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단어] 세상에 이런 말이! 기막힌 표현을 담은 세계의 단어

오늘 소개하는 책은 《세상에 이런 말이!》입니다. 부제로는 '우리말로 바꾸기 어려운 낱말들에 담긴 사회, 문화, 역사 이야기'를 달고 있습니다.

영어 원제목은 왓 어 원더풀 월드(What a Wonderful Word)입니다. 니콜라 에드워즈가 글을 썼고, 루이자 유리베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국내에는 찰리북 출판사에서 2020년 1월 출간했습니다.

제목 그대로 독특한 순간이나 사람, 사물에 붙인 재미있고 인상적인 단어들을 담은 책입니다.

물론, 우리말에 비슷한 단어가 있는 단어도 몇 개 보이기는 합니다만 전체적으로는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새로운 말들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세계의 다양한 단어를 소개하다 보니 알파벳부터 고대 인도의 표준어인 산스크리트 문자까지,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다양한 문자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영어 알파벳으로 옮길 수 있는 단어만 포스팅에 원어를 썼는데요. 각 단어들은 원래 그 단어들을 표기하는 문자로 책에서는 소개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세계의 여러 가지 단어 중에서 우리말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비슷한 단어로는 아비오코(이탈리아어) -> 우리말 '식곤증(食困症)', 히라이스(웨일스어) -> 우리말 '향수병(鄕愁病)', 칼파(산스크리트어) -> 우리말 '억겁(億劫)'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재미있고 기발한 단어들이 많습니다. 평소에 표현하려고 하면, 설명조가 되거나 단어나 문장을 죽 나열해서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일들이나 상황이 하나의 단어로 표현된 것을 보면 감탄스럽고, 부럽기까지 합니다.

물론, 우리말에도 다른 나라의 말들에서 표현하기 어렵거나, 다른 나라 언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독특한 상황이나 사물을 표현하는 말들이 많이 있죠. 제가 과문(寡聞)해서 이러한 단어들을 더 찾지 못한 죄도 있겠습니다만.

무엇보다도 언어는 인간에게 있어 다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하나의 문화로, 바로 이러한 문화의 우(優)와 열(劣)을 가리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셈이지요.

어쨌든 기발한 이 단어들을 보고 있으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이 샘솟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문화재 그림을 보수하려다 오히려 망쳐버린 일을 빗대서 설명한 독일어 '페어슐림베스어웅Verschlimmbesserung'은 '잘못된 것을 좋게 고치려다 더 나쁜 결과를 낳는 일'을 뜻하는 말입니다.

발음이 아기자기한 '포론쿠세마'는 핀란드어로 '순록이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뜻합니다.

호피어의 '코야니스카시'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균형이 깨져 버린 자연환경'을 의미하고요.

물장구가 생각나는 '무르마'는 와기만어로 '물속에 발을 내디뎌 발끝으로 뭔가를 찾으면서 걷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또한, 스코틀랜드어 타알틀은 '옆 사람의 이름을 잊어버리고 우왕좌왕하다'라는 뜻을, 영어 가블디국은 '이해하기 힘든 용어가 많이 들어있는 말이나 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인도네시아 '멘촐렉'은 우리가 흔히 다른 사람의 뺨이나 어깨에 하는 장난인 '반대쪽 어깨를 톡 건드려서 상대를 골탕 먹이는 행동'을 뜻합니다.

'뜨거운 음식이 식을 때까지 삼키지 않고 입속에서 굴리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는 불리어의 '펠린티'도 재미있는 단어입니다.

아름답고 포근한 단어로는 또 포르투칼어의 '카푼네'가 있습니다. 이는 '옆 사람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쓰다듬는 것'을 의미합니다.

끝으로 아이를 키우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시도 때도 없이 질문을 하는 아이에게 붙일 수 있는 말로, 러시아어인 '파체무치카'라는 단어도 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질문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아래 책 속으로에 제가 좋아하게 된 단어들을 몇 개 옮겨 놓았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처럼 우리말로 바꾸기 어려운 30여 가지 독특한 낱말을 담은 이 책은, 그 속에 담긴 세계 곳곳의 사회, 문화, 역사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하는 교양서의 역할도 합니다.

언어 속에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지역, 나라의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순록이 많은 핀란드 사람들이 '순록이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거리'라는 뜻의 '포론쿠세마'를 만들고, 발칸반도에 사는 사람들이 '열린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이라는 뜻의 '프로마야'라는 단어를 만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러한 예처럼 농경을 하는 민족은 농경과 관련한 말을, 유목을 하는 민족은 유목과 관련한 말을, 또 수렵을 하는 민족은 수렵과 관련한 말을 많이 발전시킬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에스키모인들은 눈을 가리키는 단어가 수십여 개에 이른다고 하니까요. 우리가 보는 눈 하나에도 이들은 여러 상황에 맞혀 다른 이름을 붙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이르구자크'는 '집을 만들 때 쓰는 눈'을, '푸가크'는 '결이 곱지 않은 눈'을, '마사크'는 '봄에 얼음이 녹기 시작할 때의 부드러운 눈'을, '아케로카크'는 '꽤 단단하지만 집을 만들 정도로 단단하지는 않은 눈'을, '가니크'는 '지금 내리는 눈'을, '아투르'는 '땅 위에 쌓인 눈'을, '마우야'는 '매우 부드러운 눈'을 뜻한다고 합니다. 얼음과 눈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에스키모들이 눈과 관련해서 이처럼 많은 단어를 만들어 낸 것은 생존과 번영을 위한 필수적인 일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것은 단순히 우리말로 바꾸기 어려운 세계 곳곳의 낱말들을 알아가는 재미뿐만 아니라, 이러한 단어들을 통해 각 나라의 문화와 생활 방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롭고 유익한 체험도 함께 제공합니다.

언어와 단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나, 어린 아이, 청소년 등이 읽는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

글: 니콜라 에드워즈

영국 브라이튼의 아름다운 해변가에서 자랐다. 책 읽기와 춤추기, 라임이 들어간 단어, 청록색을 좋아한다. 그동안 어린이를 위한 여러 권의 책을 썼고, 지금은 동부 런던에서 가족과 함께 살면서 어린이 책을 쓰고 편집하는 일을 한다.

그림: 루이자 유리베

어린이 책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다. 지금은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살고 있다.

역자: 양혜진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 불어불문학을,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다. 출판사에서 외국 문학 편집자로 일하다가, 지금은 다른 나라의 좋은 책을 찾아내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한다. 그림책 『할아버지와 달』, 어린이 교양서 『한 권으로 끝내는 이야기 세계사』, 그래픽 노블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과 『아메리카』, 소설 『소년은 눈물 위를 달린다』, 에세이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때』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책 속으로

-페어슐림베스어웅Verschlimmbesserung
독일어
잘못된 것을 좋게 고치려다 더 나쁜 결과를 낳는 일

-글루카베두르
아이슬란드어
눈에 보이는 것과 다리 매섭게 추운 날씨

-포론쿠세마Poronkusema
핀란드어
순록이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거리

-코야니스카시Koyaanisqatsu
호피어
인간의 이기심으로 균형이 깨져 버린 자연환경

-카주리Kazuri
스와힐리어
작고 아름답다

-무르마Murr-ma
와기만어
물속에 발을 내딛어 발끝으로 뭔가를 찾으면서 걷다

-타알틀Tartle
스코틀랜드어
옆 사람의 이름을 잊어버리고 우왕좌왕하다

-주가르
힌디어
참신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가블디국Gobbledygook(지버리시Gibberish)
영어
이해하기 힘든 용어가 많이 들어있는 말이나 글

-르트루바유Retrouvailles
프랑스어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사람과 만나는 행복

-멘촐렉Mencolek
인도네시아어
반대쪽 어깨를 톡 건드려서 상대를 골탕 먹이는 행동

-슐리마즐
이디시어
불행이 이어져 괴로워하는 사람

-아비오코Abbiocco
이탈리아어
식사 뒤에 쏟아지는 졸음

-탈라카
벨라루스어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서로 돕고 힘을 모아 살아가는 것

-폴레그
노르웨이어
얇게 썬 빵에 바르거나 올릴 수 있는 모든 것

-프로마야Promaja
세르보크로아트어
열린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

-카푼네
포르투갈어
옆 사람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쓰다듬는 것

-펠린티Pelinti
블리어
뜨거운 음식이 식을 때까지 삼키지 않고 입속에서 굴리는 것

-히라이스Hiraeth
웨일스어
돌아갈 수 없는 고향과 과거에 대한 향수

-윔지Whimsy
영어
기발하거나 상상력이 넘치는 행동이나 유머

-파체무치카
러시아어
시도 때도 없이 질문을 하는 사람

-남자이
태국어
기분이 좋아지는 후한 인심

-칼파
산스크리트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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