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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결정적 인용

[철학][처세] 놓으면서 노련해지는 삶의 기술 《반반철학》

by 노지재배 2020.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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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는 책은 《반반철학》이다. 부제로는 〈내 삶에 균형추를 달다〉를 달고 있다. 

책은 글밥이 많지 않고, 잦은 줄 갈이를 한 편집이라 쉽게 쉽게 읽힌다. 

여유롭게 읽고 음미하는 책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거창한 철학이나 처세술을 담고 있지는 않다. 

 



책은 마음을 놓으면서 50%의 노력으로, 여유롭게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준다. 그러나 나머지 50%는 운이나 운명에 맡기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나머지 50%는 '버티기'라고 말한다. 

모든 운동에는 구간이 있고, 흐름이 있다. 출발과 초반 질주, 중반 유지, 후반 마지막 스퍼트와 같은 형식일 것이다. 구기 종목도 똑같은 노력과 체력 소모로 모든 시간을 임하지는 않는다. 공을 우리가 가지고 있을 때와 상대편이 가지고 있을 때, 우리 진영에 공이 있을 때와 상대 진영에 있을 때, 골 에어리어 근처일 때와 센터라인 근처일 때 모든 흐름은 상대적이고 유연해야 한다. 그래야만 적절한 체력 안배와 집중력으로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각각의 구간과 흐름에 따라 전력을 질주할 때도, 힘을 빼야 할 때도, 말 그대로 버텨야 하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책은 동양의 고사와 일반의 사례를 들어가면서 이러한 '반반'의 철학을 노련하게 운영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마음을 놓고 사색할 수 있는 '반반'의 여유처럼, 느긋한 시간에 가볍고 빨리 일독할 수 있는 책이라 하겠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국내도서
저자 : 야마구치 슈 / 김윤경역
출판 : 다산초당 201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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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리칭쯔

리칭쯔는 중국 고전 문학과 역사를 공부한 후 기자와 출판사 편집장을 거치며 《언지재열言誌在悅》, 《마음이 평온한 만큼 세상도 평온하다. 현자의 수행수업心有多靜,世界就有多靜, 智者的修性課》, 《꿰뚫어 볼 수 있으면 넘어설 수 있다. 시각이 변하면 세상도 변한다》 등 중국의 베스트셀러를 기획·출판하였다. 이 책 《반반철학》은 사람들이 오래 탐구하고 쌓아놓은 인생의 원리와 지혜를 현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작가로서의 첫 작품이다.


■역자

김미경

김미경은 부산대학교에서 무역학·중문학을 전공했으며 중앙대학교 국제대학원 한중 통번역학과를 졸업했다. 다년간 기업체 번역 업무를 하고 있으며, 현재는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오늘을 사는 용기》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왜 최선은 언제나 100이어야 하나? 

1. 인생의 절반이 나아간다면 절반은 물러서야 한다 
인생의 무게에서 50을 덜어내라 
많이 얻는 것보다 적게 잃는 것이 낫다 
인생이라는 나무통엔 돌멩이와 모래가 반반이라 
50만 영리하고 50은 우직하라 
오래 사랑하고 싶다면 절반만 사랑하라 
날 선 보검도 반은 칼집에 넣어 두어야 한다 
인생의 50은 버티는 시간이다 
50이라는 물러섬의 공간이 포기를 시작으로 만든다 

2.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반반이니 내게 반은 늘 남아있다 
반은 능력이고 반은 능력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반만 말하고 반은 삼켜라 
‘반반’의 시각에서 포기는 능력이다 
반의 지혜가 평상심을 지킨다 
‘반반’ 인생이라면 후퇴는 반전으로 가는 길이다 
반은 밀고 반은 당겨라 
‘반반’의 지혜는 디테일이다 
반을 버린다고 반을 잃는 게 아니다


■책 속으로


"

"인생은 있음 반 없음 반이고, 괴로움 반 즐거움 반이요, 영광 반 좌절 반이며, 원인 반 결과 반이다"

흑黑이 없으면 백白도 없고, 미움이 없으면 사랑도 없다. 괴로움을 모르면 즐거움도 알 수 없고, 좌절을 모르면 영광도 알 수 없다. 살다 보면 괴롭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며 영광스러울 때도 있고 좌절하는 날도 있다. 인생을 아우르는 이 반반半半의 항목들은 사람이기에 누릴 수 있는 축복이자 사람이기에 짊어져야 할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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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왜 최선은 언제나 100이어야 하나?


차로 유명한 중국 윈난雲南성의 다리大理라는, 바이족白族 거주 지역에 삼도차삼도차三道茶라는 독특한 맛의 차가 있다. 처음엔 쓰고 두 번째엔 달며 세 번째엔 담백하니, 인생의 3단계 맛을 상징한다 하여 삼도차라 불린다. 
그런데 이 삼도차처럼, 
누구나 쓰고, 달고, 담백한 3단계 맛을
순차적으로 볼 수 있다면야 인생 그거 공평하다 하겠다.
그런데 이리저리 둘러봐도 아닌 듯싶다. 
인생의 맛은 순차적인 것도 
공평한 것도 아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또는 먹고살기 위해 분투해야 하는 
요즘 사람들의 삶이 
칼끝으로 운명을 결정하는 춘추전국시대의 삶과 
뭐가 다를까? 
과학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으나 
불안을 끼고 사는 삶의 패턴에 
우리는 살만하다 말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바쳐 돈을 움켜쥐는 삶을 원하지만 
그럴 기회조차 공평하게 허락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행복할 일이 자꾸 줄어들지만,

어쩌겠는가, 한 번 태어난 이상 최선의 삶을 살다 가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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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최선'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왜 최선은 언제나 100이어야 하나? 
어차피 인생이 공평한 맛의 배합이 될 수 없는 거라면, 
우리는 왜 100을 목표로 하고 사는 걸까? 
우리는 왜 자신의 100을 모두 쏟아부으면, 
100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는 걸까?

옛날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세상의 불완전함과 함께 
우리가 꿈꾸는 100짜리 인생은 없다는 것을. 
100짜리 사랑, 100짜리 관계, 100짜리 믿음, 
100짜리 성공도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리석을 만큼 100짜리 인생을 
꿈꾸며 살기에 삶이 점점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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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두 가지 조건으로 결정된다. 
반은 외적 환경이고 반은 내적 마음이다. 
따라서, 아무리 벼랑 끝에 서 있거나 
아무리 막막해 보이는 삶 한복판에서라도
절망하지만 않는다면 
꿈과 희망을 찾아낼 수 있음에 대해 
동서고금 많은 이가 꾸준히 증명해 왔다. 
그런데 문제는 막막한 삶에 맞닥뜨렸을 때 
어떤 식으로 
꿈과 희망을 찾아낼 것이냐에 대한 방법론이다. 
나는 감히 반반'의 삶을 제안한다.

반반의 삶이란, 100이 아닌 50을 목표로 하는 삶이다. 
내 손에 있는 것이 모두 다 내 것 같이 보여도, 
내 것이 50이고, 
내 것 아닌 것이 50이라는 개념이다. 
나아가는 것과 물러서는 것이 반반이고,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반반(이다.)
(...)

.
.
.


내가 사는 세상이 흔들리고 기울 때나, 
살면서 인생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갈 때 반반의 삶은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날씨를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뜨거운 태양 아래서 춤을 출지, 
비를 맞으며 싱인 인 더 레인(singin in the Rain)을 부를지, 
선택할 수는 있다. 
우리가 주어진 환경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시끄러운 곳에서 책을 읽을지, 
조용한 곳에서 춤을 출지는 선택할 수 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지, 
부정적인 암시를 얻을지, 선택할 수는 있다.

무엇이 우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는 없지만 
매 순간의 자세가 다음 상황을 바꿀 수는 있다.
그러기에 
반반을 추구하는 삶은 
당신이 지금 잘 나가면 잘 나가는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당신에게 격려와 위안이 되어줄 것이다.

이 불완전한 세상에서 
100짜리 완벽한 인생은 존재할 수 없기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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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의 무게에서 
50을 덜어내라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짐을 지고 떠나는 여행과 같다. 
그 길이 즐겁고 가벼우려면 무거운 짐을 버리는 법을 알아야 한다."

한 농부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먼 곳에 있는 마을로 여행을 떠났다. 
길을 떠나고 한참 뒤에 큰 강을 만났다.
목적지에 가려면 그 강을 건너야 했다. 
강을 건너지 않으려면 높은 산을 넘어야 했다. 
농부는 고민에 빠졌다. 
'어떡할까? 거센 물살을 걸어서 건널까, 
아니면 힘든 산을 넘을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에 빠져있는데, 
문득 한 그루의 큰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그 나무를 보자 번뜩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저 나무로 배를 만들어 강을 건너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부는 도끼를 꺼내 나무를 베어 배를 만들었다. 
남은 나무로 노도 만들었다. 
농부는 자신의 탁월한 생각이 대견하고 뿌듯했다. 
기쁜 마음으로 직접 만든 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강을 다 건넜지만 앞으로 갈 길은 한참 남아 있었다. 그런데 농부는 배를 버리고 가기가 너무 아쉬웠다.
자신의 지혜와 땀이 깃들어 있는 데다 
혹시 또 강이 나오면 배가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만일을 대비해 배를 지고 가기로 했다. 
건장한 체격에 힘이 센 농부였지만 
배가 너무 무거워서 얼마 가지 못하고 
자주 발길을 멈춰야 했다. 
땀범벅이 되어 느린 걸음으로 걸어 
가까스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목적지까지 오는 동안 강은 다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배를 지고 오느라 3배나 더 시간이 걸렸다.

그제야 농부는 쓸데없는 욕심을 부렸다는 걸 깨달았다. 
농부에게 배는 노동의 성과이자 
다시 강을 만났을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대비책이었다.
그래서 보물처럼 생각하고 무거운 배를 지고 왔지만, 
결국 발길을 무겁게 하는 짐일 뿐이었다.
과감하게 배를 버리고 
또 강을 건너야 한다면 다시 배를 만드는 것이 
무거운 배를 지고 먼 길을 가는 것보다
시간과 힘을 훨씬 더 아끼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배는 강을 건너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강을 다 건넌 뒤에 배는 필요가 없다. 
필요 없는 것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그래야 먼 길을 가볍게 갈 수 있다.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천사를 만난다면 
그 날개가 가볍다 말할 것이다. 
천사의 날개에 황금을 매달면 
이전처럼 자유롭게 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혹시 일어날지 모를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불필요한 것들까지 가지려고 한다.

(...)

이천 년 전,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시장에서 
여러 가지 사치품을 늘어놓고 파는 모습을 보고 
한탄을 금치 못했다.
"세상에 내게 필요치 않은 물건이 얼마나 많은가."

사람이 세상에 나올 때는 
빈 바구니를 하나씩 메고 나오는 셈이다. 
그리고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바구니에 넣는다. 
그것이 필요한 것인지, 필요 없는 것인지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는다.
지금 필요 없는 것이라도 
언젠가 쓸모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일단 바구니에 넣고 본다. 
그렇게 이것저것 넣다 보면 
바구니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날이 갈수록 무게가 늘어나는 바구니를 메고 
인생길을 걷는데 
어찌 힘들지 않겠는가.

(...)

어쩌면 인생은 필요 없는 것을 골라서 
버리는 과정인지 모른다.

내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아는 것과 
필요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과정이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 공부다. 
내게 필요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가장 소중한 것들을 지키며 살 수 있다.

살면서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나의 배낭을 열어본 적이 있는가? 
지금 필요 없고, 가치 없는 짐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 본 적이 있는가?

인생이란 반은 남기고 반은 버리며, 
반은 얻고 반은 잃으며, 반은 달고 반은 쓰다.

(...)

나의 배낭을 열었다면, 
주저하지 말고 짐의 반을 덜어내라 
부담도 반 버리고 
공포도 반 버리고 
굴레도 반 벗어나고 
상처도 반은 지워라 
얻고 잃음이 반반씩 차지하는 인생에서 
행복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

.
.
.


"

인생이라는 나무통에 
돌멩이와 모래가 반반이라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하라."라는 옛말이 있다. 
우리 인생에서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은 
반반을 차지한다.
일을 해야 물질적인 뒷받침이 생기고, 
잘 쉬어야 맑은 정신과 활기찬 몸으로 
인생을 살 수 있다.

일할 때는 바쁘고 피곤하다.
하지만 그만큼 물질적 보상과 함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쉴 때는 한가하고 편안하다. 
하지만 자칫 공허와 불안에 사로잡힐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모순에 빠진다.

일할 때는 쉬고 싶다고 투덜거리고, 
정작 쉴 때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은 걱정에 
온전히 쉬지도 못한다. 
그러다 또 밤낮없이 바빠지면 
쉬고 싶다고 투덜거린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바쁘게 일할 시간엔 느긋한 휴식을 바라고, 
편안한 휴식 시간에 바쁘기를 원한다.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과 정반대의 것을 원하며 
현재를 즐기지 못한다.

우리는 사회라는 땅에 농사를 지으며 산다. 
열심히 일하고, 결과물을 수확하는 과정에서 
인생의 시간들은 보람과 의미로 채워진다. 
하지만 수확의 보람을 위해 
인생의 시간에서 일의 비중이 50을 넘어서는 안 된다. 
나머지 50은 일 외의 다른 가치로 채워져야 한다. 
가족과의 편안한 시간, 
친구와의 즐거운 교류, 
취미와 작은 재미가 가져다주는 내면의 환기, 
종교와 봉사에서 얻을 수 있는 감사와 안정. 
이런 것들로 인생의 반을 채워야
우리는 만족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딱 인생의 절반만 일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무조건 주당 48시간 일하던 것을 
주당 24시간으로 줄여야 한다는 게 아니다. 
이 의미를 애주가로 유명한
시인 두보杜甫의 일화를 통해 알 수 있다. 
그에게 술은 단지 즐거움을 위한 유흥이 아니라 
일 외의 다른 가치를 의미했다. 
하지만 그는 일하는 시간과 
술을 즐기는 시간의 
황금비율을 알고 있었다.

그가 쑤저우蘇州의 자사刺史(옛 관직 이름)로 있을 때였다. 
공무가 너무 많은 탓에 스트레스가 심했다. 
하지만 그는 열흘에 딱 한 번만 술을 마시겠다는 
규칙을 정해놓았다. 
그리고 규칙대로 아흐레 동안 열심히 일하고 
열흘째 되는 날엔 하루 종일 마음껏 술을 즐겼다. 
두보에게는 술을 마시는 그 하루가 
일하지 않는 나머지 인생의 50이었다. 
또한 온전히 시인으로만 사는 하루였다.

그날은 두보에게 매우 중요하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특별한 하루였다.
그날이 아니면 아흐레 동안 쌓인 
심신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씻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이 되면 열일을 제쳐놓고 술을 마셨고, 
그러기 위해 아흐레 동안 열심히 일했다. 
만약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또는 온갖 핑계와 이유를 붙여서 
수시로 술을 마셨다면 
그 날은 중요하고 특별한 하루가 아니라 
다른 날과 별다를 것 없는 하루가 되었을 것이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경험과 깨달음을 얻는다고 한다.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들이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가장 후회스러워하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졌던 수많은 시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이다. 
하고 싶은 일에 과감하게 도전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주어진 일에 충실한 것도 아닌 채 
어정쩡한 상태로 인생의 많은 시간을 허비해버렸다는 걸
삶이 끝나가는 순간에서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지나고 보니 그 두 가지는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양립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일찍 깨달았다면 
두보처럼 일과 휴식이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의 마라톤을 달리고 있는 중에는 
그런 깨달음을 얻기가 쉽지 않다. 
남보다 처지는 게 두려워서 
다른 생각은 전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청년도 그랬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빨리 이루기 위해 
매일같이 일에만 매달렸다. 
그에겐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한 마디로 인생의 50이 없는 삶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그 청년은 인생이 너무 고달프다고 느껴졌다. 
자신이 지쳐 있다는 걸 깨달은 청년은 
스님을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의 말을 다 들은 스님은 나무통들이 있는 곳으로 청년을 데려갔다.
"여기서 가장 큰 나무통을 골라서 거기에 돌을 가득 채워보게." 
청년은 의아했지만 일단 스님이 시키는 대로 
돌을 가져다 나무통을 채웠다. 
"스님, 시키신 대로 돌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번엔 스님이 가까이에 있는 모래더미를 가리켰다. 
"그럼 저 모래를 나무통에 가득 채워보게." 
청년은 스님이 시키는 대로
쓰레받기로 모래를 퍼서 나무통에 채워 넣었다. 
돌 사이가 모래로 가득 채워졌다.
"스님, 나무통이 돌과 모래로 가득 찼습니다." 
"그래? 정말 다른 것은 아무것도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찼는가?" 
청년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네, 더 이상 아무것도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꽉 찼습니다."
스님이 아무 말 없이 우물가로 가서 
물 한 바가지를 퍼왔다. 
"그럼 이 물을 부어보게." 
청년이 스님에게 바가지를 건네받아 
물을 나무통에 부어보았다. 
그러자 돌과 모래로 꽉 찬 사이로 
물이 스며들어 갔다.
바가지로 몇 번이나 물을 더 붓자 
그제야 나무통이 돌멩이와 모래와 물로 가득 찼다. 
그것을 보고 청년은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한참 후 스님이 전하고자 하는 깨달음을 얻은 청년은 
공손히 감사의 절을 올렸다.
"스님,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인생에서 일은 나무통을 채운 돌과 같다. 
큰 돌처럼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모래와 물이 없으면 
나무통이 가득 채워지지 않듯 
휴식과 놀이가 없으면 
인생의 반은 빈틈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그 빈틈만큼 후회가 생긴다. 
반대로 모래와 물로 통을 채우고 나서 
돌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 돌을 넣는 순간 
물과 모래가 나무통 밖으로 넘쳐흐를 것이다. 
이처럼 휴식과 놀이만 있는 삶은 
돌을 넣을 자리가 없는 만큼 
보람과 의미를 느끼기 힘들다. 
그래서 공허와 무기력만 남을 수 있다.

인생은 일 반, 휴식 반으로 채워야 한다. 
한쪽에 치우침 없이 
반반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일로만 채워진 삶은 
수많은 빈틈 때문에 후회하고, 
휴식으로만 채워진 삶은 
인생의 얇은 두께 때문에 후회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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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만 영리하고
50은 우직하라

인생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하나는 안목이고, 
또 하나는 실행이다. 
두 가지 중 무엇이 앞에 있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안목이라고 답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높은 안목이 있더라도 
실행이 없다면 백일몽을 꾸는 것과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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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50은
버티는 시간이다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보면 
많은 것이 하늘에 달려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100의 결과를 얻기 위해 전력 질주한다고 해서 
100의 결과를 얻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자판기에 오백 원을 넣으면
오백 원짜리 물건이 나오듯 
누구나 자신의 노력과 동일한 결과를 바라지만, 
인생의 원리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나의 노력과 함께 
수많은 변수가 내 편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인생의 모든 성공 확률을 
딱 절반으로 보는 것이 안전하다. 
그래야만 100의 노력이 50의 결과를 가져와도 
편안할 수 있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신이 모든 것을 쏟아부어 
100의 노력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50이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이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수준의 최대치가 50이기 때문이다. 
그럼 100이 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딱 한 가지가 있다.
버티는 것이다. 
50의 노력과 50의 버티기. 
이것이 100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는 살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거나 또 버텨야 한다. 
밥벌이를 위해 숨 막히는 출근길에 시달려야 하고, 
내 꿈을 이루기 위해 하기 싫은 일도 억지로 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부자가 되거나 
권력을 가지려고 한다. 
부자가 되거나 권력을 가지면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되고, 
힘든 순간을 버텨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짧은 생각이다. 
우리가 단지 능력이 없거나 
존재가 미약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역사에 나오는 수많은 제왕과 강자들은 
우리보다 더 많이 버텨야 했다.

초나라 장왕楚莊王은 왕위에 오르고 나서 
처음 3년 동안 정사는 돌보지 않고 유희에 빠져 있었다. 
매일같이 잔치를 벌이고 술과 여흥을 즐겼기에 
신하와 시종들은 뒤에서 손가락질하며 흉을 봤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유희를 즐겼다. 
왜냐하면 그의 유희는 
단지 놀기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권력이 그의 손에 들어왔지만 
당장 그 권력을 행사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 
간신들에게 휘둘려 정사를 망친 
선대先代 왕들의 일화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진정 나라를 위하는 충신과 
자신의 부귀영화만 추구하는 간신을 
분명히 가려내야 했다.
그러기 위해 장왕은 3년의 시간을 버텨야 했다. 
3년 동안 장왕은 술을 마시면서 
유흥을 멀리하고 정사를 돌보라고 간언하는 신하와
술을 따르고 잔치의 흥을 돋우려고 하는 신하를
유심히 살폈다.
이렇게 천하의 권력을 손에 쥔 왕도 
자신이 뜻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선 
버텨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맹자孟子에 이런 주제가 있다. 
《생어우환, 사어안락生於憂患, 死於安集》. 
"하늘은 큰일을 맡기기 전에, 
마음을 괴롭게 하고 
몸을 힘들게 하며 
배를 곯게 하고 
모든 일을 어지럽게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마음의 근육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 버틸 수 있게 해 주고 
그리하여 이전에 할 수 없었던 일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


맹자의 말처럼 
하늘이 우리 마음을 괴롭히고, 
배를 곯게 하고, 몸을 힘들게 하며 
모든 일을 어지럽히는 이유는 
이것들을 버텨내는 시간 속에서 
약하고 부족했던 힘들이 
강화되고 보충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버티다 보면, 
그 버티는 시간 동안 버틸 수 있는 힘이 만들어진다. 
또한 그러한 시간 동안 그동안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게 된다. 
예사롭게 넘겼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고 
희미했던 의미들을 확실하게 깨닫는다.

즉, 버티는 시간은 완벽한 통찰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버틴다는 것은, 
버티며 사는 것은, 
그럭저럭 사는 것도, 죽지 못해 사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운이 좋은 삶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운이 좋은 사람은 힘든 것을 버텨내는 
시간과 기회를 갖지 못한다. 
매사가 뜻한 바대로 술술 풀리면 
당장은 더없이 좋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버텨본 경험이 없기에 작은 돌멩이에도 쉽게 넘어지고 
무릎 높이의 난관에도 좌절해버린다.

-

우리는 운이 좋은 사람을 부러워한다. 
더불어 나는 운이 없다고 한탄한다. 
그 사람은 하는 일마다 잘 풀리는데, 
나는 한 걸음 뗄 때마다 장애물이 나타나고 
저 사람은 한 번에 쭉 뻗은 길로 가는데, 
나만 구불구불한 험한 길을 돌아 돌아 가는 것 같다. 
뭐 하나 내 뜻대로 되는 게 없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운이 없는 것 같다.

'일범풍순一帆風順' 이란 말이 있다. 
바람 부는 방향으로 돛을 달아야 
순조롭게 항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인생에는 수많은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이 인생의 모든 악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돛을 어떤 방향으로 달아야 할까? 
당연히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달아야 한다. 
그런데 바람의 방향은 살피지 않고 
마음대로 돛을 올려놓고
나는 운이 없다며 한탄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늘은 나를 골탕 먹이기 위해 
운을 피해 가게 만들지 않는다. 
착하게 산다고 운이 많이 오는 것도 아니고 
이기적으로 산다고 운이 안 오는 것도 아니다. 
또한 운이 좋다고 최고의 인생을 사는 것도 아니다. 
사실 우리는 '운이 무엇인지
그 정체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도 없다. 
따라서 '운'에 큰 의미를 두거나 
핑계 삼을 필요는 없다. 
역사 속의 지혜로운 이들은 이미 알고 있다. 
많은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모두 운이 좋았던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그들에게도 또 우리에게도 
공평하게 주어진 것은 
버틸 수 있는 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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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이라는 물러섬의 공간이
포기를 시작으로 만든다

인생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나무 한 그루 때문에 숲을 못 보는 것이다. 
딸 수 없는 별 하나 때문에 온 하늘을 포기하는 것이다. 
좋은 세월 다 보내고 나서야 
하나 때문에 전부를 다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와호장룡臥虎藏龍〉이란 영화에서 
이모백李慕白이 사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손을 꽉 쥐면 아무것도 가질 수 없지만,
손을 펴면 전부를 가질 수 있단다."

인생에서는 붙잡을 수 없거나 
붙잡을 필요가 없는 것들이 아주 많다. 
때로는 붙잡아서는 안 되는 것도 있다. 
하지만 사람에겐 눈앞에 있는 것을 
붙잡고 싶어 하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붙잡아선 안 되는 것에 힘들게 매달리고 
붙잡을 수 없는 것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 
자신과 맞지 않는 것을 
붙잡으려고 하면 
몸과 마음이 지치고 피폐해진다. 
그런데도 계속 붙잡으려 하는 것은 
놓아버릴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

옛날에 장원쥐張文擧라는 청년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기에 
그는 매일같이 500자 원고지에 글을 썼다. 
그렇게 1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지만 
그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열심히 쓴 원고는 출판사로부터 번번이 퇴짜를 맞았고, 
그의 글은 한 번도 책으로 나오지 못했다.

서른을 일 년 앞둔 어느 날, 
장원쥐는 출판사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이번에도 역시 거절의 편지였다. 
그런데 출판사 편집장이 보낸 편지에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열심히 쓰셨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선생의 지식에는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고, 
인생 경험도 밋밋합니다. 
하지만 여러 해 동안 보내주신 원고를 보다가 
선생의 글씨체가 정말 좋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훌륭한 글씨입니다."

장원쥐는 편집장의 편지를 읽고 나서 한참 고민에 빠졌다.
오랜 세월 붙잡고 있던 것을 
놓아버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는 작가가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그 꿈을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그 자리에 새로운 꿈을 품었다. 
그때부터 그는 글이 아닌 글씨를 연습했고, 
나중에 서예가로서 큰 명성을 얻게 되었다. 
장원쥐는 자신의 성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성공하기 위해선 
꿈과 용기와 의지라는 
3가지 요소가 어우러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택하는 법과 포기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포기를 모르는 사람과 포기를 아는 사람 중에서 
나는 포기를 아는 사람을 높게 평가한다.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분별력과 용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장원쥐라고 10년 세월 동안 쏟은 노력과 시간이 
아깝지 않았겠는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미련이 없었겠는가. 
하지만 장원쥐는 버릴 것과 취할 것을 
분별할 줄 아는 용기가 있었다. 
별만 보느라 하늘을 보지 못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인정할 줄 아는 용기가 있었다.

'얻지 못한 것을 포기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하늘을 볼 수 있겠는가? 
지나간 것을 놓지 않는데, 
어떻게 다시 자유를 얻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그런 용기가 없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길에 들어섰을 때도 
다시 시작할 용기가 없어
꾸역꾸역 그 길을 간다. 
그러면서 마치 의지가 강한 것처럼 스스로를 다독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가봐야 하지 않겠어?"

우리는 포기의 효용성과 버티기의 효용성을 
쉽게 구별하지 못한다. 
포기의 효용성은 
나와 맞지 않는 길이라는 걸 깨닫고 
내게 맞는 길을 다시 찾는 것에 있다. 
버티기의 효용성은 
내게 맞는 길을 가는 데 있어 
불어 닥치는 비바람을 견뎌내는 것이다.

인생의 많은 불행은 
소유해야 할 것을 쉽게 버리고 
포기해야 할 것에 집착하기 때문에 만들어진다. 
살점은 없지만 버리긴 아까운 닭뼈를 쥐고 있다면 
그냥 버리는 게 낫다.

막다른 골목에 섰다면 포기의 효용성을 생각하라. 
인생에 펼쳐지는 풍경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나간 풍경이 아쉬워 우울해하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 더 아름다운 광경이 스쳐 지나갈 수 있다.

인생을 100으로 보면 
포기는 고통일 수 있다. 
물러섬의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50의 시각에서 보면 
포기는 곧 새로운 시작이다. 
포기의 효용성을 알면 
새 길이 눈에 보인다.

"

.
.
.


"

반만 말하고
반은 삼켜라

인생의 불행은 말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 불행은 스스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야 직성이 풀리고,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행복보다 불행에 가깝게 서 있는 모양새다. 
그래서 반의 지혜를 아는 사람은 
굳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않는다.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딱 반만 말한다.

떠오르는 대로 100을 다 쏟아내고 싶다면 
해야 할 말보다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은 경우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의 대부분은 
정리된 언어가 아니다.
또 하고 싶은 말을 다하려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내겠다는 것과 같다. 
그러나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책임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

류진은 광저우廣州의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처음 거래하는 상하이上海의 회사를 위해 
타당성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류진은 보고서를 완성해서 그쪽 회사의 담당자인 
샤오쟝小江에게 메일로 보냈다. 
보고서를 검토한 샤오장은 몇 가지 의문점에 대해 
류진에게 질문을 해왔다. 
그런데 질문의 내용이 해당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초보적인 것이었다. 
질문의 수준을 보니 샤오장의 업무 능력과 경험이 
일천하다는 걸 
류진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솔직히 류진은 샤오장을 얕잡아봤다. 
그런 마음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말속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류진은 별생각 없이 이렇게 말했다. 
"샤오장 씨는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셨나 봐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샤오장의 감정이 요동쳤다. 
노골적인 조롱과 무시가 느껴졌다. 
울컥한 샤오장은 참지 못하고 류진에게 욕을 했다. 
류진 역시 차분하게 상황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감정을 모두 드러내 맞대응을 했고 
결국 두 사람은 전화로 심하게 말싸움을 했다. 
이튿날 류진의 사장은 두 사람의 싸움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내용을 들어보니, 류진의 말실수보다 
먼저 욕을 한 샤오장의 잘못이 더 컸다. 
그래서 사장은 류진을 크게 나무라지 않았다. 
그렇다고 실무자들 사이에서 분란이 일어났는데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사장은 상대 회사의 사장에게 사과 전화를 걸기로 했다. 
"사장님께서도 어제 일에 대해 보고를 받으셨을 겁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 직원이 많이 모자랐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직원 교육을 
철저히 시키겠습니다. 
부디 마음 넓으신 사장님께서 이해해 주시고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전화를 받고 샤오장의 사장은 조금 당황했다. 
그쪽 회사 사장도 어제 일에 더해 보고를 받았고, 
자기 직원이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일을 의뢰한 입장에서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런 무시를 받고 함께 일하면 
회사 이미지만 나빠질 것 같아 
적당한 명분을 잡아
상대 회사와의 계약을 취소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상대 쪽 사장이 직접 전화해 먼저 사과하니 
더 이상 이 일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수 없었다.
만약 류진의 사장이 경우를 따지고
잘잘못을 가리려 했다면
이쪽에서도 작정한 대로 대응했겠지만, 
한발 물러선 상대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자기들만 속 좁은 사람들이 되지 않겠는가. 
마음을 바꾼 샤오장의 사장은 
계속 거래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

비즈니스 관계뿐만 아니라 사적인 관계에서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상대를 판단하고 평가하게 된다. 
소위 자신을 기준으로 상대의 '급'을 매기는 것이다. 
그런데 그 평가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이기보단 
매우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것이기 마련이다. 
사실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는다. 
문제는 그것을 밖으로 드러낼 때이다. 
상대가 자기보다 급이 낮다고 판단되면
얕잡아보거나 무시하는 마음이 은근히 생긴다. 
혹시 그런 마음이 들어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 괜찮다. 
하지만 대부분 말로 드러내는 실수를 범한다. 
감정을 걸러내는 필터링보다 
자기표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탓도 있다.

사람의 감정은 늘 평온하지 않다. 
상승과 하강을 수시로 오간다. 
그래서 우리에겐 감정을 걸러내는 필터링 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반반'의 지혜다. 
요동치는 감정의 딱 절반만 말로 뱉는 
'반반'의 지혜가 필요하다.

어느 날 법력이 높은 스님에게 한 청년이 찾아왔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청년의 고민은 
자기표현을 제대로 못하고 
말주변이 없다는 거였다.

그런데 이번에 중요한 바이어와 협상을 하여 
계약을 따내는 일이 맡겨져 
청년은 눈앞이 캄캄했다. 
평소 말 잘하기로 이름난 동료도 다루기 힘들다던 
까다로운 바이어인데 
자기처럼 말주변이 없는 사람이 대응하기엔 
벅찬 상대라는 생각만 들었다. 
오죽하면 사표를 써야 할까 고민하다 \
스님을 찾아온 것이다. 
"스님, 제가 이 일을 잘 해내려면 말을 잘해야 합니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저는 말주변이 너무 없습니다. 
제가 바이어를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말재주가 늘어날 비법이 없을까요?" 
스님은 청년의 고민을 듣고 나서 종이와 지필묵을 꺼냈다. 
그리고 종이에 몇 글자를 써서 청년에게 건네주었다.
종이에는 달랑 세 마디가 적혀있었다. 
'따뜻한 마음 한 첩, 
부드러움 두 봉지, 
말 세 조각.'
청년은 스님이 내려준 처방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스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네. 
50만 말하고 50은 인품에 맡기면 되는 걸세.”

청년이 해야 할 말의 최종 목적지는 
상대의 마음이다. 
그렇다면 스님의 조언대로 '말 세 조각'이면 충분하다. 
내 뜻을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부드럽고 간결하게 전하면 된다. 
내 말을 알아듣고 내 뜻에 공감한다면 
계약은 쉽게 성사될 것이다. 
설령 내 뜻에 공감하지 않더라도 
말을 덧붙일 필요는 없다. 
내가 말을 덧붙이는 것보다.
상대가 생각할 시간을 갖도록 기다리는 게 필요하다. 
만약 내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거라면, 
상대는 질문을 해올 것이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청산유수처럼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군더더기 없는 말을 하는 것이고 
다시 주워 담을 필요 없는 
말을 하는 것이다.

-

명나라 태조 주원장朱元璋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그가 황제 자리에 오르자 
어렸을 적 고향 풍양風陽에서 
함께 발가벗고 뛰놀던 죽마고우가 
천릿길을 걸어 남경南京으로 찾아왔다. 
주원장을 만난 죽마고우는 
감정이 고조되어 큰 소리로 떠들었다.

"아이고, 동생! 황제가 되더니 아주 신수가 훤해졌구먼.
우리 자주 어울려 다녔었는데 기억이 나시는가? 
자네의 장난 때문에 내가 대신 두들겨 맞은 적도 있었잖나.
그리고 콩서리하던 일도 기억나나? 
훔친 콩을 낡은 솥에 쪄먹는데 
자네가 급한 마음에 덜 익은 콩을 집으려다가 
솥을 깨버려서 콩을 다 흘리고 말았지.
참, 이런 일도 있었지. 
자네가 급하게 먹다가 목구멍에 콩이 걸려서 
죽을 뻔했는데, 내가 꺼내 줬거든, 
자네 나 때문에 살아난 거야.... 
나 아니면 그때 죽어서 황제도 못 되었을걸.... 
하하하!"
친구는 혼자 신이 나서 어렸을 적 일화를 계속 떠들어댔다. 
하지만 그럴수록 주원장의 심기는 점점 불편해졌다. 
친구가 없는 말을 지어낸 것도, 
자신을 우습게 여기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단 둘이 있을 때
듣고 싶은 이야기지,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아마도 친구는 황제와 자신이 막역한 사이라는 걸 
사람들 앞에서 과시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황제의 권위가 중요했던 주원장으로선 
제아무리 죽마고우라도 
눈치도 대책도 없는 그의 입을 그냥 두고 볼 순 없었다. 
주원장은 적절한 구실을 만들어 
그 친구를 궁에서 쫓아냈다.

공자는 말할 때 세 가지를 지키라고 조언했다. 
"말할 때가 아닌데 말하면 성급한 것이오. 
(言未及之而言, 謂之躁) 

말해야 할 때 하지 않으면 숨기는 것이라. 
(言及之而不言, 謂之隱) 

상대의 안색을 보지 않고 말하면 눈이 먼 것이다. 
(未見顔色而言, 謂之瞽)”

만약 주원장의 친구가 공자의 조언을 지켰더라면
친구로부터 배척당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공자의 조언을 못 지키는 건 
주원장의 친구만이 아니라,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절름발이에게 다리가 짧다고 말하지 말고, 
뚱보에게 살쪘다고 말하지 말며, 
추녀에게 못생겼다는 말을 하지 말라는 
옛사람들의 지혜는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

.
.
.


"

반반의 시각에서
포기는 능력이다

인생은 수많은 선택의 총합이다. 
그것은 곧 수많은 포기의 총합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나를 선택하면 
나머지는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선택과 포기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포기하지 않으면 이기는 것이고 
포기하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물고기와 곰 발바닥을 동시에 얻지 못한다.'라는
속담처럼
사냥꾼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두 짐승을 
동시에 쫓을 수 없다. 
아무리 열심히 쫓아봤자 힘만 들 뿐, 
결국은 둘 다 놓치고 만다.

버리고 남는 것이 '반반'이기에, 
하나를 잡으면 
하나는 버릴 줄 아는 것이 '반반'의 지혜다. 
포기할 줄 안다는 것은 
또 하나의 능력이다. 
포기를 안다는 것은 
내게 필요한 것을 선택할 줄 안다는 뜻이다.

한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정말 독하게 공부했다. 
그녀의 꿈은 대학을 졸업하고 
해외유학을 갔다 와서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었다. 
노력만 하면 충분히 이룰 수 있는 현실적인 꿈이었고 
그녀는 졸업 후 원하던 회사에 입사하는 행운을 얻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기쁘지도, 만족스럽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유 모를 허무함과 우울함이 밀려왔다. 
그러던 중 국비 유학의 기회가 찾아왔다. 
평소 동경하던 대학에서 돈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유학을 선택하면 회사에 사표를 내야 했다. 
그녀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마음은 시시때때로 바뀌고 
어젯밤엔 결정했다가도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철회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사실 그녀의 진짜 마음은 둘 다 가지고 싶다는 것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어머니는 이런 딸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섣불리 딸의 고민에 개입할 수 없었다. 
딸을 도와줄 방법을 고민하던 어머니는 
어느 날 딸을 위한 진수성찬을 마련했다. 
어머니는 딸이 가장 좋아하는 쏸차이위酸菜鱼(삭힌 배추를 넣어 끓인 생선 요리)를 덜어주기 위해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젓가락으로 쏸차이위를 집어 든 채 
고민에 빠진 듯 미간을 찌푸렸다. 
어머니의 행동이 의아해서 딸이 물었다. 
"엄마, 왜 그러고 계세요?" 
어머니는 커우수이지口水雞(닭에 칠리소스를 넣어 끓인 요리) 접시와 
젓가락으로 집고 있는 쏸차이위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우리 딸한테 커우수이지도 주고 싶은데, 지금 쏸차이위를 집고 있어서 줄 수가 없네." 
딸은 어머니가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웃으며 말했다. 
"엄마, 쏸차이위를 접시에 내려놓고 커우수이지를 집으면 되잖아요."

어머니는 딸을 잠시 쳐다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다른 걸 잡고 싶으면 손이 쥐고 있는 걸 먼저 내려놔야지 " 
그리고 젓가락으로 집고 있는 쏸차이위를 
딸의 접시에 내려놓고 나서 
다시 젓가락으로 커우수이지를 집었다. 
"이렇게 말이야." 
그제야 딸은 어머니의 이상한 행동이 
깨달음을 주기 위한 것임을 알아챘다. 
"엄마는 내게 둘 중 하나를 
빨리 선택하라고 말씀하시고 싶은 건가요?" 
"얘야, 엄마가 걱정하는 건 
네가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야.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한단다. 
조금 전처럼 쏸차이위를 접시에 내려놓아야 
커우수이지를 집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야.
옳은 선택을 한다는 것은 포기를 잘했다는 뜻이야.
물론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 
잘못된 포기를 했다는 뜻이기도 하지. 
그래서 후회할 수도 있어. 
하지만 선택도 포기도 하지 않고 양손에 들고만 있으면 후회할 자격도 없어지는 거란다."

어머니의 조언을 듣고 나서 
딸은 그동안 갈팡질팡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자신에게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기보다 
둘 다 놓치려 하지 않는 마음 때문이었다. 
결국 딸은 직장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유학을 떠나서 3년 뒤에 
많은 성과를 가지고 돌아왔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중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봐야 알 수 있다. 
자신이 선택한 것을 보면, 
내가 무엇을 지향하고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반대로 내가 포기한 것을 보면
내 삶의 우선순위와 세상에 대한 가치관을 알 수 있다. 
포기하는 법을 배워야 큰 걸음으로 나가갈 수 있다. 
선택과 포기의 과정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고, 
우리는 이러한 반복을 통해 성장하게 된다.

똑똑한 사냥꾼이 원숭이를 잡기 위해 
특별한 함정을 고안해 냈다. 
원숭이들이 잘 노는 바위 근처에 
원숭이 손이 들어갈 만한 작은 구멍을 파서 
그 안에 땅콩을 넣어두었다. 
원숭이가 구멍에 손을 넣어 땅콩을 잡으면 
다시 뺄 수 없을 만큼 작은 구멍이었다. 
원숭이가 손에 쥔 땅콩을 놓지 않으면 
꼼짝 못 하고 사냥꾼에게 잡히고 말 것이다. 
하지만 원숭이는 손에 쥔 땅콩을 포기해야 
사냥꾼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오래된 지혜 중에는
두 가지 나쁜 결과 중에 가벼운 쪽을 택하고,
두 가지 좋은 결과 중엔 무거운 쪽을 택하라는 말이 있다.
우리 역시 원숭이와 같은 경우에 처할 때가 있다. 
손에 쥔 무언가를 버려야만 살 수 있고, 
무엇이든 하나를 포기해야만 생존하는 순간이 온다. 
그래서 포기는 자연의 규칙이자, 생존의 방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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