충성심은 모든 장수들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기본적인 능력 혹은 심성이다.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상사의 말을 잘 듣는다고 해서 그를 두고 '훌륭한 직장인'이라 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런 직장인도 많지는 않기에 그 정도를 두고 '훌륭하다'고 한다면 딱히 토를 달 필요는 없지만, 애초에 그것은 그저 '기본'에 속하는 수준일 뿐이다.
조자룡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조자룡을 바라보는 관점의 틀 전체를 바꿔야 한다. 또한 이것은 '훌륭한 직장인'을 가려내는 아주 유용한 툴을 발견해내는 일이기도 하다.
가장 한국적이지만, 또한 많은 이들이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앞다투어 말하는 직장문화가 바로 '까라면 까는' 문화다. 모두들 이 정신의 원흉으로 군대를 지목하고 있으며, 이제 민주적인 기업에서는 이러한 '무식한 논리'는 통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른바 '신세대'라 불리는 젊은 직장인들은 세련되지 못한 군대식 업무 진행 방식을 혐오하고 배척하며, 이에 기성세대들은 과거 자신들의 행동을 억지로라도 반성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런데 무조건 비난만 하기 전에 한번 생각해보자. 관점을 달리하면 '까라면 까는' 정신은 더 이상 비민주적인 것도 아니고, '무식한 논리'도 아니며, 퇴출되어야 할 것은 더더욱 아니다. 어쩌면 이 정신이야말로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고, 비전을 확정하고 이를 이루어가는 가장 빠른 방법일 수 있다. 미래가 불투명할 때, '까라면 까는' 정신은 기업을 빠르게 변화시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회사 내에서의 충성이 단지 인간관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우선 다음과 같은 사실(fact)에서 출발해보자. 최고 수준의 글로벌 기업 중 초기의 전략을 그대로 추진해서 성공한 기업은 10%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90%의 기업들은 초기의 전략을 수정하거나 아예 포기해가면서 새로운 전략을 실천해왔고, 그것이 성공의 발판이 되었다는 뜻이 된다. 이는 본질적으로 기업에 '미래를 위한 청사진' 같은 것은 없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그것은 하나의 이상향일 뿐, 기업의 미래를 확증해주는 계획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전투에서도, 인생에서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이렇게 가자, 이렇게 하면 될 거야'라고 말하지만, 곳곳에 수많은 장애물과 예상치 못한 장벽이 발생해 계획을 틀어놓기 일 쑤다.
결국 '청사진', '계획', '의지' 등은 일종의 '증명되지 못한 가설'이라 할 수 있다. 증명되지 않았으니 성공을 장담하지 못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처음의 가설을 현실에 적용해보고, 실패와 성공에 따라 새로운 피드백을 얻고, 그 가설을 또다시 변경하면서 점점 정확한 성공의 목표에 초점을 맞춰나가는 것뿐이다. 실행해보지 않으면 그 가설이 '실패할 가설'인지 '성공할 가설'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래서 기업은 가설을 실행해줄 직원을 필요로 한다. 다시 말하면, 까라면 까라고 말했을 때 까줄 직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아니, 이게 뭐야? 될지 안 될지 모르는 걸 나보고 하라고?', '이런 청사진도 없는 회사 같으니!'라고 불만스러워하면서, 실제 자신이 '가설의 검증'이라는 상당히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까라면 까라고? 지금 여기가 군대야? 그런 후진적인 문화가 아직까지... 나, 참!"
기업이 그에게 바라는 것은 까다가 죽으라는 것이 아니다. 그 가설을 한번 검증해보자는 말이다. 당신이 그것을 검증하면, 함께 전진해서 모두 성공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직장인은, 까라면 까야 한다. 맨땅에 헤딩하면서 그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고, 성공으로 향하는 틈새를 발견하고,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장벽에 균열을 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회사에 보고하고, 또 다른 가설을 세워주어야 한다.
조자룡이 멋있는 건, 까라면 까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전투의 현장에서 누가 두려움이 없을 것이며, 어떤 이가 불평이 없겠는가. 그럼에도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훌륭한 직장인은 까라면 까는 직장인이다. 불평 없이 일에 착수해야 하고,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일단은 부딪쳐봐야 한다. 회사의 지원이 부족하다면 혼자의 힘으로라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보라, 조자룡의 뒤에는 아무도 따라오지 않았고, 따라와 주기를 기대하지도 않았다. 혈혈단신 단독 진군, 고독한 싸움에 몰입했을 뿐이다.
'까라면 까는' 절대 충성의 정신은 회사가 처한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바꿔주는 동력이자, 미래에 대한 불안을 행동으로써 안정으로 바꿔줄 지혜의 담보물이다.
4. 저돌적인 충성은 스스로를 단련시킨다
하지만 '까라면 까는' 정신은 왠지 회사와 상사에게만 이득이고, 본인에게는 한없이 밑지는 장사 같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자존심도 상하고, 비전도 안 보여서 선뜻 내키지 않는다. 언뜻 보기에 그런 염려는 당연하다. 그리고 이런 딜레마는 '충성'이라는 것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충성에 따른 보상 역시 상사가 거둬가고, 당신에게는 고생밖에 남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생각에서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과정의 힘'이다. 설령 결과는 회사와 상사가 가져가더라도, 결과를 만들어낸 과정은 고스란히 자신의 몫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것은 새로운 형태의 보상을 당신에게 선사할 것이다.
‘까라면 까는' 저돌적인 충성의 정신이 가져다주는 두 가지 매력이 있으니, 첫 번째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것이 상사로부터 신뢰를 얻어내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가본 곳 이상을 상상할 수 없으며, 경험한 것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세계를 알지 못한다. 지금과는 다른 경지에 도달하려면, 지금의 경계를 넘어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럴 때 ‘까라면 까는' 정신은 매우 유용하다. 언뜻 ‘까라면 까'라는 말은 매우 무자비해 보이지만, 무자비할 정도로 자신을 몰아치지 않으면 결코 한계에 다다를 수 없는 것이 사람들의 속성이다. 따라서 이 '까는 과정'은 자신을 몰아치는 과정이자, 한계를 경험해보고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의지와 기회를 주는 단계이기도 하다.
저돌적 충성으로써 상사의 신뢰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말이다.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하나의 사례를 살펴보자.
유비에게 조자룡이 있었다면 손권에게는 주태라는 인물이 있었다. 손권의 군대와 조조의 군대가 합비전투를 벌일 당시, 곳곳에서는 고함과 비명 그리고 피가 뒤엉킨 참혹한 아수라의 현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자신의 병사들이 조조군에게 포위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손권은 뜨거운 피를 가진 용맹한 장수 주태와 함께 지원을 갔다. 하지만 오히려 그들 자신이 조조군에게 포위당하는 위기상황을 맞이했다. 주태는 필사적으로 활로를 뚫어 겨우 포위망을 벗어났지만, 손권이 보이지 않았다. 병사들이 말하기를 아직 손권이 포위를 뚫지 못했다는 것이다. 손권이 사지(死地)에 있다는 말을 들은 주태는 다시 칼과 창을 들고 망설임 없이 전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마침내 겨우 손권을 구해 나오는데, 이번에는 장수 서성이 보이지 않았다. 주태가 지치지도 않고 다시 외쳤다.
"제가 가서 구해오겠습니다!"
서성마저 구해온 주태의 몸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온몸은 상처투성이요, 상처마다 피가 땀처럼 흘러내렸다.
혈전 끝에 결국 손권의 군사들은 조조의 군대를 패퇴시켰고, 곧이어 화평을 맺어 안정을 되찾았다. 손권은 중상을 입었으면서도 자신을 구하러 적진으로 뛰어든 주태를 위해 잔치를 베풀었다. 손권은 한 손으로는 주태의 등을 어루만지고, 또 한 손으로는 술잔을 들고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그대는 수십 군데를 창에 찔리는 상처를 입으면서도 목숨을 아끼지 않고 기꺼이 나를 구하러 왔네. 내가 이 일을 어떻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앞으로도 항상 내 곁에 있으면서 영욕도 같이하고 안락도, 근심도 함께하세."
손권은 직접 주태의 옷을 벗겨 나무껍질처럼 흉하게 갈라져 있는 상처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그 사연을 물었다. 이에 주태가 사연을 하나씩 말할 때마다 손권은 술 한잔을 권했다.
상처 하나에 술 한잔. 주태가 술을 마시자 손권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고, 손권의 눈물을 보던 주태는 또다시 가슴속으로 울었다.
한 전쟁터에서 피어난 사나이들 간의 뜨거운 애정이 아닐 수 없다.
직장생활하면서 설마 조자룡과 주태처럼 목숨을 걸 일이야 있겠는가. 그러니 마음 놓고(?) 저돌적인 충성심을 발휘해보자. 까짓것, 까라면 까보자. 그것은 회사를 살리고, 당신을 발전시킬 것이며, 상사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만들어주는 길이 될 것이다.
5. 충성을 빌미로 줄을 서지는 않는가?
그런데 충성을 하라니까 오해를 하는 분들이 간혹 있다. 충성한다면서 줄을 서는 것이다. '충성'과 '줄 서기'는 엄연히 다르다. 이 둘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자.
《삼국지》의 참모인 가후는 '줄 서기'라는 면에서 충분히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는 인물이다. 그는 악당 동탁에 이어 '이각과 곽사 → 단외 → 장수 → 조조 → 조비 → 조예'에 이르는 상사 교체의 화려한 면모를 자랑한다. 혹자가 《삼국지》는 곧 가후의 일대기다’라 말한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도원결의가 이뤄지는 초반부터 조조, 유비, 관우, 장비 등 주요 인물들이 모두 죽은 후까지 그의 활약은 계속된다. 그는 끊임없이 '라인'을 옮겨 타면서 유력한 세력으로 줄 서기를 했다.
그러데 놀라운 사실은, 그가 한 번도 상사의 의심을 받거나 토사구팽당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흔한 중상모략도 없었다. 도대체 가후에게 어떠한 남모를 능력이 있었기에 그렇게 줄을 서고도 문제없이 지낼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은 '세력 만들지 않기'라는 가후의 일관된 신념에서 기인한다. 가후는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의 '세력 혹은 라인'을 만들지 않았다. 상사에게 철저하게 보호받지는 못했지만 일방적으로 내침을 당하지도 않았고, 동료에게 철석같은 믿음을 주지 못했지만 속 쓰린 배신도 당하지 않았다. 아울러 상사를 바꾼 이후 섣불리 개혁과 전투에 나서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눈치만 보며 복지부동으로 일관하지도 않았다.
그뿐인가. 술을 마셔도 오로지 홀로 마시면서 음모와 작당의 싹을 애초에 잘라냈으며, 외부인들과 교류도 하지 않았다. 자녀들을 혼인시킬 때에도 왕족이나 세도가의 집은 거들떠보지 않았다.
가후는 '라인'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혼탁한 시대, 배신과 모략이 밥 먹듯 흔한 곳에서 '자신만의 세력'이라는 것은 든든한 배후 지원군이 될 수 있지만, 상황이 변하면 오히려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바로 이것이 그가 끊임없이 주군을 바꿔가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생명력의 비밀이다. 세력을 만들지 않았기에 뒤통수 맞을 일도 없었고, 또한 그들로부터 원망을 듣지 않았기에 복수당할 일도 없었던 것이다. 그는 매 시기 주군에게 충성했지만, 그것이 변질될 수 있는 '라인'으로 넘어가지는 않았다.
이처럼 충성과 줄 서기의 미묘한 경계를 알고 간다면, 진정 '제 충성'을 하는 지름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6. 부득탐승 전략: '정치 게임'보다 '충성 게임'이 남는 게 많다
'줄 서기'는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가?
그러나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직장에 '라인'이 존재한다. 10명짜리 회사든, 1만 명짜리 회사든 규모와 상관없이 만들어지는 게 바로 '라인'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라인에 속해 있지 않아서 소외감을 느끼고, 승진을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적극적으로 튼튼한 라인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때로는 그저 열심히 일할 뿐인데 뒤에서 "김 과장은 박 부장 라인인가 봐."라고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다. 어떤 이들은 이것저것 다 치사하다며 어느 라인에 선다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나는 일로써 승부를 걸겠다. 라인 따윈 필요 없다."라고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직장인도 있다.
단언하건대, 줄을 선다는 것은 보이는 것 이상으로 너무나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줄'의 태생을 살펴보면 그 폐해는 보다 확실해진다. '줄'은 왜 생기는가? 회사를 위해서? 라인 전체를 위해서? 천만의 말씀이다. 철저히 줄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다. 따라서 줄을 선 사람들은 대개 부속품 취급을 당한다. 한 라인의 수장은 결코 친목단체의 회장이 아니다. 그 수장이 최종적으로 목표하는 바는 사장이 되는 것이다. 만약 오너가 사장이라면 최소한 이인자가 되는 것이 목표일 것이다. 이처럼 라인을 만들고 세력을 부풀려 가는 데 정치 게임이 개입된다면, 그 라인에 있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부속품이 될 수밖에 없다. 수장 개인의 출세를 위해 이용되기도 하고, 정치 게임의 양상에 따라 이리저리 휩쓸리면서 결국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설령 수장이 사장 혹은 이인자가 되어 줄을 선 사람들 역시 빠르게 승진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사장(이인자)은 없다. 만약 수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토사구팽당한다면, 그 라인 덕분에 승진했던 사람들 역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 다른 라인이 상황을 장악하면서 기존의 라인은 여지없이 배제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느 회사든 라인은 하나가 아니다. 당연히 어떤 라인에 줄을 서는 것은 다른 라인의 입장에서는 '적'이 되는 일이다. 줄 서기를 하는 순간 적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무엇보다도, 회사가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회사든 사장들은 줄 서기의 폐해를 곱게 보지 않는다. 다만 현실이니까 그냥 내버려 둘 뿐이다. 하지만 이 라인이 회사의 발전을 저해하는 정도가 되면 바로 칼을 빼든다. 대항마를 키울 수도 있고 단호하게 자를 가능성도 있다. 사장의 입장은 냉철하다. 회사에 도움이 되는 한 그냥 놔둘 것이며, 도움이 안 된다면 하루아침에 없어질 수 있다.
충성과 줄 서기를 구분하라
줄서기라는 것은 '누구누구의 사람'이라고 분류되는 것을 말한다. 줄 서기를 안 한다는 것은 누구의 사람이라고 분류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앞서 말했듯이, 줄 서기는 회사 일 하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그러나 충성은 다르다. 자신이 속한 조직의 상사에게 충성하는 것은 조직 구성원으로서 당연한 것이고, 회사가 발전하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상사에게 충성하는 것과 줄 서는 것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흔히들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한 마음에 '보험 드는' 심정으로 줄을 서곤 하는데, 미래가 불안하기는 당신이나 라인의 수장이나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윗자리에 있을수록 더 불안한 건 비즈니스의 상식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에게 왜 당신의 미래를 맡기려 하는가? 그 시간에 상사에게 헌신하라.
물론 줄 서지 말라고 해서 라인에 있는 사람 전체를 백안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가 훗날 내 상사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일을 제대로 하려면 비적극적인 교류는 해야 한다. 일은 일로 대하되 적극적이지 않은 꾸준한 교류는 라인에 완전히 접수되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라인의 눈 밖에 나지도 않는 상황을 만들어줄 것이다. 때로는 이 '모호한 상황'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필요악'이라 불리는 사내 줄 서기와 정치 제임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패막이 되어줄 것이다.
줄을 서지 않되 인맥은 넓히고 싶다는 순수한(?) 의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때는 동료를 챙기는 것만큼 상사와도 좀 더 적극적으로 어울리라고 말하고 싶다. 후배 직원이 예의를 깍듯이 지키며 이런저런 일로 친하게 지내려고 할 때, 이를 거부하는 상사는 거의 없다. 물론 '의도가 뭘까'라고 한 번쯤 의심하긴 하지만, 특정한 목적이 없는 한 받아들인다. 서로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없는 좋은 직장 선배, 좋은 상사만큼 인생에 도움되는 사람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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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명령과 복종 _상사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말고, 마음에 귀를 기울여라
3. 상사의 파음에 파고들어 '믿음의 패'를 던져라
직장인이 회사에 다니면서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일까? '승진', '정' 등 사람마다 다양한 대답을 하겠지만, 그것을 하나로 압축해 표현한다면 바로 상사의 '믿음과 신뢰'다.
직장에서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조직의 심층으로 진입해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믿음과 신뢰'부터 획득해야 한다. 상사에게 믿음과 신뢰를 받지 못하는 직원은 언제까지나 비주류에서 맴돌 뿐이다. 상사의 눈 밖에 난 직원이 일 잘한다고 최고위층까지 승진할 수 있을까? 그런 착각은 진즉에 접어두는 편이 좋다.
사람의 믿음은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 더욱이 입사 초반에 확실히 신뢰를 굳혀두지 않으면 직장생활하면서 반전시키기가 정말 어렵다. 그러기에 중요한 것은 '저 사람은 처음부터~'라는 주변의 평가다. 직장 3년 차가 되어도, 5년 차가 되어도 주홍글씨처럼 계속 따라다니는 것은 바로 신입시절의 모습이다. 신입시절부터 상사와 맺어진 믿음은 곧 '혈맹'으로 발전하고, 직장생활하는 내내 둘 사이는 '동지'가 된다. 그것은 어려운 고비마다, 골치 아픈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피처럼 진한 답'을 얻어낼 수 있는 준비된 솔루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믿음과 신뢰는 '게임'을 똑 닮아 있다. '사람의 마음'을 판돈으로 건 게임, 그것이 바로 믿음과 신뢰를 확보하는 과정이 아니겠는가. 이 게임에 성공하면 믿음과 신뢰를 얻고, 실패하면 잃는다. 더 가혹한 것은 이것이 '올인 게임'이라는 사실이다. 얻으면 다 얻고 잃으면 다 있는 것. 처음 직장에 들어갔을 때 이 게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국지》에서 혈맹에 가까운 상사와의 동지애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조조의 뛰어난 참모 정욱이다. 그의 행동은 어떻게 믿음이라는 것이 '게임'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게임의 판세를 어떻게 장악해나가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삼국지 3대 전투'의 하나로 불리는 관도대전. 원소가 10만 대군을 이끌고 조조를 공격하기 시작할 때였다. 이때 조조의 부하 정욱은 고작 700여 군사들을 데리고 홀로 쓸쓸히 전방의 성을 방어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정욱은 원소에게 박살이 나고, 자신의 목숨도 보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태를 직시한 후방의 조조가 수천 명의 군사를 보내겠다고 했는데, 정욱의 반응은 의외였다. 도움을 거부한 것이다. 지원병을 보내겠다는 조조의 편지에 정욱이 답했다.
"저를 지원하지 마십시오. 수천 명의 군사가 저희 성으로 오면 원소는 반드시 저희를 공격할 것이고, 더불어 수천 명의 군사들만 잃을 뿐입니다. 그러나 허약한 700여 명의 군사만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면, 원소는 이 성을 그냥 지나칠 것입니다."
그의 편지는 '나는 상관없으니 수천 명의 목숨을 보전하라'는 의미였다. 사실 원소가 정말 그 성을 지나칠지 안 지나칠지,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정욱의 장담과는 반대로 '군사가 고작 700명뿐이니 가볍게 점령하고 가자'고 했다면 그는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정욱의 입장에서는 10만 강병에 700명의 군사로 맞서다 죽거나, 고작 수천의 군사를 지원받아 지리멸렬한 싸움을 하는 것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를 구하기보다 당신을 구하라!'는 메시지는 게임에서 일종의 '패'를 던지는 것과 같다. 이 메시지를 받은 상대방은 가슴속에서부터 전해오는 감동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몸을 던져 나를 구하겠다는데, 전율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정욱으로서는 일종의 게임이었지만, 이 게임에 성공하자 그에 대한 조조의 신뢰와 믿음은 가히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강해졌다. 그 후 조조는 참모 가후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욱의 담력은 맹분과 하육(중국 전국시대의 용맹한 인물)보다 높다."
조조가 정욱을 당대가 아닌 전국시대의 인물과 비교한 것은 동시대에는 비교할 사람조차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실 믿음이란 그렇게 짧은 기간에 쌓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강렬한 사건'을 겪으면 순식간에 쌓일 수 있는 것이 또 믿음이기도 하다. 도움을 기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손을 내밀었을 때, 그를 향한 믿음의 깊이는 한층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시선을 우리의 현실로 돌려보자. 흔히들 신입사원은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내가 배워야지 도와드릴 게 뭐가 있겠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수동적인 회피에 불과하다. 신입사원일지라도 선택을 해야 한다. 상사의 어려움을 '신입사원이기 때문에'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신입사원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울 것인가? 스스로를 '업무능력이 미숙한 초보자'로 규정지을 것인가 '업무능력은 미숙해도 상사에 대한 충성심만큼은 강한 사람'으로 인식시킬 것인가?
거꾸로 생각해보면 답은 쉽고 명쾌하다. 당신이 상사고 당신 옆에는 신입직원이 있다. 당신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신입직원이 충성과 믿음을 보여준다면, 당신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조조가 정욱을 당대의 인물과 비교할 수 없었듯이, 당신과 부하직원은 '회사 내에서는 비교대상이 없을 정도로' 강한 믿음과 신뢰의 관계를 형성할 것이다.
상사의 어려움을 도와준다고 해서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신입사원에게 상사보다 뛰어난 업무능력을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신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면 방법은 많다. 한창 바빠 정신이 없을 때 먼저 나서서 "뭐 좀 도와드릴까요?"라며 팔을 걷어붙여 잡무라도 거드는 것, 퇴근 후 다시 회사로 돌아가 야근하는 상사를 위해 간식을 챙겨주는 것, 창의적인 작업 때문에 골치 아파하는 상사를 위해 유용한 책 한 권을 선물하는 것... 모두가 하나하나 믿음을 쌓아가고 신뢰를 높여가는 방법이 된다. 그 어떤 일, 그 어떤 방법이 되었든 간에 중요한 것은 단 한 가지다. 상사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 것.'
그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당신을 돕겠다', '당신의 어려움을 함께 하겠다'는 패를 던져라. 정욱이 그랬듯, 나를 버리고 상사에게로 향하는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라는 카드를 보여라. 그러면 상사는 3년 뒤에도, 5년 뒤에도 이야기할 것이다. "저 친구는 입사할 때부터 정말 열심히 했어."라고 말이다.
4. 부득탐승 전략: 상사에게 한 번 더 묻고, 조직의 마음과 코드를 맞춰라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상사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그의 표면적인 말과 지시사항을 넘어서 왜 저 말을 하는지, 왜 저 지시를 하는지 '맥락'을 파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을 현실의 업무 현장에 놓고 해석해보면, 마음을 꿰뚫는 직원들은 일의 처음과 끝을 동시에 생각하고, 일의 목표가 '성취'되고 상사의 요구가 '만족'되는 것을 중심에 놓고 일한다는 뜻이 된다.
이런 역량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데 아주 복잡한 이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 관찰할 필요도 없다. 그저 간단한 일을 시켜보면 된다. 이를테면 복사, 번역 같은 것만 시켜봐도 이 직원이 될 놈인지 여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철수 씨, 이거 팩스 좀 보내라."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철수는 팩스 원본을 들고 올 것이다.
"네, 팩스 보냈습니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직원이 똑같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런데, 팩스 받았다는 건 확인했나?"
"네? 아... 그건 아직...."
여기서 상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팩스를 보내는 것? 아니다. 팩스의 내용이 상대에게 정확히 전달되는 것이다. 그저 팩스기기를 다루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팩스를 보내라'고 했을 때 '버튼을 조작해서 팩스를 보내는 일'로 생각하는 직원은 그저 상사의 '말'에 집중할 뿐이다. 이처럼 시키는 일만 하고 더 이상 생각이 없는 이들은, 안타깝지만 '안 될 놈'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X 누고 오라'고 시키면 X도 누고, 비데도 하고, 물도 내리고, 손도 씻고, 화장실 불도 끄고 나와야 한다. 그게 기본이다. 달랑 X만 두고 온다면, 생각 자체가 없는 것이다.
두 번째로 번역을 예로 들어보자.
"철수 씨, 이거 번역 좀 해줘."
"네, 알겠습니다."
일견 번역이라는 것은 무척 단순한 일처럼 보인다. 그저 적절한 용어를 찾아서 한국어 문법에 맞게 정리하면 되는 일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을 읽는 직원들은 '번역'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번역의 용도'를 생각한다.
"철수 씨, 이거 팩스 좀 번역해줘."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용도인지요? 핵심만 발췌해서 사례로 만들 건지, 아니면 보고서에 자료 인용으로 쓰실 건지, 그에 따라 번역 수준도 좀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서요."
철수의 두 번째 응답에 포인트가 있다. 중요한 것은 상사가 말한 것만 듣지 않고, '말하지 않은 것'을 유추하고 그것의 목표에 맞는 일을 하겠다는 자세다. 상사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부하, 왜 상사가 그것을 자신에게 시키는지를 되새겨보는 직원들이야말로 '기본자세'가 제대로 갖추어진 자들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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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보고와 뒷담화: 자리가 주는 통찰력을 무시하지 마라
1. 상사는 이미 당신을 간파했다
보고를 게을리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대개 이렇다.
'내가 얘기 안 하면 상사는 모를 거야.'
이는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 중 하나로, 특히 경력이 짧을수록 그러는 경향이 강하다. 상사는 직원들의 업무를 상세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내가 보고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일의 완급을 조절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심지어 약간 게으름을 피워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상사는 언뜻 보기에 내 상황이 어떤지 깊이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니 내가 무슨 생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모를 것이라 단정하는 것이다. 상사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바뀌지 않았다면, 자신의 구렁이 담 넘어가기 전략이 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상사는 당신의 업무 진행과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
《삼국지》에서 가장 기막힌 반전의 스토리를 꼽으라면 바로 '위연 참수 사건'을 들 수 있다. 제갈공명이 절절한 사연으로 점철된 후출사표(後出師表)를 적어 올리고 시작했던 오장원의 전투, 북벌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공명은 사력을 다했지만 끝내 사마의의 지구전을 견뎌내지 못했다. 공명은 결국 세상을 떠났고, 모든 권력은 양의와 강유에게 넘어갔다.
문제는 위연이 이 과정에서 반란을 꿈꾸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동조한 또 다른 장수 마대와 함께 남정을 취하려 하자, 강유가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출정했다. 드디어 양측의 군사가 대치하는 긴장된 순간. 하지만 전투라면 이골이 난 반란군 위연과 마대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에 강유가 근심에 휩싸이자 옆에 있던 양의가 ‘제갈공명의 메시지'를 열어보자고 했다. 공명은 사망하기 전에 몇 가지의 계책을 비단주머니에 넣어 양의에게 주었던 터였다. 비단주머니를 열어본 양의가 슬며시 웃었다. 그리고 뚜벅뚜벅 말을 몰아 앞으로 나아가더니, 반란군 위연을 향해 크게 소리를 질렀다.
"위연아, '감히 나를 죽일 사람이 누구냐?'고 3번만 외쳐봐라. 그러면 네가 원하는 한중의 모든 땅을 주겠다!"
까짓것, 못할 것 없다고 생각한 위연은 "3만 번이라도 외쳐주마!"라고 호기롭게 소리쳤다.
"감히 누가 나를 죽일 것인가!"
그러자 위연의 목소리가 그 울림을 다하기도 전에 바로 뒤에 있던 한 장수가 스르렁, 칼을 뽑더니 단호하게 위연의 목을 내리쳤다. 마치 위연의 외침에 메아리가 대꾸라도 하듯 "내가 죽여주겠다!"는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그는 다름 아닌 마대였다.
제갈공명은 자신의 부하장수인 위연에 대해 이미 모든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가 나중에 반란을 일으키리라는 것마저. 그래서 미리 마대에게 거짓 투항할 것을 지시했고, 마대는 결정적인 터닝포인트의 역할을 맡으며 드라마틱하게 반란을 진압해낸 것이다.
공명은 평소 위연이 불만이 많고 스스로 높은 체하며 승상인 자신조차 내심 우습게 여긴다는 사실을 꿰뚫어 보았다. 그래서 추후 그가 반드시 반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공명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위연을 사전에 제거하지 않았다. 좌천시키지도, 따돌리지도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아직 활용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갈공명은 이미 부하 위연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던 반면, 위연은 상사인 제갈공명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감'조차 잡지 못했던 것이다.
직장상사들이 한결같이 증언하기를, '위에서는 전부 다 보인다'고 한다. 마치 학교 교단에 서면 뒷자리에 앉아서 선생님 몰래 장난치는 학생들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직원들을 관찰하고 관리하는 것 자체가 상사의 '본연 임무'인데, 어찌 그걸 놓친단 말인가. 다만 티를 내지 않을 뿐이니, 그 겉모습만 보고 직원들이 상사의 속마 음을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뿐 아니라, 상사는 직원들의 일을 다 해본 사람이다. 직원의 현재 상황, 일처리 속도, 일의 결과까지도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상사는 아직 모를 거야!'라는 생각 자체가 어리석 을 수밖에 없다.
물론 상사는 당신에게 미주알고주알 말해주지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상사의 눈길을 잘 피해 가고 있다고 착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큰 오류이자 낭패다. 위연도 결정적 순간이 닥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푸른 신호등'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곧 '빨간 신호등'으로 바뀔 것이라는 예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2. 뒷담화? 상사의 권위만큼은 절대로 노터치!
선생님이 교단에서 다 보고 있는 줄 까맣게 모르는 학생들은 교과서 뒤로 만화도 보고, 문자 메시지도 주고받고, 잠도 잔다. 그러다 참다못한 선생님에게 걸려 혼나곤 한다. 직장인들도 상사가 간파하고 있는 줄 꿈에도 모르고 행동할 때가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보고조차 안 하고 은근슬쩍 일을 처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사는 모른다는 철저한 오해 아래. 그런 오해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은 바로 '상사 뒷담화'다.
사실 직장인들에게 뒷담화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 안주거리로도 제격이려니와, 누군가를 한마음으로 비난하는 분위기 속에서 서로가 하나 되는 묘한 동료의식도 생겨난다. 물론 그 다음날 출근해서는 언제 그런 얘기가 오갔냐는 듯 싹싹한 얼굴로 상사를 대한다. 상사가 눈치 못 챘을 것이라는 기대 아래. 그러나 상사들은 직원들 사이에서 자신의 뒷담화가 오간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다만 눈감아줄 뿐이다. 자신도 예전 부하 시절에 그랬을뿐더러, 그것에 대해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고, 또 민망하기도 하니 어느 정도는 봐주고 넘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이렇다고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뒷담화를 한다는 것은 화약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뒷담화란 분위기에 휩쓸리기 쉬워서, 한번 시작하면 갈수록 수위가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상사의 역린(逆鱗)'을 건드리는 건 시간문제다. 역린이란 무엇인가. '용의 가슴에 거꾸로 난 비늘'로서, 역린을 건드리면 용은 반드시 그 사람을 죽인다고 한다.
그렇다면 '상사-부하'의 관계에서 '참을 수 없이 심각한 역린'은 과연 어떤 것일까?
역린은 '관계' 속에서 규정된다. 부부 사이의 역린은 '불륜'이고, 비즈니스 관계에서의 역린은 '손해'다. 상사와 부하의 관계에서는 또 다른 종류의 역린이 있다.
《사기》에 등장하는 진나라의 장수 백기는 뛰어난 역량을 지니고 있었다. 전투 현장에서의 전략전술에도 능했고 돌진할 때와 후퇴할 때를 명확히 알고 있어서 희생은 줄이고 성과는 높이는 영리한 장수였다.
어느 날 진나라가 조나라를 공격할 때였다. 당시 백기는 병이 들어 참전할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진나라의 왕은 무리하게 전투를 치르다 유능한 장수 5명을 모두 잃고 말았다. 과욕이 부른 참패였다. 마침내 백기가 병을 털고 일어나자 왕은 백기를 선봉장으로 삼아 또다시 전투를 벌이려고 했다. 이에 백기는 왕을 만류했다.
"지금 나서게 되면 필패(必敗)가 있을 뿐입니다. 우리의 처지가 지극히 불리하니 지금은 전세를 살피면서 힘을 길러야 합니다.'
하지만 왕이 고집을 꺾지 않자, 백기는 급기야 병을 핑계로 왕의 명령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왕은 욕심을 접지 못하고 전투에 나섰다가 결국 백기의 말대로 또다시 대패하고 말았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백기에게 큰 화가 미칠 일은 없었다. 전투에 대한 결정은 왕이 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백기의 '뒷담화'였다. 백기는 주변 사람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왕이 내 말을 듣지 않았으니 결과가 이렇게 된 것 아닌가!"
이 말은 전해들은 왕은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이후에도 왕과 백기 사이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었다. 결국 참다못한 왕은 백기의 직위를 박탈하고 백의종군을 명령했다. 하루아침에 장수가 병졸이 되는 치욕을 맛본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자 백기의 경쟁자들이 들고일어나 그간 백기가 보인 행동 하나하나를 문제 삼았다. 물론 왕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사자에게 칼을 들려 백기에게 보냈다. 자결을 명한 것이다.
자기 부하를 보호할 것인지, 내칠 것인지는 전적으로 상사의 판단에 달려 있다. 아무리 주변에서 보호하자고 해도 상사가 내치고 싶으면 내치는 것이고, 또 아무리 주변에서 공격해도 상사가 보호하기로 마음먹으면 어느 정도는 방어해줄 수 있다. 하지만 진나라의 왕은 백기를 내치자는 주변의 원성에 일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백기가 자신의 역린, 즉 '권위'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상사와 부하의 관계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은 바로 '권위'다. 상사는 그간 쌓아온 경력과 능력을 인정받아 회사로부터 일정한 권위를 보장받았다.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이라는 것은 모두 '권위'의 단계적 종류인 셈이다. '누가 상사가 되고 부하가 될 것인가'는 회사가 부여한 권위의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만약 부하가 상사의 권위에 도전한다면, 그것은 곧 상사와 부하 사이에 놓인 '관계의 본질'에 역행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권위를 도전받는 상사는 자신의 '사회적 생명'이 위협받는다고 느낀다. 권위가 무너진다는 것은 곧 회사 내에서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그 권위란 자신의 피땀으로 쌓아온 것이고, 회사로부터 정당하게 인정받은 것이다. 따라서 상사는 '나를 우습게 여기는 것은 회사의 판단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라는 명분하에 부하를 상대로 당당하게 복수극을 펼치게 된다.
그러니 직장인들이여, 뒷담화가 아무리 재미있고 통쾌하더라도, 결코 그 분위기에 휩쓸리지 마시라. 상사의 역린, 즉 권위에 도전하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 이는 상사가 당신에게 가지고 있는 마지막 애정마저 가차 없이 걷어내는 행위이고, 스스로 ‘칼을 든 사자'를 보내달라고 상사에게 요청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3. 부득탐승 전략 - '귀신이 곡할 노릇!': 보고와 뒷담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보고, 어디까지 어떻게 해야 하나
보고는 회사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보고 관계가 곧 상하관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보고하느냐?'라는 말은 곧 '누가 상사냐?'라는 말과 동일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회사에 다녀본 경력직원들조차 보고의 중요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잘못된 보고 때문에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와 갈등도 많다. 상사 입장에서는 제때 정확한 보고를 받지 못해 일이 일파만파 커질 때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보고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자세는 '팩트(fact)'와 '판단(judgement)'을 구분하는 것이다.
상사는 부하에게 객관적인 팩트를 원하지, 판단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팩트와 판단이 뒤섞이면 그때부터 '이걸 보고해야 돼, 말아야 돼?'라는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 (...)
3. 결과부터 보고해라
어떤 문제가 생겼으며 현재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만 간단명료하게 말하라. 문제가 생긴 경위나 내용은 상사가 물어보면 대답하라.
상사는 시간과 참을성이 없다고 생각하라(실제로도 그렇다). 상사의 관심은 오로지 결과일 뿐이다. 그래서 결과부터 보고하라는 것이다. 상사 자리에 올라갈 정도면 결과만 들어도 원인이 무엇이고 과정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대충 눈치챌 수 있다.
4. 일을 시키면 중간보고를 해라
직원에게 제안서를 쓰라고 시키면 일주일 동안 조용히 있다가 "다 됐습니다." 하고 보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때 상사가 '제때 제출했군'이라고 생각할까?
'아니, 중간에 한 번쯤 보고를 할 것이지, 이걸 물어보지도 않고 다 해 왔어?'라며 황당해한다. 내용을 검토해보니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빨간 줄 쳐가며 지적해주기는 하지만, 시간도 걸리고 짜증도 난다. 결국 열 받은 상사가 한마디 한다.
"이걸 제안서라고 썼어? 다시 써. 내일 아침까지!"
그 직원은 그날 회사에서 밤새워야 한다.
더 심하면 이런 경우도 있다. 같은 제안서를 맡겼다. 일주일이 되어도 소식이 없어 물어본다.
"제안서 어떻게 됐지?"
"다른 일 때문에 못 했습니다."
이럴 때 상사는 '오 마이 갓!'이다. 열이 쫙 올라간다. 그래도 체면이 있으니 화가 나는 것을 참고 천천히 침착하게 물어본다.
"그걸 왜 이제 보고하나?"
그 직원은 아마 머리를 긁적이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언제까지 해오라는 말씀이 없으셔서...."
더 심각한 경우도 있다.
"잊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직원들 모두 인사고과는 '0'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상사가 일을 시키면 최소한 2~3일에 한 번씩은 와서 "현재 3분의 1 정도 했습니다. 끝내려면 5일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자료 조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러는데, 신입사원 1명만 붙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면 4일 안에 끝낼 수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보고해야 한다.
직원들이 '보고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그 조직은 마비된다. 과장이 아니다. 상사는 팀 전체의 인력, 시간, 비용을 따져서 인력을 적절히 배치해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내야 한다. 위의 사례처럼 제안서를 정해진 시간 내에 마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회사가 계약을 성사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온다. 개인의 나태함이 조직 전체에 피해를 주는 것이다.
백 번 양보해서, 일은 못 해도 좋다. 그러나 보고는 있는 그대로 신속하게 해라. 보고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직원은 잘려도 할 말이 없다.
뒷담화 자리에서는 '침묵'이 정답
한편 부하 입장에서도 '귀신이 곡할 일'은 생긴다. 어제저녁에 술자리에서 했던 이야기가 하루 만에 사내에 쫙 퍼져 있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그때의 황당함과 당혹감이란. 전날 밤에 '절대 비밀'을 약속했던 동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괜히 의심한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귀신 탓도 아니고 동료 탓도 아니다. 뒷담화가 퍼져나가는 데는 일정한 메커니즘이 있고, 여기에 고도의 심리전술까지 결합돼 정확도를 높인다.
최초의 출발은 바로 상사의 '느낌'이다. 그들은 부하가 자리에 앉아 일하는 태도, 전화받는 목소리만으로도 '어, 뭔가 이상한데?'라는 것을 자동적으로 감지한다. 그러면 상사는 다음 단계로 그 직원과 친한 사람에게 접근한다. 이러한 행동을 비밀을 캐내려는 의도라고 비난하면 곤란하다. 상사는 조직관리 차원에서 얼마든지 이런 접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친한 사람들에게 묻는다.
"어제 무슨 일 있었어?"
물론 이 질문 하나로 뒷담화의 전모가 드러나리라 기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질문을 툭 던졌을 때의 반응을 떠보려는 의도일 뿐. 직원이 움찔하며 경계하는 눈빛이면 상사는 최근에 뭔가가 있었다는 '정황'을 포착하게 된다.
이런 직접적인 경로가 아니더라도, 직원들 사이에 뒷담화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퍼져버리면 상사 귀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리나라 직장에서 술자리가 오죽 많은가. 자고로 '남의 이야기는 최고의 안주'이므로, 다른 자리에서 들었던 각종 소문과 뒷담화를 재미 삼아 하나둘씩 부담 없이 꺼내놓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내용이 충격적일수록, 과격할수록, 모두의 관심사일수록 소문은 더욱 빠른 속도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어버린다.
따라서 뒷담화나 소문에 대해서는 입을 다무는 것이 상책이다. 특히 그 내용이 부정적일 때는 무조건 침묵하라. 당신이 하는 거의 모든 말은 녹음된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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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칭찬과 아부 _품격 없는 칭찬은 당신을 우습게 만든다
1. 품격 있는 칭찬의 기술
상사도 인간이다. 이런 당연한 말을 왜 하냐면, 최근 직장문화에서 '부하의 인간적인 면'은 중시되는 반면 '상사의 인간적인 면'은 여전히 관심 밖인 듯하기 때문이다. 직원에 대한 감성 리더십이 각광받는 만큼, 상사에 대한 감성적 배려도 필요하다. 특히 칭찬은 필수요소다.
그런데 상사에게 하는 칭찬이란 참으로 애매해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다. 잘못하면 '아부'가 되어 주변의 질시를 불러일으키고, 그렇다고 전혀 칭찬하지 않는 것도 인간적인 도리가 아닌 것 같다. 도대체 상사에 대한 칭찬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해법은 '진심'과 '품격'을 함께 담는 것. 칭찬과 아부가 결정적으로 갈리는 것은 품격과 진심'에 있다. 이것이 있어야 '칭찬'이 되고, 없으면 아부가 된다.
《삼국지》에는 품격 있는 칭찬의 전형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유비가 촉의 주인이 되기 전, 그곳은 유장이라는 자가 다스리고 있었다. 유장의 휘하에는 참모 법정이 있었는데, 사실 사실 그가 보기에 자신의 주군은 그리 탐탁한 인물이 아니었다. 워낙 성정이 나약해서 앞으로 있을 영웅들의 전투에서 과연 살아남을까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유장은 스스로 대업을 일으켜 세운 게 아니라 아버지로부터 고스란히 촉을 물려받은 것에 불과했기에, 수성(守成)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법정은 유장의 신하 장송, 맹달과 함께 촉땅을 유비에게 바칠 계획을 꾸미기에 이르렀다. 본격적인 거사를 도모하기 전, 법정은 일단 유비를 만나 의사를 타진해보고자 했다.
유비를 찾아가는 길, 법정의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자신은 '주군(유장)을 배신하고 나라를 팔아넘기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대의명분과 의지는 분명했다. 촉을 멸망으로 이끌지 않기 위해서는 유비와 같은 훌륭한 리더가 있어야 한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본인 생각이고, 당장 유비가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볼지도 걱정스러웠다. 자칫 유비 진영에서 속임수나 거짓 투항이라고 판단하면 사태는 손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유비 앞에서 어떤 말을 해야 자신의 의지를 왜곡 없이 전달할 수 있을까? '당신만이 최고의 리더입니다, 제발 우리를 접수해주세요'는 천박해 보이고, '이 땅을 바치겠습니다'는 비굴해 보이기까지 한다. 결국 그가 고심 끝에 선택한 방법은 칭찬이었다. 법정이 입을 열었다.
“말(馬)은 백락을 만나야 목숨을 바치는 법입니다."
백락은 말을 잘 다스리는 것으로 이름난 사람'을 일컫는다. 그러니 유비는 뛰어난 솜씨를 지닌 '백락'이요, 자신은 '말'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법정은 연이어 자신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과 그것은 '진정한 주인을 만났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점을 암시했다. 이로써 법정은 ;당신은 뛰어난 주인이고, 나는 당신에게 목숨 바칠 각오가 되어 있는 훌륭한 참모'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유비는 그의 말을 계기로 마침내 촉을 접수하기로 결심하고, 오랜 방랑생활을 청산했다.
진정 품격 있는 칭찬이란 이처럼 나를 떨어뜨리지 않고 상대도 함께 높여주는 칭찬이다. 여기서는 '나'와 '상대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칭찬을 제외한 모든 칭찬의 이면에는 칭찬하는 당사자의 모습이 드리워져 있다. 우리는 '내가 못하는 것'을 하거나, '내가 저 수준일 때는 못했던 것'을 하는 사람을 칭찬한다. 칭찬의 기준점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라는 말이다. 즉 칭찬은 '자신의 모습과 비교해서 대단한 것을 하는 사람'에게 하게 돼 있다.
그런데 자신을 아예 부정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깎아내리면서 누군가를 칭찬한다면, 그것은 진심이라 보기 어렵다. '나보다 이런 점이 뛰어나구나, 정말 대단하다'는 식의 비교과정이 없고, 상대방의 가치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과정도 없으니 말이다. 이런 칭찬을 우리는 흔히 '아부'라고 한다. 아부하는 사람은 '오직 당신만이 최고'라고 말한다.
품격 있는 칭찬, 진심 어린 칭찬에는 반드시 그 이면에 '나'라는 존재가 깔려 있다. '나를 떨어뜨리지 않고 상대도 함께 높이는 것이 진정한 칭찬'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칭찬은 품격을 만났을 때에만 모양새도 좋고 제대로 된 효과도 발휘할 수 있다. 품격이 거세된 아부는 주변의 질시를 받음은 물론, 자신의 가치도 떨어뜨린다.
2. 투톤 화법, '저는 괜찮지만 당신은~'
그렇다면 실전에 활용할 수 있는 칭찬 기술은 어떤 것이 있을까? 칭찬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상대방의 능력과 좋은 결과를 칭찬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다. 진심을 담아 '대단하다'고 해주면 그것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하다. 그런데 문제는 한계가 있다는 것. 일이 잘못되어 실의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해줄 수는 없지 않은가.
반면 어떤 상황에서든 활용할 수 있는 칭찬이 있다. 바로 그 사람의 존재감 자체를 칭찬하는 것이다. 이는 상황에 지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좀 더 확대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서는 이 두 번째 칭찬법, 그중에서도 노숙의 '투톤(two-tone) 화법'을 살펴보자.
(삼국지》 전반에 걸쳐 노숙은 상사의 마음을 뒤흔드는 천재적인 화법을 곳곳에서 보여준다. 이를 통해 상사와 마음으로 궁합을 맞추고 코드를 일치시킴으로써 때로는 확신을 주고, 때로는 용기를 주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사에게는 자신을 낮추는 듯하며 상사의 존재감을 높이는 화법을 구사했는데, 이러한 '투톤 화법'은 무조건 상사를 치켜세우는 아부와는 격이 다른 탁월한 상사 칭찬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조조가 강동을 치러 온다는 소식을 들은 손권은 참모 및 장수들과 함께 회의를 시작했다. 대부분은 조조에게 항복하자는 의견이었다.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손권 당신은 조조와 맞서 싸워봐야 질 것이 뻔하니 괜히 힘 빼지 말자'는 의미다. 부하들로부터 이러한 이야기를 듣는 상사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한편 그들과 생각이 달랐던 노숙은 일단 침묵을 지켰다. 그러고는 부하들의 어처구니없는 투항 권유에 할 말을 잃은 손권이 자리를 뜨자, 그 뒤를 따라나섰다. 그의 마음을 눈치챈 손권이 물었다.
"그대는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가?"
노숙이 한편으로는 애처롭지만 또 한편으로는 단호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저들은 오로지 장군을 잘못되게 하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저들과는 큰일을 도모할 가치조자 없습니다. 저들 같은 사람은 조조를 맞아들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군께서는 결코 그렇게 하실 수 없습니다. 제가 투항한다면 조조는 저를 고향으로 돌려보내고 적당한 직책을 주어 관리나 병사들을 붙여줄 것입니다. 그러면 저는 관직을 잃지도 않고 태평스러운 세월을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군께서 만약 조조의 무리를 맞아들인다면 과연 어떻게 되겠습니까. 부디 필부(匹夫)들의 의견 따위 신경 쓰지 말고 큰 계획을 정하십시오."
노숙의 말을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저 같은 사람은 영향력이 없으니 조조에게 투항해도 설마 죽기야 하겠습니까. 저야 아무런 상관이 없겠지만 장군님처럼 대단한 분이 어떻게 항복할 수 있겠습니까!'
손권이 감동하며 대답했다.
"그대의 말은 과연 나의 생각과 일치하오. 이것은 하늘이 그대를 나에게 내려준 것이나 마찬가지요."
'나는 괜찮지만 당신만은 안 됩니다.' 노숙은 자신과 비교해 상사의 존재감을 높여주는 화법을 구사함으로써 상사에게 조조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를 듬뿍 주었다.
노숙은 '역설적 오버'를 통해 손권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적도 있다. 한번은 주유가 조조와 맞서고 있었는데, 전세가 그리 유리하지 못했다. 이에 손권이 노숙을 보내어 주유를 돕게 했다. 마침내 주유와 노숙은 조조군을 이겼고, 승전보와 함께 손권에게 돌아왔다.
소식을 전해 들은 손권은 친히 마중 나와 군사들을 맞이하고 공을 세운 장수들을 치하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손권은 난데없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자경(子敬, 노숙의 호), 만약 내가 안장을 짚고 말에서 내려 그대를 맞이했다면, 그대의 공이 지금보다 더 빛나지 않겠소?"
좀 쉽게 풀어보자면, '내가 지금보다 더 예의를 갖춰 당신을 대한다면 당신이 더욱 대단해 보이지 않겠는가?'라는 말이다. 충직하고 믿음직한 창모에게 보내는 약간의 장난기 섞인 농담. 그때 노숙은 종종걸음을 치며 앞으로 나아가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상사가 농담 삼아 던진 질문에 정색하며 '그것 갖고 되겠소?'라고 대드는 형국이니 어찌 민망하지 않으리. 하지만 노숙의 연이은 대답은 그의 의도가 또 다른 역설을 끌어오는 '오버'였음을 보여주었다. 노숙이 말을 이어갔다.
"제가 원하는 것은 존귀한 군주의 위엄과 덕망이 천하에 알려지는 것이며, 이를 통해 천하를 제패하는 것입니다. 그 후 군주께서 수없이 많은 현자들을 맞이하고, 그 뒤에 비로소 저를 불러주신다면, 그때야 제가 더욱 빛이 날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손권의 반응이 어떠했겠는가. 말 그대로 손뼉을 치며 기쁨의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노숙의 어법은 이른바 '투톤'을 이루고 있다. 상사와 자신을 비교하고, 여기에 역설적인 오버를 가미함으로써 전혀 색다른 감동을 주는 것이다. 이 화법은 '저는 괜찮지만, 당신은 ~’의 구조를 적용함으로써, '나와 상사인 당신 사이에는 존재감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방법이다. 또한 이는 '칭찬이 아부가 되는' 위험을 사전에 막아준다. 상사가 이룬 성과에 대해 지나치게 소리 높이는 것은 '아부'가 될 수 있지만, 존재감을 인정하는 것은 조용하면서도 진중하게 상대의 마음을 기쁨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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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성과와 평가 _평가가 명확하지 않으면 사내정치가 난무한다
2. 평가를 극대화하는 타이밍의 마술
자신의 모습을 상사와 후배, 동료들에게 가장 긍정적으로 어필하는 방법은 그들이 당신에게 기대하는 결과가 무엇인지, 그리고 다른 동료와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정확하게 판단해 자신의 위치를 정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것이 억울하지 않게 당신의 역량을 100% 평가받는 기본전략이다.
그런데 이기에서 간과하기 쉽지만 중요한 요소 하나가 더 있다. 시간, 즉 타이밍에 대한 감각이다. 상사가 오늘 원하는 것. 이번 주에 원하는 것, 그리고 이번 달에 원하는 것은 모두 다르다. 서둘러서 당장 막아주어야 할 일이 있고, 약간의 시간이 있어서 이번 주에 끝내면 될 일이 있다. 때로는 전략적으로 시간을 끌면서 숙고해야 하는 일도 생기게 마련이다. 이러한 판단이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게 한다. 당신이 하는 '일의 양에 상관없이 말이다. 타이밍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임팩트'의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누군가를 도와주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같은 도움을 주더라도 어떤 경우는 상대방으로부터 '너무너무 고마워!'라는 인사를 듣는 반면, '기왕 도와줄 거 왜 저래?'라는 핀잔을 살 때도 있다. 이는 도와주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탁을 받았을 때 고민을 한 후 도와주는지, 도와주는 척만 하다가 끝내 안 도와주는지, 그 자리에서 망설임 없이 도와주는지에 따라 상대방의 반응이 달라지게 돼 있다.
어차피 해야 할 것이라면, 보다 효과적으로 상대방에게 어필하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임팩트가 산다. 이를 위해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이 바로 '시간'이다. 시간은 임팩트를 결정하고, 이 임팩트는 성과와 평가를 극대화한다.
손권의 참모 노숙의 집안은 꽤 부유한 편에 속했다. 하지만 그는 재물에 대한 욕심보다는 그 재물을 통해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나가는 데 더욱 관심이 많았다.
노숙이 본격적으로 참모 활동을 하기 이전의 이야기다. 그는 천하가 점차 혼란해지는 것을 보고 거침없이 재물을 풀고 땅을 팔아서 가난한 자를 구제하고 많은 인재들을 사귀었다. 사람들이 노숙을 칭송한 것은 당연지사.
그러던 어느 날 그 지역 관리였던 주유가 그를 찾아왔다. 주유는 훗날 노숙을 손권에게 천거한 인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주유는 노숙의 비범함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서로 간에 깊은 교류도 없었다. 그런 그가 찾아온 이유는 단순했다. 노숙이 부자인 데다 인심이 후하다는 소문을 듣고 자금과 식량을 청하기 위해 온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처지에 '돈과 쌀을 내놓으라'고 부탁해야 하는 주유의 구겨진 자존심과 민망함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노숙의 행동이었다. 주유의 말을 들은 노숙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집에 있는 두 개의 곳간 중 한 곳을 가리켰다. 엄청난 양의 곡식이 들어 있는 곳간을 통째로 주유에게 내놓은 것이다. 《삼국지》 정사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주유는 노숙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는 그가 진정 비범한 인물임을 알아차렸다.'
만약 노숙이 조금이라도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거나, 혹은 '왜 내가 곡식과 자금을 드려야 하는지 설득해 보시오' 따위의 말을 했다면? 아니면 일주일 뒤, 혹은 한 달 뒤에 곡식을 내주었다면? 주유에게 '도움을 준 고마운 사람'이라는 인사는 들을 수 있어도 '비범한 인물'로 각인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심하면 '기왕 도와줄 것 빨리나 도와주지!'라는 원망을 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도움을 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노숙은 '바로 그 자리에서, 즉시'가 주는 놀라운 힘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런 말없이 '즉시' 손을 들어 곳간을 가리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렇게 해서 주유에게 자신의 비범함을 어필하면서 강한 임팩트를 주었다.
만약 상사나 동료가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타이밍이 주는 임팩트를 염두에 두면서 이렇게 대답하는 건 어떨까??
"네, 알겠습니다. 2시간 내에 마무리하겠습니다. / 알았어. 2시간 내에 끝내줄게!"
"걱정 마십시오. 바로 전화하겠습니다. / 걱정 마, 바로 확인해볼게."
"물론입니다. 즉시 전달한 후에 책임지고 확인하겠습니다. / 알았어. 내가 확인까지 해서 전화해줄게."
이 말들에는 모두 '시간'이 포함돼 있다. '2시간 내에', '바로', '즉시'라는 말은 상대방에게 신뢰와 함께 '예측 가능성'을 선사한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예측하고, 그 예측이 잘 관리되어 최종적인 목표지점에 안착하기를 기대한다. 그런 점에서 시간의 함수를 염두에 둔다면 상대방에게 보다 높은 신뢰를 줄 수 있다. 가장 필요로 할 때 가장 명쾌하고 적절하게 주는 도움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잊지 말자. 시간, 그것은 임팩트를 주어 자신을 어필하는 최상의 수단이자, 예측 가능성을 선물함으로써 상대방과 조직의 목표를 엄호하는 뛰어난 전략적 스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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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의리와 배신 _당신의 경쟁력을 다시 돌아보라
3. 의리의 유지는 이해관계 조절 능력에 달려 있다
'에이~ 그래도 사람 사이가 그렇게 딱딱 맺고 끊어지는 건 아니지~,'
정이 많은 한국인들에게 '인간관계는 이해관계'라는 말은 여전히 거북하게 들릴 수도 있다. 가장 결정적으로 걸리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의리'라는 것 때문이다.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신의를 지키려는 모습은 곧 전형적인 의리로 평가되고, 이는 '세속의 관계를 뛰어넘어 높은 가치를 지닌 인간관계'로 묘사된다. 직장생활에서도 의리란 자주 언급되는 주제 중 하나다. '의리 없는 상사', '의리 없는 부하'라는 말은 불신의 상징이 되고, '언젠가 나의 뒤통수를 칠 잠재적 배신자'로 취급받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의리는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것일까? 의리는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인간의 순수한 심성과 관련된 일일까? 직장 내 의리의 본질은 또 무엇일까? 《사기》에 등장하는 인물 예양이 실천했던 다소 맹목적이기까지 한 의리를 통해, 직장상사와 부하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의리'의 면모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춘추전국시대에 지백과 그의 참모 예양이라는 자가 있었다. 지백이 조양자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된 뒤 예양은 조양자에 대해 무섭도록 집요한 복수를 다짐했다. 예양은 이름과 성을 바꾸고 화장실 청소부로 위장해 조양자에 대한 살해를 시도하는가 하면, 뜨거운 숯을 삼켜 성대를 못 쓰게 만들면서까지 복수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예양의 복수는 끝내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군사들에게 붙잡혀 조양자 앞에 무릎을 꿇게 됐다.
그런데 조양자로서는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예양은 지백이 아닌 범씨와 중행씨를 섬겼을뿐더러, 그들이 죽었을 때는 복수를 꿈꾸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범씨와 중행씨를 죽인 것은 다름 아닌 지백이었다. 옛 주인을 죽인 사람을 모시고, 그를 위한 복수에 일평생을 보낸 예양. 도대체 그가 가지고 있는 복수의 논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한단 말인가. 조양자가 묻자 예양이 답했다.
"범씨와 중행씨는 나를 평범한 인물로 대우했고, 따라서 나 역시 평범한 인물로 그들에게 보답했을 뿐이다. 하지만 지백은 나를 나라의 선비로 대접했으니 나 역시 나라의 선비로서 그를 대접하려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런 복수심도 부질없게, 예양은 자신도 죽을 것임을 예감하고 있었다. 예양은 조양자에게 마지막 부탁을 했다. 다름 아니라 조양자가 옷을 벗어주면 그 옷에 칼을 휘둘러 자신의 복수를 완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조양자는 통 크게 이를 허락했고, 예양은 칼로 조양자의 옷을 벤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예양의 복수는 무모했으나,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그의 행동을 지백에 대한 '의리'로 이해한다. 여기에서 가장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은 예양이 예전에 섬겼던 범씨, 중행씨와 지백을 전혀 다른 차원에 놓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차이는 바로 '대접'이라는 것에서 비롯된다. '나를 평범하게 대한 사람에게는 나도 평범하게', '나를 특별하게 대한 사람에게는 나도 특별하게'라는 원리는 전형적인 이해관계라 볼 수 있다. 다만 이는 물질적인 이득이나 명예, 권력에 관계되는 차원이 아니었다. 예양이 지백으로부터 받았던 것은 바로 '마음'이었다. 남녀나 부모 사이에서는 '사랑'이, 그렇지 않은 사회적 관계에서는 지지, 배려, 신뢰, 인정을 필두로 하는 '마음'이 이해관계에서 최고의 가치를 지니는 요소라 할 수 있다. 흔히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에서도 드러나듯이, 목숨을 바치기 위해서는 먼저 알아주어야 한다.
예양이 했던 집요한 복수도 마찬가지였다. '의리'라고 표현되는 예양의 행동들은 사실 ‘보답해야 마땅한 대접'에서 비롯된 것이다. 단지 그 수위가 '아니면 말고' 정도가 아니라 '목숨을 걸고서라도 해야 할 보답'이라는 것이 다를 뿐. 그런 점에서 예양의 고결한 마음과 강인한 의지가 뒷받침되긴 했지만, 역시나 본질은 '대접'이라는 행위를 둘러싼 서로 간의 이해관계였던 것이다.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의리'라는 것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공허한 판타지일 뿐이다. 또한 '저 상사(부하)는 의리가 없어'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서로가 그만큼 높은 신뢰와 믿음, '대접'의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음을 방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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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명분과 전략 _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판'을 뒤집어라
1. 청탁으로 곤란한 상사, 명분으로 구출하라
직장생활에서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이고 권한이 좀 주어진다 싶으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청탁'이다.
청탁의 횟수와 규모는 권력의 크기에 비례한다고 보면 틀리지 않다. 그래서 좀 덜 된 상사들은 청탁을 받으면 우쭐해하기도 한다. 자기 권력이 이만큼이나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부하를 제치고 곧바로 상사에게 청탁이 들어가면 아랫사람도 짜증 나지만, 상사 자신도 곤혹스럽고 난감하다. 무턱대고 원리원칙을 내세워 외면하기에는 그간 쌓아온 인간관계가 흔들릴 것 같고, 그렇다고 부탁하는 그대로 들어주자니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골치 아픈 일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사 스스로가 명분을 만들어 명쾌하게 거절하거나 유연하게 비켜서면 모든 게 깔끔하게 마무리되겠지만, 그게 또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상사가 이런 지경에 빠졌을 때,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때는 눈을 들어 만총을 보면 된다.
그는 순욱, 순유, 곽가, 유엽과 함께 조조의 대표적인 참모라 일컬어진다. 잠시 그의 젊은 시절을 살펴보면 캐릭터 파악에 한층 도움이 될 것이다. 그가 관직에 진출한 것은 지금으로 치면 고등학교 2학년인 열여덟 살. 그때부터 만총의 비상한 능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당시 군대 안에서 사병을 거느리고 거만하게 굴던 이삭이란 자가 있었다. 정확한 사연과 과정은 전해지지 않지만, 만총은 남들이 감히 어쩌지 못하던 이삭을 처벌하는 쾌거를 이뤄냈고, 그 후로도 뇌물, 업무방해 등의 행위를 과감하게 응징해나갔다.
장포라는 인물도 그중 하나였다. 만총은 악명 높았던 장포를 습격, 그를 잡아들였다. 하지만 당시 수사 담당자들은 하루 만에 장포에 대한 조사를 끝내고 그를 석방했다. 뭔가 '뒷거래'가 있었음이 분명한 정황. 실망한 청년 만총은 그날로 관직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돌아가 버렸다. 자신의 앞날을 위해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갈 수도 있으련만, 강직하고 정직한 성격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후 나이가 들어 만총은 조조가 연주를 지배한 후 '종사'라는 직책에 올랐으며, 허현이라는 지역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그때 조조는 이미 대장군의 위치에 있었기에 그 위세를 믿고 까부는 자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조조의 친척 조홍이었다.
한 번은 조홍의 빈객으로 있던 자가 만총이 다스리는 지역에서 불법과 탈법을 일삼았다. 강직한 만총이 가만둘 리 없었다. 즉시 체포해 죄를 다스리고 있는데 조홍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자신의 손님을 풀어달라는 것이다. 물론 만총은 눈도 꿈쩍이지 않았다. 그따위 청탁 편지 한 장에 움직이랴.
그런데 조홍이 조조에게 청탁을 넣으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난감하고 곤란했던 조조는 일단 아랫사람을 시켜 만총을 불러들였다. 만총은 조조가 부른다는 말을 듣는 즉시 감을 잡았다.
'조홍, 네놈이 기어코!'
만총은 조조가 보낸 전령을 세워둔 채 조홍의 빈객이 갇혀 있는 감옥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즉시 사형시킬 것을 명했다. 내심 곧 풀려날 것이라 기대하고 있던 범죄자로서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그렇게 모든 청탁과 기대, 희망을 무력화시킨 만총의 ‘즉결심판'은 끝이 났고, 만총을 부르러 왔던 전령은 범죄자의 처형 소식을 안고 조조에게 돌아갔다. 이 소식을 들은 조조는 만총에 대한 강렬한 만족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정사를 돌보는 사람은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하지 않겠는가!"
조조라고 해서 만총을 부를 때 찜찜하지 않았겠는가. 청탁에 휘둘려 범죄자를 풀어주라고 하기에는 아랫사람에게 체면이 서지 않고, 그렇다고 조홍의 부탁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만총은 곧바로 형을 집행해버림으로써 조조가 조홍에게 내세울 수 있는 완벽한 핑곗거리'를 만들어주었다. 아마도 조조는 조흥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이걸 어쩌나. 담당자인 만총이 벌써 그냥 법대로 처리를 한 모양인데? 이 사람아, 아예 처음부터 나한테 말했으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참, 만총 그 사람도...."
조조가 이렇게 말하는데 누가 반론을 펼 수 있겠는가. '담당자가 법대로! → 난들 어쩌랴'라는 약삭빠른 신(新) 삼단논법은 조조에 대한 조홍의 원망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주는 역할을 했다. 청탁의 괴로움을 만총에게 미루었고, 만총은 '법대로'라는 가장 강렬한 명분으로 이 모든 사태를 깔끔하게 마무리 지은 것이다.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길. 만총이 물불 안 가리고 모든 걸 법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는 앞뒤 꽉 막힌 스타일은 아니었다. 능구렁이 같은 면모를 과시한 '양표 에피소드'가 이를 말해준다.
태위라는 직책을 역임했던 양표가 체포되어 만총이 있는 지역의 감옥에 갇히게 됐다. 그러자 순욱과 공융 등 당대의 명참모마저도 '양표 구하기'에 합세했다. 동시에 조조에게도 '양표 구하기' 청탁이 들어갔다. 하지만 만총은 이번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한마디 대꾸도 없이 정식으로 양표에 대한 심문에 들어갔다. 심지어 '만총이 양표를 고문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퍼져나가자 순욱을 비롯한 참모들은 괘씸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심문이 끝나고, 만총은 조조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그러고는 태연자약하게 말을 꺼냈다.
"양표를 심문하긴 했는데, 뭐 별다른 것이 없었습니다. 사형을 하려면 죄가 명백해야 하는데 그게 좀 정확하지가 않습니다. 양표 같은 거물급을 명확하지도 않은 죄를 가지고 다뤘다가는 명공(조조)마저 신뢰를 잃을 수가 있거든요."
조조는 그날로 양표를 석방했다. 순욱과 공융이 만총에게 감사했음은 물론이다.
결론적으로만 보자면 만총이 청탁을 받고 석방했든, 아니면 죄가 없다는 것이 밝혀져서 석방했든, 양표가 석방됐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다. 엄정한 심문 과정이 없었다면 만총의 신뢰가 깎일 수밖에 없고, 그것은 조조도 마찬가지다. 만총은 양표를 둘러싼 일련의 청탁과 무언의 압력을 완벽하게 무시한 채 '엄정한 심문'을 하는 공정성을 발휘했고, 이로써 양표를 석방하는 데 매우 중요한 명분을 만들었다.
명분은 생각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국가 간의 전쟁도 결국에는 '명분 싸움'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명분이란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파괴하는 데에도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무시무시한 무기다. 상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것도 다름 아닌 '명분'이다. 나아가 그 명분을 실천함으로써 상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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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재테크][부자] 『어려운 건 모르겠고, 돈 버는 법을 알려주세요』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동화][작법][작문] 『동화 쓰는 법』, 유익한 작법 교과서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지젝][난민][테러] 슬라보예 지젝, 『새로운 계급투쟁』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6월 항쟁][민주화] 대한민국의 힘, 100도씨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세대][세대 게임] 『세대 게임-세대 프레임을 넘어서』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글쓰기][카피] 『1초에 가슴을 울려라』, 카피 전문가의 실전적 조언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경영][인재] 당근이 필요한 인간들이 다니는 회사, 『미라이 공업 이야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삼국지][간편 삼국지] 간편하게 읽는 퓨전 삼국지 『3분 삼국지 톡』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처세술][전략] 처세술과 인생전략을 담은 동양 비서 『36계학』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글쓰기][기사] 새로운 글쓰기 '내러티브' 『기막힌 이야기 기막힌 글쓰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집중력][1일1식] 1일1식 저자가 전하는 집중력의 비밀, 하루가 달라지는 『오후의 집중력』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직장생활백서][사축생활백서] 일러스트로 읽는 직장생활백서 『회사는 다닐 만하니?』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잭 런던][강철군화] 민주주의를 잃은 자본주의, 소설 자본론 『강철군화』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쌍용차][정리해고] 의자놀이,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쌍용자동차 이야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플롯][서사] 소설과 드라마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서사 패턴 959』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마흔][42] 남자 나이 42-인생은 지금부터가 재미있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원격근무][자율 출퇴근] 더 이상 붙박이 사무실을 고집하지 마라 《리모트 - 사무실 따윈 필요 없어!》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임금][불평등] 오랜 시간 우리 사회의 임금 문제에 천착한 방송기자의 시선, 《우리의 월급은 정의로운가》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마크 트웨인][허클베리 핀의 모험] 톰 소여와 함께 잊을 수 없는 악동 《허클베리 핀의 모험》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프레임워크][비즈니스 툴] 복잡한 일과 상황을 간단하게 만들어 주는 『비즈니스 프레임워크 69』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엑셀][오피스] 《절대 엑셀》 회사에서는 절대 알려주지 않는 엑셀 기본 교과서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마크 트웨인][톰 소여의 모험] 미워할 수 없는 영원한 악동 《톰 소여의 모험》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수필][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아나키즘][아나키스트] 빵의 쟁취, 혁명에 필요한 것은 빵이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증발][실종] 우울한 저성장 사회의 민낯 《인간 증발》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촘스키][철학] 최고의 언어학자가 말하는 인간론, 《촘스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독서][속독] 책 한 권에 실천 하나, 《일독일행 독서법》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속독][속청] 빨리 듣고 빨리 읽는, 『속청 독서』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교정][교열] 이쯤은 돼야 교양만화, 『만화 동사의 맛』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재테크][절약] 『90일 완성 돈 버는 평생 습관』, 저절로 돈이 모이는 초간단 재테크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글쓰기][르포] 글쓰기를 대하는 자세, 『글쓰기의 최전선』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교정][교열][문장]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교정 교열 장인의 내공을 들여다본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재테크][절약] 『90일 완성 돈 버는 평생 습관』, 저절로 돈이 모이는 초간단 재테크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시][은유] 시를 시답게 만드는 『은유의 힘』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사회][언론] 대한민국 언론의 속사정, 『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화술] 간단 화법 정리, 『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게 말하는 법』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사회][인문] 불합리한 세상을 깨달아라, 《부들부들 청년》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심리][최면] 자신감·자존감 회복 프로젝트, 나는 오늘도 나를 응원한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도대체][에세이] 마음대로 안 되는 인생,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은유][제유][패러디] 시 창작을 위한 〈시인 수업〉 3종 세트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광고][카피][글쓰기] 쉬운 글쓰기를 즐겨보자, 비틀어 글쓰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소설][사전] 인생을 건널 말의 배를 만든다, 《배를 엮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기업윤리][사회] 기업윤리란 무엇인가? 《고장 난 거대 기업》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고전][제갈량] 제갈공명의 지혜, 《난세를 건너는 법》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소설] [풍자] 대한민국 1% 남자들의 속살 이야기,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신화][인문] 긴 겨울밤과 끝나지 않는 여름의 이야기, 닐 게이먼의 《북유럽 신화》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수필][거리] 내가 편안한 거리는 얼마일까, "약간의 거리를 둔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업무 기술] 최고들은 어떻게 일하는가, 최고들의 일머리 법칙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소설][성장소설][복싱] 권투와 함께하는 불우한 성장소설 《스파링》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소설][사회] 묵직한 사회·회사 소설, 《누운 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세계사][옷] 옷을 통해 살펴본 재미있는 세계사 《옷장 속의 세계사》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성공][운][아웃라이어] 말콤 글레드웰, 아웃라이어-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화][분노][스토아]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의 화에 대한 조언, 《화에 대하여》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법정][최순희]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불일암 사계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인문][인디언] 어떻게 공기를 팔 수 있다는 말인가, 시애틀 추장의 꿈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리듬][자기계발] 다 리듬 때문이었어-삶을 바꾸는 리듬의 힘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세계 여행][여행] 마을버스로 월드 투어,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그림자 노동] 대가 없이 당신에게 떠넘겨진 《그림자 노동의 역습》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박열][가네코 후미코] 박열의 그녀, 가네코 후미코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시간관리] 시간을 요리하는 방법,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개구리를 먹어라!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소설][토익] 처절한 토익 성공기, 나의 토익 만점 수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경영철학] 성공하려면 끊임없이 던져라 - 피터 드러커의 최고의 질문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청소력][청소의 힘] 좋은 기운을 불러오는 청소의 힘, 청소력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법정 소설] 경쾌한 법정 소설, 미스 함무라비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모시이노][피터 드러커] 모시도라 후편 -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이노베이션과 기업가정신편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영어 공부][자기계발] 9등급 꼴찌, 1년 만에 통역사 된 비법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모시도라][피터 드러커] 재미있는 경영 소설 -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레버리지][자기계발] 레버리지, 세상이 나를 위해 일하게 하라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직장 고수] 〈직장의 신, 미스 김〉의 재림? - 《직장의 고수》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독공법][독서법] 독서와 공부를 한번에 끝내는 《독공법》 리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우리의 소원은 전쟁][누와르] 흥미진진한 누와르 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군주론] 현실 정치 철학을 넘어 처세술로 되살아나는 고전, 《군주론》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이야기의 힘]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조건, 《이야기의 힘》에 빠져 보자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10년 법칙] 명품 인생을 만드는 10년 법칙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졸혼][휴혼][해혼][각거] 졸혼 시대, 진정한 대안일까?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선][선불교][자기계발] 활쏘기의 선 - 손가락을 거쳐 달을 본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 먹고사는 데 걱정 없는 1% 평생 일할 수 있는 나를 찾아서 - 저성장 사회 성공 공식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에세이][자기계발] 언어의 온도, 당신의 언어는 따뜻한가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영어 공부][자기계발]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 무소의 뿔처럼 우직한 영어 공부 비법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독서법][자기계발]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 읽기 50 - 독서에 관한 고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독서][퀀텀 독서법] 퀀텀 독서법, 언제까지 한 자씩 읽을 것인가!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 타이탄의 도구들, 거인들의 어깨를 딛고 서는 성공 공식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어린이 소설] 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뇌과학][조기교육] 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 뇌에 관한 잘못된 신화를 파헤친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청소][청소 경영] 아침 청소의 힘, 청소만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독서법][속독법] 1만권 독서법, 간단한 초보 속독법 안내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강요된 비만] 뱃살은 당신의 탓이 아니다, 강요된 비만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일본전산][3Q6S] 일본전산 이야기, '기본'과 '열정'이 만든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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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로봇][인공지능][AI][알파고][로봇세] 로봇 시대, 인간의 일 - 로봇 시대의 역사와 전망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애드센스][블로그] 블로그 제대로 운영해 보자, '블로그의 신'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어쩌면 별들이][도깨비] 필사하기 좋은 시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도올][김용옥] 도올 김용옥 비판 - 우리 시대의 부끄러움을 말하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경제성장][분배][저성장]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노자][도덕경] 동양 최고의 고전 1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애드센스][블로그] 구글 애드센스로 돈 벌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영어 공부]10살 영어 자립! 그 비밀의 30분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힘이 정의다][독서][세계관]"법령과 황금률은 노예와 바보에게 차꼬를 채우느라 만든 것이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언더도그마][언더독][오버독]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결혼보다 월세 - 10년 차 경제지 기자의 재테크 에세이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부자 언니 부자 특강(평범한 월급쟁이 부자 되는 공식)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가면사축 - '사축' 탈출을 위한 비법서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사축일기 - "수고했어 오늘도~" 지친 퇴근길의 당신에게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 가볍지 않은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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