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사회][사회학][계급] 《병목사회》 계급과 계층을 넘어 평등을 꿈꾸며

by 노지재배 2020. 4. 23.
반응형

오늘 소개하는 책은 《병목사회》다. 부제로는 〈기회의 불평등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대안〉을 달고 있다. 

책 자체는 마치 한 편의 논문을 읽듯 수많은 주석이 달려 있다. 저자가 로스쿨 대학 교수인 데다 차별 금지법이나 고용, 투표권 등 다양한 영역의 기회균등에 관해 가르치고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니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다. 너무 많은 양과 학술적인 주석 때문에 아래 '책 속으로'의 발췌 부분에서는 주석 내용들은 모두 뺄 수밖에 없었다. 

 

《병목사회》-기회의 불평등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대안



책 자체가 논문처럼 쓰였지만, 찬찬히 읽어 보면 그리 어렵지는 않다. 전공자들이 아니라면 학술적인 내용을 비롯해 책의 모든 이야기를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사회의 기회균등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저자의 기본 주장은 책을 통해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 발췌한 내용들은 서문과 결론, 그리고 역자의 후기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세 가지 내용이 책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잘 쓰인 책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책들도 많으니 책다운 미덕을 갖췄다고도 하겠다. 

저자는 사회 속의 '병목Borttleneck'을 넓히거나 다른 곳으로 우회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우리 사회의 기회균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가 말하는 '병목'이란 우리 사회 속에서 하나의 통과의례나 테스트, 관문 등으로, 이를 통해 각자가 새로운 기회나 자격을 얻거나 보다 높은 계급이나 계층으로 신분 상승하거나, 더욱 많은 부의 확보를 담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일을 뜻한다. 그리고 '병목현상'이란 이러한 기회를 잡고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동일한 '병목'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도로상의 병목 구간처럼 많은 사람들이 몰려 혼잡한 상황을 이루고, 동일한 가치나 기준에 따라 사회가 사람들을 줄 세우고, 신분을 가르고, 통제하게 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병목사회
국내도서
저자 : 조지프 피시킨(Joseph Fishkin) / 유강은역
출판 : 문예출판사 2016.05.10
상세보기



빈부 격차나 인종, 성별 등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치 체제의 오랜 화두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은 빈부격차의 확대와 이의 영속화라는 암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회자되는 수저 계급론, '헬조선', '이생망', 'N포 세대' 등은 저자가 말하는 '병목'을 통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하고 빈부격차 속에서 낙담하고 포기하는 많은 이들의 탄식을 담고 있는 시대 용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사회가 기회균등이라는 측면에서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강남 지역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저소득층 대비 확연하게 높게 나타나고, 고소득 직종의 부모를 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역시 저소득층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다는 사실에서도 한국사회가 저자가 말하는 병목사회에 속한다는 사실이 잘 드러난다. 

저자는 말한다. "존 롤스가 《정의론》에서 '공정한 기회균등'의 거대한 이론적 틀을 축조한 이래 기회균등은 평등주의 기획에서 중심을 차지하는 강력한 개념이며, 현대 정치이론, 법률, 공공정책 등에서 대단히 광범위한 호소력을 발휘한다"고.  

 

존 롤스 정의론
국내도서
저자 : 황경식
출판 : 쌤앤파커스 2018.07.27
상세보기



그런데 기회의 평등이라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일까? 지금까지 인류가 이뤄놓은 그 어떤 제도도 이 점에서는 확실하게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기 어렵다. 계급, 성별, 인종, 부의 차이 등의 출신 배경에 따른 불이익, 그리고 각자에게 주어진 능력이나 재능의 차이 앞에서 '기회의 평등'이라는 말은 무색해진다. 주어진 조건이 이토록 다양하고 다른데 기회를 평등하게 주는 것만으로 평등한 조건이 주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결국 기회의 균등을 아무리 보장하더라도 기회구조 자체가 단일하고 협소하면 병목현상을 피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허울뿐인 평등의 원칙과 무자비하게 불평등한 현실밖에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저자는 그동안의 기회균등 논의가 '균등'에 초점을 맞춘 것과는 달리 '기회' 자체를 파고든다. 단일한 기회구조가 불가피하게 병목현상을 일으키고 있으므로 기회구조를 다원화하고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좋은 삶, 행복한 삶의 개념 자체가 다양하고 풍부해야 하며, 이런 삶에 이르는 길도 여러 갈래가 있어 누구나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극소수만이 성공을 거머쥐는 '위너'가 되기 위해 기를 쓰고 좁디좁은 병목을 통과하는 사회와 같은 제로섬 경쟁이 아니라, 병목을 없애거나 넓히고, 그것이 힘든 경우에는 더 많은 사람이 병목을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 포지티브섬 사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병목'이 희소하고 유한한 자원과 이의 분배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게임인 만큼 좋은 삶, 행복한 삶의 가치를 다양화해서 유일한 '병목'을 줄이거나 다양화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공허하게 들리는 일종의 '부처님 공염불'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특히나 저자가 '도구재 병목'이라 명명하듯, 도구로서 이를 통해 사람들이 원하는 행복이나 이상, 소비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돈' 곧 '부'의 문제는 단순히 삶의 가치관을 다양하게 만든다고 해서 그 중요성이나 사람들의 관심이 쉽게 줄어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병목을 다양화하거나 여러 우회 경로를 설정하고 한두 번 병목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해도 언제든 다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사회에서의 기회구조를 더욱 다양화하고 많은 우회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그나마 한결 타당하고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사회와 같은 학력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그들 인생의 초창기에 치른 시험 하나로 향후 인생의 조건과 성취가 제한된다. 저자는 바로 왜 단 한 번의 거대한 시험(one big test)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어야 하는지 반문한다. 그리고 앞에서도 밝혔듯이 이미 이 과정에서 부모의 부, 출생 조건, 출생 지역 등을 통해 그 기회의 균등도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기회구조를 더욱 다양화하고 많은 우회로를 만들어 한 번에 '병목'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두세 번의 기회를 주거나 새로운 대안으로 나갈 수 있는 우회로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귀담아 들어야 하는 값진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저자

조지프 피시킨 

조지프 피시킨은 텍사스대학교 로스쿨 조교수. 차별금지법과 고용, 투표권 등 다양한 영역의 기회균등에 관해 가르치고 글을 쓴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정치학 철학박사 학위를, 예일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역자

유강은 

유강은은 국제문제 전문 번역가. 옮긴 책으로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2016), 《서양의 부활》(2015), 《소속된다는 것》(2015), 《무질서의 효용》(2014), 《호모 인베스투스》(2013), 《자본주의에 불만 있는 이들을 위한 경제사 강의》(2012),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2010) 등이 있다. 



■목차

목차 

서론 
우리는 기회균등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회 다원주의 
이 이론이 갖는 함의 

1부 기회균등과 그 문제점 

1장 기회균등의 개념들 
롤스의 기회균등과 출발점 이론 
시범, 편향, ‘형식적 가산점’ 
운 평등주의와 타고난 재능 
재능, 운, 드워킨 

2장 분배 정의를 넘어서: 기회와 행복 

3장 기회균등을 위한 네 가지 문제 
가족문제 
부모라는 유리한 조건 / 완화와 보상 / 가족과 공정한 삶의 기회 원리 

업적 문제 
입학의 사례 / 운 평등주의자들을 위한 업적 / 로머의 ‘기회균등’ 제안과 업적의 한계 / 업적과 자아 

출발점 문제 
사전적인 관점이 갖는 한계 / 배가된 유리한 조건과 기회의 연쇄 / 가장 어린 사람에게 집중할 것인가 / 가진 자들은 얻을 것이고 

개별성 문제 
샤의 악몽과 노직의 꿈 / 다른 종류의 기회균등을 향하여 

2부 기회와 인간 발달 

1장 정치이론에서 본 타고난 차이 

2장 본래적인 차이, 자연, 양육 
본래적인 차이에 관한 주장들 
본성 모델과 양육 모델 
분리되지도 않는다 

3장 ‘정상’의 문제점 
‘정상’이란 없다 
플린 효과: 환경의 역할에 관한 객관적 교훈 

4장 인간 발달에 관한 반복 모델 
역량의 발달 
가족 및 사회와의 상호작용 
고용 세계와의 상호작용 

5장 ‘평등’의 문제점 
단순한 균등화 문제 
우리 모두가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선호와 목표의 내생성 
필수적인 발달 기회 

3부 기회 다원주의 

1장 단일한 기회구조와 다원주의 
개별성과 다원주의 
지위재와 경쟁 역할 
병목현상 방지 원리 
누가 기회구조를 통제하는가? 

2장 병목현상의 동학 
병목의 유형 
정당한 병목 대 임의적 병목 
병목의 심각성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병목에 영향을 받는가 
병목현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 
병목현상과 직무 내용 
병목현상을 기회구조 전체 안에 자리매김하기 
병목현상, 효율성, 인간 자본 
병목의 잠재적 이익 

3장 행복, 완전주의, 우선권 
공통 척도가 없는 기회균등 
희미한 완전주의와 자율성 

4부 응용 

1장 병목으로서의 계급 
하향 이동에 대한 두려움: 불평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관한 우화 
병목으로서의 대학 
분리와 통합: 네트워크와 규범에 관한 이야기 

2장 노동 세계의 자유와 유연성 
유연성, 전직 장애, 기업가 정신 
일터의 유연성과 성별 병목현상 

3장 병목과 차별금지법 
몇 가지 최신 법령과 그 함의 
차별금지법은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가 
사례 하나: 외모 차별 
병목, 집단, 개인 
차별금지법은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가 

결론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책 속으로


"

서론

기회균등은 평등주의 기획의 핵심을 차지하는 유력한 개념이다. 이 개념은 현존하는 많은 부정의뿐만 아니라 주요한 평등주의 개혁의 오랜 역사도 선명히 비추는 횃불이다. 세습 귀족의 특권이 폐지되고,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을 받을 권리가 점차 확대되고, 이전에는 남성의 고유 영역이었던 직종, 공직, 교육계에 여성이 진입한 과정을 생각해 보라. 이런 개혁들을 거치면서 사회는 기회균등이라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오늘날 이런 변화들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사실이다. 기회균등이라는 일반적인 개념은 충분히 널리 받아들여지고 대중화되었다. 오늘날에는 근본적으로 다른 정치·사회 의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이 개념에 호소할 정도다. 예를 들어 소수자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을 둘러싼 논쟁을 살펴보면, 서로 다른 기회균등 개념이 양쪽의 주된 주장의 핵심에서 등장한다.
이 책에서 나는 기회균등―그리고 법률, 공공정책, 제도 설계 등의 분야에서 기회균등 개념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무수히 많은 질문―에 관해 생각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본질적으로 이 제안을 통해 우리는 여러 형태의 인간 행복human flourishing으로 이어지는 상이한 경로를 추구할 기회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서 기회를 재구조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이런 기회는 삶의 모든 단계에서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이렇게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현재 상대적으로 기회 범위가 협소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우선권을 주어야 한다.
내가 기회 다원주의opportunity pluralism라고 이름 붙인 이런 사고방식을 위해서는 초점을 이동시킬 필요가 있다. 기회 다원주의는 누구의 기회가 누구와 균등한가 균등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우리 사회에서 기회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분배되고 통제되는지를 좀 더 구조적으로 살펴볼 것을 요구한다. 이렇게 초점을 바꾸면 새로운 질문들이 드러난다. 따라서 기회구조opportunity structure의 병목현상bottlenecks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성이 생긴다. 여기서 병목이란 사람들이 건너편에 펼쳐진 광범위한 기회에 도달하기 위해 통과해야만 하는 비좁은 지점을 가리킨다. 그리하여 우리는 차별과 집단 배제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데서 나아가, 왜 우리 사회가 특정한 고생을 겪거나 정해진 나이에 특정한 시험을 통과하는 사람들만 일정한 경로를 좇도록 허용하는지 그 이유를 물어보아야 한다. 치열한 경쟁과 희소성이 만연한 상황에서, 우리는 기회 다원주의 덕분에 누가 누구나 바라는 희소한 지위를 얻는가에 관한 공정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애초에 기회구조의 어떤 특성 때문에 이런 정도로 경쟁과 희소성이 생겨나는가라는 문제에도 초점을 맞추게 된다.
아직 우리는 논의를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몇몇 독자는 이미 미끼 상술을 눈치챘을지 모른다. 이 책은 기회균등에 관한 책이고 비록 우리는 기회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평등은 방정식에서 제외된 것처럼 보인다. 모든 사람에게 더 광범위한 기회를 열어주는 것은 기회를 균등하게 만드는 것과 같지 않다. 하지만 기회 다원주의는 넓은 의미에서 '기회균등'의 한 개념이다. 정치 담론이나 일부 철학 저술에서 보통 이 구절을 사용할 때의 의미처럼 말이다. 게다가 이 책에서 나는 기회 다원주의야말로 평등주의자들과 기회균등 옹호론자들이 관심을 갖는 사회정의 문제 전체를 바라보는 데 필요한 유력한 렌즈라고 주장할 것이다. 기회 다원주의는―다른 평등주의 이론들이 놓치기 쉬운 몇 가지 변화를 포함한 과거, 현재, 미래의 다른 많은 변화들과 더불어―앞에서 열거한 각각의 평등주의적 변화를 위한 강력한 논증을 제공한다.
이렇게 새롭고 낯선 방식으로 기회균등 기획을 재정식화하는 게 필요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가 흔히 기회균등에 관해 생각하는 방식에서 무엇이 빠져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는 기회균등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많은 종류의 평등이 소중하다. 그런데 왜 기회균등이 그렇게 유력하고 반향이 큰 개념인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특히 두 가지가 이 책의 주장과 관련이 있다. 첫째, 기회균등은 일종의 평등일 뿐만 아니라 자유이기도 하다. 기회는 만약 기회가 없다면 가능하지 않은 행동이나 존재의 자유를 열어준다. 앞서 언급한 각각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기회균등은―교육, 직업 및 기타 영역에서―우리에게 열린 경로의 범위를 넓혀주며, 따라서 제한된 기회에 의해 규정되지 않고 폭넓게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추구할 자유를 우리에게 부여한다. 보편적으로 말해서 자유에서는 이 점이 중요하다.
둘째, 기회는 우리의 모습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가치가 있다. 비단 우리가 추구하는 경로뿐만 아니라 우리가 발전시키는 기능과 재능, 우리가 정식화하는 목표도 기회에 의해 규정된다. 우리는 선호나 소망, 능력이 정해진 채 세상에 태어나는 게 아니라, 우리 눈앞에 보이는 세상이나 기회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선호나 소망, 능력을 발전시킨다. 따라서 기회는 우리 각자가 어떻게 발전하고 어떤 사람이 되는지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일정한 맥락 안에서만, 즉 주로 아동 발달이나 조기교육의 문제를 검토할 때나 인간의 잠재력이 아직 완전히 초기일 때에만, 기회에 관해 이런 식으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사실 성인기에도, 그리고 인생을 사는 내내 기회에 의해 심대한 영향을 받는다. 
현대사회는 각기 다른 많은 종류의 기회 불균등을 특징으로 한다. 게다가 이 기회들은 대부분 복잡한 방식으로 서로 겹치고/겹치거나 상호작용한다. 어떤 부모는 잠자리에 누운 자녀에게 옛날이야기를 읽어주는 반면 다른 부모는 읽어주지 않을 때, 이른 시기부터 기회 불균등이 생겨난다. 각기 다른 동네와 도시에 있는 학교들은 종종 발달 격차를 줄이기보다는 확대하며, 따라서 아동이 학교에 입학할 무렵에는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직장을 대상으로 정밀하게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고용주들은 여전히 전형적인 백인 이름을 가진 지원자에게 면접 기회를 훨씬 더 많이 준다고 한다. 많은―특히 부유층―젊은이들이 부모와 가족을 통해 일자리를 구한다. 이 사례들은 다채롭고 드넓은 영역 중 일부 지역만을 어렴풋이 보여줄 뿐이다. 기회 불균등이 워낙 만연해 있고 다면적이기 때문에, 그리고 기회가 우리 삶의 모습과 우리의 미래에 아주 심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대사회의 기회 불균등이라는 전반적인 문제는 너무도 광대하고 압도적이어서 한눈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문제를 하나하나 분석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흔히 우리는 특정하고 명확한 영역의 기회균등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때로는 대학 입학이나 거대 고용주의 채용 결정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경쟁 영역들에서 기회균등에 관한 우리의 대화는 판에 박힌 방식으로 흘러가기 쉽다. 업적merit, 차별, 소수자 우대 정책 등에 관한 논쟁이 그것이다. 하지만 영역이 달라지면 우리는 완전히 다른 일련의 개념 도구를 적용한다. 미취학 아동의 언어 상호작용 기회나 각기 다른 초등학교가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교육 기회를 고찰할 때, 우리는 업적 위주가 아니라 발달의 측면에서 기회균등을 사고한다.
때로 우리는 동시에 다양한 영역을 가로질러 사고한다. 이런 경우에 우리는 흔히 다른 방식으로 질문의 범위를 좁힌다. 비교적 이론적으로 다루기 쉬운 기회 불균등의 특정한 차원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대개 우리는 경제적 기회, 특히 가족 배경과 경제적 성공, 또는 출신 계급과 귀착 계급의 상관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관계야말로 기회 불균등의 아주 중요한 한 차원을 포착하기 때문이다.
기회균등의 문제를 이런 식으로 분석하는 것은 유용하고 어쩌면 불가피해 보이기도 한다. 달리 어디를 출발점으로 삼겠는가? 대학 입학 같은 구체적인 영역에서는(이론의 여지는 있지만) 기회균등의 일관된 전망을 제공할 수 있다. 사회 전체가 항상 모든 구성원에게 모든 종류의 기회를 균등화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는 훨씬 어렵다. 게다가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지도 의문이다. 그렇지만 기회균등의 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하나하나 분석하면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출신 계급-귀착 계급이라는 틀을 기회의 잣대로 삼을 때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생각해보자. 가부장제 사회 속 평범한 환경에서 자란 어떤 여자가 부자와 결혼을 해서 계급적인 면에서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이 여자의 인생 궤적은 계급 이동의 좋은 예가 된다. 이 여자와 비슷한 사람이 많아질수록 출신 계급과 귀착 계급의 상관관계가 약해진다. 그렇지만 동시에 이 여자는 가장 제약된 범위의 경로 이상을 절대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형태의 인간 행복을 제공하는 다른 종류의 역할을 인생에서 추구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는 더 복잡한 사례를 생각해보자. 성별 역할 체계가 유지되면서도 변형된 현대사회에 사는 한 여자를 생각해보라. 이제 여성에게도 모든 직업이 열려 있지만, 좋은 직업은 대부분 아이가 없는 독신 여성(과 모든 남성)에게만 열려 있다. 이런 제약 아래서 이 여자에게는 어떤 개별적인 경로도 닫혀 있지 않지만, 많은 경로의 조합은 닫혀 있다. 그녀가 결혼과 아이를 선택하고 또 높은 생활수준과 상당 정도의 기쁨과 만족을 얻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 하더라도 그녀가 가진 기회―그녀가 자기 삶을 축조하는 바탕으로 삼을 수 있는, 그녀에게 열린 여러 선택의 조합―는 결정적인 방식으로 그녀의 인생 궤적뿐만 아니라 그녀의 선호와 가치관도 규정했을 것이다. 또한 그녀가 추구하는 경로뿐만 아니라 자기 인생에서 원하는 목표까지 규정했을 것이다. 물론 어떤 관점―기쁨, 즉 선호의 만족―에서 보면, 이런 상태에 잘못된 점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앞에서 소개한 기회균등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두 가지 이유의 관점에서 볼 때, 이는 더 걱정스러운 사례로 보아야 마땅하다. 왜 그녀는 자신이 속한 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방식 때문에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종류에서 그런 한계에 직면해야 하는가?
한편 대학 입학 같은 특정한 영역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에 어떤 한계가 있는지를 생각해보자. 이런 영역의 기회균등을 다룰 때, 우리는 대개 관련된 모든 사람이 얻고자 하는 한정된 수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단일한 지원 과정이 있다고 가정한다. 우리의 질문은 보통 이런 경쟁 과정이 어떤 식으로 정해지든 간에, 인종이나 성별에, 또는 이 두 가지와 다른 유사한 인구학적 변수의 조합에 근거해서 균등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더 폭넓은 많은 질문들이 우리 논의의 범위에서 벗어나기 쉽다. 애초에 왜 이 자리는 이렇게 부족한가, 왜 그렇게 많은 지원자가 이 자리를 얻으려고 하는가, 이 경쟁에서 '업적'으로 간주되는 것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개인들은 어떻게 그런 업적을 개발하거나 획득했는가 같은 질문 말이다. 특정한 경쟁 영역을 따로 떼어놓고 관찰하다 보면, 우리는 이 영역의 결과를 일종의 종착점이나 목적지, 또는 심지어 일종의 보상이나 포상으로 보게 된다. 하지만 렌즈를 조금만 확대해서 더 넓은 기회구조의 맥락에서 보면, 모든 경쟁의 결과는 다음 경쟁을 위한 투입이다. 우리가 대학 입학에서 내리는 결정은 《포춘》 선정 500대 기업 취직이나 군 장교 임관 경쟁 같은 다른 경쟁에서 어깨를 겨룰 수많은 대학 졸업자들의 인구 통계뿐만 아니라 자격과 기능을 규정한다.
각기 다른 경쟁과 발달 단계가 사슬처럼 연결된 상황에서, 어떤 한 영역을 따로 떼어놓고 무엇이 기회균등인가를 정하려고 하면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생겨난다. 경쟁자들이 어떤 한 경쟁에서 겨루는 기능, 성적증명서, 기타 자산은 앞선 경쟁과 발달 기회의 결과물이며, 따라서 많은 경우 불균등하다. 만약 성공이 성공을 낳고, 우리가 새롭고 더 풍부한 발달 기회를 가지고 성취를 강화한다면, 기회를 균등하게 만든다는 기획은 성과에 대한 보상과 정면으로 충돌하게 된다.
그런 경우에 보상할 만한 가치가 있는 어떤 유의미한 성과를 채 보여주기도 전에 누리는 가장 초기의 발달 기회가 엄청난 중요성을 갖기 시작한다. 하지만 평등주의적 정책 개입이 제일 미치기 어려운 지점이 바로 이런 가장 초기의 기회이다. 부모는 자녀를 어떻게 기를 것인지에 관해 어느 정도 상당한 자유를 누리며, 마땅히 누려야 한다. 사회는 한정된 자원밖에 없는 부모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또 주어야 하지만, 어린아이를 부모에게서 떼어내지 않고서 그 아이들에게 모든 발달 기회를 실제로 균등하게 주는 방법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특히 가장 불리한 조건에 처한 아이들과 더불어 가장 유리한 조건에 있는 아이들이 경우에도 그러하다). 또는 다른 시나리오들은 받아들이기 힘들거나 디스토피아적이거나, 혹은 둘 다일 것이다.
대학 입학 같은 특정한 경쟁시험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는 경우에 우리는 또한 이런 시험이 어떻게 사람들의 인생 궤적에 들어맞는지에 관한 또 다른 더 큰 질문들을 놓치기 십상이다. 20세기에 많은 나라들은 비교적 이른 나이부터 미래를 규정하는 진로에 따라 어린이를 분류하는 시험 체제를 채택했다. 11~12세 아동을 각기 다른 유형의 중등학교에 진학하도록 분류하는 지능지수 검사 방식의 영국의 일레븐 플러스eleven-plus 시험 같은 체제는 개인이 누리는 기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런 시험 체제에 대한 유력한 비판을 한마디로 하자면, 과거의 기회 불균등이 미친 영향을 확고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시험 체제는 애초에 불평등하게 분배된 발달 기회를 통해 연마한 기능과 능력을 바탕으로 해서 어린이를 분류하며, 나아가 더 풍부한 발달 기회를 누린 아이들에게 한층 더 많은 기회를 상으로 준다. 하지만 어린이를 각기 다른 진로로 분류해서 돌이킬 수 없게 미래를 규정하려는 시도를 비판하는 전혀 다른 근거도 있다. 우리 모두가 11~12세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 대해 18세나 30세 대상의 교육만큼 심각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11~12세든 아니면 대학 입학을 결정하는 시기인 18세든 간에, 특정한 연령에 거둔 성적이 한 사람의 인생 궤적에 그토록 심대한 영향을 미칠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그런 식으로 교육 기회를 구조화하는 것이 필연적이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미국의 예를 들자면, 4년제 대학으로 진학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커뮤니티칼리지community college는 10대 때의 성적 때문에 중간 탈락했던 기회라는 고속도로에 다시 한번 들어설 수 있는 진입차선을 제공한다. 많은 기회균등 이론은 이런 진입차선을 하나 더 만드는 게 왜 중요한지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다. 즉 초기의 분류 방식이 모든 면에서 공정했으며 18세나 11세의 모두가 공정한 기회를 누렸다고 본다면, 그런 진입차선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사전에 정확히 측정된 공정한 기회를 부여받는다면, 많은 이론은 우리의 질문이 그걸로 끝났다고 생각할 것이다. 단지 첫 번째 기회를 망쳐버렸다는 이유로 두 번째 기회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사회가 그런 기회를 주어야 하는지를 살펴볼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사람들에게 각자 자신의 삶을 형성할 자유를 주는 문제―사람들의 삶의 윤곽이 제한된 기회에 의해 규정되기보다는 상당 정도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제기되는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면, 태어나면서부터 사전에 정확히 측정된 기회뿐만 아니라 삶의 여러 시점에서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기회의 범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특정한 연령에 중요한 성취를 이루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말이다.
우리 대부분이 흔히 기회균등에 관해 갖는 사고방식에는 또한 더 깊고 근본적인 개념적 문제가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대다수 사람들은 각 개인이 자기 재능이나 노력이 허용하는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을 때 기회균등의 조건이 마련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흔히 이런 식으로 기회균등 자체를 정의한다. 예를 들어, 존 롤스는 "공정한 기회균등Fair Equality of Opportunity(FEO)"의 원리를 이런 모습으로 제시한다. "타고난 자산이 분배되어 있다고 가정할 경우, 같은 수준의 재능과 능력을 가지고 또 이런 재능과 능력을 사용하겠다는 동일한 의향을 가진 사람들은 사회체제 내에서 처음에 차지한 자리에 관계없이 동일한 성공의 가능성을 가져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성공은 재능과 노력과 기회가 일정하게 결합된 결과이다. 우리는 재능과 노력만으로 성공이 결정될 때 기회가 균등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틀이 타당성을 가지려면, '타고난' 능력과 재능 같은 게 기회에 앞서 존재하고, 그것들 자체가 기회에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 이 틀은 아주 간단한 전제이며, 오늘날과 같은 유전자 시대에 유전과 환경에 대한 대중적 이해와도 잘 맞는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2부에서 논의할 것처럼, 사실 우리는 빈 서판blank slate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각기 다르며, 서로 다른 환경과 기회에 대해 각기 다르게 반응한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지닌 재능의 일부 또는 이 문제에 관한 한 우리 노력의 일부를, 세상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기회나 경험에서 분리할 수는 없다. 오히려 우리의 존재 자체와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사람과 환경―우리 자신, 우리의 노력, 우리의 기회―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층의 상호작용의 소산이며, 마치 침전 작용처럼 시간이 흐르면 우리 각자는 이 상호작용을 통해 지금의 내가 된다. 어떤 사람을 그 자신과 분리할 수 없는 것처럼, 어떤 사람의 '타고난' 능력을 이런 발달 기회의 누적된 영향과 분리할 수는 없다. 따라서 노력이나 '타고난' 재능을 기회를 비롯한 환경과 분리하려는 기획에는 근본적인 모순이 있다. 우리는 다른 토대 위에 기회균등 이론을 세워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단일한 결과나 보상의 척도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기회균등 문제를 분석하려는 전략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이런 단일 척도 접근법에는 매력적인 점이 많다. 그것은 복잡하고 다면적인 문제를 좀 더 쉽게 다룰 수 있도록 돕는다. 따라서 기회 불균등에 관한 양적인 경험연구, 특히 경제학자들이 수행하는 연구는 경제적 성공이라는 단일 척도, 주로 소득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더 철학적으로 변형된 연구는 좀 더 정교한 계량법을 자주 이용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롤스가 말하는 기초재primary goods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행복이나 안녕, 유리한 조건이나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한 균등한 기회를 검토할 수 있다. 어떤 계량법을 쓰든 간에, 우리가 생각하는 기회균등 기획이란 어떻게 하면 우리가 선택한 성과 척도에서 높은 수준에 오를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가의 문제가 된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의 대중적 담론은 최근 수십 년간 전례 없는 정도로 나타난 계급 불평등과 계급 이동성―특히 출신 계급과 귀착 계급의 관계를 비롯한―의 문제에 몰두했다. 이런 현상은 긍정적인 발전이다. 계급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회라면 어디든지 부모의 계급에 따라 자녀의 계급이 어느 정도로 결정되는지에 관한 논의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계급적 결과라는 단일한 척도는 워낙 무딘 도구인 탓에,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사회적 이동성과 고정성의 가장 흥미로운 여러 차원들을 탐지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오늘날 사회학자와 노동경제학자들은 어린이가 사회경제적 지위의 측면에서 부모를 따를 뿐만 아니라, 훨씬 더 놀랍게도 많은 어린이가 부모의 직업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사실을 발견하 고 있다. 데이터를 구체적인 직업 범주별로 더욱 정교하게 세분화할수록 어린이는 임의적인 선택에서 더욱 멀어지고 부모와 더 가까워진다. 어린이는 여러 가지 겹치는 이유 때문에 일반적인 직업 범주나 구체적인 직업에서 부모의 선례를 따르기로 선택할 수 있다. 그것은 부모가 그런 인생행로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보여줘서 자녀에게도 같은 직업을 가지려는 소망이 생기거나, 부모가 자녀에게 특별한 발달 기회와 지식을 전해주거나, 자녀가 그 직업을 얻도록 부모가 돕거나, 자녀에게 다른 선택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녀가 부모를 따라 특정한 직업에 진출한다면, 대체로 광범위한 계급 불평등이 영속화되는 경향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향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런 관행은 문제시해야 한다.
여기서 이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의 경우보다 더 극단적인 사례를 생각해보자. 모두가 부모의 품에서부터 직무를 배워야 하기 때문에, 모든 자녀가 적어도 부모 한쪽과 같은 직업을 갖게 되는 사회를 상상해보자. 이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직업은 소득, 위신, 기타 보상의 기대치가 비슷하다. (그렇다고 해서 완벽한 평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각 직업마다 어떤 사람은 성과가 좋고 어떤 사람은 나쁘지만, 모든 직업에서 결과의 분배는 동일해 보인다고 가정하자.) 우리가 생각하는 결과의 척도에서 볼 때, 이 사회에는 완벽한 기회균등이 있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이 그런 결과 척도에서 결국에 높거나 낮은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은 가족 배경에 좌우되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만약 우리가 개인들에게 인생에서 어떤 경로를 추구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자유를 주는 데 관심이 있다면, 이 사회가 각 개인에게 허용하는 기회의 범위가 매우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걱정해야 마땅하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속한 사회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각기 다른 직업과 전문직에 대한 접근권이 상당 정도 계급적 배경에 의해 좌우되는지뿐만 아니라(그 자체로도 문 제가 된다), 부모나 가족 구성원이 특별한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에 누릴 수 있는 특별한 발달 기회와 경력 기회에 의해서도 좌우되는지 좀 더 세밀한 눈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단일한 결과 척도―어떠한 결과 척도든―에 초점을 맞추면 기회가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관한 다소 밋밋하고 제한된 그림만 드러난다. 비슷한 계급적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을 생각해보자. 첫 번째 사람은 미국 대학에 다니는데, 이 대학은 대단히 광범위한 경력과 삶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두 번째 사람은 가족이 18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가족 사업을 도우라고 해서 그 말을 듣는다. 두 사람이 경제적인 면이든 다른 면에서는 똑같이 성공을 거둔다고 가정해보자. 두 사람은 똑같이 만족스럽고 높은 평가를 받는다. 두 사람은 똑같이 행복하게 산다. 게다가 몇십 년이 지나 각자가 자신의 삶을 상대방의 삶보다 훨씬 더 좋아하며, 상대를 질투하기는커녕 서로 자리를 바꿔야 한다면 무척 불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동등한 기회를 누렸다고 주장한다면 이상할 것이다. 사실 두 사람의 삶과 선호를 규정지은 기회에는 아주 중대한 차이가 몇 가지 있었다. 두 사람이 똑같이 높은 점수를 기록한 어떤 결과 척도를 보더라도 이런 차이는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가 결과 척도를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그들이 자기 앞에 열려 있다고 본 경로의 범위를 파악하지는 못한다. 두 사람은 추구할 수 있는 목표의 범위가 각기 달랐고, 결국 인간 행복의 여러 차원의 상이한 조합으로 특징지어지는 삶을 살았다.
여기서 우리가 놓친 점은, 기회가 중요한 것은 어떤 특정한 결과 척도에서 높은 순위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종류의 기회를 추구할지 선택함으로써 삶을 축조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재료를 얻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인생에서 각기 다른 많은 일과 경로에는 가치가 있다. 분명 그중 어떤 것에는 다른 것과는 같은 척도로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있을 것이다. 기회가 중요한 한 가지 이유는 각 개인이 어떤 경로와 일이 자신에게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정식화하고 다듬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기회 다원주의

이 책은 사회가 어떻게 기회를 구조화해야 하며,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를 다룬다. 이 주제는 어떻게 기회를 균등화할 수 있는가, 또는 기회가 균등한 상태를 어떤 식으로 정의해야 하는가라는 질문보다 더 범위가 넓다. 앞선 논의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나는 기회를 어떻게 분배하거나 구조화해야 하는지에 관한 사고에서 균등화가 최선의 패러다임이라는 점을 의심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경우에는 기회를 균등화하는 게 불가능하고, 또 다른 경우에는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한 기회균등화는 너무 많은 것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기회균등화는 사회가 기회를 구조화하는 방법 중 규범적으로 중요한 수많은 측면을 다루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평등은 기회의 분배에서 무엇이 중요한가에 관한 정확한 설명이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 어쨌든 우리는 끔찍한 자연재해가 일어나 모든 사람의 기회가 거의 다 날아가 버리는 경우처럼 단순한 '하향평준화'를 통해서도 평등을 달성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또한 최소극대화maximin(최소를 극대화하거나 가장 적은 기회를 가진 이들의 기회를 향상시키는 방식)이나 우선권priority(모든 사람의 기회를 향상시키면서도 기회가 가장 제한된 이들에게 우선권을 주는 방식) 같은 다른 분배 원리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일반적인 정치 담론에서, 그리고 때로는 '기회균등'이라는 일반적인 용어는 이와 같은 대안적 원리들을 아우를 만큼 충분히 포괄적이다. 엄격하게 말해서 이런 대안적 원리들이 평등 원리는 아니지만 말이다. 이런 포괄적인 의미의 '기회균등'은 또한 똑같이 폭넓은 평등주의 전통에 뿌리를 두는 이 책의 주장도 아우른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내놓는 기획은 단순히 최소극대화나 우선권과 유사한 대안적인 분배 원리를 주장하는 게 아니다. 앞에서 개괄적으로 소개한 모든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기회와 기회 분배에 관한 사고방식에서 좀 더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앞에서 소개한 문제들 하나하나가 우리의 과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만약 단일한 경쟁 또는 발달 영역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상이한 경쟁과 발달 단계의 연쇄를 고려하고자 한다면, 태어나는 시점만이 아니라 생애 과정의 모든 지점에서 측정되는 기회를 검토하려고 한다면, 타고난 재능에 관한 가정이 아니라 인간 발달의 다층적인 과정에 대한 철학적으로 현실주의적인 그림을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나 보상의 단일한 척도가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정식화하는 서로 다르고 같은 척도로 비교할 수 없는 목표의 풍부한 존재 전체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불가능한 과제를 세운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복잡한 문제를 분해해서 다루기 쉽게 만들기 위한 기존의 전략을 모두 버리는 것은 보통 그 문제를 푸는 최선의 접근법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밝혀질 것처럼, 기회를 하나하나 조각내서 살펴보기보다는 기회구조 전체를 정면으로 바라보면 더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이 책에서 나는 (불가피하게) 이 문제를 다루기 쉬운 부분들로 분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몇 가지 제안할 테지만, 오로지 기회구조의 전체적인 형상에 관한 더 큰 질문에 관심을 기울일 때만 이런 부분들에 도달할 수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기회균등을 둘러싼 기존의 많은 논쟁들의 이면에는 이런 구조적 질문들이 숨어 있음이 드러난다.
버나드 윌리엄스Bernard Williams는 1962년에 발표한 유명한 에세이에서 흥미로운 전사 사회의 사례를 제시했다. 이 사례는 이 책의 논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사회에는 전사와 평민이라는 두 가지 세습 카스트가 있다. 전사들은 사회를 보호하는데, 이 일에는 대단한 운동 기술이 필요하며, 이런 중요한 일을 하는 대가로 사회는 모든 위신과 사치품을 그들에게 주어야 한다. 평등주의 개혁가들은 이런 상황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며, 결국 규칙을 바꾸는 데 성공한다. 세습 카스트 제도 대신 운동 시합이 열린다. 출신에 관계없이 나이가 열여섯 살인 모든 사람이 시합에 참가해서 누구나 탐내는 전사 지위를 얻기 위해 경쟁할 수 있다. 전처럼 전사의 수는 정해져 있다. 결국 밝혀지는 것처럼, 전사 자녀들은 사실상 이 시합을 위해 태어나면서부터 계속 훈련을 받았다. 영양이나 건강 상태도 더 좋고 힘과 자신감도 더 뛰어나다. 전사 자녀들이 시합에서 승리한다. 형식적인 기회균등이 일정하게 이루어지긴 했지만, 실질적인 기회 불균등은 그대로 남아 있다. 모든 사람이 출신 가족에 따라 예상되는 역할을 그대로 맡기 때문이다. 윌리엄스는 이와 같은 "이른바 기회균등은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지 않는 한 공허할 뿐이며, 사실 이런 기회균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결정 시점의 형식적인 기회균등은 그 자체로 사람들이 기회균등의 원리에서 기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없다.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 최소한 시합을 치르기 전에 존재하는 발달 기회(또는 발달 기회의 부재)를 다뤄야 한다.
이런 깨달음은 필연적으로 여러 가지 심층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몇 가지 측면에서 보자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경험하는 발달 기회를 완전히 균등하게 만들 수는 없다. 두 사람이 말 그대로 동일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는 과학소설 속 세계라 할지라도, 둘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런 환경과 완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상호작용하지 못할 것이 다. 따라서 두 사람은 완전히 동일한 발달 기회를 경험하지 않는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두 사람이 경험하는 발달 기회를 완전히 똑같게 만들면 안 된다. 많은 불평등은 평등주의 공공정책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근원에서 유래한다. 자녀 양육법에 관한 부모의 자유 같은 경우가 한 예이다.
발달 기회에서 적어도 다소간 불평등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전사 사회 사례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더욱 예리해진다. 어떤 연령에서든 한 번의 결정적인 시합을 치르는 것으로 정하고, 이 시합에서 합격해야만 장래에 전사 카스트가 될 수 있다고 하면, 사회학이나 합리적 선택 이론에 대한 고도의 지식을 알지 못하더라도 일정한 결과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부모는 자신이 가진 (다양한 종류의) 자원을 활용해 자녀가 시합에서 유리한 조건을 차지하게 만들 것이다. 자원의 차이가 자녀가 얻는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회는 소수자 우대 정책을 둘러싼 현대의 논쟁과 유사한 여러 복잡한 사회정의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출신 배경이 불리한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든 부족한 발달 기회를 보상하기 위해 우선권이나 가산점을 주어야 할까? 과연 현재 성적이나 예상되는 미래 성적, 또는 각자가 이제까지 주어진 기회를 가지고 얻은 성적 중 어느 것을 평가해야 할까?
자주 거론되지는 않지만 다른 결과도 마찬가지로 예상 가능하다. 시험까지 이어지는 기간 동안 많은 아이들이 자신이 노력하는 계획을 그 시험에서 성공하기 위한 준비 단계라고 이해하게 될 것이다. 시험 자체가 각자의 성공이나 실패를 가늠하는 지배적인 잣대가 된다. 아이들은 시험에서 성공해서 전사 카스트에 합류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 목표에 의해 시험에서 성공하는 이와 실패하는 이의 발달과 인생 계획이 규정된다.
전사 사회는 유용한 사고 실험이지만, 살고 싶은 아주 매력적인 사회는 아니다. 이런 사회질서는 지나치게 획일적이다. 전문직이 하나밖에 없고, 또 추구할 만한 분명한 가치가 있는 일도 하나뿐이다. 시험에 실패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경로가 전혀 없다. 사회 전체가 하나의 시합을 중심으로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성공과 행복으로 가는 똑같은 경로를 추구한다. 이런 사회는 현대 세계를 풍부하게 만드는 다원주의가 부족하다. 다원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이 다양한 경로를 추구하고, 여러 가지 기획에 참여할 수 있으며, 어느 것이 가장 좋거나 소중한지에 관해 어느 정도의 불일치가 존재해서, 모든 사람이 완전히 같은 희소한 지위를 얻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다행히도 전사 사회는 흔히 볼 수 있는 현대사회의 비현실적인 초상이다. 하지만 각기 다른 현대사회들은 여러 면에서 다소간 전사 사회와 비슷하다. 내가 '중요한 시험 사회big test society'라고 부르는 가설적인 현대사회에서는 각기 다른 여러 가지 경력과 직업이 존재하지만, 열여섯 살에 치르는 한 번의 시험에서 받는 성적에 따라 어떤 경력이나 직업에 종사할지가 완전히 결정된다. 중요한 시험 사회는 당연히 전사 사회와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람들이 서로 다른 목표를 추구한다 하더라도, 모두 다 중요한 시험에 노력(그리고 자녀에게 줄 수 있는 모든 유리한 조건)을 집중시킨다. 모든 가능성이 이 시험의 결과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런 시험은 내가 말하는 이른바 '병목', 즉 높이 평가되는 광범위한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기회구조의 좁은 지점의 극단적인 사례이다.
병목이 반드시 시험일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차별이나 카스트로 특징지어지는 사회에서는 혜택받은 카스트에 속해 있는지 여부가 결정적인 자격으로 작용한다. 제대로 된 인종, 성별, 조상을 가진 사람만 이 기회로 가는 출입구를 통과할 수 있다. 다른 이들은 때로 이 병목을 슬쩍 통과해서 반대편의 기회에 도달하기 위해, 혜택받은 카스트의 성원으로 받아들여지려는 시도를 할지 모른다.
나는 3부에서 병목 개념을 좀 더 자세하게 발전시키는데, 이런 병목은 자격 병목qualification bottleneck이라고 부른다. 나는 또한 두 가지 병목을 추가로 소개한다. 발달 병목developmental bottleneck은 특정한 결정의 순간에 벌어지는 일을 판정하는 시험이나 자격과 관련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사람들이 사회에서 제공하는 여러 경로를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능력이나 기능을 개발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결정적인 발달 기회와 관련된다. 어느 사회의 거의 모든 직업이―직업 외의 다른 많은 활동과 마찬가지로―읽고 쓰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에 누군가 실제로 결정적인 순간에 읽고 쓰기 시험을 강요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읽고 쓰는 능력을 개발할 기회가 중요한 발달 병목이 된다. 이런 기회가 없으면 많은 경로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유형의 병목인 도구재 병목instrumental-good bottleneck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존재한다. 사람들이 서로 크게 다른 재화 개념을 가지고 아주 다른 목표를 추구하더라도, 모두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도구재―전형적인 예가 돈이다―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상황이 그런 경우다. 도구재 병목은 목표와 선호의 일정한 다원주의를 무너뜨리면서, 사람들의 목표와 선호를 더욱 획일적으로 만든다. 예를 들어, 열 명의 사람이 상이한 직업에 대해 열 가지 서로 다른 순위를 매긴다고 생각해보자. 각자 직업의 다양한 특징에 대해 서로 다른 비중과 가치를 두기 때문에 유치원 교사부터 경찰관, 투자은행가에 이르기까지 순위가 다르다. 이제 어떤 이유로 이 사회에서 돈이 훨씬 더 중요해진다고, 즉 각자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돈이 훨씬 더 필수불가결해진다고 가정해보자. 가령 열 명 모두 아주 소중하게 여기는 신체적 안전이나 건강, 또는 각자가 특별히 중요시하는 다른 목표를 얻는 데 상당한 액수의 돈이 아주 긴요해진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에 이제 열 명의 순위표는 하나의 척도로 바뀌어버린다. 사람들은 필요한 돈을 벌 가능성이 높은 직업을 더 선호하게 된다. 사람들이 더 탐욕스러워졌거나 사람들이 돈에 부여하는 본질적인 가치가 전과 달라졌기 때문에 이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각자가 소중히 여기는 결과에 도달하는 데 돈이 도구로서 더 필요해졌다는 의미에서, 돈이 병목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또한 도구재 병목의 경우에 (충분한) 재화를 획득하기가 더 어려워지면 병목현상도 극심해진다. 즉 이제 오직 몇 안 되는 양질의 직업과 전문직에 종사해야만 많은 중요한 목표에 필요한 돈을 손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돈의 분배가 바뀐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난 뒤에 어떤 사람이 이런 적은 양질의 고소득 직업을 얻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아주 특이한 선호를 가진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어떤 선호와 가치관을 가졌든 간에 합리적인 사람이 이런 식의 병목현상에 직면한다면, 필시 고소득 직업을 얻을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돈 때문에 큰 차이가 생길 게 분명하니까 말이다.
이런 돈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병목현상은 불가피하다. 병목현상을 완전히 없애는 식으로 기회구조를 만들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회구조를 만드는 상이한 방식들은 각기 다른 병목현상을 완화하거나 강화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3부에서 나는 사회가 어떻게 기회구조를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두 가지 모델에 대한 양식화한 설명을 제공하고자 한다. 나는 이 둘을 '단일한' 모델과 '다원주의' 모델이라고 부른다.
단일한 모델은 전사 사회나 중요한 시험 사회와 비슷하다. 단일한 모델에서는 모든 사람이 어떤 직업과 사회적 역할을 갖기를 좋아하는지에 대해 선호가 동일하다. 사회적 동조social conformity라는 어떤 강력한 힘이 규범적 다원주의의 심각한 결여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런 사회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살고 싶어 하는 삶의 방식, 소중히 여기는 좋은 것,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 등에 관해서 섬뜩할 정도로 동일한 견해를 갖는다. 또는 도구재 병목이 충분히 강한 힘을 발휘해서 모든 사람의 상이한 가치관과 목표가 어떤 직업과 사회적 역할이 가장 좋은 것인지에 관한 단일한 순위표로 대체되기 때문에, 이런 사회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단일한 모델에서는 사람들이 바라는 모든 직업과 역할이 경쟁적인 지위이며, 그 정원이 정해져 있다. 어떤 사람에게 이런 자리를 얻기 위해 경쟁할 수 있게 해주는 예비 지위―교육 경험과 성적증명서, 수습 과정, 신입 지위 등―역시 정원이 정해져 있는 경쟁적 지위이다. 이런 각각의 직업과 역할, 예비 지위를 얻는 데 필요한 자격이 이제 사회 전체적으로 획일적이다. 이제 누구든 정해진 연령에 적당한 순서에 따라 적절한 예비 지위에 들어가야 한다. 게다가 누구도 혼자 힘으로 독립해서 새로운 사업체나 새로운 종류의 직업이나 역할을 만들기란 불가능하다. 이런 사회의 기회구조는 어떤 개인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완전히 외부에 동떨어져서 고정되어 있다.
이처럼 공공연하게 양식화된 모델이 스펙트럼의 한 극단을 특징짓는다. 다른 쪽 끝에 있는 다원주의 모델은 부득이하게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가 좀 더 어렵다. 다원주의 모델에서 사람들은 무엇이 행복한 삶인지에 관해 다양한 견해를 가지며, 어떤 사회적 역할과 직업을 갖고 싶은지에 관해서도 선호가 각자 다르다. 이런 각기 다른 사회적 역할과 직업은 사람이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어떤 다른, 비교할 수 없는 무언가를 제공한다. 가능한 여러 다른 삶은 인간 행복의 상이한 형태(들의 조합)를 수반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무엇이 '성공'인지에 관해 서로 의견이 갈린다. 돈을 비롯한 어떤 도구재 병목도 심각한 병목현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재화는 대부분 지위재positional good가 아니다. 즉 다른 사람이 똑같은 재화를 갖고 있다고 해서 그 재화를 향유하는 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다원주의 모델에서는 서로 다른 많은 과정과 문지기들이 각자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누구에게 직업이나 역할을 맡길 것인지를 결정한다.
대부분의 직업이나 역할에는 수가 정해져 있지 않다. 즉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얻기 위해 노력하는지에 따라 정원이 달라질 수 있다. 사람들이 다양한 역할에 맞는 자격을 획득하는 과정인 예비 지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다원주의 사회에서는 중요한 교육 경험, 수습 과정, 신입 지위 등이 대부분 제한된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경쟁적인 제로섬 시합이라고 하기에는 경쟁의 성격이 약하다. 경쟁이 있는 경우에도 하나가 아니라 다수의 경쟁이 존재한다. 여러 기관마다 각기 다른 기준을 활용하기 때문에, 하나의 기준이 과도한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일은 없다. 게다가 어떤 나이에는 이런 경로 중 하나를 추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원주의 모델에서는 가장 탈집중화된 문지기인 '시장'이 높이 평가되는 여러 역할들에 대한 유일한 문지기 역할을 한다. 이런 역할을 맡고 싶어 하는 이들은 어떤 큰 기관이나 심사위원회에 탐나는 자리를 달라고 설득할 필요가 없고, 그 대신 광고를 내거나 간판을 내걸고 시도해볼 수 있다. 다원주의 모델의 이런 부분이 존재하려면, 자본, 지식, 기타 적절한 자원을 비교적 쉽게 입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본, 지식 등에 대한 접근권 자체가 강력한 병목이 되어 사람들의 기회를 제약하기 쉽다. 다원주의 모델에는 더 심대한 기업가적 차원도 존재한다. 전사 사회에는 전문직종이 하나밖에 없다. 단일한 모델에서는 직업과 일터의 풍경이 고정되어 있다. 반면 다원주의 모델에서 사회는 개인들이 독립해서 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의 사업과 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준다. 기회구조의 이런 차원이 경제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다원주의 모델에서 개인들은 경제적으로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존 스튜어트 밀이 "삶의 실험"이라고 부른 일을 벌일 수 있는 공간을 누린다. 자기 자신과 타인을 위해 새로운 활동과 역할, 사회조직 형식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염두에 둔 계획은 내가 기회 다원주의라고 이름 붙인 구상을 진척시키는 것이다. 모든 사회는 기회구조를 단일한 모델에서 다원주의 모델의 방향으로 서서히 이동시켜야 한다. 왜 작고 점진적인 수준에서라도 이런 이동을 할 가치가 있는지, 또한 효율성의 측면에서 이런 이동이 야기하는 잠재적인 비용―언제나 보이는 것만큼 크지는 않은 비용―에 관해서 3부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원주의 모델을 향해 움직이면 어떻게 사회에서 몇몇 중요한 유인이 바뀌는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전사 사회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시험 사회에서는 물론 부모들이 자녀에게 최대한 많은 유리한 조건을 물려주며, 자녀들은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한다. 시험이 (아주 특이한 선호를 가진 사람을 제외하고) 누구든 소중히 여기는 경로에 도달하기 위해서 통과해야 하는 병목으로 작용하는 한, 다른 식의 행동은 합리적이지 않을 것이다. 자기 자녀가 다른 방향, 즉 다른 종류의 활동으로 진출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자녀의 이런 성향을 억누르고 아이를 본래 궤도로 되돌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시험은 성공의 잣대이다. 어떤 젊은이든 자기 앞에 이런 엄청난 병목이 놓여 있음을 안다면, 이런 성공의 정의를 내면화하고 자기 삶을 그 정의에 따라 조직할 가능성이 높다.
좀 더 다원주의적인 기회구조는 다른 유인을 만들어낸다. 이런 사회에서는 개인들에게 어떤 경로를 추구하고 싶은지, 자기 삶에서 어떤 목표를 소중히 여기는지에 관해 더 개인적이고 발전적인 방식으로 성찰할 여지가 있다. 다원주의적 기회구조에서는 사람들이 동료와 겨루는 사슬 같이 연결된 일련의 제로섬 경쟁에 갇히는 대신, 자기 앞에 놓인 여러 다양한 경로의 첫 단계를 발견한다. 사람들은 적어도 이런 몇몇 단계를 밟으면서 그리고 많은 경우에 마음을 바꾸어 다른 단계를 시도하면서 삶을 추구할 수 있다. 이런 삶에서 사람들은 비록 성취하는 정도는 다를지라도 상대적으로 자기 스스로 정한 목표를 추구한다.
게다가 다원주의적 기회구조에서는 처음에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예를 들어, 어떤 이유에서 학교에서 중퇴한 사람―도 모든 것을 잃지는 않는다. 많은 경로의 출발점이 여전히 열려 있다. 오랫동안 한 경로를 추구하다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즉 다른 일을 하기 위해 천천히 경험과 자격을 쌓기로 마음먹은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구상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에 관한 자연적인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배우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또 어떤 능력은 어린이는 쉽게 개발하지만 어른은 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기회 다원주의는 사회질서가 임의적이고 유연하지 않은 구조로 이런 자연적 한계를 강화하는 정도를 완화한다. 이런 구조는 특정한 나이에 특정한 시험에서 승리한 사람들만 일정한 경로를 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기회 다원주의는 이러한 시험의 비중을 낮춤으로써, 이른 시기의 유리한 조건이 강화되어 뒤처진 사람은 절대 따라잡지 못하게 만드는 사슬 구조를 비롯한 앞서 이야기한 다른 많은 문제들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할지라도) 개선한다.
여러 경로가 존재하고, 각각의 경로를 선호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기회구조의 형태가 바뀌게 된다. 꼭대기를 향해 더 높고 좁은 단계에 도달하기 위한 제로섬 시합이 이어지는 피라미드가 아니라. 기회구조가 도시 같은 형태를 띠기 시작한다. 상이한 수많은 구조물이 있고 그 사이로 다양한 도로와 작은 길이 있어서, 어떤 사람이 어디에서 있든지 간에 다음에 어디로 갈지, 어떤 목표를 추구할지 폭넓은 선택이 가능하다.


이 이론이 갖는 함의

기회 다원주의는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엄청난 함의를 갖는데, 나는 이 책에서 그중 일부만을 다룰 수 있을 뿐이다. 때로 이 이론은 폭넓게 이해된 기회균등의 다른 개념들과 비슷한 결론을 낳는다. 인종 차별, 교육 불평등, 사회경제적 분리, 건강 불평등, 규범적인 성별 역할 체계 등도 모두 기회구조에서 병목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시험 체제, 성적증명 요건, 경제 조직 형태, 억압적인 순응적 사회규범, 그리고 기회균등 문제를 다루는 우리의 통상적인 방식에서 간과했을지 모르는 다른 많은 문제들도 그런 병목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
기회 다원주의, 특히 병목현상 개념은 우리로 하여금 물질적 불평등이 왜 어떻게 중요한가 하는 문제를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만약 주로 물질적 부의 차이를 결과로써 바라본다면, 우리는 그런 결과를 낳은 환경의 상대적인 정의나 부정의로 관심의 초점을 돌리기 쉽다. 하지만 기회 다원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중요한 것은 산출의 불평등이 아니라 투입의 불평등이다. 부의 차이가 단순히 어떤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이들보다 사치품을 더 많이 소비하게 한다면, 이런 사실은 어떤 관점에서 보면 도덕적으로 중대한 문제겠지만 기회구조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물질적 불평등이 기회 불평등을 촉진하는 정도만큼 돈은 강력한 도구재 병목으로 작용한다. 만약 부유층 아이들은 '기회의 땅Opportunityisland'에 살고 다른 아이들은 '가난의 땅Povertyisiand'에 살면서 서로 발달 경험이 크게 달라진다면, 돈이 고등교육에 진학하는 열쇠가 된다면, 많은 유망한 진로가 무급 인턴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사실상 부모의 지원이 필요하다면, 기회 다원주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오직 물질적 불평등을 줄이는 방법과 재산이 없는 이들도 기회에 충분히 접근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드는 방법을 일정하게 조합하는 수밖에 없다.
4부에서는 기회 다원주의가 공공정책과 제도 설계에 갖는 몇 가지 함의를 탐구하겠지만, 이 분야를 망라한다고 허세를 부리지는 않을 것이다. 기회 다원주의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식의 자본주의에 몇 가지 함의를 제공한다. 이 자본주의는 모든 사람의 미래 전망이 몇몇 거대 기업의 채용 담당자의 결정에 좌우되는 게 아니라, 여러 특징이 있는 많은 기업들이 각기 다른 기준을 채택하고 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가 비교적 쉬운 사회이다. 기회 다원주의는 또한 사회복지 정책에 대해서도 함의를 제공한다. 사회안전망이 극히 제한된 사회에서 돈이 더욱 유력한 도구재가 된다. 돈이 충분히 없는 사람은 비참한 위험에 직면한다. 기회 다원주의를 증진하려고 노력하는 사회라면, 각 개인이 더 위험한 경로―가령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일―를 선택하고, 더 나아가 단순히 돈이나 다른 도구재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다원주의적인 기준에 바탕을 두고 인생 경로를 선택하고 목표를 정식화할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되는 사회안전망을 축조하려 할 것이다.
기회 다원주의를 위해서는 일정한 방식의 노동시장 유연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유연성이 반드시 현재 유행하는 '유연성' 의제와 일치할 필요는 없다. 유연하고 '가족 친화적인' 고용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한 종류의 중요한 병목을 넓히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이런 정책은 성별에 바탕을 둔 직무 분리나 성 역할 유도 등―분명 더욱 근본적인―다른 병목현상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
가장 만연한 몇몇 병목현상은 이른바 기회의 지리학geography of opportunity과 관련이 있다. 운 나쁘게도 어떤 장소에서 태어난 개인들은 그곳과 관련된 일련의 제약에 직면하는데, 이런 제약들이 모두 모이면 강력한 병목이 된다. 열악한 학교뿐만 아니라 또래와 어른 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 역시, 사회가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대부분의 경로를 추구하는 일을 돕는 것은 고사하고, 이런 경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현실적인 길잡이도 제공하지 못한다. 따라서 4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기회 다원주의는 이런 환경에 처한 개인들이 더 넓은 스펙트럼 가운데서 가능한 인생 경로를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여러 가지 통합과 접근 전략을 권고한다.
기회 다원주의는 기회 불평등이라는 광대한 풍경을 다루기 쉬운 조각들로 분리하기 위한 독특한 일반적 전략을 제공한다. 이 전략은 다음과 같다. 한 병목의 단독으로든 여러 병목의 조합으로든 간에, 개인들을 가장 넓은 범위의 경로와 기회로부터 분리시키는 가장 우선적인 병목을 찾아보라. 그리고 다음의 두 접근법을 적절하게 조합해보라. 사람들이 이 병목을 통과하도록 혹은 우회하도록 돕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 구사력이 유력한 병목이 되는 사회, 즉 영어 실력이 없으면 대부분의 직업이나 사회적 역할을 맡을 수 없는 사회에서는, 영어를 배울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는 방법(사람들이 통과하게 돕는 방법)과 동시에 영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열린 경로의 범위를 확대하려고 노력하는 방법(사람들이 우회하게 돕는 방법) 둘 다 해결책이 된다.
지금은 이런 설명에서 제기되는 여러 중요한 질문은 잠시 제쳐두자. 가령 언제 이런 전략 중 하나가 부적절해지는가 하는 질문, 그리고 어떤 병목이 가장 심각한지 어떻게 결정할 수 있는가 하는 더 폭넓은 질문 등은 잠시 제쳐두자. 뒤의 것은 곤란한 질문이다. 각기 다른 경로를 추구한 결과로 생기는 인간 행복의 여러 다른 형태들의 궁극적인 가치에 관한 주장을 필요로 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나는 3부에서 이런 질문에 대해 각 개인의 선호에 바탕을 두고 순전히 주관적인 방식으로 대답할 수는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우리는 누구든 누리기를 바라는 행복한 삶의 차원이란 객관적으로 무엇인가에 관한 일정한 설명―하지만 희미한 설명―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이런 설명이 필요한 것은 기회가 우리의 선호를 모양 짓기 때문이다. 애초에 기회가 중요한 것도 어느 정도 이 때문이다. 이런 설명을 기반으로, 우리는 기회구조 안에 존재하는 많은 병목들 중에 어느 것이 한 사람의 기회에 가장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병목현상을 완화하고 기회 다원주의를 증진하는 기획은 국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기획은 민간기관은 물론 심지어 개인들도 실행하는 것이다. 고용주와 교육기관의 선택, 즉 누구를 채용하거나 입학시킬 것인지뿐만 아니라 직무와 교육 통로를 어떻게 구조화할 것인지에 관해서 내리는 선택은 기회구조에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기업 내부나 기업들 사이에 존재하는 승진 사다리도 중요하다. 직무에 할당되는 여러 업무의 조합도 마찬가지이다.
기회 다원주의는 기회균등 법률을 들여다보는 데 필요한 유력한 렌즈이다. 우리는 이 법률 영역의 상당 부분을 병목현상 방지 원리antibottleneck principle의 실례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이 렌즈를 통해 차별 금지법을 들여다보면 예상치 못한 많은 통찰이 생기는데, 이 책 마지막 부분에서는 여기에 관해 탐구할 것이다. 
차별은 병목현상을 일으킨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성차별이란 어떤 기회를 추구하려면 남자여야 하고(또는 남자인 게 도움이 되고), 다른 기회를 추구하려면 여자여야 하는(또는 여자인 게 도움이 되는) 상황이다. 남성과 여성이 어쨌든 정확히 똑같이 소중한 일련의 기회를 가진다 할지라도, 만약 각각의 성이 행복 형태의 독특한 조합을 제공하는 풍부한 경로를 추구하는 길이 봉쇄된다면 각 성에 가해지는 제약은 규범적으로 중대하다.
차별금지법에서 헤아리기 어렵고 곤란한 질문 중 하나는 이 법이 차별의 어떤 토대를 다뤄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인종과 성 이외에 몸무게나 사회경제적 지위, 가족 부양 책임 등을 근거로 한 차별 역시 불법화하거나 규범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 병목현상 방지 원리는 이 문제에 대한 하나의 길잡이를 제공한다. 이런 각각의 변수가 실제로 개인의 기회를 제약하는 병목으로 작용하는지 여부(그리고 그렇게 작용하는 정도)에 법률을 맞추어야 한다. 복잡하고 거대한 사회에서 소규모 고용주 한 명이 과체중인 사람들을 차별한다 하더라도 크게 중요한 일은 아니다. 과체중인 어떤 사람의 기회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여러 종류의 많은 고용주와 기타 기관들이 체중을 근거로 실질적인 방식으로 차별을 한다면 그리고 특히 이런 차별이 고용 영역을 넘어서 다른 종류의 기회에까지 확대된다면 몸무게 차별은 심각한 병목으로 보이게 된다. 그런 시점이 되면 차별 금지 보호나 기타 적절한 법적 대응이 규범적으로 정당화되는 강력하면서도 명백한 이유가 생겨난다.
차별금지법이 병목현상을 겨냥한다는 견해는 현재 차별금지법이 몇몇 미개척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최선의 설명이 될 것이다. 미국의 여러 주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채용 과정에서 신용 조회를 금지하거나, 고용주가 "실업자 지원은 받지 않습니다"라는 광고를 내지 못하게 하거나, 최초 지원서 양식에서 지원자에게 범죄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는지 묻는 것을 제한하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 고 있다.
실업자, 신용불량자, 전과자 등은 모두 집단에 근거한 가장 일반적인 차별금지법 개념에서 볼 때 별로 보호할 가치가 없는 집단이다. 그렇지만 병목현상 방지라는 렌즈를 통해 보면, 이런 시도는 타당하며, 차별 금지 기획과 일치한다. 이런 시도는 일부 개인들의 기회에 만연한 제약이 되거나 그런 제약이 될 가능성이 있는 병목을 넓히기 위한 것이다. 신용 조회가 아주 간편해져서 대부분의 고용주가 이 수단을 활용할 때, 신용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의 고용 형태에서 배제 된다(그 결과로 신용을 다시 쌓기도 어렵게 된다). 병목현상 방지 원리라는 렌즈를 통해 보면, 이런 상황과 반세기 전에 '불리不利효과방지법disparate impact law'을 낳은 초창기의 직장 지능지수 검사 제도는 많은 유사성이 있다. 당시에도 지능지수 검사의 비용이 점점 떨어져서 널리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고용에서 만연한 병목이 될 위험이 있었다. 그리고 인종적인 불리 효과adverse impact 때문에 기회구조에서 더욱 크고 심각한 병목현상을 강화하는, 즉 피부색이 희지 않은 사람들에는 고용 기회가 제한되는 결과가 생길 수 있었다.
따라서 병목현상 방지 원리는 차별금지법, 특히 미국의 불리효과방지법과 유럽의 간접차별금지법의 몇 가지 핵심적 특징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한다. 흔히 우리는 이런 법률들을 소수자 우대 정책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본다. 이 법률들이 한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 기회를 재분배하는 간접적인 수단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법률이 실행되면 그렇게 깔끔한 제로섬 형태를 띠지는 않는다. 불리 효과 소송이 벌어져서 임의적이고 직무와 무관한 시험이나 요건이 무효화될 때, 그 수혜자는 원고 집단의 성원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이 병목을 통과하느라 고생한 모든 사람이 포함된다. 이 법률은 병목 자체를 넓히는 일을 하는 셈이다. 많은 사람이 기회에 접근하는 것을 막았을지 모르는 임의적이고 불필요한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다. 분명 불리효과방지법은 모든 병목을 표적으로 삼지는 않는 다. 그보다는 몇 가지로 꼽을 수 있는 보호받는 특징을 지닌 사람들의 전망을 제약하는 차별과 제한된 기회라는 더 큰 병목을 강화하는 병목을 표적으로 삼는다. 그렇지만 불리효과방지법은 보호받는 집단의 성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이런 병목현상을 완화해준다. 장애인편의시설법disability accommodations law은 때로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이 법률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물리적 환경의 특징을 바꿈으로써 장애인과 비장애인 들이 원래는 접근하기 힘들었을 장소에 접근 가능하게 만든다. 병목을 넓히는 방식으로 무기 환경을 포함한 기회구조의 측면들을 재설계할 때, 보통 그 혜택은 광범위하고 이질적인 개인들에게까지 확대되게 마련이다. 병목을 넓히는 것은 단순히 혜택이나 기회를 특정한 한 집단에게로 돌리는 수단이 아니다. 병목을 넓히는 게 소중한 것은 오히려 기회구조의 어떤 구석을 좀 더 다원주의적인 방식으로 개조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본문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1부에서는 기회균등에 관한 유명하고 규범적으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여러 이론을 검토하며, 이 이론들이 모두 직면하는 심각한 문제들을 기회 다원주의로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부에서는 기회와 인간 발달의 관계를 재구성하면서 이상적인 이론에서도 두 사람이 동등한 기회를 누리는 경우란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타고난 재능과 노력이 허용하는 만큼 상승하는 사회를 만들기란 개념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기회를 재분배하거나 균등화해야 하는 총량으로 보는 대신, 사람들에게 삶의 모든 단계에서 더 넓은 범위의 기회가 열려 있도록 기회를 재구조화하는 방법에 관해 생각해야 한다. 3부에서는 단일한 모델이 아닌 다원주의 모델의 궤도를 따라 기회를 구조화함으로써 이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부에서는 병목을 넓히는 방식 등으로 이런 재구조화를 어떻게 해낼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4부에서는 이런 개념 장치를 세 가지 복잡한 문제(계급 불평등 유연성, 차별금지법)에 적용한다.
이 책에서 추구하는 기획의 일부는 업적과 업적주의, 차별, 소수자 우대 정책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지나치게 제약되는 기회균등에 관한 대중적인 대화를 넘어서고자 하는 것이다. 기회균등에 관한 우리의 사고를 이런 익숙한 문제들을 중심으로 쌓아 올리면, 엘리트 기관에서 행해지는 소수자 우대 정책 같은 정책적 해법, 즉 저소득층과 불우한 계층 가운데서 자기 환경에서 보기 드문 발전을 가까스로 성취한 소수 개인들을 떼어내는 결과를 수반하는 해법을 생각해내기 쉽다. 예외적인 개인들에게 이런 종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런 개인들이 출현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발달 기회에 대한 접근성을 넓혀주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이와 동시에 불리 한 조건의 가혹한 논리를 딛고서 예외적인 존재가 되지 못하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기회의 범위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기회 다원주의는 특별한 업적이나 공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들만이 아니라―초라한 능력을 보인 이들과 기회를 주었을 때 바라는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이들까지 포함하여―모든 사람에게 더 넓은 인생 경로와 기회를 열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직무를 할 수 없는 이에게 그 직무를 개방해야 한다거나, 자격 있는 사람보다 '자격이 부족한 사람'에게 반드시 일자리를 주어야 한다고 말하 는 것은 아니다. 그게 아니라 이제 모든 사람이 희소한 지위를 둘러싼 제로섬 경쟁, 즉 누군가 성과를 얻으면 누군가 손해를 보는 경쟁에 갇혀 있다는 가정을 넘어서자는 것이다. 물론 현실은 대개 이렇다. 앞으로도 항상 어느 정도는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제로섬 경쟁이 우리의 제도적·정책적 선택에 영향을 받지 않는 외부적인 세계의 사실이라고 가정하는 익숙한 정치 지형―소수자 우대 정책을 둘러싼 전쟁의 파편이 어지럽게 널린 지형을 넘어서 나아가자는 호소문이다. 기회 다원주의는 기회에 관한 대화를 익숙하지 않은 지반으로 이동시킨다. 기회구조를 본래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서 공정한 방식으로 이 구조의 자리에 맞게 개인들을 준비시키고 선발할 것인지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기회 다원주의는 우리에게 구조 자체를 크고 작은 방식으로 혁신할 것을 요구한다. 사람들이 행복한 삶으로 이어지는 여러 활동과 목표를 추구할 수 있게 더 넓은 범위의 경로를 열어주기 위해서 말이다.

"

.
.
.


"

결론

법과 공공정책에서 기회균등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에는 다음과 같은 익숙한 주장이 있다. 다양한 불리한 조건에 직면했던 사람들에게 경쟁적이고 누구나 바라는 일자리를 재할당할 수 없다, 또는 재할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시점, 즉 채용 단계에서는 이미 늦은 것이기 때문이다. 상이한 교육 경험 때문에 생겨난 불균등한 준비는 극복하기에는 너무 크다. 균등화하려면 더 일찍 해야 한다. 똑같은 형태의 주장은 대학 입학 시기는 기회를 균등화할 때가 아니라고 여긴다. 18세 학생들은 준비와 역량이 철저하게 다르며, 자격 있는 지원자보다 불리한 배경 출신의 자격이 떨어지는 지원자를 합격시키는 것은 공정하지도 않고 생산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약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른바 출발점에 대해서도 비슷한 주장이 제기된다. 즉 초등교육과 중등교육 정책을 통해 기회를 균등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 선 안 된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다섯 살에 학교에 다니기 시작할 때면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정말로 이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부모들이 자원을 얻어서 자녀에게 더 나은 출발점을 제공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부모에게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주어야 하는데, 그 시점에서 우리는 처음 시작한 지점으로 돌아간다.)
기회를 완전히 균등하게 만들 수 있는 시기란 없다. 그것만은 사실이다. 앞의 문단에서 그런 것처럼, 어떤 단계에서든 우리가 사는 복잡한 세계에 관한 이 사실을 우아하고 종종 아주 효과적인 일련의 주장으로 변형해서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 만약 전문대학원 입학에 관한 내용이 논의 중인데, 어떤 입법자가 일어나서 더 좋은 해법을 위해서는 "보이스카우트에서 공립학교 유치원에 이르는 기관에서......사람들이 키가 90센티 작아지고 나이가 20살 어려져야 한다"고 설명한다면 맥락상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한 주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유치원 법안이 제출되면, 똑같은 발언자들이 최선의 해법은 더 앞선 단계에서 가능하다는 취지로 비슷한 주장을 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에 양육, 빈곤, 무수한 기회 불균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앞선 단계에서도 이런 식으로 계속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
평등주의자들이 성공을 거두는 길은 한 번에 모든 단계에서, 즉 태어나기 전부터 성인의 삶 전체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나 어떤 한 단계에서든 전체 인생 경로에 걸쳐서는 현실적으로나 개념적으로나 실제로 기회를 균등하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해도 말이다. 모든 사람의 기회가 말 그대로 다른 모든 사람과 균등한 상태라는 공상적인 기획을 목표로 삼는 대신,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특히 현재 기회를 제한당하는 사람들―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 책의 핵심적인 주장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에 관해 생각하는 데 필요한 틀이다. 이제까지 나는 기회구조를 좀 더 다원적인 방향으로 개조함으로써, 사람들이 행복한 삶의 여러 차원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발전시키고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누리는 체제를 건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각자 인생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어떤 목표는 추구할 수 있는 수단―자원―을 더 많이 주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현대의 철학적 자유주의의 핵심에 있는 자유주의적 중립성을 반영하는 그런 사고방식은 우리의 선호와 목표가 어떻게 형성되는가라는 문제를 적절하게 다루지 못한다. 우리의 욕망과 소망은 우리의 기능이나 능력과 마찬가지로 세계가 제시하는 기회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발전한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들이 자기 앞에 놓인 기회구조에 크게 의존하는 여러 이유에서 이미 형성한 목표를 추구할 수 있도록 단순히 자원을 배분하는 것을 규범적 목표로 삼을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사람들이 추구할 수 있는 더 폭넓은 범위의 경로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각자가―더욱 자율적인 방식으로, 그리고 더 풍부한 선택 범위 안에서―실제로 인생에서 하고 싶은 일이 어떤 것들인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이 책에서 제시한 명제는 이상적인 이론처럼 들린다. 하지만 세심한 독자라면 지금쯤 이미 이 책에서 내놓은 많은 주장이 다른 어조의 이야기임을 눈치챘을 것이다. 다양한 일련의 제약에 직면해서 우리가 어떻게 기회구조를 개선해야 하는지를 다루는, 이상적 이론과는 거리가 먼 다양한 형태인 것이다. 기회를 확대하려면 거의 언제나 비용과 이율배반이 수반된다. 기회 확대는 한 사회가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설령 이것이 우리의 유일한 목표라 할지라도, 한 병목을 개선하는 것은 때로 다른 병목을 악화하는 부수 효과를 낳는다. 이 책에서 나는 이런 충돌과 이율배반을 어떤 명확한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언제나 특정한 제도와 사회규범에 관한 경험적 주장과 이것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좌우된다. 그리고 사실이 바뀌면 균형도 이동한다. 이 책에서 내가 목표로 삼은 것은 우리 모두 정책 입안자, 법원, 공공기관과 사적 기관, 심지어 개인까지 가 이 어려운 문제들을 생각할 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또는 적어도 이 문 제들을 악화시키지 않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일단의 개념적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 내놓은 도구들은 기회균등에 관한 논쟁에서 흔히 동원되는 통상적인 도구들과 다르다. 우리의 통상적인 도구들에는 개인의 능력과 공적에 관한 주장뿐만 아니라, 개인과 집단에 근거한 분배 공정성―즉 중요한 것은 누가 더 가지고 누가 덜 가지고 있는지―에 관한 주장도 포함된다. 이런 종류의 도구 때문에 우리는 기회가 가장 극명한 제로섬 경쟁의 대상이 되는 사례들에 초첨을 맞추게 되는 것처럼 보인다. 엘리트 교육기관의 소수자 우대 정책에 관한 싸음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는 이미 우리가 사례들에 관해 논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도구들에 손을 뻗게 되는지도 모른다.
기회 다원주의는 다른 장소에서 출발한다. 기회 다원주의는 공적의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우리가 사람들의 기회에 대한 제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중요한 시험'이 탈락하는 사람들의 기회를 제한하는 방식에 그리고 이 시험이 통과하는 사람들의 소망을 모양 짓는 방식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설령 이 시험 자체가 공정하다고 확신하고, 모든 사람의 통과/탈락 결과가 어떤 점에서 당연한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성별, 인종, 계급 등의 사회체제가 사람들을 한쪽으로 유도하고 삶의 많은 영역에서 사람들의 기회를 모양 짓는 경우처럼, 집단에 근거한 기회 불균등이 사람들의 인생의 가능성을 제약하는 경우에 우리는 언제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모든 평등주의자들은 이런 관심을 공유한다. 이것은 평등주의의 핵심적인 관심사이다. 하지만 기회 다원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흔히 이해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집단에 근거한 종속과 연결되지 않는 심각한 기회 제약에 직면할 때에도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운 나쁘게 열악한 곳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또는 심지어 자신에게 온전히 책임이 있는 게 아닌 어린 시절 저지른 어떤 실수의 반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기회가 심각하게 제약될 때 우리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 책에서 제공하는 도구들은 이런 병목들을 개방함으로써 얻는 이익과 효율성, 동기 부여, 제한된 자원 등에 관한 상쇄적인 고려 사항을 어떻게 균형 잡을 것인가에 관한 질문에 대해 우리에게 완벽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유형의 문제를 이해하고, 이 문제의 여러 차원들을 평가하고, 개선 방법을 생각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제공한다.
이런 초점 이동이 중요한 한 이유에 관해 간략하게 언급하면서 책을 마치고 싶다. 처음에 시작하면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반적인 개념으로서의 기회균등에 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거의 모든 사람이 일정한 기회균등 개념을 신봉한다. 하지만 기회균등에 관해 실제로 벌어지는 논의의 대부분은 대단히 논쟁적이다. 특히 기회가 상대적으로 희소한 시기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대체로 그 이유는 이런 논쟁이 흔히 기회 배분에 관한 완전히 제로섬적인 싸움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엘리트 일자리의 수나 학교 입학 정원이 고정되고 그에 대한 욕구가 일정하거나 늘어난다면, 그런 일자리나 입학 정원의 일부를 유리한 조건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개방하는 정치는 언제나 매우 우려스러울 것이다. 똑같은 기회를 다른 사람들로부터 빼앗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흔히 그 다른 사람들은 상당한 정치적 힘을 갖고 있다. 이런 제로섬적 이율배반이 기회균등 정책의 주된 도구라면, 참호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고 어떤 성공이든 점진적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평등주의자들이 노력을 해선 안 된다는 말은 아니다. 이처럼 희소하고 누구나 바라는 기회를 재배분하는 것은 중요하다. 때로는 이것이 기회구조에서 일정한 병목을 개선하는 유일하게 현실적인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이 전부는 아니다.
기회구조에서 병목을 확인하면 우리가 이루어야 하는 많은 변화가 그렇게 깔끔하게 제로섬적인 게 아니라는 사실을 보는 데 도움이 된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병목을 헤집고 나아갈 필요가 없도록, 또는 병목을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경로가 열릴 수 있도록 기회를 재구조화하는 방법을 찾을 때, 그 결과는 제로섬이 아니라 포지티브섬positive sum일 수 있다. 우리는 사람들이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목표를 추구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길을 통해 익숙한 성공을 달성하는 게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다. 또한 지금처럼 희소한 자원을 놓고 벌이는 제로섬 충돌에 걸린 판돈을 낮추는 대안적 경로를 만들어낼 수 있 고,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기회를 창조할 수도 있다. 인간 역사의 오랜 시기에 걸쳐 우리는 언제나 이런 일을 해왔다. 한 세기 전에 겨우겨우 모든 사람의 기회를 정확히 균등하게 만들었지만(그게 가능한 일이라 면), 또한 그 기회들을 호박琥珀 안에 굳혀버려서 다른 어떤 기회도 얻을 수 없는 그런 사회에 살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 일―더 풍부하고 복잡하고 다원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일―에 대한 인식을 기회균등에 관한 논쟁의 판돈에 대한 이해에 통합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면 누가 사람들이 바라는 희소한 기회를 받을 자격이 가장 충분한가라는 질문으로부터 마찬가지로 중요하지만 아주 다른 질문으로 우리의 관심의 일부를 이동시킬 수 있다. 사람들―비교적 자격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까지도―이 더 좋은 재료를 손에 쥐고 삶을 축조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관한 질문 말이다.

"

.
.
.


"

옮긴이의 말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어느 대통령 후보가 핵심적으로 내세운 슬로건이다. 어느새 한국 사회에서 '공정'과 '정의', '기회균등'은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경제가 계속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절에는 공정한 기회균등은커녕 기회 자체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기회는 어디에나 손 닿는 곳에 있었고, 각자 성실하게 노력하면 어느 정도의 계급 상향 이동이 가능했으며, 큰 욕심만 내지 않으면 행복한 삶이 보장되었기(또는 보장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장이 고용을 수반하지 못하고, 불평등이 확대되는 가운데 계급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짐에 따라, 부와 가난이 고스란히 대물림되는 현실을 목도한 사람들은 어느덧 '헬조선'이나 흙수저 금수저', '이생망(이번 생에는 망했어)' 등의 이야기를 입에 올리고 있다. 입에 물고 태어난 수저의 색깔에 따라 처음부터 기회의 범위가 정해지는 상황에 직면하면, 신분제를 탈피한 현대 사회의 가장 중요한 원리인 평등한 기회를 누릴 권리를 다시 떠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존 롤스가 《정의론》에서 '공정한 기회균등'의 거대한 이론적 틀을 축조한 이래 기회균등은 평등주의 기획에서 중심을 차지하는 강력한 개념이며, 현대 정치이론, 법률, 공공정책 등에서 대단히 광범위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과연 기회균등이란 무엇일까?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게 정말로 가능한가? 가령 현대 사회에서 부모가 자기 자식을 마음대로 키운다면, 어느 누구도 균등한 기회를 누리지는 못한다. 또한 계급, 성별, 인종 등의 출신 배경에 따른 유리한 조건과 불리한 조건을 능력이나 재능과 떼어낼 도리는 없다. 타고난 재능이 다른 사람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보장한다고 해서 결과의 평등이 실현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자유지상주의에서 말하는 것처럼 엄청난 불평등을 그냥 감수해야 하는가? 이 책의 지은이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좀 머리가 아플지라도 기회와 평등에 관해 같이 사고 실험을 해보자고 권유한다.
이제까지 때로는 고도로 추상적인 개념과 사고 실험이 난무했고, 때로는 구체적인 법률과 정책을 둘러싸고 기회균등을 확대하는 여러 방법과 그 효과가 논의되었다. 그런데 지은이는 기회균등 원리가 갖는 여러 가지 난점을 파헤치면서, 이 원리를 더욱 급진화하고 구체화·현실화하려는 대담한 시도를 한다. 기회균등을 아무리 보장하더라도 기회구조 자체가 단일하고 협소하면 병목현상을 피하지 못하고, 결국 허울뿐인 평등의 원칙과 무자비하게 불평등한 현실밖에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조지프 피시킨이 《병목사회》에서 기존의 논의에 기여를 한 게 있다면, 무엇보다도 '병목현상'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기회균등 기획에 관한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열었다는 점일 것이다.
지은이는 기존의 기회균등 논의가 '균등'에 초검을 맞춘 것과 달리 '기회' 자체를 치밀하게 파고든다. 그리고 이 기회가 병목현상처럼 현상화되어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문제이고, 따라서 기회를 주어진 것으로 놓고 그것의 균등한 분배를 고민하기보다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기회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도를 궁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일한 기회구조가 불가피하게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므로 기회 구조를 다원화하고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지은이는 무엇보다도 좋은 삶, 행복한 삶의 개념 자체가 다양하고 풍부해야 하며, 이런 삶에 이르는 길도 마찬가지로 여러 갈래가 있어서 누구나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극소수만이 '위너'가 되는 좁디좁은 병목을 통과하기 위해 기를 쓰고 다투는 제로섬 경쟁이 아니라, 병목을 없애거나 넓히고, 그게 힘든 경우에는 더 많은 사람이 병목을 통과하거나 우회하도록 도와야 한다.
기존의 논의는 이런 식이다. 예를 들어 '가난의 땅'에서 '기회의 땅'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있고, 해마다 이 다리를 건너갈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열 명이라고 하면, 시험 같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가장 유능한 이들을 선발해야 할까? 아니면 여성과 저소득층 등 불리한 조건 때문에 공정한 경쟁에 참여할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들에게 몇 자리 나눠줘야 할까? 그렇지만 피시킨은 이 구조 자체에 의문을 던진다. 열 명만 통과해야 하는가? '기회의 땅' 자체를 더 넓히거나 다리를 확장하면 되지 않겠는가?
오늘날의 한국 사회는 이 책에서 극단적인 이론적 모형으로 거론하는 전사 사회나 중요한 시험 사회와 무척 흡사한 형국이다. 한 번만 운행하는 정원이 한정된 기차에 올라타기 위해서 정신없이 달리면서 '윈윈win-win'이 아닌 '루즈루즈lose-lose' 경쟁에 몰두하는 것이다. 영어 유치원 입학, 자립형 사립고나 외고 입학, 일류대 입학, 토익 점수, 대기업 정규직 취업, 직장 내 승진 등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인생 길목 길목에서 그야말로 심각한 병목현상에 맞닥뜨린다. 이 책의 개념을 우리의 현실에 대입하자면, 일류대 대학 학위는 자격 병목, 금수저 부모를 만나 다양한 조기교육을 받는 것은 발달 병목, 서울 시내 아파트나 건물 소유 또는 노후를 보장하는 연금보험은 도구재 병목이다.
피시킨은 이런 심각한 병목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구조적 해법을 제시한다. 물론 구체적인 사회의 상을 제시하기보다는 기회 다원주의라는 커다란 구상과 더불어 몇 가지 정책적 함의를 밝히는 정도이지만, 그의 구상을 염두에 두면 기회구조 다원화라는 시각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피시킨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지금과 같이 돈을 중심으로 세워진 피라미드 구조가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인간 행복과 자아실현을 누릴 수 있는 공연장과 작업장, 학교와 논밭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고 이 공간들로 이어지는 도로와 골목길이 사방으로 뻗어 있는 불규칙한 도시의 모습에 가깝다. 물론 지은이는 어떻게 하면 이런 사회를 만들 수 있는지 구체적인 경로를 밝히지는 않는다. 그런데 기회 다원주의를 위해 자원과 기회를 새롭게 배분하려면 사회체제에서부터 구체적인 사회정책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원에서 새로운 기획과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고민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떠셨나요, 오늘 포스팅?

 

구독과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좋아요-추천 버튼 누르실 수 있습니다.

 

아래는 제 블로그에 있는 다른 포스팅 중 참고하실 만한 내용을 추렸습니다.

한번 살펴봐 주세요. 고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도서 리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글쓰기][작문][작법]《글 쓰는 것이 아니다 짓는 것이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처세][직장생활] 《공피고아》, 고전에서 퍼올린 처세의 철학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재테크][부자] 『어려운 건 모르겠고, 돈 버는 법을 알려주세요』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동화][작법][작문] 『동화 쓰는 법』, 유익한 작법 교과서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지젝][난민][테러] 슬라보예 지젝, 『새로운 계급투쟁』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6월 항쟁][민주화] 대한민국의 힘, 100도씨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세대][세대 게임] 『세대 게임-세대 프레임을 넘어서』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글쓰기][카피] 『1초에 가슴을 울려라』, 카피 전문가의 실전적 조언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경영][인재] 당근이 필요한 인간들이 다니는 회사, 『미라이 공업 이야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삼국지][간편 삼국지] 간편하게 읽는 퓨전 삼국지 『3분 삼국지 톡』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처세술][전략] 처세술과 인생전략을 담은 동양 비서 『36계학』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글쓰기][기사] 새로운 글쓰기 '내러티브' 『기막힌 이야기 기막힌 글쓰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집중력][1일1식] 1일1식 저자가 전하는 집중력의 비밀, 하루가 달라지는 『오후의 집중력』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직장생활백서][사축생활백서] 일러스트로 읽는 직장생활백서 『회사는 다닐 만하니?』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잭 런던][강철군화] 민주주의를 잃은 자본주의, 소설 자본론 『강철군화』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쌍용차][정리해고] 의자놀이,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쌍용자동차 이야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플롯][서사] 소설과 드라마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서사 패턴 959』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마흔][42] 남자 나이 42-인생은 지금부터가 재미있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원격근무][자율 출퇴근] 더 이상 붙박이 사무실을 고집하지 마라 《리모트 - 사무실 따윈 필요 없어!》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임금][불평등] 오랜 시간 우리 사회의 임금 문제에 천착한 방송기자의 시선, 《우리의 월급은 정의로운가》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마크 트웨인][허클베리 핀의 모험] 톰 소여와 함께 잊을 수 없는 악동 《허클베리 핀의 모험》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프레임워크][비즈니스 툴] 복잡한 일과 상황을 간단하게 만들어 주는 『비즈니스 프레임워크 69』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엑셀][오피스] 《절대 엑셀》 회사에서는 절대 알려주지 않는 엑셀 기본 교과서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마크 트웨인][톰 소여의 모험] 미워할 수 없는 영원한 악동 《톰 소여의 모험》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수필][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아나키즘][아나키스트] 빵의 쟁취, 혁명에 필요한 것은 빵이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증발][실종] 우울한 저성장 사회의 민낯 《인간 증발》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촘스키][철학] 최고의 언어학자가 말하는 인간론, 《촘스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독서][속독] 책 한 권에 실천 하나, 《일독일행 독서법》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속독][속청] 빨리 듣고 빨리 읽는, 『속청 독서』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교정][교열] 이쯤은 돼야 교양만화, 『만화 동사의 맛』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재테크][절약] 『90일 완성 돈 버는 평생 습관』, 저절로 돈이 모이는 초간단 재테크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글쓰기][르포] 글쓰기를 대하는 자세, 『글쓰기의 최전선』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교정][교열][문장]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교정 교열 장인의 내공을 들여다본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재테크][절약] 『90일 완성 돈 버는 평생 습관』, 저절로 돈이 모이는 초간단 재테크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시][은유] 시를 시답게 만드는 『은유의 힘』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사회][언론] 대한민국 언론의 속사정, 『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화술] 간단 화법 정리, 『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게 말하는 법』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사회][인문] 불합리한 세상을 깨달아라, 《부들부들 청년》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심리][최면] 자신감·자존감 회복 프로젝트, 나는 오늘도 나를 응원한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도대체][에세이] 마음대로 안 되는 인생,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은유][제유][패러디] 시 창작을 위한 〈시인 수업〉 3종 세트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광고][카피][글쓰기] 쉬운 글쓰기를 즐겨보자, 비틀어 글쓰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소설][사전] 인생을 건널 말의 배를 만든다, 《배를 엮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기업윤리][사회] 기업윤리란 무엇인가? 《고장 난 거대 기업》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고전][제갈량] 제갈공명의 지혜, 《난세를 건너는 법》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소설] [풍자] 대한민국 1% 남자들의 속살 이야기,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신화][인문] 긴 겨울밤과 끝나지 않는 여름의 이야기, 닐 게이먼의 《북유럽 신화》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수필][거리] 내가 편안한 거리는 얼마일까, "약간의 거리를 둔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업무 기술] 최고들은 어떻게 일하는가, 최고들의 일머리 법칙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소설][성장소설][복싱] 권투와 함께하는 불우한 성장소설 《스파링》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소설][사회] 묵직한 사회·회사 소설, 《누운 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세계사][옷] 옷을 통해 살펴본 재미있는 세계사 《옷장 속의 세계사》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성공][운][아웃라이어] 말콤 글레드웰, 아웃라이어-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화][분노][스토아]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의 화에 대한 조언, 《화에 대하여》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법정][최순희]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불일암 사계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인문][인디언] 어떻게 공기를 팔 수 있다는 말인가, 시애틀 추장의 꿈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리듬][자기계발] 다 리듬 때문이었어-삶을 바꾸는 리듬의 힘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세계 여행][여행] 마을버스로 월드 투어,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그림자 노동] 대가 없이 당신에게 떠넘겨진 《그림자 노동의 역습》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박열][가네코 후미코] 박열의 그녀, 가네코 후미코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시간관리] 시간을 요리하는 방법,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개구리를 먹어라!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소설][토익] 처절한 토익 성공기, 나의 토익 만점 수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경영철학] 성공하려면 끊임없이 던져라 - 피터 드러커의 최고의 질문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청소력][청소의 힘] 좋은 기운을 불러오는 청소의 힘, 청소력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법정 소설] 경쾌한 법정 소설, 미스 함무라비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모시이노][피터 드러커] 모시도라 후편 -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이노베이션과 기업가정신편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영어 공부][자기계발] 9등급 꼴찌, 1년 만에 통역사 된 비법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모시도라][피터 드러커] 재미있는 경영 소설 -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레버리지][자기계발] 레버리지, 세상이 나를 위해 일하게 하라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직장 고수] 〈직장의 신, 미스 김〉의 재림? - 《직장의 고수》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독공법][독서법] 독서와 공부를 한번에 끝내는 《독공법》 리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우리의 소원은 전쟁][누와르] 흥미진진한 누와르 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군주론] 현실 정치 철학을 넘어 처세술로 되살아나는 고전, 《군주론》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이야기의 힘]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조건, 《이야기의 힘》에 빠져 보자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10년 법칙] 명품 인생을 만드는 10년 법칙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졸혼][휴혼][해혼][각거] 졸혼 시대, 진정한 대안일까?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선][선불교][자기계발] 활쏘기의 선 - 손가락을 거쳐 달을 본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 먹고사는 데 걱정 없는 1% 평생 일할 수 있는 나를 찾아서 - 저성장 사회 성공 공식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에세이][자기계발] 언어의 온도, 당신의 언어는 따뜻한가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영어 공부][자기계발]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 무소의 뿔처럼 우직한 영어 공부 비법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독서법][자기계발]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 읽기 50 - 독서에 관한 고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독서][퀀텀 독서법] 퀀텀 독서법, 언제까지 한 자씩 읽을 것인가!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자기계발] 타이탄의 도구들, 거인들의 어깨를 딛고 서는 성공 공식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어린이 소설] 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뇌과학][조기교육] 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 뇌에 관한 잘못된 신화를 파헤친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청소][청소 경영] 아침 청소의 힘, 청소만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독서법][속독법] 1만권 독서법, 간단한 초보 속독법 안내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강요된 비만] 뱃살은 당신의 탓이 아니다, 강요된 비만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일본전산][3Q6S] 일본전산 이야기, '기본'과 '열정'이 만든 성공 신화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초서][초의식] 김병완의 초의식 독서법(인생을 바꾸는 독서혁명 프로젝트)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추천 도서][48분 기적의 독서법] 연령대별 독서 목록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독서][48분 기적의 독서법] 48분 독서로 인생 업그레이드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맞춤법][띄어쓰기] 왜 맞춤법에 맞게 써야 돼? - 맞춤법 싫어하는 아이를 위해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맞춤법][띄어쓰기] 왜 띄어 써야 돼? - 띄어쓰기가 싫은 아이들에게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어쩌면 별들이][필사 시집]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플러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어쩌면 별들이][어른을 위한 동시] 필사하기 좋은 동시 '내가 아주 작았을 때'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독서][독서법] 본깨적, 인생을 바꾸는 독서법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로봇][인공지능][AI][알파고][로봇세] 로봇 시대, 인간의 일 - 로봇 시대의 역사와 전망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애드센스][블로그] 블로그 제대로 운영해 보자, '블로그의 신'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어쩌면 별들이][도깨비] 필사하기 좋은 시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도올][김용옥] 도올 김용옥 비판 - 우리 시대의 부끄러움을 말하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경제성장][분배][저성장]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노자][도덕경] 동양 최고의 고전 1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애드센스][블로그] 구글 애드센스로 돈 벌기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영어 공부]10살 영어 자립! 그 비밀의 30분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힘이 정의다][독서][세계관]"법령과 황금률은 노예와 바보에게 차꼬를 채우느라 만든 것이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언더도그마][언더독][오버독]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결혼보다 월세 - 10년 차 경제지 기자의 재테크 에세이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부자 언니 부자 특강(평범한 월급쟁이 부자 되는 공식)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가면사축 - '사축' 탈출을 위한 비법서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사축일기 - "수고했어 오늘도~" 지친 퇴근길의 당신에게

[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 가볍지 않은 로맨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